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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울림 초기 시절인 89년인가, 90년인가...
자주가는 신촌의 술집에서
우리가 공연을 하면 많이 도와주고 같이 노래를 부르던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한 친구를 데리고 왔다.
그 선배가 있던 한국음악극연구소에 피아노 연주자로 그날 들어온 친구였다.
세종대 피아노과 졸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긴 생머리에 도수 높은 안경을 끼고 앉아서 술자리 내내 한 마디 말이 없었다.
질문을 하면 고개짓으로 끄덕거리거나, 씨익하고 웃기만 했다.
4시간을 내내 같이 앉아 있으면서 말은 한두마디 했을라나?
그런데, 그날 술자리에서 우리가 예울림에 들어오라고 막 꼬셨더니
술자리 끝날 때쯤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선배도 약간 황당해 했지만 우리를 너무 좋아하고 친했던 터라 그러라고 했다.
하루에 두 군데 단체에 입단을 하게 된 친구.
하두 말이 없어서 김호철 선배가 붙여준 별명이 '심심이' 였다.
피아노 실력은 뭐 두말하면 서러울 정도였고 편곡 실력도 뛰어나 예울림 활동에 큰 힘이 되었고
또한 술자리도 좋아하여 늘 말없이 술자리에서 홀짝홀짝 들이키면서도
내노라 하는 주당들을 다 쓰러뜨리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통 말이 없었지만 가끔씩 술취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했는데...
그 때부터 꽃다지로 이어 계속 10년을 같이 활동을 하곤 어느날 의정부로 들어갔다.
거기서 음악하는 친구들하고 밴드를 만들고 지역 활동도 하고, 또 창작활동도 계속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가끔씩 공연장이나 행사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 말고
서로 연락도 없이 살았고, 그렇게 마주쳐도 활동 공간이 다르다 보니 그저 안부나 물을 뿐
술한잔을 한 번 같이 못했다. 그렇게 잘 살고 있으려니 하고 신경을 못썼었다.
그러던 올 해 초 그녀는 몹쓸 병에 걸려 버렸다.루푸스 라는 참 희한하고도 어려운 병에.
한달이 다 지나서야 겨우 소식을 접하고 병원에 찾아가서 보니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완전 뻐밖에 안남았고, 얼굴이고, 손발이고 피부가 모두 거뭇거뭇 죽어 있었다.
열도 심하게 나고, 기억도 왔다갔다하고, 숨도 가쁘고...
지금은 많이 좋아진거란다. 이전 병원에 있을 땐 병실도 못찾아 발칵 뒤짚어지기도 했다는데..
그래도 다행히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퇴원을 했다.
지금은 집에서 쉬면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데,
얼마나 아파서 고생을 했는지 집에 오니까 그냥 저절로 몸이 다 나은 것 같단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고 싶단다.
인간 사는 거 뭐 별게 있다고... 서로서로 챙겨주고 나누고 살았어야 하는데...
대단한 일 하는 듯 사람도 못챙기고 정신없이 살아온 게 많이 많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한의사 한테 불어보니 삶의 방식과 환경을 완전히 바꾸고 살아가야 한다고
특별한 치료법은 없지만 잘 관리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단다.
활동에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한 우리 친구들과 다같이
정말 어디 공기 좋은 곳에 내려가 공동체 마을을 꾸리고 살아야 하는데...
선배들도 친구들도 다 그런 꿈을 꾸곤 있지만 다들 꿈이기만 할라나?
그냥 아직은 이 자리에서 좀 더 사람들을 돌아보고
서로 보듬으며 천천히, 즐겁게 일을 하며 사는 게
하루하루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
몸도 건강하고, 관계도 건강하게~~
심심아~~~ 아프지 말고, 잘 이겨내~~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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