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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와 메이저리그의 경제학

  • 등록일
    2008/12/29 17:22
  • 수정일
    2010/09/13 12:34

온 세상이 경제위기로 떠들썩하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2009년 사업계획과 투쟁계획을 입안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경제위기’다. 각 산별연맹과 사업장에서 올라오는 소식들도 숙청을 앞둔 평양 시내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걸려있다.

 

경제위기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일 게다. 특히 스포츠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요즈음 도마에 오른 자동차업계 빅3중 하나인 GM이 2008년으로 만료되는 피츠버그 파이러츠와의 스폰서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GM은 이에 앞서 2006년부터 이어져오던 뉴욕 양키스와의 스폰서 계약도 중단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밀워키 브루어스의 홈구장인 밀러 파크의 서브 섹션(야구장 피크닉 공간)의 네이밍 라이츠 갱신계약을 포기했다.

 


[그림] 뉴욕 매츠가 2009년 시즌부터 사용하게 될 새로운 구장 조감도. 과연 계약대로 20년간 ‘씨티 필드’란 이름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년간 4억 달러로 새로 신축되는 뉴욕 매츠 홈구장의 네이밍 라이츠 계약을 맺었던 씨티은행은 경제위기로 정부에 2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요청하면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뉴욕 언론과 시민들은 “이럴바엔 아예 구장 이름을 씨티-납세자 필드(Citi-Tex payers Field)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지난 2000년에 엔론사와 30년간 총액 1억 달러의 네이밍 라이츠 계약을 맺었다가, 엔론사가 분식회계로 파산해 이를 파기한 사례가 있다.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은 새로 네이밍 라이츠 계약을 맺은 음료회사의 이름을 딴 '미닛 메이드 파크'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돈 쓸 놈은 쓰는 법, 요즈음의 뉴욕 양키스를 보면 과연 그러하다. 양키스는 올 스토브리그에서 거물 FA(자유계약선수)들을 싹쓸이하며 ‘경제위기’란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12월29일 현재 뉴욕Y가 사들인 FA는 투수 최대어로 꼽힌 C.C.사바시아와 A.J.버넷을 비롯해, 역시 타자부문 탑클래스 FA로 분류됐던 마크 텍세이라 등이다.

뉴욕Y은 텍세이라와 8년-1억8천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고, C.C.사바시아에게는 7년-1억6,100만 달러의 대박을 안겨줬다. A.J.버넷도 5년-8,250만 달러의 만족할만한 계약에 이르렀다. 뉴욕Y는 이에 앞서서도 2011년까지 2,100만 달러의 계약을 남겨놓고 있는 닉 스위셔를 영입하기도 했다. 뉴욕Y는 이밖에도 데릭 로우와 벤 시츠, 매니 라미레즈 등 특급 FA 추가영입을 위해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진] 뉴욕 양키스가 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확보한 거물급 FA선수들. 왼쪽부터 마크 텍세이라-C.C.사바시아-A.J.버넷-닉 스위셔.

 

이들 네 선수가 2009년 받게 될 연봉추정액은 6,730만 달러. 이는 2008년 연봉총액 최하위 구단인 플로리다 말린스(2,100만 달러)의 세배가 넘는 금액이다. 단 네 명의 선수가 받는 돈이 이럴 진데, 25명 로스터의 연봉총액을 합할 경우 2억 달러를 가뿐히 넘게 된다. 2008년 양키스에 이어 연봉총액 2위 구단이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연봉총액이 1억3천만 달러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다. 뉴욕Y는 이에 따라 최근 계속해서 이어오던 페이롤(전체 연봉총액) 1위 자리를 내년에도 무난히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일본에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3,300만 달러로 연봉총액 1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 라이온즈가 480만 달러로 1위 였다.

 

Rank(PY)   Team      2008 Payroll   2007 Payroll      Change
----------------------------------------------------------------

