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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정세 (노힘)

2008년 정세전망(초)

 

2008.01.19

노동자의힘

 

 

1. 국제정세

 

1) 국제경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이른바 금융세계화를 주도해왔던 미국경제의 침체와 불안정성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는 심각한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축통화인 달러의 헤게모니 또한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경제전망과 관련하여 미국의 지배계급 스스로 경기침체로 인한 성장둔화를 예견하고 있고, 경제성장률이 1-2%에 머물것이라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는 제로성장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미국 등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경제의 침체가 ‘국제적인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이어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금융불안정성은 이른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이 제도는 그 채권 대부분을 전 세계 금융회사와 연기금등이 보유하고 있어, 단지 미국내의 사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미 2007년에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이미 상당액을 손실처리해야 했으며, 이후 대출상환이 부실해질 경우 사태는 2008년, 2009년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또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차입자 중 산당수가 이른바 오토론(자동차할부대출) 연체자와 겹쳐있어 모기지시장과 오토론시장이 연계된 신용위기상황도 예견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침체와 금융시장의 경색은 미국달러화의 약세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미국의 주식시장,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온 자본들이 다시 원유 및 원자재 투기시장으로 몰려가면서 이들 원자재가격의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야기시키고 있다. 한편 이른바 국부펀드가 대두하면서 미국의 경제헤게모니에 대한 자본블럭간의 경쟁이 및 대립도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이미 서브프라임모기사태에 중동의 국부펀드가 개입한 사례에서처럼, 또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국부펀드 조성 움직임이 보여주듯 국부펀드를 이용한 통신, 에너지, 금융산업에 대한 자본 블럭간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한편 이른바 세계의공장이라 불리우는 중국경제의 경우 경기과열과 물가앙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고,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안정위주의 통화정책을 긴축정책으로 전화하고 있다. 이는 과열성장과 통화팽창에 따른 물가폭등 때문이다. 실제로 물가는 최근 6%를 넘어 중국 내 경기뿐이 아니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시킬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경제는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는 8월까지는 증시활황과 고성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이후에는 고물가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의 위안화 절상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점도 향후 중국경제의 향배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은 금융시장외에도 유가앙등과 곡물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확대될 조짐마져 보인다. 경기가 침체함에도 물가가 상승되는 이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곡물가격의 경우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에 비해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여기에 바이오에탄올 원료용 옥수수가격의 상승 등으로 향후 10년간 농산물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미국, 유럽, 등에서는 경제성장률은 낮은 반면 소비자 물가지수가 4%이상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신흥국가들의 성장은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와 식료품가격의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2) 국제정치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의 심화는 경제적 수준은 물론 정치적인 수준에서도 미국헤게모니의 약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여타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제국주의 국가 혹은 자본블럭간의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유로화의 도입으로 상징되는 경제통합을 정치통합으로 확장하여 미국의 헤게모니와 인접한 러시아 그리고 중국등 신흥강국의 도전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 방안이 이른바 2002년 2월 맺어진 ‘니스조약’의 개정이다. 즉, 비준절차상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헌법안이 2005년 프랑스와 네델란드의 반대로 표류하자 2007년 부뤼셀에서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각국 의회의 비준만으로 개정이 가능한 조약을 변경하고자 하고 있다. 만일 2009년 개정조약이 발효되면 회원국소관이었던 외국인직접투자 분야가 이관되어 유럽연합이 대외협상권을 발휘하는 등 경제와 정치가 통합되는 체제로 변화되며, 이로써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유력한 세력이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특히 2007년 중국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하여 경제성장과 부국강병을 통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선언하고, 과학적발전관과 샤오캉사회론(중산층사회 즉 의식주가 해결된 중등생활이상의 복지사회)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사회안에서 계급갈등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 공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도 공식적으로 추산된 집단시위는 8만7000건에 달했으며, 이는 대부분 국영기업 개조작업과 부동산 재개발에 따라 거리로 나앉게 된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이 일으킨 시위였다. 한편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미 석유회사 인수를 시도하는가 하면, 군사분야에서 군비지출을 증대하는 등 전세계적인 군비경쟁체제에 뛰어들고 있다. 군비의 규모는 중국정부의 공식자료로도 일본의 방위비에 근접하며, 실제로는 미국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외정책과 관련하여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기에 안정화를 기본기조로 하여, 미국, 일본과의 화해협력 정책을 펼치면서도, 대만의 독립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으나, 푸틴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연속 3번 연임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푸틴은 ‘단합러시아당’의 후보로 메드베데프를 추천하고 당선되면 자신이 총리역을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하였고, 이는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난 8년간 연평균 7%의 경제성장과, 세계3대 외환보유고가 보여주듯이 새로운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풍부한 에너지자원(천연가스, 석유 목재등)의 덕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 있어서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핵무장 국가로 미국을 위시로 한 NATO와도 종종 안보정책에서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의 아시아 정책은 경제적인 것에 치중하고 있으며, 특히 동시베리아-태평양송유관 건설은 에너지수출국으로 자신의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다. 또 극동지방개발과 관련 도로 등 인프라건설과 가스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APEC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의 자본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1월 대선이 예정되어 있으며, 부시의 일방적인 외교정책 특히 이라크전쟁의 후유증, 경기침체 등으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승리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관련 부시정부는 이자율을 5년간 동결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금리인하등의 조처를 취하고 있으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외정책과 관련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자국에 우호적인 정부를 만들지 못할 경우, 아프리카 공략의 거점확보, 카스피해의 에너지자원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기에 총력전을 전개하려 할 것이다. 최근 제출한 해외주군둔 재편안의 주내용은 20011년까지 유럽의 병력을 이동 이들 지역에 7만4천명의 병력 증원하는 것이다. 한편 이란이 핵활동이 미국의 우려에 크게 못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태에서, 이란이 중국 혹은 러시와 협력을 강화할 경우 중동에서의 미국의 입지는 더욱 협소화될 것이다.

 

남미의 경우 이른바 좌파정권의 등장이후 기존 기득권세력의 반발로 정치 사회적 변화에 일정한 제동 혹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반제 반세계화투쟁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볼리비아의 경우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높이고, 토지 개혁을 추진하는 등 그 동안 소외되어 왔던 선주민과 빈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가스 세금을 활용해 60세 이상의 볼리비아인들을 위한 연금 재원으로 쓰겠다는 정책을 발표해 야당과 부유층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경우 2007년 12월 2일에 진행된 개헌 국민투표가 찬성 49.3%, 반대 50.7%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민중들이 선택한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며, 다시 개헌을 추진하지 않는 한 차베스 대통령은 2013년 대통령직에 다시 도전할 수 없게 되었다. 차베스를 대신할 인물이 부재한 현재상황에서 이번 개헌의 패배는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주의 운동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하게 빈곤한 노동자, 노동조합 활동가, 공무원들은 물가인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임금 인상과 물가 인상 및 상품 부족을 해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 차베스파의 경제 사보타지를 막아내고, 차베스의 혁명이 아닌 베네주엘라 민중의 혁명이 지속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2. 한반도 동북아 정세

 

한반도 정세의 경우 이른바 ‘북핵위기’가 일정하게 해소될 가능성을 가지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상호관계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의 경우 2007년 10.3 합의를 통해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합의를 도출하였으며, 비록 핵프로그램의 신고대상의 범위를 둘러싼 북미간 대립이 존재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정권의 각각의 이해관계로 2008년내에 일정한 성과를 도출하려 노력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신고에 상응하는 조치로 테러지원국 명단, 적성국교역법의 해제를 제출하였고, 이는 향후 평화협정체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에는 북한정권의 내외적 조건이 작동하고 있다. 2008년 북한정권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이며, 5년마다 실시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도 예정되어 있다. 북한정권은 2007년 11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자고 주장하면서, 경제건설에 국가역량을 집중할 것을 시사하였다. 즉, 대내외정책에서 실용주의적경향이 강해질 것이며, 특히 이명박정권의 등장에 대해 신년사에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남북경협과 경제재건에 중점을 둘 것을 밝혔다. 2012년은 만 70세가 되는 김정일의 후계자 구도 문제와도 연동되어 있다. 즉, 북한 정권은 북미관계개선과 남북경협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안정적인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려할 것이다.

 

한편, 이명박정권의 대 북한정책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강화에 근거하면서 자본의 필요에 따른 실용주의적 노선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 북핵문제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6자회담의 틀에서 해결을 추구하고, 노무현정권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유연성 등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 동참할 것이다. 이미 인수위는 5000명의 평화유지군 상시 운영,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 확대, 해상수송로 보호를 위한 해상 합동군사훈련 참가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며, “한미동맹의 복원 강화”를 제일의 대외정책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면 400억달러 규모의 국제협력기금을 조성하여, 북한에 3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00개 육성, 북한 주요 도시 10곳에 기술교육센터 설립 및 산업인력 30만명 양성, 서울~신의주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을 일궈내겠다는 계획을 제출하는 등 남북경협에 대한 의지를 함께 보이고 있다.

 

동북아 정세의 경우,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자본블럭간의 이해관계가 때론 정치군사적 긴장으로 때론 경제협력의 확대라는 이중적 양상을 띠고 복잡하게 얽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동유럽 MD(미사일방어시스템)를 겨냥한 것이기는 하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고, 중국과 상하이협력기구를 구성 합동훈련을 실시하였다. 이에 미국 일본 호주 또한 합동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미국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군사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07년 12월 MD개발을 성공하였으며, 이는 북한이 보유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동북아지역의 군사비가 증가하고, 특히 강대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군사비 5백억달러 그룹으로 조만간 진입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한국도 250억달러에 이르는 군비를 지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동북아지역의 군비경쟁의 이면에는 또한 자본블럭간의 경쟁이 놓여져 있고, 이는 역으로 국가간 경제협력의 형태로도 현상된다. 일예로 중국은 일본 기술의 획득 등을 목표로 중-일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후쿠다 수상 방중이후 후진타오 주석이 일본을 답방하며, 양국간 과학기술이전, 일본산업단지 건설, 동중국해 천연가스 공동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와 한국은 동시베리아 극동지역 개발투자의 형태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연결사업, 에너지개발, 남-북-러 3각 경협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북핵문제해결이 관건적이다. 이렇듯 동북아정세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라는 정치적 긴장을 한축으로 하면서도 자본국가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상호 맞물리면서 다차원적인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3. 국내정세

 

1) 한국경제

 

한국경제 관련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재벌연구소의 경우에도 4%대의 성장률을 예견하면서, 미국 서브프라임부실과 고유가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관계자들도 서브프라임모기지 금리가 08년 1월부터 다시 치솟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금융시장의 금리는 9년래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국채를 비롯한 채권금리 상승이 예상되어 외화차입이 많은 기업들에게 부담이 증가될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국경제는 현재 여러 요인들이 충첩되어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주택대출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8%대로 치솟는가 하면, 고정금리도 9%를 넘어섰다. 이는 채권시장의 금리가 급등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대출자들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물가가 상승하고 소비가 움츠러들고 있다. 물가의 경우 3%이상 상승률을 보일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유가와 곡물가가 동시에 오르고 원자재부담까지 가증되는 형국이기 쉽게 잡힐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편 외국투자자들 또한 향후 5-6년내에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는데, 그 요인으로 석유 등 원자재가격상승과 중국등의 추격 등 주로 외적 여건을 들고 있다. 실제로 미국 등 경제성장의 둔화는 달러화의 역세와 원화 상승으로 수출 증가율을 낮출 것이다.

