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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장타의 중요성

  • 등록일
    2008/10/10 18:43
  • 수정일
    2008/10/10 18:43

 

매이저리그의 디비전 시리즈가 끝이 났다. 디펜딩 챔피언인 보스톤 레드삭스와 '화제의 팀' 탬파베이 레이스가 AL 패권을 두고 다투게 됐고, NL에서는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리그챔피언십에서 맞붙게 된다. MLB 사무국에서야 '흥행 보증수표'라 할 수 있는 보스톤과 LAD의 월드시리즈 매치업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겠지만, 레이스와 필리스 역시 만만한 팀이 아니기에 양리그 모두 치열한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랜만에 쓰는 이 포스트의 주제가 이 뻔한 뉴스가 아님이 물론이다.

AL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났던 보스톤과 LA 에인절스의 시즌 상대전적은 8승1패로 LAA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본 DS 승자는 다름 아닌 보스톤. 아래 짧은 기록 두가지를 보자.


      G1   G2   G3   G4   Total

-----------------------------------

BOS   8    14   7    9     38
LAA   9    11   16   6     42

 

      G1   G2   G3   G4   Total

-----------------------------------

BOS   4    7    5    3     19
LAA   1    5    4    2     12


위의 표는 양팀 경기당 안타의 갯수를 나열한 것이다. LAA는 네 경기를 치르는 동안 보스톤보다 4개의 안타를 더 때려냈으며, 더 많은 안타를 생산해낸 경기도 두차례다. 하지만 경기당 득점을 기록한 아래 표를 보면 참담하다. LAA는 더 많은 안타를 때려내고도 보스톤에 비해 7점이나 적은 점수밖에 뽑아내지 못했으며, 더 많은 안타를 쳐낸 1차전에서는 오히려 4대1의 점수차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물론 이같은 결과에는 수비와 볼넷 등 많은 요소가 작용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장타력에 주목한다.


[사진] LAA의 4번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이번 ALDS에서 높은 타율에 비해 장타의 부재로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인은 명백히 LAA의 장타력 부재였다. 팀의 3번과 4번 타순을 책임지고 있는 마크 텍세이라(Mark Teixeira)와 블라디미르 게레로(Vladimir Guerrero)는 4번의 경기에서 30타수 14안타를 합작했다. 이는 5할에 가까운 성적이다. 엄청난 중압감을 갖고 뛸 수밖에 없는 포스트시즌에서 이렇게 훌륭한 타율을 보이는 두 타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축복 그 자체지만, LAA에게 결과는 재앙이었다. 문제는 '양'이 아닌 '질'이다. 두 타자가 생산해낸 14개의 안타 중 13개가 '1루타'였다. 유일한 장타는 게레로가 기록한 단 한개의 2루타 뿐이다. 결국 두 타자가 합작해낸 타점도 고작 1점에 불과했다.

[사진] 에인절스의 5번 타자 토리 헌터. 그나마 이번 시리즈에서 5타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테세이라와 게레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LAA가 기록한 42개의 안타 중 36개가 1루타였으며, 이는 곧바로 부족한 득점으로 드러났다. 12회 연장까지 치러졌던 3차전을 포함해 모두 39이닝을 뛰는 동안 LAA가 한 이닝에 2점 이상을 기록한 건 단 두 번 뿐이다. 그나마 그 두 번 모두 '2점 득점'이었다. 반면 보스톤은 2점 이상 기록 이닝이 여섯 번에 이르고 있으며, 그 중 최고는 4점을 뽑아낸 2차전 1회초였다. 보스톤은 LAA에 비해 4개나 적은 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친 대신, 7개의 장타를 더 때려내며 승리에 성공한 셈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디비전 시리즈의 최고 타자는 보스톤 레드삭스의 제이슨 베이(Jason Bay)라 할 수 있다. 베이는 .412의 타율을 기록하며 두개의 홈런과 2개의 2루타를 때려냈다. 장타율은 무려 8할8푼2리.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보스톤은 2008년 시즌에서 .447의 팀 장타율(AL 2위)을 기록했던 반면, LAA는 유일한 100승 팀임에도 불구하고 .413의 장타율(AL 10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LAA가 팀장타율 .344를 기록하는 동안 보스톤은 .375의 팀장타율을 보였다.

 

[사진] 보스톤의 ALDS 승리 수훈갑 제이슨 베이. 캐나다 국적의 이 젊은이는 시즌 중반 보스톤으로 트레이드 된 뒤, 전임자 매니 라미레스의 공간을 잘 메우며 선전하고 있다.

 

흔히 단기전은 '투수력과 장타력의 싸움'이라고 한다. 5선발 로테이션은 좀 엉성해도 확실한 1-2선발이 있으면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며, 일발장타로 상대의 기를 꺾고 득점력을 높일 수 있는 '장타력'의 유무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보스톤이 승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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