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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때문에 어떤 감독을 만나러 갔다.
이런 저런 일 얘기를 하고,
점심때가 되서 밥을 먹자고 하길래 같이 밥을 먹었다.
인사치례처럼 감독님은 뭐 작업하고 있는게 있냐고 물어봤다.
일단 먹고사느라고 바쁘긴 한데,
오랫동안 작업 해오던 것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용하고 차분해보였던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에는요, 다큐멘터리는 이것저것 하는 것 보다 한 두가지를 집중해서 오랫동안 하는게 좋은거 같아요.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작품이 나오겠죠."
방송국에서도 오랫동안 일했고, 꽤나 오랫동안 작업해왔을 사람에게
"언젠가는 좋은 작품이 나오겠죠" 라는 말을 듣다니,
왠지 충격 받았다.
그리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우울해졌다.
나는 얼마나 편협한 인간이던가.
얼마나 얕은 시선으로 사람을 가볍게 판단하려 하는가.
내게 있던 껍데기들을 벗기고 보니
가장 안 쪽에 웅크리고 있는 괴물같은 욕심이 보였다.
그래.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면,
그래서 영화가 나오면,
잘 했다고 칭찬받고 싶다.
상도 받고 싶고, 훌륭하다고 인정받고 싶다.
그런데,
그것밖에 없다.
어떤 때는 그런 욕심이 좋은 자극 중에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근데 지금은 그것밖에 없어.
앞도, 뒤도, 관계도, 아무것도 없이.
다른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그 욕심밖에 없다.
바닥을 치는 순간이다.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더럽고 위선적인가.
촬영할 때 종종 느끼는 외로움은 나의 껍데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도 스스로를 내몰고 있는 것은 이 '욕심들' 때문이 아닌가.
어쩌면 그냥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상을 받는다는 것, 그런 방식으로 칭찬 받고 싶은건,
남들 위에 서고 싶다는 뜻인거다. 경멸스럽게도.
그런 욕심이 강했다. 강하다.
그런데, 그걸 버리고 나면,
무엇으로 작업을 계속하지.
난 원래 이런 인간이었던가.
웃기게도 내가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이 증오스럽다.
정말로 사춘기다.
나아지질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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