 

중국경제 또한 한국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정부의 긴축조치와 가공무역정책의 변화, 그리고 물권법의 실시와 노동법강화, 친환경정책 등은 제조업 자본들에게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그동안 저가의 중국제품으로 유지되어온 한국의 서민경제가 중국의 인플레로 압박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증시의 하락이 본격화 될 경우 그동안 해외펀드의 30%에 해당하며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얻던 이른바 ‘차이나펀드의 특수’ 또한 사라지게 된다. 특히 전체 수입 중 대중국 비율이 18%에 달하는 한국의 경우 중국경제의 영향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2) 이명박정권과 한국사회

 

이명박정권은 노무현정부가 추진해온 신자유주의정책 즉 한미동맹강화, 제국주의전쟁참여, 한미FTA, 비정규직법, 자본시장통합법 등 일련의 친자본주의 정책을 유지 계승하면서도 보다 노골적으로 이를 확대 강화할 것이다. 이점에서 이른바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의 계급적 본질은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이전 정부와는 지배방식에서 일정한 차별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일예로 노무현정권으로 표상되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 이해당사간의 타협을 강조한 것에 비해, 이명박정권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저항세력에게 보다 ‘법치주의’ 즉 억압적인 방식으로 대할 것이며, 반면 자산계급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정책으로 일관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국정운영의 4대 원칙의 내용은 자율과 경쟁, 배려와 관용, 법의 지배, 감세와 절약 등인데, 이는 자율이라는 미명하게 기업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에 대한 배려를 최대화하며, 반발하는 노동자민중에게 엄격한 법의 심판을 가하고, 자산계급에겐 감세를 무산계급에겐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의 경제정책은 자본의 무한질주를 위한 모든 사회영역에 대한 시장화공세라 할 수 있으며 그 핵심에서는 금융지배체제의 강화와 공공부문의 파괴가 놓여져 있다.

 

이명박정권은 노무현정권의 자본시장통합법을 기반으로 자본간 상호출자를 허용하여 독점자본을 강화시키려 하며, 금산분리법을 완화 혹은 폐지하여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결합을 가속화시켜 거대 금융자본의 사회지배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은행 민영화는 물론 우체국의 민영화까지 들고 나오면서, 은행, 보험, 증권회사 등의 통합을 재촉하고 있으며, 연금개혁이라는 미명하게 연금마져 금융시장에 투입하여 거대금융투기자본의 형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미 초국적자본으로 성장한 재벌들의 거대금융투기자본으로 전화와 이를 통한 해외투기자본과 결탁 혹은 경쟁을 통해 자본에게 새로운 시장과 투자처를 향한 활로를 열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한국사회전체를 걸고 판돈을 만들어 세계적 투기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그야말로 ‘신자유주의기업국가’의 ‘CEO’로 자처하고 나선것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정권의 공공부분에 대한 시장화공세는 곧 최소한의 사회공공성이란 틀마져 파괴하는 것으로 현상화될 것이다. 정부의 기능축소 혹은 부처간 통폐합의 본질은 국가의 공적인 책무를 방기하고, 철저히 모든 분야를 시장화하여 자본에게 맡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예로 그나마 존재하던 부동산투기에 대한 최소수준의 규제마져 포기하고 부동산투기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며, 중고등학교 조차도 평준화를 해체하여 무한경쟁에 내몰며 사교육시장에 뛰어든 교육자본의 이해를 충족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MBC 민영화 발언에서처럼 공영방송을 축소하고, 신문과 방송의 겸업을 통해서 거대자본의 언론장악을 허용하여 언론의 공공성을 파괴하고자 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료, 에너지는 물론 마시는 물마져도 시장화하여 자본의 무한이윤창출을 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경제살리기를 내걸고 당선된 이명박정권은 성장주의를 골자로 경제성장률 7%, 300만개의 일자리 창출, 국민소득 4만달러와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의 진입을 말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현재는 이미 2001년부터 시작된 경기순환을 마감한 시점 즉 세계경제의 공황의 경고가 공공연히 제기되는 상황이며, 한국만이 이를 피해갈 수 없다. 또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곧 국민경제의 질적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상은 기업운영의 최적의 조건마련을 위해 노동자민중에 대한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는 이명박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대운하’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압축적 성장’을 내건 이명박정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으로 화폐의 유통속도를 빠르게 순환시켜 단기적 경제지표를 높이는 방안으로 운하건설과 같은 대규모토건사업을 추진하려 할 것이나, 이는 재앙으로 귀결될 위험이 높다. 3면이 육지이고 국토의 70% 산지인 국가에서 운하의 경제적 실효성도 문제이지만, 이 과정에서 파괴되는 생태와 환경은 세대를 뛰어넘는 상흔을 만들 것이다.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거대토건사업에 뛰어들 자본뿐이며, 노동자 민중들은 새만금과 서해안 원유사건이 그러하듯 그 피해를 대물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한편 2008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의 경우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견된다. 이는 집권초기 정부의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대세론과, 이미 대선에서 나타난 득표율이 연속성을 가지고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총선을 둘러싼 부르조아 정치세력간의 합종연횡도 여느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며, 한나라당의 경우 공천과정에서 박근혜세력의 이탈여부, 정몽준 등 차기 당권을 노리는 세력들간의 전초전이 될 것이다. 여기에 이회창 진영이 일정하게 총선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두개의 보수정당과 대선패배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통합신당, 민주노동당 등의 약세로 이변이 없는 한 여대 야소의 구도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3) 노동자 민중의 조건

 

이명박정권은 탄생은 비정규직노동자는 물론 공공, 금융부문 그리고 공무원노동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친 기업’과 ‘규제완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부문 민영화와 이에 따른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미 이전 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의 집권시기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기는 하나, 이명박정권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및 세출예산 축소 정책으로 인한 구조조정, 한미FTA 비준 임박으로 인한 공공서비스 기반 축소, 경기불안 및 경제위기 이데올로기로 인한 공공부문 구조개혁 공세,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 도입 등을 무기로 더욱 거세게 몰아부칠 것이다.

 

또 정부조직 개편, 공무원에 대한 경영혁신(성과급 확산, 연금제도 개혁 추진)을 필두로 이미 법제도가 준비된 영역(발전, 가스, 지역난방, 인천공항 등)에서부터 자회사 매각 또는 경쟁 운영체계, 주식 상장 등을 시도함과 동시에, 민영화(자산 매각) 효과가 큰 국책은행(산업은행의 투자부문, 기업은행)의 단계적 민영화, 시중은행(우리은행)과 기 민영화 단계에 있는 공기업(문화방송 등) 등의 추가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며, 이는 해당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또 공무원에 대한 임금동결은 임금 억제 가이드라인이 되고, 최저입찰제 도입은 이들 납품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의 요인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공격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비정규직의 규모는 증가일로(2007년 8월 861만명)에 있으며, 자본은 기간제보호법을 회피하기 위하여 무기계약으로 전환, 계약해지 및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명박정권의 일자리 창출은 근본적으로 비정규직의 확대에 근간할 것인데, 이는 이들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말하지만 ‘불합리한 차별 및 시정절차의 합리적 개선'이란 표현에서처럼 그 규정을 모호하게 만들고 실제로는 학력, 경력, 성별, 직무별 난이도에 의한 차별을 합리화하여 비정규직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2008년 7월부터 10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에도 비정규법이 적용될 예정인데 2007년의 경우처럼 이를 회피하기 위한 외주용역 전환 등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더욱 확장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노동자들의 필연적으로 야기시킬 것이고, 이에 대한 이명박정권의 대노동정책은 ‘법치화를 통한 노사관계의 안정화’이다. 이명박정권은 불법시위로 사회적비용과 손실이 크기에 이를 근절하겠다며 사실상 파업과 집회를 무력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시위가 빈번한 지역에 상설시위지구를 설치 한정된 공간에서만 집회를 허가하고, 엄격한 법집행과 공권력 투입을 통해 집회 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려 할 것이다. 동시에 노 사/민/정 대타협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지역단위로 전화시켜서 전국적 의제 형성을 막아내고, 지역 민간인들의 참여와 무쟁의에 대한 지역교부금 등의 인센티브 제공계획에서처럼, 지역적 수준에서부터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사안을 지역사안으로 분산 고립시켜 무력화시키려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렇게 이명박정권의 대 노동공세가 매우 파상적임에도 노동자 민중운동의 상태와 조건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대선시기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뉴라이트 노조운동의 등장에서처럼 노동조합운동의 체제내화는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으며, 이로부터 민주노조운동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대선시기에 자유주의개혁세력에 대한 지지는 물론 이명박에 대한 지지를 민주노조 전직간부들이 하는 작태가 벌어졌으며, 대공장, 남성, 정규직 노동자 중심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개별자본의 지불능력에 의존하며, 서구유럽이 그러했듯 비정규직과 실업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한 채, 산별노조체제는 계급타협체제의 도구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정권의 노동정책에 ‘죽기살기로 싸우겠다’고 말했지만, 노동자들이 분신자결을 하는 상황에서도 산별대장정을 강행하는 것에서처럼, 또 투쟁이 국회 앞 투쟁으로 정형화, 박제화 되면서 지역, 현장, 부문의 투쟁이 당사자들만의 절박한 투쟁으로 고립되어버린 현재의 지형속에서 발본적인 전환과 전복이 없는 한 또 하나의 수사로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은 농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농민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위기의식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극단적 시위로 표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한미FTA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농민총궐기대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한편 한칠레 FTA 국회비준 때처럼 농촌지역 국회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소극적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의 국회지형에서 한미FTA비준은 강행될 것이다. 문제는 농민에 대한 분할 포섭이 더욱 강화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명박정권은 노무현정권이 그러했듯이 농업의 시장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에서 농업인력의 양성, 유망기술 및 품목에 기반 구축에 주력하게 될 것이며, 생산, 가공, 유통의 전 부문에 걸쳐 산·관·학협력체계를 강화하여 농민에 대한 분할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태되는 농민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농가등록제가 그것인데 이는 자영업자들이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 것처럼, 농가도 각자의 경영정보를 등록하도록 해 이를 기준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즉, 현행 품목별 가격보전 방식의 직접지불제가 농가별 소득보전 방식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농업 및 농민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의 성격을 갖으며, 이 과정에서 농민의 계급분화가 가속화 될 것이다.