 1 (1)    Yankees    $209,081,579   $195,229,045   $13,852,534 
 2 (9)    Tigers     $138,685,197   $95,180,369    $43,504,828 
 3 (3)    Mets       $138,293,378   $117,915,819   $20,377,559 
 4 (2)    Red Sox    $133,440,037   $143,526,214   ($10,086,177)
 5 (4)    White Sox  $121,152,667   $109,680,167   $11,472,500 
 6 (5)    Angels     $119,216,333   $109,251,333   $9,965,000 
 7 (8)    Cubs       $118,595,833   $99,937,000    $18,658,833 
 8 (6)    Dodgers    $118,536,038   $108,704,524   $9,831,514 
 9 (7)    Mariners   $117,993,982   $106,516,833   $11,477,149 
 10 (13)  Braves     $102,424,018   $89,492,685    $12,931,333 
 11 (12)  Cardinals  $100,624,450   $90,286,823    $10,337,627 
 12 (17)  Blue Jays  $98,641,957    $79,925,600    $18,716,357 
 13 (14)  Phillies   $98,269,881    $89,368,214    $8,901,667 
 14 (15)  Astros     $88,930,415    $87,759,500    $1,170,915 
 15 (18)  Brewers    $81,004,167    $71,986,500    $9,017,667 
 16 (23)  Indians    $78,970,067    $61,673,267    $17,296,800 
 17 (11)  Giants     $76,904,500    $90,469,056    ($13,564,556)
 18 (20)  Reds       $74,277,695    $69,154,980    $5,122,715 
 19 (24)  Padres     $73,677,617    $58,235,567    $15,442,050 
 20 (25)  Rockies    $68,655,500    $54,424,000    $14,231,500 
 21 (21)  Rangers    $68,239,551    $68,818,675    ($579,124)
 22 (10)  Orioles    $67,196,248    $95,107,807    ($27,911,559)
 23 (26)  D-Backs    $66,202,713    $52,067,546    $14,135,167 
 24 (19)  Twins      $62,182,767    $71,439,500    ($9,256,733)
 25 (22)  Royals     $58,245,500    $67,366,500    ($9,121,000)
 26 (28)  Nationals  $54,961,000    $37,347,500    $17,613,500 
 27 (27)  Pirates    $49,365,283    $38,604,500    $10,760,783 
 28 (16)  A's        $47,967,126    $79,938,369    ($31,971,243)
 29 (30)  Rays       $43,820,598    $24,124,200    $19,696,398 
 30 (29)  Marlins    $21,836,500    $30,507,000    ($8,670,500)

[표] 2008년 메이저리그 각 팀별 연봉총액 순위

 

그런데 뉴욕Y는 어떻게 이런 지출이 가능한 것일까. 2007년 하드볼 타임즈에는 이와 같은 구조를 설명한 장문의 글이 포스팅 됐다. 결론적으로 뉴욕Y와 같은 빅마켓 구단이 천문학적 규모의 연봉지출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구단의 가치총액이 연봉총액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인 포브스(Forbes)지는 매년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구단가치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뉴욕Y의 구단가치 총액은 2008년 현재 13억6,000달러로, 2위인 뉴욕 매츠(8억2,300달러)와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 포브스지가 발표한 2008년 메이저리그 가 구단가치 총액

 

마이클 오자니안(Michael Ozanian)이란 이름의 포브스지 칼럼리스트는 한 인터뷰에서 구단가치 책정의 기준과 관련해 “구단의 가치는 과거의 구단매각 등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의 수입 총액과 해당 팀의 최근 홈구장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즉, 오자니안에 따르면 구단가치를 가름하는 최대 기준은 바로 ‘수입’이다. 여기에는 입장권 판매수익과 TV중계권료, 스폰서 수입, 각종 상표권료, 주차장 수입 등 구단이 팬으로부터 뜯어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수입을 의미한다.

 

‘과거 구단매각’은 실제로 일어난 구단 매매의 가격을 말한다. 아마도 이 요소는 포브스가 책정한 ‘이론가격’을 보정하는 요소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자니안이 꼽은 또 하나의 기준은 ‘홈구장 상태’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으나, 미국 야구장의 경우 한국과 다르게 수많은 수익요소(피크닉 존, 지역주민 야구교실, 고급 레스토랑 등)를 갖추고 있고, 대부분 지방의회 결정을 통한 공적 자금으로 지어지는 야구장의 소유와 수익분배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 여부가 구단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단가치 책정과 관련된 몇 가지 신화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적이 좋은 팀의 구단가치가 높을 것’이란 추측이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이와 같은 법칙은 성립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해왔던 미네소타 트윈스(25위)나 오클랜드 어슬렉티스(26위)의 경우가 그렇다. 이밖에도 △연고지 변경 △신축구장 건축과 유망주 영입 등도 구단가치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봉총액과 구단가치의 관계는 어떻게 이뤄질까.


[그래프] 구단가치총액과 연봉총액 변동추이 그래프

 

