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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담구기 2

이번엔 지난 번의 기억을 되짚으며 다시 철저한 준비에 들어갔다.

반드시 “절인배추”로 김장을 담구고, 그날 술을 먹고, 다음날 천천히 올라오리라...하는...

그런데, 재작년 멤버들과 통화를 하며 김장 준비를 하는데...

참내... 얘네들은 김장을 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가 갔었냐고 하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뭐를 우리가 준비해 가야 하는지 물어보랬더니

그집에 다 있으니 김치통만 들고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지난 번엔 젓갈도 샀고, 과일은 그집에 없어 다른 친구가 가져왔었는데.. 싶어서

못미더운 마음에 직접 전화를 했다.

그 집에 있는 것은 절인 배추와 무, 그리고 고춧가루... 나머지는 다 사가지고 오란다.

그러면서... "누나... 걔네들 남자잖어." 한다.

더군다나 채칼도 없고, 고무장갑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이런... 쯧쯧...

이런 남자애들을 데리고 내가 무슨 김장을 하겠다고...

그러면서 자기가 김장을 하러 간 것도 기억을 못하는 후배녀석이

자기 어머니께서 이왕가는 거 한 7~80포기 해오라고 했다고... 그걸 다 하겠단다.

누굴 잡을 일있어? 우린 초보라구...

절대 안돼. 그리고 우리끼리야 괜찮지만 그렇게 했다가 다 망치면 두고두고 누굴 욕할라고... 겨우겨우 말려서 40Kg(우린 고작 기껏해야 15Kg 정도 할건데 쒸이~)만 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그래도 전체 해야하는 김장이 최소 60Kg은 되는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어쨌든 이것저것 재료와 준비물을 챙겨 출발~~

그런데... 불상사가 또 생겼다. 총 4명이 3집 김장을 하는 건데,

그 중 한 후배가 회사에 일이생겨 밤에나 온다는 거다.

허걱!!! 내가 못살아... 완전 또 밤새겠네...

걱정은 태산이고, 완전 초짜들 두 남자 데리고 별 경험도 없는 내가 그 많은 김장을 헐~~

뭐... 그집에서 좀 알아서 코치해 주겠지...하면서 일단 시작!!!

재료는 농사짓는 후배가 동네에 아주 경험많고, 맛있게 김장 담구기로 유명한 분한테서 전달받은 분량에 따라 준비했다.

특히나 지난 번 오이김치 담굴 때 부추와 쪽파 때문에 죽을 고생을 한 남편이

손질된 대파, 쪽파를 사자고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마늘도 농협에서 다 갈아 주었다.

주인마님이 제공한 배까지 양파와 같이 갈아서 넣고는 흐뭇. ^^

 

총괄 지휘를 하며 무채를 썰게하고, 양념을 만들고 배추를 버무려 통에 담으면서

한쪽에서는 돼지고기를 삶기 시작했다.

배추는 속을 너무 많이 넣어 뚱뚱해서 접어지질 않고,

어떤 배추는 소금에 덜 절여져 애들이 밭으로 뛰어갈라하고...

얘네들을 이리저리 갈무리하며 한통한통 채워나가다 보니 어느새 가져간 10Kg 김치통 5개와 약 7~8Kg되는 김치통 4개가 다 채워졌다.

 

그런데 먹으면서 모두 하는 말... 아유... 너무 맵다.

원래 안매운 고춧가루 다섯근과 매운 청양 고춧가루 1근을 섞기로 했는데, 우릴 위해 남겨두었던 안매운 고춧가루를 동네 형이 급히 어디 보내주기로 한 곳에 문제가 생겼다면 가져가는 바람에 다시 다른 분한테 5근을 샀는데, 그게 아마 매운고추였다보다 한다...

헐... 쫌 많이 맵긴하네.

그래도 유기농 배추와 무에다가 갓과 쪽파를 한껏 넣고, 최고의 양념까지 더했으니 어찌 맛이 좋지 않을 수 있으랴... 더군다나...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만든 김장이니 뭐 말할 나위 없었다.

냉장고가 좁아 도저히 들어가지 않는 25Kg 정도의 김치를 누나가 하는 부동산 김치 냉장고에 갖다 넣고, 필요할 때마다 남편이 배달을 해오기로 했다.

올 겨울은 이제 정말 몸도 마음도 든든하게 날 수 있게 되었다.

맛 보고 싶은 분은 연락하시라~~ 단 좀 맵다는 거...

 

무채를 썰을 뒤에 쪽파를 썰면서 생각을 빻고 있다. 생강을 까먹고 같이 갈지 않아서 저렇게 수공업적으로 ㅎㅎㅎ  자기가 마치 선수인 양 하던 후배, 생강 씻어오랬더니 원형그대로 보존하면서 사이사이를 다 파내서는 한 시간에 걸쳐 400그램의 생강을 씻었다. 어차피 찧을건데... 쯧쯧...

쪽파는 어찌나 크게 썰었는지, 애들이 따로 논다. 흐으~~

 

버무리기는 서로 선수란다... 손이 보이지 않게 마구 문질러 대면서 배추들을 혼절 시키고 있다.  아마 이 속도로 갔으면 이틀을 꼬박해도 아마 끝나지 않았으리...

 

먹는 재미를 빼면 어찌 김장을 하자 했을까 싶은... 먼저 막걸리 한잔하고, 잔 건넨뒤 자신은 얼른 배추 싸서 먹고, 또, 먹여주고... 주거니 받거니... 아마 술 먹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면 절대 김장하잔 소린 안했을 거다.

 

주인장 가족. 태어난지 19개월된 소담이... 어찌나 말도 잘하고 귀여운지... 댄스는 정말 압권!! 소담의 재롱 덕에 웃음꽃이 활짝~~~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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