 

여성과 빈곤의 경우도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여성의 경우 비정규법이 확대적용되면서 대부분 소사업장에서 노동을 하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불가피하나, 개별적이나 산개투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기에 그나마 노무현정권에서는 성주류화전략이라는 미명하게 바우처 제도를 통한 일-가정 양립정책 등 나름의 복지정책 등을 여성가족부를 통해서 실행해왔으나 이명박정권은 이런 여성가족부조차도 통폐합해버렸다. 게다가 뉴코아-이랜드 투쟁의 발발에 있어 책임은 노조쪽에 있다는 발언,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해법은 법적 해결로 대응하겠다는 등의 발언, 또 여성문제에 있어 공약의 우선순위를 일반주부, 서민층 여성, 저소득층 배려에 할당 한다 등에서처럼 이명박정권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문제를 전혀 해결할 의지조차 없으며, 동시에 여성을 일하는 노동자로서 바라보는 관점조차 없다. 이런 점에서 여성과 여성노동권의 권리는 심각히 위협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

 

복지의 축소와 사회적빈곤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명박정권의 ‘성장복지’란 실상 신자유주의 전략을 복지 빈곤 정책에서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라는 명분하에 입원환자 식대의 본인 부담률이 50%로 높아지고 장애아동 무상보육료 지원 50억원, 보육시설 확충 등이 삭감될 것이다. 보육시설 또한 국공립 시설의 증가가 아닌 민간보육시설의 증가이며, 교사 또한 시간제교사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한편 온갖 선심성 공약은 남발하였는데 정작 10조원이 추가로 들 재원과 관련하여서는 정부기능 축소와 효율화 등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면 문제 없다 식이다. 결국 재정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복지혜택의 대상자가 축소될 것이고 이로 인해 기초적 복지혜택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또, 재개발 재건축 등 부동산 시장을 활발히 하겠다는 주장에 비해 기존에 서울시장 시절 행했던 것처럼 주거 빈곤층, 노점상, 재래시장 등에 대해 그 어떤 시혜적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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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당 방침(사노련)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을 위한 정치방침>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희망을 만들어 가자!


1.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참패하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둘러싼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 민주노동당의 참패는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 대중에게 어떤 희망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민주노동당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고통 속에 절규하는 노동자 대중을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으로 이끌어 내려는 어떤 진지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조합 관료들을 기반으로 개량주의와 의회주의에 철저히 매몰되면서 신자유주의 집행자 노무현 정권의 2중대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다. 그로 인해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분노를 모아내는 주체가 되기는커녕 노무현 정권과 한 묶음으로 심판당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2) 민주노동당의 참패는 그 본질과 실상을 스스로 만천하에 까발리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 참패 이후 민주노동당은 시끌벅적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절규하는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배신한 데 대한 어떤 진지한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똑같이 배신해 온 이른바 자주파와 평등파 사이에 반성 없는 추악한 패권 다툼만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3) 대선 참패와 반성 없는 추악한 패권 다툼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위상은 결정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한동안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개량주의와 의회주의라는 잘못된 길로 이끌면서도 마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력한 희망인 듯 행세하였다. 그것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과 1996~97년 노동법 총파업을 거치며 성장해 온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민주노동당이 상당 부분 흡수해 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노동당에 참여하거나 지지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제 민주노동당을 박차고 나오거나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 10년 가까이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유력한 대안처럼 행세해 왔던 시대가 마침내 끝나가고 있다.

2. 사회주의 노동자당만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대안이 될 수 있다.

(1) 민주노동당이 개량주의와 의회주의의 길을 걸음으로써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배신해 온 것은 그동안 민주노동당을 주도해 온 자주파(민족주의)만의 책임이 아니다. 대선 참패 이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평등파(사회민주주의) 또한 개량주의와 의회주의를 주도해 온 또 하나의 주역일 뿐이다. 게다가 대선 참패 이후 평등파는 신당추진 세력이든 민주노동당 혁신 세력이든 더욱 노골적인 개량주의와 의회주의를 주창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민족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절규하는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정면으로 배신한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일 따름이다.

(2)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경쟁하는 정치세력이었던 노동자의 힘과 한국사회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대안이 될 수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음으로 인해 오히려 민주노동당이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받침돌이 되었을 뿐이다. 노동자의 힘은 노동자 권력 투쟁으로 나아가는 일관된 강령적 입장을 세우지 않고 시류에 따라 “반신자유주의”와 “반자본주의”를 왔다 갔다 하며 전형적인 중도주의의 모습을 보여 왔다. 노동자의 힘은 모호함으로 가득 찬 중도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림으로써 스스로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좌파 노조 관료들의 근거지로 타락해 왔을 뿐이다. 한국사회당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변종에 다름 아닌 사회적 공화주의를 내세우면서 노동자 운동 자체로부터 사실상 이탈해 왔다.

(3)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온전히 받아 안고 올바로 이끌어 나갈 유일한 대안은 개량주의 환상을 단호히 거부하는 사회주의의 길이다. 자본주의 모순이 나날이 격화되는 정세 속에서 자본주의 그 자체에 도전하고 자본주의에 정면대결 하는 태세를 갖춘 사회주의 노동자당만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대안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 철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노동자통제권 도입, 재벌 몰수․국유화 등을 내걸고 노동자 대중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조직하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의회주의와 관료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현장에서부터 계급투쟁을 조직해 나가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폐지와 노동자 권력 수립을 뚜렷하게 추구하는 사회주의 노동자당만이 벼랑 끝에서 절규하는 노동자 대중의 정치적 열망을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다.

3.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희망을 만들어 가자.

(1) 사회주의노동자연합(준)은 아직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추진하는 한 주체로 당당히 서려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우리만의 힘과 노력으로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건설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소중한 성과들을 쌓아가는 것 못지않게,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 또한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을 앞당기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을 제안한다.

(2)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을 위해 연대하고 결집해야 할 세력은 그 범위를 분명하게 할 때에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참된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개량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혁명적 사회주의 지향을 뚜렷이 세워야 할 것이다. 의회주의와 관료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현장에서부터 계급투쟁을 조직하겠다는 실천방향을 확고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주체가 도저히 될 수 없는 정치조직들에 더 이상 뒤섞여 있지 않고 단호히 결별하여 스스로 사상적·실천적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야 할 것이다.

(3) 지금으로서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연대와 결집이 실현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연대하고 결집할 주체들이 자신의 지향을 분명히 세워내고 드러내며 소통하는 길에 과감하게 나서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되고자 하는 여러 동지들에게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주체로 자신을 재정립하며 과감하게 떨쳐나설 것을 호소한다. 또한 현장의 계급투쟁 속에서 성장하는 현장 활동가 동지들이 정치적 도약과 결단을 통해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주체로 스스로 우뚝 설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

(4) 연대와 결집의 방안은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의 윤곽이 드러나고 소통이 진전되는 것을 바탕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추진 세력들과 긴밀히 소통할 것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연대와 결집의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5) 노동자 정치세력화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은 노동자 대중의 솟구치는 투쟁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추락에서 비롯된 만큼 많은 한계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나날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노동자 대중은 머지않아 거대한 폭발력으로 자신의 분노를 세상에 드러낼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사태는 그 전주곡에 다름 아니며, 우리 모두는 머지않아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가차 없이 내던져질 것이다. 뜻과 힘을 하나로 모아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을 향해 연대하고 결집함으로써 비상한 역사의 부름에 온몸으로 응답해 내자.

2008년 2월 4일

사회주의노동자연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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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사태논평(해방연대)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하였다.



1.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하였다.


대선에서의 참패로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몰락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2005년 울산북구재선거, 2006년 지자체선거에서의 패배 이후에도 패배에서 아무런 교훈도 끌어내지 못하고, 아무런 자기변화도 실천하지 못한 민주노동당에게 노동자, 민중은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사태를 더욱더 극단적으로 악화시킨 것은 대선참패 이후 한 달여 동안 보인 민주노동당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권영길 후보와 경선과정에서 권영길 후보를 적극 지지한 자주파와 개인들, 그리고 선대위와 최고위원회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대선이 참패로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대선참패의 정치적 책임을 진 사람은 사실상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에서 ‘전진’을 중심으로 대선투쟁의 참패에 대한 철저한 평가는 하지 않으면서, ‘종북주의 때문에 대선투쟁에서 패배하였다, 종북주의 때문에 당이 망했다’는 정치적 공세만이 난무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심상정비대위가 구성되었지만 진정성 있는 반성과 평가는 누락된 채 정파 간 정치공세가 악화될 뿐이었으며 그 결과는 민주노동당의 완전한 정치적 몰락이다.

신당파의 의견을 사실상 반영한 비대위의 평가와 혁신안은 평가의 핵심을 완전히 비껴갔으며, 그 내용은 전진과, 이후 신당파가 제기한 ‘종북주의 청산’ 기조에 철저히 입각하였고 노골적으로 당을, ‘정세에 전혀 부합되지 않게’ 우파사민주의정당화(현재의 민주노동당보다도 우경화한!)하려는 노선으로 채워졌다. 이 안은 “민주노동당이 대선투쟁에서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의 정치사업 전반에서 반자본주의적 기조를 분명히 하지 못하여 독자적인 노동자정치의 실천에 실패하고 그 결과 열우당 2중대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대선참패의 핵심원인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평가와 대안을 ‘자주파의 후퇴’라는 조건을 활용하여 일거에 당에 들이미는 노골적인 우파사민주의정당화 정치공세였다.


이 정치공세에 자주파는 역방향의 정치공세로 대응하여, 2.3 대의원대회에서 ‘대선참패는 사실이 아니며 대선결과는 단지 실망스러운 결과일’뿐이라는 수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최기영, 이정훈당원의 정보유출이란 ‘해당행위’에 대한 징계조차 거부하였다.


대선참패조차 부인하는 자주파의 현실인식은 자주파가 얼마나 현실과의 소통, 대화능력을 상실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노출시켰는데 이들에 의해,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민중, 일반국민에게 황당무계한 당으로 비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징계거부는 최소한의 당기강 확립조차 거부하는 것이었다.


