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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프닝... 슬픈 헤프닝....

누나가 병원에 다녀오는 것을 돕기 위해 안산 밖으로 나갔다.

일을 마치고 누나 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

 

"형, 진서가 강아질 데리고 왔어. 길에서 만난 아줌마가 이틀 키워보라고 줬데"

"뭬야? 처음 본 아줌마가?"

"응"

"이틀 후에는 어쩐다고?"

"진서가 우리집 주소 알려줬대"

"첨 보는 사람한테?"

"응"

"그 아줌마 집은 어디래?"

"모른대"

..............

 

신혼 초부터 강아지 키우자고 노래를 하고,

또 한 두어번 실제 데려다 키우기까지 했던 현정,

내 불안한 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목소리에 행복한 기운까지 전해져 온다.

 

누나에게 간단히 이야기...

 

"으응? 이게 무슨 일이야? 무섭다. 빨리 가봐라. 왜 난생 처음보는 아줌마한테 뭘 받아온대?"

누나는 내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같이 느끼고 있는듯...

 

집에 도착.

아무도 없다.

조금 후 강아지 밥까지 사들고 하얀색 강아지와 함께 들어온 현정,

강아지 키우는 것에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를 가지고 반대해온 내 눈치를 좀 살피는 듯...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을 알아채진 못한듯...

 

"찜찜하다. 불안하다. 무조건 나쁘게 생각할 일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자꾸 좋지 않은 생각이 든다."

 

조금씩 사태파악을 하는 현정.

 

"도대체 정신이 이상한 사람 아니고서는 어떻게 자기 강아지를 생전 처음보는 어린아이에게 덥석 줘보낼 수 있는가? 뭔가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같이 불안해 하기 시작한다.

 

누나에게서,

누나의 이야길 전해들은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다.

 

세상이 많이 무서워지긴 했나보다.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 하고 강아지 맡겨버려라'

'학교, 학원에 알려라'

'당분간 아이와 함께 다녀라'

 

염려와 대책의 말, 말, 말...

 

성격 나온다.

난 계속 생각... 염려....

현정인 내 눈치를 살피면서도 하면서도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 밥을 챙겨준다.

 

일단 학원에 간 진서를 데려오고....

묻고 답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길게 말하고,

진서와 함께 현장검증(?) 다녀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서에 전화해서 상황 전하고, 대처방법 문의.

경찰서에선 일단 약속한 이틀을 조심하면서 기다려 보잔다.

 

불안.

불안.

 

나나 현정이나 무척 바쁜 이틀인데...

일도 꼬이고, 마음도 꼬이고....

 

한가지 바램.

'아줌마가 제 강아지 걱정되서 오늘 저녁에라도 와서 데려가면 좋겠다'

 

 

불안을 그대로 가지고 온식구가 조용하게 저녁식사 준비....

 

 

요란한 초인종....

 

처음보는 아줌마.

강아질 끌어안고 있는 진서를 쳐다본다.

안쓰러운 눈으로...

"아이, 미안해서 어쩌니... 미안해서 어쩌니..."

아마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일찍 데리러 온걸 미안해 하는듯....

 

어이가 없고, 화가 나지만 그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다.

 

"우리도 황당하고 걱정스러웠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그저 조심스럽게 한마디...

 

'진서가 강아지 보고 싶어하면 한번 찾아가려고 한다'는 핑게로 주소 확인.

 

강아지를 데려가는 아줌마 뒷 모습이 여전히 찜찜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안도의 한 숨.

하나님 감사합니다. 헤프님으로 끝나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 돌아보니....

 

 

아이구~~~ 이 철없는 모녀를 어째야 한단 말인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슬픈 눈을 하고 있는 엄마와 딸....

 

 

슬픈 헤프닝이다.

 

나에겐 믿을 수 없는 세상이 슬프고....

현정과 진서에겐 3~4시간 정을 주고 떠나버린 강아지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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