위 그래프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구단가치총액과 소속된 선수 연봉총액의 변동추이를 기록한 그래프다. 그래프의 Y축이 구단가치총액이며, X축은 연봉총액을 표시한다. 놀라울 것도 없이, 구단가치총액과 연봉총액은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구단가치가 상승하면, 연봉도 오른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금액의 변동추이에 약간의 시간적 편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95년부터 구단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2년 뒤인 1997년부터 연봉총액이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1990년대 초반 구단가치가 정체된 뒤 2년 이후 연봉총액도 묶였다. 구단가치와 연봉총액은 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동반상승하거나 동반정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칙은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2003년 0%로 제자리걸음을 했던 구단가치총액은 2004년과 2005년 각각 13%와 14%를 기록하며 상승하기 시작, 2006년과 2007년에도 호황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마치 짜고 치는 것처럼, FA선수의 몸값이 불어나기 시작한 것도 2004년부터 2년이 지난 2006년 부터였다. 그리고 오늘날의 이르기까지 구단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한 것을 볼 때, 올해 FA 선수들의 몸값 상승은 예측된 결과였다. 즉, 선수의 기량에 비해 과도한 연봉책정이란 비난이 있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면 ‘지불능력 이상의 오버페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사진] 뉴욕 양키스의 GM(단장) 브라이언 캐시맨(Brian Cashman). 한국이름으로 하면, '현질이' 정도가 될까. 여하튼 올 겨울 자신의 이름 답게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다시 뉴욕Y로 돌아와보자. 뉴욕 양키스는 최근 몇 년간 꾸준한 구단가치 상승일로를 걸어왔다. 내년이면 새로운 구장인 ‘뉴 양키 스타디움’을 개장한다. 뛰어난 FA선수의 영입은 그 연봉총액 지출증가분 만큼의 구단가치 상승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 경제는 시궁창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양키스 입장에선 지금이야말로 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기이며, 또 그럴만한 지불능력을 갖춰왔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통산기록을 볼 때 마크 텍세이라에게 안겨준 계약이 과도한 지출’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이렇게 사기 라인업을 구성해도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힘들 것’이란 예상까지, 양키스의 행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양키스 입장에서 이들 FA에 대한 투자는 ‘무리한 지출’이었다고 보긴 힘들다. 아울러 (역시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설사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구단가치 상승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팬의 입장에서야 이래저래 만족하거나 불만이 많을 수도 있는 양키스 프런트의 움직임이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뭐, 이런저런 문제를 다 떠나서, 한 사람의 야구팬으로 말하자면, 2009년 양키스를 상대하는 팀은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의 중압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아래 표는 2009년 양키스 예상 라인업과, 이들의 2008년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과연 쉬어갈 구멍이 없다. 100년 라이벌 보스턴의 대응이 그래서 더 흥미롭다.

 

                     G   AB    H   HR  RBI  AVG   OBP   SLG

----------------------------------------------------------------
LF Johnny Damon     143  555  168  17  71  .303  .375  .461
SS Derek Jeter      150  596  179  11  69  .300  .363  .408
1B Mark Teixeira    157  574  177  33  121 .308  .410  .552
3B Alex Rodriguez*  158  583  183  54  156 .314  .422  .645
RF Xavier Nady      148  555  169  25  97  .305  .357  .510
DH Hideki Matsui*   143  547  156  25  103 .285  .367  .488
2B Robinson Cano    159  597  162  14  72  .271  .305  .410
CF Nick Swisher     153  497  109  24  69  .219  .332  .410
C  Jorge Posada*    144  506  171  20  90  .338  .426  .534

 

 

 

 


                      GS  W   L    IP    SO   ERA

----------------------------------------------------------------
SP C.C. Sabathia      35  17  10  253.0  251  2.70
SP Chien-ming Wang*   30  19  7   199.3  104  3.70
SP A.J. Burnett       34  18  10  221.3  231  4.07
SP Andy Pettitte      33  14  14  204.0  158  4.54
SP Joba Chamberlain   12  4   3   100.3  118  2.60

 

* 2008년 부상 등으로 출장횟수가 줄어 2007 시즌 성적으로 표기

 

 

 



양키스처럼 비싼 선수를 한 팀이 독식하게 되면, 당연히 전력차가 나게 된다. 이렇게 벌어진 전력차이가 나아지지 않으면 '결과가 뻔한 경기'가 이어지며 관중도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노사는 이른바 '사치세'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사치세란 '팀의 연봉총액이 기준금액을 넘을 경우 일정 비율의 금액을 사무국에 내도록 하는 제도'로, 여기에서의 기준금액과 납부비율은 노사 합의로 결정된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지난 2006년 체결한 단체협약을 통해  특정 팀이 2011년까지 1차로 위반했을 경우에는 기준액을 초과한 금액(연봉 총액-기준액)의 22.5%를, 2년 연속일 경우에는 30%(2007년에만 40%)를, 3년 연속이면 40%가 부과토록 하고 있다. 2008년 현재 기준금액은 1억5,500만 달러다.

 

2003년부터 사치세를 납부해오고 있는 뉴욕 양키스는 2008년분 사치세로 2,690만 달러를 내게 됐다고 한다. 그 뒤를 연봉총액 2위 팀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130만 달러)가 차지했다. 1위와 2위의 사치세 금액차이가 큰 이유는, 사치세가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둬진 사치세는 노조원인 선수들의 복리후생과 미국-캐나다-푸에르토리코 등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대상국가의 야구발전에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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