결국, 대선참패 이후 자주파와 신당파의, 밑도 끝도 없는 상호 정치공세 끝에, 비상한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비대위조차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며 이 사태로 민주노동당은 마지막 남은 노동자, 민중의 신뢰와 기대마저 잃고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다.



2. 2.3 대의원대회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에서 더 이상 할 역할이 없게 되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으며 이에 해방연대(준)은 향후, 역사적으로 생명을 다한 민주노동당의 대안으로서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해갈 것이다.


이를 위해 해방연대(준)은 오늘자로 회원총회(2.23)를 소집하여 회원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 보다 구체적으로 탈당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밝히며 민주노동당내 사회주의당원 동지들에게도 이 문제를 긴급하게 함께 토론, 결정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주의정당건설의 길이 비록 당장은 힘겨울지라도 우리는 이 길에서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새롭게 노동자, 민중과 만나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실천해갈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진정성 있는 평가에 기초하지 않고 종북주의선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실상 우파사민주의정당 건설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진보정당운동에 반대하고 이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도 밝힌다.



2008년 2월 4일


노동해방실천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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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노동정세(sw)

 

2008년 노동정세 전망


이승원(노동전선 정책위원)



1. 노동조합 조직률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은 2007년 8월 기준 12.1%이며 조합원수는 192만 명이다. 매년 11%대의 하락을 보이던 조직률이 다소 상향된 것이다. 고용 형태별 노조 조합원은 정규직이 163만 명(85.2%), 비정규직은 28만 명(14.8%)이며, 이는 정규직의 22.5%, 비정규직의 3.3%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2007년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 중 임금노동자는 1,588만 명이며, 이중 정규직은 727만 명(45.8%), 비정규직은 861만 명(54.2%)이다. 비정규직의 비율은 점차 증가 하다가 정체되었으나, 이는 2007년 7월 시행된 비정규법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적인 기간제의 별도직군화 추진 등으로 외형적인 숫자만 정체된 것처럼 보이나 내용상으로는 실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조직화가 매우 낮다. 수치로도 나타나듯이 정규직 노동자 조직률은 22%대인데 반해 절대적으로 열악한 비정규직의 조직화는 3%대 머물고 있다. 특히 정규직의 경우 IMF이후 고령화(신규 채용 억제)가 지속화 되고 있으며, 이들이 구조조정에 의한 퇴출 대상이 되고 있고, 신입의 경우 비정규직으로의 채용이 일반화되어 정규직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증가되는 비정규직에 대한 조직화 방안이 사업장별 또는 부분적으로는 일어나고 있으나, 폭발적 증가는 보이고 있지 않다. 이는 양노총 모두 산별(초기업단위 노조)노조 건설을 외치고는 있으나 건설이 아닌 기존 노조의 전환을 중심으로 두고 있어 기업별노동조합의 연합형태인 무늬만 산별노조들이 만들어져 자본이 주도하는 고용형태 변화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대규모, 기업별노조 중심의 운동이 다수화된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효과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양대 노총의 조직률은 80만 수준에서 다소 한국노총이 앞서 있는 듯하나 조직 성향 등에 있어 직접적인 수의 비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만 양 노총에 합류하고 있지 않은 30만 정도가 이후 이명박 정권에서 친정권화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2. 노동자 투쟁과 3대 과제


대규모 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대표되는 한국노동운동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금속노조와 철도, 화물 등의 운수 및 공공부분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 하였으나, 대부분이 전투성마저 상실하여 변혁의 주체로 나서기에는 무기력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민주노총과 민중의 투쟁들은 요구는 전체 민중과 계급의 요구로 높아졌으나 투쟁은 현장 조합원들을 추동해 내지 못하고 간부들의 선도 투쟁으로 머물러 한계를 노출하였으며, 국회 일정을 쫓아다니는 투쟁으로 대중적인 패배감만 높이고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어가지 못했다. 이는 2008년에도 답습될 것이며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한국사회 노동운동의 3대 과제로 제기된 산별노조 건설! 비정규직 철폐!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합치되어 투쟁과 성과를 이뤄내기 보다는 각각이 단절되고 개별화된 목표를 통해 서로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 산별노조 건설은 기득권 있는 정규직노동조합들의 입맛에 맞도록 조직형태와 운영이 바뀌고 있으며, 산별교섭에 중심을 두어 노동조합의 역할을 스스로 제한하고 조직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운수연맹의 경우에는 산별 전환이 운수, 그 외 공공으로 구분되어 전환되었고, 2007년말 공공대산별 건설을 계획하고 추진하였으나, 공공운수, 공공노조가 건설되었지만 미전환 노조들의 저항과 산별노조들과 연맹의 입장들이 차이가 나, 대산별건설이 연기되고 묘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08년 공공운수연맹은 3분 체제를 하나로 합치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이며, 이는 전체 운동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가 법 시행시기를 놓고 볼 때, 2008년말에 집단적인 해고와 용역전환이 될 것으로 보이며, 2008년을 비정규직 조직 및 투쟁에 있어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 비정규직 철폐는 ‘차별철폐’인가? ‘철폐‘인가? 하는 투쟁의 방향에 있어서도 주체들 간에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며, 이랜드-뉴코아 투쟁에 대한 민주노총 결의사항의 미이행,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하고 전체의 투쟁으로 확산해야 할 민주노총이 노동부장관과의 협상에 연연하여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등의 행위로 비정규직들의 고립. 분산적인 투쟁이 되고 있다.

이미 장기화된 기륭전자, 이랜드-뉴코아, 코스콤의 투쟁은 개별화되고 있으며, 2년 가까이 지속해 온 KTX의 투쟁은 조용히 마무리되고 있다. 사업장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으나 비정규직 투쟁임에도 품앗이 이상의 연대투쟁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도 각 사업장의 초기 투쟁시 연대 이상은 조직되고 있지 못하다.

민주노총 차원에서의 비정규직법안 폐기 투쟁도 방향만 이야기한 한 채, 폐기가 아닌 개정 세력이 노동부와 협의를 진행하여, 민주노총 중집에서의 헤프닝 이후로는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대선 국면에서 민주노총이 권영길후보 지지에 올인하는 동안 비정규직 투쟁은 대선후보들의 립서비스 외에는 실질적인 해결책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기업의 생산성향상을 기본 모토로 갖고 있는 이명박의 집권은 이후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있어 현 정권과 차이가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전제로 노동정책을 내놓고 있어 한층 힘들어 질 것이다.


-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선언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주노동당의 분당 가능성까지 비춰지고 있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여하튼 대선과 내년 총선 이후 노동계 전반에 걸쳐 방향성을 잃고 총연맹-산별연맹(노조)-단위노조의 유기적인 연결체제 마저 무너지는 소통구조의 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개별화된 행보들이 이어지고 단위노조는 내부 챙기기로 급격히 선회할 것이다.

노동조합 상층 간부들의 행보는 대선과정에서도 보여지듯이 이념적 색체들이 다양하게 나타나, 겉으로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지만 독자 정당건설에서 민주노동당 지지, 문국현 지지, 한나라당 지지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현장의 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과 기존 보수정당과의 차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실제 정치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총선까지 연결 될 전망이다. 최근 보여준 민주노동당의 반노동자적 행태는 현장 간부들이 대선에 적극적으로 몰입하지 못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총선 결과에 따라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 산하는 춘주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정치 성향들이 표출되고, 그 영향이 현장에 까지 미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3. 노동자들의 삶


개별 노동자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유가급등이 결국 대선과 총선 이후 물가급등으로 연결 될 것이며, 공공요금의 인상 및 물가인상, 176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의 인상 등으로 가계 압박이 커 질 전망이다. 전체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점유비는 1996년 6.7배에서 2006년 14.9배로 증가하였으며, 노동자에 있어서도 하위 10%의 임금은 62만 원이며, 상위 10%의 임금은 320만 원으로 2007년 임금불평등은 5.2배로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2005년 4.5배)보다 심하며, 점차 고착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2002년 이후 5.0배 - 5.2배를 유지)


IMF이후 지속적으로 가해진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은 노동자들의 저항에 가까운 투쟁이었으나, 총연맹 차원의 투쟁전선 구축의 실패, 단위노동조합의 개별화된 투쟁 등으로 끌려 다니는 투쟁을 전개 하였으며, 최근에는 이런 투쟁들도 실종되고 있다. 그러나 저들의 구조조정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업무최적화’, ‘저성과자’등의 용어를 등장시켜 구조조정을 개인들의 문제로 일상화 시키고 있으며, 현장도 자신이 대상이 되지 않거나 적절한 보상수단이 강구되면 투쟁 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이 개별화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평균 수명의 연장이 노동자들에게는 노후의 삶 보장이라는 고민에 놓이게 됨.)으로 인해 안정과 실리를 추구하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선에 있어서도 이념 보다는 실용주의를 넘어 도덕성은 별거 아니라는 풍토가 조성 되었다. 



4. 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과 대응 


자본은 시행된 비정규직법안이 비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하고 비정규직을 축소하는데 기여하기 보다는 바로 비정규직의 고용행태가 한국사회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 항시적 구조조정을 정착시키려 할 것이다. 정규직에게는 이미 현장에서 관철하고 있는 연봉제를 고용과 연계시키는 1년 단위 연봉계약제로의 전환을 획책할 것이며, 신규 입사는 인턴, 계약직의 형태를 확대할 것이다.

자본의 구조조정은 고용형태의 변화를 통한 총액임금의 축소를 목적으로 움직일 것이며, 이명박정권 당선을 자신들의 승리로 보며, 노사관계에 있어 인사.경영권의 독점을 요구하며 집단적 노사관계 및 근로조건의 법적 보장 수준으로의 저하를 획책할 것이다. 이명박의 ‘노사관계의 법치화’를 등에 업고 사용자단체를 중심으로 로비와 대노조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정권의 비호하에 자본은 철저히 법대로 하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공세에 조직화된 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득권의 보호 외에는 큰 저항 없이 여타의 구조조정에 동의할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은 유의미하게 전개될 것이나, 비정규직 자체가 직종별로 고용형태별로 세분화 되어 있어, 근본적인 투쟁목표와 요구로 조직되지 않는 한, 개별사업장 또는 직종으로 개별화 되어 성과 있는 투쟁을 남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명박의 주요 공약은 자본의 시장 확대를 위한 민영화, 규제 완화, 감세 노동시장 유연화 등 친기업의 내용으로 자본이 환영할만한 내용이며, 그중 서민 주요 생활비 30% 절감도 대부분이 감세와 국가 지원으로 되어 있고, 고속도로 통행료 50%인하는 하이패스 전면화로 인한 인건비 절감(자동화로 전체 해고)을 통해하므로 노동자에게 직접 피해가 올 것이다.



