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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2008, 박찬호 투구 매커니즘

  • 등록일
    2009/02/02 19:44
  • 수정일
    2009/02/02 19:44

요즈음 경제위기 구조조정 대응학교와 이런저런 고용관련 정책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바, 아무래도 블로그에 너무 소흘한 것 같아 '흔적 남기기' 차원에서 하나.

 

오늘의 주제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마르지 않는 떡밥 박찬호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박찬호 선수가 하체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는 한편으론 반갑고, 또 한편으론 걱정스런 보도인데, 투수에게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만큼 하체 보강을 통해 구속과 제구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반면, 허리부상으로 사실상 하체 훈련(런닝)을 중단하다시피 했던 박찬호에게 부상재발의 위험 역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루를 하는 것도 아니고, 팔로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하체가 왜 중요할까.

아래 그림(http://www.mlbpark.com에서 따옴)을 보자.

  

위 투구모션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투수로 본격적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1997년도 투구모션이다.

 

 

그리고 이건 2008년 박찬호의 투구모습.

 

투구모션에서 드러나듯이, 1997년의 박찬호는 축이되는 오른쪽 무릅을 거의 앉다시피 구부리고 있으며, 자연스레 왼발이 땅에 닿는 스트라이드 지점도 멀리 떨어져 있다. 보기에도 다이나믹한 모습을 연출하며, 물 흐르듯 자연스런 투구동작이 이어진다. 흔히들 말하는 '상체가 아닌 온 몸을 사용해 공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투구의 릴리즈 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도 더 지면에 가깝게 붙으며,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할 때 타자의 시각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라이징 패스트볼'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전성기의 박찬호는 이 '라이징 패스트볼'로 유명했는데,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바비 콕스 감독은 "박의 공은 1풋 정도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고 탄성을 내지렀을 정도였다.

이와 같은 투구모션은 공에 더 많은 힘을 실어 구속이 증가하는 장점이 있지만, 엄청난 하체훈련이 동반돼야 한다. 하체가 튼튼하게 받쳐주지 못할 경우, 오히려 투구폼이 흐트러지고 제구에 애를 먹게 된다.

 

하지만 박찬호는 다저스 시절 막판 허리부상을 당하며 하체훈련인 '달리기'를 중단하게 된다. 텍사스 시절 '자전거타기' 등으로 하체훈련 대체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결국 24인치에 달하던 그의 '허벅지'도 하체훈련 축소와 함께 얇아지기 시작한다.

 

이에 따른 효과는 2008년 투구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08년의 박찬호는 오른발의 구부러짐이 10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축소됐으며, 자연스레 왼발의 착지지점도 투구판에 더 가까워졌다. 1997년 투구모션과 비교하면 '상체에 의존해 공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나마 2008년은 2003-2007년 때보다 하체활용도를 높였던 해였음을 보면, 그의 부진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허리의 움직임도 비교된다. 1997년 박찬호는 투구 뒤 허리를 틀어 포수 쪽으로 바꾸는 각도가 매우 크다. 전문가들은 이 동작을 'recoiling'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만큼 하체와 허리 활용도가 높고 투구동작 뒤 수비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허리에 무리가 오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허리부상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박찬호로서는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반면 2008년 박찬호는 허리의 리코일링이 여전히 발견되지만, 1997년에 비하면 현저하게 각도가 떨어진 점을 알 수 있다.

 

투수에게 '투구 매커니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구속과 제구력, 부상여부가 모두 그 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부디 박찬호가 새로운 팀 필라델피아에서 전성기 모습을 되찾아 선전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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