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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담구기 1

김치는 삼시 세끼 무엇을 먹던지 요긴한 반찬이며, 일용할 양식이고

냉장고에 김치가 가득차 있으면 언제나 든든한 마음의 양식이기도 하다.

누구는 부모 잘 만나 양쪽 어머니가 김치를 싸주시기도 하지만

친정이고 시댁이고 어머니들 모두 음식하길 싫어하는 분들이라

우리집에 김치를 조달해주는 분은 아는 후배 어머님.

둘다 직장을 다니면서 집에선 밥을 잘 안먹고, 주로 외식을 하는 부부라

김치가 남으면 어머니께서 또 갖다주실 때 김치가 냉장고 가득 있으면 미안하다고

우리집에 종종 갖다주곤 했다.

그..런..데.. 그게 불규칙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종종 집에서 밥을 해먹는 덕에 우리집 냉장고엔 김치가 씨가 말랐다. ㅠㅠ

그리하여 재작년에 이어 올해도 김장을 담구기로 했다.

 

 

재작년에는 양수리에서 유기농 고추와 단호박을 하는 후배가 배추를 조금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를 하기에 겁 없이 찾아갔다.

누군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들고 요리를 한다지만 나는 그런 거 잘 못믿고, 봐도 잘 모르겠고...

예전 눈 동냥하던 경험을 믿고 무조건 양수리로 갔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후배는 트럭에 우릴 태우고 밭으로 갔다.

거기서 배추를 한 3~40개 쯤 뽑고 (걔들은 관리가 잘 안된건지 애들이 다 벌어져 있고, 좀 작았다.)

그 옆에서 갓도 좀 뽑고, 오는 길에 마늘도 좀 뽑고(캐고?)

어느 밭엔가는 가서 쪽파를 뽑은 후 돈을 내고,

지나는 길에 김장을 담구고 있는 어떤 집에서 절인 배추에 속을 싸서 막걸리도 한 잔 얻어 먹었다.

마지막으로 농협에 들러 젓갈과 고기를 좀 사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한켠에서는 마늘과 쪽파를 까고, 집 주인들은 잠시 볼일을 보러 간 사이

그 유명한 신안 소금 푸대와 커다란 그릇과 배추를 놓고는 이걸 어떻게 절이나... 잠시 고민...

옆에서 거들어도 심부름하면서 버무리기나 했지 배추를 언제 절여 봤어야지...

일단 배추를 쪼개서 (그래도 생각엔 엎어 놓는 건 아닌거 같고...) 배추를 바닥에 한 판 깔고 소금을 뿌리고, 또 배추를 깔고 소금을 뿌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가 들어오신다.

 

 

뭐해? 나면엄마 없어?

(시골에서는 주로 누구 엄마 이렇게 부르는데, 아이가 없는 그집은 달리 호칭이 마땅치 않으므로 아이를 낳으면 엄마 라는 뜻으로 나면엄마, 아빠 라고 그집 부부를 불렀다.)

네... 잠깐 어디 갔는데...

뭐 하는거야?

네... 김장 좀 해볼라구요.

배추 절이는 거야?

네... 근데... 한 번도 안해봐서 이게 맞는건지...

에구머니... 이거 뭐하는 거야? 이러면 안돼.

왜요?

아이고, 배추를 물에 적셔서 해야지... 저렇게 소금만 뿌리면 그 자리만 까매져.

허걱!! 큰일났다. 빨리 다 꺼내!!

 

할머니는 한심하다는 듯 보시다가 손수 작은 다라에 물과 소금을 풀어 배추를 적셔 주셨다.

 

그리하여...

절인 배추를 기대하고 당일날 버무리며 막걸리 한잔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밤잠 설치며 들락날락 배추를 뒤짚고 어쩌구...

다음날 사과까지 갈아 넣고 갖은 양념을 하고 먹어보니 갓 향이 톡 쏘는 것이 아주 흡족한 김장이 되었다.

그리고 두 집에서 통에 나누어 집에 갔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같이 김장을 한 후배집에서는 어머니와 이모님이 열어서 드셔보시고는 싱겁다고 속을 다 털어내고 젓갈과 소금을 더 넣고 다시 버무리셨다는... ㅠㅠ

어찌되었든 우리는 그 맛있는 김장으로 겨울 한 철을 났으니...

그 기억을 못잊고 다시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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