5. 이명박정권의 노동정책 및 노동계에 미칠 영향


이명박후보의 주요 공약과 한나라당과 정책연합을 한 한국노총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 이명박정권은 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산성향상으로 고성장 기조를 유지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전형적인 영.미식 신자유주의 노선이다.


노동쪽에 미칠 큰 영향은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일 것이며, 이를 뛰어 넘어 노동의 무저항과 통제를 기본 기저로 깔고 있다. 7%성장 전략을 살펴보면, 공공부문의 혁신과 10%예산 절감, 기업의 규제 완화, 대운하 건설, 감세, 노사관계 안정을 주요하게 들고 있다.


- 먼저 공공부문 혁신과 10%예산 절감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2008년 대상 선정 및 계획 수립이라 구체적인 대상은 없으나, 이명박은 한국노총의 정책요구중 전력산업 재통합에 대해 ‘수용’이 아닌 ‘적극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볼 때, 민영화의 대상이 전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무원의 동결은 임금 억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며, 최저가 입찰제 실시는 정부의 구매력을 볼 때, 공공부문 납품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삭감 요인이 될 것이다. 내년의 공공부문은 민영화 대응, 개혁 칼바람에 대응하는 한해가 될 것이며 공공부문 개혁이 정권 초기에 항상 나온 점을 볼 때, 2008년 총선 이후부터 하반기 초까지 개혁안 및 민영화 대상 선정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 노사관계 안정에 있어서는 노사관계의 법치화를 내세우고 있다. 불법시위로 인한 사회비용이 12조 3,190억 원(GDP대비 1.53%)으로 계산하고 있으며, 이를 근절하여 1%대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발상이다. 국회 등 시위가 빈번한 지역에 상설시위지구를 설치하여 그곳에서 한정적인 집회만을 허가하고 가투 등을 엄단하겠다는 발상이며, 불법파업은 공권력의 개입을 통해 엄단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 협의기구인 지역별 노⦁사⦁민⦁정 협의체를 통해 무쟁의에 대한 지역교부금 등의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유인책을 만들려고 한다. 노동조합은 지역 사/민/정에 둘러쌓여 투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다.


- 2008년 1월 발효되는 필수공익사업장 제도에 따르면 직권중재는 폐지하되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신설하여 파업권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필수유지업무로 사실상 파업을 포기하거나 불법화될 소지가 크다.

 

- 노⦁사⦁민⦁정은 노동에 있어서는 노⦁사⦁정 보다도 더 불리한 조건이며, 의제 또한 지역으로 국한되어, 노동조합의 평화 의무만이 강요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특히 무파업 지역에 대한 보상체계와 당사자 해결원칙을 존중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과 원칙을 노⦁사 모두에게 엄격하게 지키겠다고 하지만,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내용을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노조전임자 급여지원 문제로 잡고 있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의 처벌조항 삭제 등 사용자 중심의 노사관계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해고의 용이성에 집중될 것이며, 정년은 연장하되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맞바꾸려 할 것이다.

 

- 비정규직 대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이야기 하나, 불합리한 차별 및 시정 절차 합리적 개선에서 ‘불합리한’을 전제하여 합리적 차별을 합법화하려는 저의를 깔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협소하게 적용하여 학력, 경력, 직무의 난이도 등으로 인한 차별을 합리적 차별로 인정해서 비정규직의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서민 주요 생활비 30%절감 중 고속도로 통행료 50%인하는 하이패스 전체 확대(자동화) 및 노동자 해고로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라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근무 노동자들의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통신서비스 요금 20% 인하는 유.무선의 결합서비스를 위한 통신사업자간 합병 및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노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1-2년 내에 유.무선의 결합서비스와 기업 합병이 가속화될 것이며, 통신서비스사업이 3강 또는 2강 구도로 정리될 전망이다.


- 공약 사항 중 특이 사항은 ‘건강 포인트’제도이다. 5대 건강생활(비만도, 금연 여부, 5대암 검진 여부, 혈압 및 혈당 측정 경험, 만성 질환 진단자의 투약 지속율) 실천도를 점수화 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자칫하면 3대 건강생활이 기업 내부에도 들어와 구조조정의 빌미로 쓰이거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우려를 갖고 있다.


- 한국노총의 한나라당과의 정책연합은 결국 한국노총의 실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난 행위였으며, 이로 인해 일부에서 꾸준하게 추동하였던 민주노총·한국노총 통합 등은 당분간 사라질 전망이다. 이명박진영의 노동정책은 신자유주의 노선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것으로 나아가서는 노동의 기본권마저 박탈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겉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이야기 하지만 공권력을 통한 탄압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며,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집권 시기 내 노동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에 나타났듯이 노동운동 진영의 다양한 정치적 지향을 어떻게 계급적 이해를 중심으로 모아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자계급과 자본주의 시민으로서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해 어떻게 하나로 모아내고 현실적인 문제를 대응해 나갈 것 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이명박은 노무현처럼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노총에 준 답변서나 주요 공약을 통해 분명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기업은 키우고 노동은 때려잡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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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정치정세(ys)

 

2008년 국내외 정치정세와 노동자․민중1)


김영수(노동전선 정책위원/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1. 소위 ‘87년체제’의 아이러니


세계적인 수준에서 정치적 대립구도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제3세계 국가에서는 좌파정권의 등장과 함께 21세기 사회주주의의 전형들을 모색하려 한 반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사민주의 정치세력의 퇴장과 함께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21세기 전형들을 모색하고 있다. 전자의 모태가 쿠바․베네수엘라․볼리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지역의 ‘반신자유주의 좌파동맹’이라고 한다면, 후자의 모태는 27개 국가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유럽동맹(EU)’이다. 그런데 이러한 양자의 동맹체제는 노동자․민중들의 대중투쟁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중남미에서의 반신자유주의 좌파동맹이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의 성과와 연계되어 있다면, 신자유주의 유럽동맹은 노동자․민중들의 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체제와 노동자․민중들의 대중적 저항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아프리카대륙의 자본들은 신자유주의 아프리카연맹(AU)을 중심으로 ‘21세기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추구하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 대륙의 노동자․민중들은 초국적 독점자본에 저항하는 투쟁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세계적 수준에서는 1999년의 시애틀 투쟁 이후 세계사회포럼, 공정무역운동 등, 유럽 지역에서는 실업자운동, 유럽헌법 반대운동, 반전사회포럼 등, 그리고 제3세계 지역에서는 중남미의 볼리바리안 운동, 사빠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의 공동체 자치운동, 아프리카․중남미․동남아시아의 토지개혁운동 등이 전개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재화의 사유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유럽 지역 및 중남미 지역의 재국유화운동과 공공부문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공공부문의 사회화운동,2) 중남미, 동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토지를 사회화하기 위한 농민운동, 그리고 청년실업 및 실업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역할의 변화 및 사회체제의 변화에서 찾고자 하는 중남미 및 유럽의 실업자 운동 등이 2008년에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러한 운동들은 정치적 대중투쟁으로 발전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유는 세계적 수준의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운동들의 전략적 목표이다. 각 국가별 운동주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래로부터 통제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수립, 생산수단의 사회화, 그리고 제국주의적 전쟁 및 수탈에 저항하는 반제국주의 저항체제의 수립 등을 지향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체제가 형성․강화되고 있고, 노동자․민중들은 그러한 동맹체제에 저항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미동맹체제는 ‘북핵폐기’와 한미FTA를 추구하면서 한반도를 미국의 ‘저강도 전략’의 신자유주의 진지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은 한미FTA반대 및 반전․반제투쟁을 전개하였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전략’의 한계상황에 직면하면서 국내의 경기침체,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과 소비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진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고, 그러한 전략의 주요한 대상 중에 하나인 한국과의 제국주의적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남북정부는 미국의 ‘저강도 유연화 전략’에 조응하는 차원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남북경협의 강화, 서해평화협력지대의 추진 등을 합의하고, 한반도의 경색정국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정권유지 및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정치적 부흥이라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인 한나라당이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인 통합신당을 물리치고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개혁정부를 실패한 세력으로 평가하고, 신자유주의 반대세력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을 선택하였다. 한국정치에서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지만, 2007년의 대선과 같이 아이러니한 현상은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은 역사적으로 노동자․민중들을 탄압하고 억압했던 주체들이고, 한국사회를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주체들인데, 또한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은 1987년 6월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형성된 소위 ‘87년체제’의 정치적 주체라고 할 수 있는데,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실패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을 선택하였으니 말이다.

노동자․민중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인가? 이 문제는 2008년의 한반도 정치정세를 인식하는데 있어서 핵심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단지 노동자․민중들의 정치의식이 저열하다는 분석과 평가에 그칠 수 없다. 2007년 대선은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해 왔던 노동자․민중정치의 새로운 임계점이자, 노동자․민중들의 전략적 선택지로서의 결절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과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나타나는 노동자․민중들의 전략적 선택, 그리고 노동자․민중들이 실질적으로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을 선택하였는가의 문제가 해소되어야만 한다.

 

2. 2007년 대선에서 사라진 보수 대 진보의 구도


2007년 대선에서는 제도권을 중심으로 한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조로현상’과 함께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의 새로운 부흥이 일어났다. 정치적 지배블록 내에서는 의사(pseudo) 좌파로 표상되어 왔던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약화현상이 발생하고, 대신 수구적 보수에서 합리적 우파로 변신을 꾀해 왔던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이 정권교체의 대안세력으로 급부상하여 정권을 교체하였다.

노동자․민중들은 1992년 이후 탈군부 정권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적 신자유주의 개혁담론’에 포위된 상태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민주주의적 개혁으로 인식하는 ‘오버랩 개혁통치’의 희생양이 되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들의 일부만이 아니라 소위 시민운동단체의 대다수가 ‘오버랩 개혁통치’의 주체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개혁통치의 주체들은 소위 ‘87년체제’의 정치적 주체들이었다. 민주주의적 개혁세력은 실질적 민주주의를 추구하지 못하면서 ‘개혁담론’만을 무성하게 하였을 뿐, 신자유주의 정책을 노동자․민중들에게 강요하였다. 노동자․민중들은 민주주의적 개혁이라는 ‘희망의 21세기’를 원했지만, 실질적으로 ‘절망의 21세기’만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민주주의적 개혁세력에 대한 배신과 분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적 개혁세력의 무능력으로 표상되었다. 문제는 ‘오버랩 개혁통치’의 유탄이 신자유주의적 개혁세력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들에게도 집중 포화되었다는 점이다. 의사(pseudo) 좌파로 표상되어 왔던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보다 더 좌파적 성향으로 표상된 반신자유주의 세력들도 ‘오버랩 개혁통치’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한국사회의 정치적 대결구도는 매우 다양하게 형성되었다가 명멸하고, 또 다시 부활하곤 하였다. 민주 대 반민주,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그러했었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대선이나 총선을 맞이할 때마다 수구․보수세력을 상대로 하는 선거전술, 즉 후보단일화 전술, 비판적 지지전술, 그리고 독자후보전술로 현실화되었다. 2007년 대선에서는 그야말로 제반 정치세력들의 독자후보전술이 채택되었지만, 신자유주의 원조세력들은 선거라는 경쟁게임에서 승리하였다. 한나라당의 후보인 이명박이 범죄자로 확인되지 않는 한, 새로운 한나라당 정권의 정통성은 앞으로 5년 동안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2007년의 대선정국에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했던 ‘진보’는 사라졌다. 경제부흥세력 대 경제실패세력, 부패세력 대 청렴세력, 거짓세력 대 진실세력, 폭력세력 대 평화세력 등의 대결구도는 대선정국을 수놓았지만, 노동자․민중의 진보 대 자본의 보수라는 대결구도는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의 정치적 투쟁전선이나, 한미FTA 저지투쟁의 전선조차 거의 형성되지 못하였다. 단지 노동자․민중의 ‘진보’는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적 지배블록 내에 존재하는 ‘상대적 진보’로 표상되었다. 한나라당<민주당<통합신당<창조한국당<민주노동당<한국사회당 등의 대통령 후보자를 중심으로 배열되는 진보였던 것이다. 비제도권에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세력들도 2007년 대선정국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에 조응하는 선거투쟁을 거의 하지 못하였다. 또 다른 수준의 정치적 무능력이 표출된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무능력은 노동자․민중의 잠재화되어 있는 자발적 정치투쟁을 무한정 기다리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비제도권의 노동자․민중정치가 ‘대기주의적 정치활동’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노동자․민중은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이나 신자유주의 개혁세력 때문에, 목숨을 던져야만 하는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2007년 대선정국에서 계급 간의 정치적 대결구도로 형성되는 진보정치, 즉 반신자유주의 정치, 반제국주의 정치, 그리고 반자본주의 정치를 외면하였고, 더욱이 상대적 진보세력을 지지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가장 보수적인 세력을 지지하고 선택하였다. 노동자․민중들은 아예 제도정치 내부의 상대적 진보정치만이 아니라 비제도적인 노동자․민중의 진보정치를 외면함으로써, 노동자․민중정치로 하여금 ‘진보의 공황상태’로 빠져들게 되었다.

 

3. 신자유주의 정치구조와 노동자․민중


민주주의 이행과정을 거치고 있는 한국의 정치구조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수구․보수세력에 대해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한 ‘개혁적 저항’이 필요하고, 그러한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자․민중운동에 대해서는 ‘개혁적 고립’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YS정부-DJ정부-NO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블록이라는 ‘정책 카르텔’을 형성한 상태에서 한국 민주주의 이행의 주체인양 존재하면서 노동자․민중을 억압한 경우이다. 소위 ‘87년 체제’의 모순적 구조, 즉 노동자․민중들을 고통에 빠트린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면서도 민주주의 이행 및 개혁의 주체로 간주되었으며, 이러한 주체들을 상대로 하는 각종의 투쟁을 오히려 민주주의 이행 및 개혁의 걸림돌로 간주되기까지 하였다. 민주주의 이행 및 개혁에 대한 수구․보수세력의 저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체들에게 힘을 모아주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이러한 모순적 구조를 신자유주의 정치구조로 표시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한국정치의 기본적인 대립구도는 신자유주의 세력 대 반신자유주의 세력 간에 형성되었고, 각각의 주체들은 상호연대를 바탕으로 노동자․민중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대결은 곧 신자유주의 정책을 둘러싼 ‘갈등적 경쟁관계’를 형성․유지하였고, 이 과정에서 각각의 주체들은 ‘전략적 선택과 저항’이라는 통치전략과 투쟁전략을 구사하였다. 즉 대결주체들의 역량과 조건에 상응하는 통치전략과 투쟁전략, 소위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저항세력의 조건 및 통치세력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통치전략과 투쟁전략들이 구사되었다. 이 과정에서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저항은 사회적으로 고립화되는 상황을 맞이하곤 하였다. 비정규투쟁, 파병반대투쟁, 한미FTA반대투쟁 등이 2004년의 대통령탄핵반대와 같은 대중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노동자․민중들도 1997년-98년의 외환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신자유주의 세력 및 반신자유주의 세력들에 대한 ‘전략적 선택과 저항’을 경험하게 되었다. 노동자․민중들은 정치적․사회적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저항의 주체로 쉽게 나서지 않았고, 노동현장이나 생활현장의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이기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선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주로 노동자들을 조직원으로 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투쟁을 쉽게 전개할 수 없었던 요인이자, 민주노총 스스로 투쟁의 정체성을 변화시키게 되는 주요 요인이었다.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정치구조를 전복하기 위한 반신자유주의 정치활동의 주체로 나선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을 경우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상호 모순적 행위의 주체로 존재하였다. 이러한 모순적 정치행위는 2007년 대선정국에서도 자연스럽게 표출되었다.

선거정치에서 나타난 노동자․민중들의 전략적 선택은 역사적으로 존재해 왔다. 한국정치의 구조적 특성인 ‘인물 중심의 선택3), 지역 중심의 선택, 대중 중심의 선택4), 남북관계 중심의 선택’, 즉 선거를 매개로 하는 정치행위의 주체로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지체시키는 주요 세력으로 존재하였지만, 이러한 선택의 기준은 그 동안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활동의 결과를 반영한다고 할 있다.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에 대한 지지기반이 거의 35% 수준이었던 반면에,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세력에 대한 지지기반은 10% 미만이었다. 이것은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의 지지기반이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민중들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했던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이 노동자․민중들의 신뢰를 아직까지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의 지지기반이 급속하게 확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들은 한국정치의 구조적 특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노동자․민중들로 하여금 ‘자발적 참여, 자발적 동원’을 선택하게 하였다.


4. 노동자․민중의 전략적 선택과 노동자․민중정치


1) 2007년 대선정국과 노동자․민중


2007년의 대선정국에서 나타난 노동자․민중들의 선택을 두고 ‘국민 노망’, ‘새로운 반한나라 범민주전선 실패’, ‘잘못된 민중의지’, ‘반신자유주의 투쟁패배’ 등이 등장하였다. 국민노망론은 가장 반민중적이고 반민주적인 것이고, 새로운 범민주전선의 실패론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비판하고 있는 노동자․민중의 상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트주의적 주장이다. 반면에 ‘잘못된 민중의지론’ 및 ‘반신자유주의 투쟁 패배론’은 그 동안의 노동자․민중정치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바탕으로, 노동자․민중정치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국민 노망론’과 ‘새로운 반한나라 범민주전선론’은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내주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간주하는 것이고, ‘잘못된 민중의지론’과 ‘반신자유주의 투쟁패배론’은 노동자․민중정치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여 새로운 노동자․민중정치의 대안들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민중들은 부르주아 정치에 ‘중독’되어 투표행위만을 정치활동으로 인식하는 경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정치의 주요한 결절점을 만들어 냈던 정치적 대중투쟁의 주체로 존재해 왔으며, 신자유주의 개혁세력 및 진보정치세력의 실질적인 지지기반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노동자․민중들은 20년에 걸친 소위 ‘87년체제’를 경험하면서, ‘87년체제’의 모순적 구조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87년체제’의 정치적 주체들은 1948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보수적 구조를 민주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이행 및 개혁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지만,5) 신자유주의 정책의 집행자로서의 책임을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게 묻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반신자유주의 세력이 줄기차게 제기해 왔던 신자유주의 정책의 문제점, 즉 ‘사회적 양극화 문제6), 생활조건의 악화 문제7), 부르주아적 개혁의 문제8)’들이 노동자․민중들을 고통에 빠지게 한 것이다.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87년 체제’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만 할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런데 노동자․민중들은 2007년 대선정국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반신자유주의 세력을 선택하지 않고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을 선택하거나 혹은 어떠한 정치세력도 선택하지 않은 정치적 방관자로 남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2007년의 대선정국을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의 완승이라고 평가한다. 현상적으로 볼 때, 아주 명확한 정답이다. 과연 이들 세력만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정치라는 구조적 관점에서 볼 때, 2007년 대통령선거를 ‘그들만의 리그’로 정착시킨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완승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대표였던 통합신당은 선거라는 경쟁정치게임에서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에게 패배했지만, 그들을 포함하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은 노동자․민중들로 하여금 자신들만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정치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블록 내에서의 권력이동, 즉 정치권력의 주류로부터 비주류로 이전하게 하고, 노동자․민중들을 그러한 권력이동에 동원하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성공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자․민중들이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된 측면들을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특성과 연계시켜서 분석해야만 할 주요 이유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실패로 말미암아,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지지기반의 응집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한 응집력의 기제는 한국정치의 구조적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인물 중심, 대중 중심’의 전략을 극대화하는 반면 ‘지역 중심, 남북관계 중심’을 극소화하는 전략이었다. 반면에 반신자유주의 세력은 한국정치의 구조적 특성을 극복하는데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즉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하고 난 이후,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조직 내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편으로는 ‘인물 중심, 대중 중심, 남북관계 중심’의 전략을 추구하였고, 다른 한편으로 ‘탈지역적이고 탈대중적인 계급 중심’의 전략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외 정치활동의 측면에서 볼 때, 한편으로는 노동자․민중들에 대해 ‘고립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정책적으로 연합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세력을 부정하면서 진보적인 정치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도권 밖에서 형성하려 하였다. 노동자․민중들은 민주노동당을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정치의 구조적 특성에 중독되어 있는 노동자․민중들의 입장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활동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노동자․민중들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을만한 지도자들을 양성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소위 보수적인 정치세력으로 규정되어 왔던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차별화된 정치활동의 미비, 예를 들면, 의회에서나 자치단체의 정치활동이 기존의 신자유주의 정치구조를 극복하지 못하였다는 의미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한국정치의 구조적 특성을 인정할 것인가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부재하였거나 혼돈의 상태를 지속시켰다.


2) 신자유주의 원조세력과 노동자․민중의 전략적 선택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비판하면서 이탈한 노동자․민중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교체를 일구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한 이러한 평가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드러낼 수 있다. 2007년 대선의 결과를 보면,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서 이탈한 노동자․민중들이 대거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을 지지하였다고 할 수 없고,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기반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의 각종 선거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 원조세력과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은 그 동안 노동자․민중들로부터 탄탄한 지지를 받아왔다. 




<표1> 각종 전국선거의 정당별 득표(비율)

대통령 선거

16대 득표

(비율)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합계

11,443,297

(46.6)

12,014,277

(48.9)

 

957,148

(3.9)

24,561,916

15대 득표

(비율)

한나라당

국민회의

 

국민승리21

합계

9,935,718

(38.7)

10,326,275

(40.3)

 

306,026

(1.2)

25,642,438

국회의원 선거

17대 득표

(비율)

한나라당

민주당

우리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합계

8,083,609

(37.9)

1,698,368

(8.0)

8,957,665

(42.0)

569,083

(2.7)

920,229

(4.3)

21,330,770

17대 비례득표

(비율)

한나라당

민주당

우리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합계

7,613,660

(35.8)

1,510,178

(7.1)

8,145,824

(38.3)

600,462

(2.8)

2,774,061

(13.0)

21,285,984

17대 광역비례득표(비율)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합계

8,595,174

(52.1)

4,796,391

(29.1)

1,072,782

(6.5)

1,340,376

(8.1)

16,482,559

16대 득표

(비율)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합계

7,365,359

(38.9)

6,780,625

(35.9)

1,859,331

(9.8)

223,261

(1.2)

18,904,740

광역단체장 선거

제3회 득표

(비율)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합계

8,820,102

(52.9)

4,874,653

(29.2)

870,475

(5.2)

782,490

(4.7)

16,683,072

제2회 득표

(비율)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합계

6,784,348

(40.6)

5,768,126

(34.5)

2,549,537

(15.3)

16,710,763

제1회 득표

(비율)

민자당

민주당

자민련

합계

6,876,733

(33.3)

6,223,015

(30.1)

3,577,696

(17.3)

20,646,858

평균 득표비율

(%)

41.9

7.6

36.5

8.5

5.2

99.7

17대 대선득표

(비율)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신당

 

민주노동당

합계

10,983,363

(48.5)

155,402

(0.7)

5,965,793

(26.3)

 

681,067

(3.0)

23,690,385

* 참조1 : 군소정당이나 무소속의 득표율을 합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득표율과 아주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 참조2 : 대선, 총선, 그리고 지자체선거에서 나타나는 투표행태의 차별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지자체 선거의 투표율이 다른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 참조 3 : 17대 대선의 결과는 96.1% 개표현황이다.


위의 <표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최근 약 10년 동안의 대표적인 선거결과를 중심으로 본다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은 평균 41.9%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만약 자민련을 지지한 세력까지 포함한다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수구․보수세력을 지지하는 기반의 비율은 평균 50.4%이다.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48.5%의 지지율로 당선이 되었고,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5.1%의 지지율을 획득하였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63.6%이다. 수구․보수세력에 대한 지지율이 기존 선거의 평균 지지율에 비해 약 13%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수구․보수세력들은 제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11,443,297표를 획득하였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명박과 이회창의 득표수를 모두 합쳐서 14,402,512표를 획득하였다. 제16대 대선에 비해 약 300만 표 이상을 더 획득하였지만, 만19세의 유권자들이 더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표에서 나타나는 지지기반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대표적 정당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평균 36.5%였고, 역사적으로 하나의 정당에서 함께 정치활동을 하였던 민주당의 평균 지지율인 7.6%를 합산한다면, 44.1%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독자적으로 출마하였기 때문에, 통합신당은 기존의 평균 지지율인 36.5%에 비해 이번 대선에서 약 10%가 부족한 26.3%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으로 분류할 수 있는 문국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을 합한다면, 32.8%인데, 이는 기존의 평균 지지율에 비해 3.7%가 부족한 결과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은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주었지만,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지지기반이 무너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 중에서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지지기반이 전체 유권자의 약 90%이상인데, 이는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민중들은 그 동안 신자유주의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신자유주의 원조세력과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반신자유주의 정치활동 등이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민중들은 선거정치에서 신자유주의 세력의 강력한 지지기반으로 존재하였다.


3) 민주노동당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전략적 선택

 

노동운동의 주체들은 1987년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에 이르러서야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민주노동당의 결과를 놓고 볼 때,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한지 3년 만에, 20년에 걸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제16대 대선에서 3.9%의 지지율을 획득하였고, 이번 대선에서는 3.0%의 지지율밖에 획득하지 못하였다. 득표수에 있어서도 지난 대선에 비해 276,081표가 부족하다. 이번 대선에서 10%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하려 했던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보면, 단 한명의 국회의원조차 보유하지 않은 문국현 후보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였다는 측면에서 보면,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의 최대 패배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정치활동의 방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첫째로는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면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정치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는 민주노동당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거나 지지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나 반신자유주의 세력’을 놓고서, ‘다차원적 대응’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고수하였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과 각종의 선거정치나 정책협의 등의 연대관계를 형성한 상태에서 정치활동을 전개하였지만, 민주노총 중앙의 정치활동과 지역․현장의 정치활동이 서로 분리된 채 전개되는 경향성을 드러냈고, 정치활동과 관련된 중앙 지도부들의 의사결정이 지역․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의회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활동에 주력하여 선거와 관련되는 권력자원을 조금이나마 강화시켰지만, 정치적 대중투쟁에 필요한 권력자원을 형성․강화시키지 못하였다. 따라서 조합원들도 자신의 이해나 계급적 이해를 정치적 대중투쟁으로 관철시키려 하기보다 의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정치적 투쟁공간이 의회라는 공간으로 협소해지고, 조합원 스스로 정치적 대중투쟁을 정치활동으로 간주하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상대로 투쟁했던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에 대한 노동자․민중들의 판단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정치구조 하에서 기본적으로 반신자유주의 전략이라는 정책적 패러다임을 유지하였지만,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의 ‘선택적 연합전략’을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것은 곧 반신자유주의 정치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① 노동자․민중정치의 통일성이 강화되지 못하였다. 노동자․민중정치가 반신자유주의 전략으로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통9) 속의 신자유주의 개혁전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민주주의적 개혁으로 포괄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② 노동자․민중정치의 적대전선이 희석되었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은 민주노동당 및 민주노총과의 선택적 연합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민주노동당 및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반신자유주의 적대전선을 희석시킬 수 있었다. ③ 노동자․민중정치가 부르주아 정치의 제도적 공간으로 압축되었다. 민주노동당이 제도권으로 진출한 이후,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투쟁을 비제도적이고 탈법적인 공간으로 확장시키지 못하였다. 각종의 선거투쟁도 선거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을 만들어 냈으며, 노동자․민중들의 정치적 대중투쟁들을 조직하기보다 정치적 대중투쟁이 존재하는 공간에 ‘깃발과 연설’만을 제공하는 ‘서비스 정치활동’에 주력하였다.


셋째로는 민주노동당의 조합주의적 정치활동에서 그 원인을 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면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는 주체로 존재한다. 노동자․민중들은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간의 관계를 ‘배타적 등가관계’로 규정해버린다. 민주노총의 부패는 곧 민주노동당의 부패로 인식되거나, 민주노총의 투쟁은 곧 민주노동당의 투쟁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배타적 등가관계’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의 성패는 곧 민주노총에 조직되어 있는 조합원들의 정치의식과 궤를 같이 하지 않을 수 없다.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판단하는 최소한의 지표를 당원가입, 정치기금 모금, 그리고 계급투표로 설정한다면, 민주노동당은 그 동안 민주노총과 함께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고양시키는데 실패하였다. 2007년 1월 현재, 민주노동당의 당원은 약 80,000명이고, 이 중에서 약 38,000명이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2004년 3월 30일에 비해 약 19,500여 명의 조합원이 당원으로 가입하였고, 전체 당원의 47.5%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2007년 1월 현재 당권을 가진 민주노총 당원은 22,382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당권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은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대비 3.44%에 불과하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2002년 지방선거부터 2006년 지방선거까지 네 번의 전국선거에 참여하였다. 후보자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선거에 참여한 전체 유권자의 3.11%이고, 정당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10.84%이다. 후보자에 대한 득표율은 지속적으로 약간씩 상승하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감소하였다. 또한 민주노총은 2002년 대선에서 연맹별로 일정액을 중앙정치기금으로 납부(조합원 1인당 1000원)하여 총연맹의 선거지원 및 당 대선지원금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모금 목표 총액은 약 60억 2천 만 원 정도(민주노총 조합원 수에 상응)였다. 그러나 모금된 총액은 약 2억 3천 만 원 정도(23,186명의 조합원)였다.10)목표액 대비 모금액의 비율은 고작 3.82%에 불과하다. 민주노총 중앙은 정치활동과 관련된 각종의 선전 및 교육활동, 조직활동, 재정모금활동 등을 지역이나 노동현장의 간부들에게 요구지만, 지역이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활동들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다. 지역이나 현장의 노조간부들은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 즉 부르주아 계급의 개혁적인 정당에 대한 지원·지지를 조합원들에게 강요하거나 조합원의 개인적인 판단에 맡긴다. 오히려 민주노총의 간부들을 개별적인 정치적 성향을 내세우면서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지지하거나, 조합원으로 하여금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지지하게 한다.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정치의식 수준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또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고 또 잘 모르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현실이다.”11)


4) 부르주아 정치를 거부하는 노동자․민중의 전략적 선택


만약 노동자․민중들이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으로부터 이탈하였을지라도, 그들 모두가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을 선택하지 않고 정치적 방관세력으로 남아 있다면,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원조세력과 신자유주의 개혁세력, 그리고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반신자유주의 세력을 동시에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민중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은 선거불참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투표를 통한 노동자․민중들의 전통적인 선택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즉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나,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반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전략적 선택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단지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에 대한 지지기반의 응집력이 강화된 반면에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 대한 지지기반은 이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문제는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약 37%의 노동자․민중들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서 이탈한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의 지지기반으로 이탈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방관세력으로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방관세력들은 현존하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이나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 모두를 불신한다고 할 수 있다.

 

<표2> 1987년 이후 전국적 선거 참여율

년도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1987

 

89.2%

 

1988

 

 

75.8%

1992

 

81.9%

 

1995

65.8%

 

 

1996

 

 

63.9%

1997

 

80.7%

 

1998

52.7%

 

 

2000

 

 

57.2%

2002

48.9%

70.8%

 

2004

 

 

60.6%

2007

 

62.9%

 

자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2004)


1987년 이후, 노동자․민중들의 투표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02년 지방선거의 경우, 50% 이하의 노동자․민중들만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특히 정치적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이 1987년 이후에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62.9%로 낮아졌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노동자․민중들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약 1400만 명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모두 획득한 표와 거의 유사하다.

이처럼 정치적 방관세력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① 부르주아 정치세력의 정치에 대한 노동자․민중들의 관심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정치적 이슈의 부재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②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기에는 노동자․민중의 생활조건이 너무나 여유롭지 못하거나 고통스럽다는 사실이다. 노동자․민중들이 자신의 생활조건의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의 직접적인 이해를 둘러싼 고통을 극복하는 문제만으로도 벅찰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③ 부르주아 정치세력은 노동자․민중을 대상화하거나 소외시키기 위한 최적의 수단을 확보하였다는 점이다. 부르주아 정치세력은 선거전문가 정당으로서 활동만을 하다가, 선거 시기에 소수의 노동자․민중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국가권력을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④ 노동자․민중들은 부르주아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면서도 또 다른 형태의 정치를 희망한다는 점이다. 노동자․민중들은 유신체제나 군부독재 하에서 정치적 관심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가, 1987년 6월항쟁 이후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 한국사회의 역사를 보더라도,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좌파동맹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의 역사를 보더라도, 노동자․민중들은 부르주아 정치를 방관한다고 해서 정치의 주체성조차 상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5.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완승과 노동자․민중


1) 노동자․민중과 신자유주의적 개혁실패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카르텔의 희생양으로 존재하면서 더 이상의 고통을 감수할 수 없게 되었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라는 명약을 ‘국가 주도의 성장’에서 찾기 시작한 것이다. 수년 전의 ‘박정희 향수’는 독재자 개인에 대한 향수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의 고통을 경제성장의 꿀맛으로 해소하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유럽동맹의 주요 국가들에서도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사민주의 정당을 지지했던 프랑스와 독일의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 세력을 지지하게 되었고, 스페인에서도 프랑코의 개발독재에 대한 향수가 사회적으로 범람하고 있다. 이탈리아 노동자․민중들도 신자유주의 세력을 지지하는 경향성으로 변화되고 있다. 자본주의적 ‘저성장 장기불황’ 구조에 들어선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자․민중들은 ‘국가 주도의 성장’을 반신자유주의 세력에게 의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자유주의 세력, 특히 1970년대 경제성장의 한복판에서 일익을 담당했던 한나라당과 이명박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노동자․민중들은 이미 한국경제가 ‘저성장 장기불황’구조를 21세기의 새로운 국가주의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할 뿐이다.


첫째,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은 1997년에서 1998에 밀어닥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가적 차원의 경제위기로 인해 받아야만 할 고통을 경험하였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은 이러한 고통을 완화시킨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강화시켰다. 그런데 노동자․민중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저성장 장기불황’ 구조의 문제보다 자신의 생존에 직접 위협을 가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수구․보수세력들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세력과의 정치적 경쟁에서 노동자․민중들의 인식수준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을 선택하였다.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의 ‘꿀단지’를 긁어모으는 대신,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대기업이나 국가경제의 위기가 곧 노동자․민중의 생존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한다는 이데올로기 전략을 추구하였다. 소위 민주주의적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을 무능한 의사(pseudo) 좌파로 몰아붙이면서, 좌파 세력에 의한 국가파멸론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노동자․민중들은 ‘국가’라는 ‘두려움에 중독’된 상태에서, 자신의 생존위기를 국가에 의존하는 현상이 전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은 국가발전의 토대를 강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자본에 대한 각종의 개혁적 규제들이 곧 국가발전의 저해요인이었다는 것이다. 반신자유주의 경쟁정치세력은 국가위기를 조장, 즉 ‘무상의료 및 무상교육, FTA반대’ 등의 정치행위를 하는 반국가적인 세력으로 인식되었다. 


둘째,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은 그 동안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거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탈군부 정권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담론을 수용해 왔다. 그래서 노동자․민중들은 특정한 국면에서 제기되어 왔던 남북관계의 변화조치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변화시키곤 하였으며, 북한을 적대시하는 남한 정치세력들의 이데올로기적 담론을 부정하는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곤 하였다. 그렇지만 노동자․민중들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뿐만 아니라 하나의 독립국가라는 인식을 동시에 하게 되었을 것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봉쇄정책’에 대해 동일한 민족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과 북한이라는 국가 간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곧 남북관계에 대한 노동자․민중들의 무감각성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남북관계의 문제는 한국 노동자․민중들의 정치적 선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소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신자유주의 정책블록의 정책과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은 정책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동일한 수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다. YS정부가 신자유주의 도입하는 정책에 집중하였다면, DJ정부는 도입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하드웨어 수준에서 집행하였고, NO정부는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집행하였다. 이처럼 신자유주의 정책블록을 형성한 신자유주의 경쟁정치세력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상과 범위, 속도와 강도 등에 있어서 편차를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편차가 그 동안 상호 간의 경쟁과 대립으로 표상되어 왔다. 만약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정권을 장악했을 경우,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전의 정부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추진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민중들이 원하고 있는 ‘국가주의적 발전전략’ 및 ‘자본주의 중심부 진입전략’에 조응할 수 있는 통치전략을 구사하는 것인데, 그것은 다차원적 고강도 구조조정정책,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분할통치정책,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강화정책, 그리고 자유주의적 양당정치 고착화 정책 등이다.


첫째, 다차원적 고강도 구조조정 시스템(Multiple Software System)과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분할통치전략이 구축될 것이다. 한국 정치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일괴암적 상의하달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명박의 리더십은 ‘실용적 국가권위주의 리더십’으로 표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는 근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요하게 사용된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토대였기 때문에, 사회구성원들은 ‘사회계약’을 통해 국가의 성원으로 생활하게 된 이상, 국가의 존재를 위해 자신의 법·제도적 권리뿐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천부적인 권리조차 양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다차원적 고강도 구조조정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한 리더십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 정책블록은 이미 1994년 YS정부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저성장 장기불황’ 구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사회구조의 제반 영역을 강도높게 구조조정하는 차원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전의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이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거나 내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2008년부터 공공부문의 모든 구성원, 즉 임원뿐만 아니라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는 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이다. 또한 민간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각종의 규제완화 및 내․외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극대화하는 차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다. ‘다차원적 고강도 구조조정 시스템’은 곧 노동조합운동과 정면충돌을 감안하면서 추진할 것인데, 한나라당과 이명박은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분할통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운동의 ‘정치화’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억압하는 대신, 노동조합운동의 경제화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다. 특히 이명박 후보가 한 토론회에서 밝혔듯이, 국가의 정치적 권위에 도전하면서 국가경제의 발전에 저해가 되는 노조운동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 정규직 중심의 조직화된 대기업 노조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노동조합의 경제주의적 권한을 국가경제에 위협되지 않는 수준에서 허용하는 노동정책을 추구하면서, 노동조합을 노사상생을 통한 국가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운동의 사회적 주체로 유인할 것이다. 그것의 주요한 수단은 노동조합운동의 자주적인 활동조차 관리하고 통제하는 전략, 즉 1990년대 초반 전노협 와해공작의 일환으로 추진된 ‘전노협 가입 사업장 노동조합 업무조사’ 형태의 통제․관리정책도 본격화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은 자유주의적 정치질서 재편의 서막을 열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정치의 탈군부화 과정이 노동자․민중들의 피를 요구했다면, 이제는 노동자․민중들의 전략적 선택만으로도 정치질서를 재편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1987년 이후, 이러한 자유주의적 정치질서 재편이 이루어져 왔지만, 2002년 대통령선거까지는 탈군부화 과정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런데 2007년 대선에서는 수구․보수세력이자 군사정권의 잔존세력으로 간주되어 왔던 한나라당이 새로운 정권의 주체로 부활하였다.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은 자유권이 보장되는 한국정치, 즉 ‘선거게임’의 심판자로 참여하여 정치질서를 자신의 의지대로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곧 신자유주의 경쟁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양당제도’의 토대를 실질적으로 고착화하는 계기이다. 만약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장악한 이상,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은 정치공학적 분할운동과 통합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에 대한 노동자․민중들의 지지기반을 확고하게 구축하려 할 것이다. 2008년 총선은 다양한 정당의 ‘선거게임’으로 진행될 것이다. 한국정치의 역사적인 특수성을 고려하면, 노동자․민중들의 전략적 선택의 가능성은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노동자․민중들이 신자유주의 원조세력으로 하여금 ‘신자유주의적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관철시켜 나갈 수 있도록 거대 여당의 의회를 만들어 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야당세력들로 하여금 정권을 견제할 수 있도록 ‘여소야대’의 의회를 만들어 줄 가능성이다. 문제는 어떠한 형태의 의회를 만든다 하더라도, 모두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주도하는 실질적 양당제도가 구축된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세력들은 현상적으로는 다당제라 할지라도 실질적인 양당제도를 통해 자유로운 ‘권력이동 체계’를 구축하거나, 혹은 의회라는 ‘경쟁장치’를 이용하여 연립정권을 통한 권력분점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다. 전자의 가능성이 실현된다면,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고, 후자의 가능성이 실현된다면, 권력분점을 위한 상호 경쟁관계가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실질적 양당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사회질서의 재편이 노동자․민중의 의지와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양당제도를 부정하는 정치세력들이 노동자․민중들의 정치적 지원과 지지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양당제도를 고착화한 정치세력들은 국가권력의 힘을 ‘경쟁적으로 분점’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양당제도는 노동자․민중들의 잠재화된 정치행태, 즉 광범위한 정치적 대중투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이상,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국가발전에 의존하면서 노동자․민중들의 생존위기의 강도를 약화시키고자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의 주요한 수단은 국가발전 이데올로기, 즉 ‘국가의 선진화 전략’ 혹은 ‘국가의 중심부 진입’ 이데올로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노동자․민중들은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의구심과 호기심의 눈초리’로 수용하면서,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정책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정치적 노동조합운동을 백안시하거나 도외시하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가경제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노동조합운동을 고립화하는 사회적 역량으로 존재할 수 있다. 최근 비정규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연대가 미미한 수준에 머무는 것도 유사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1987년 체제가 수립된 이후 지속적으로 동원해왔던 통치전략이었지만, 2008년부터는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동원’의 구조 속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주의 전략은 남북관계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민중들은 2008년부터 남북관계에 대한 ‘통일 패러다임’의 변화, 즉 ‘국가지원 패러다임’을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그 동안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이 구축해 놓은 ‘남북평화경협관계’를 유지․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계가 곧 ‘국가발전 패러다임’과 조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또한 장기불황구조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 특히 중국을 상대로 하는 미국의 ‘대북한 저강도 유연화 전략’에 부응하는 수준에서 남북평화경협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을 상대로 한 한미관계의 공조체계 및 한일관계의 공조체계의 복원도 이러한 구조적 틀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그 형식과 내용이 변화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국가 중심의 일방적인 지원형식이 아니라 시장 중심의 교환형식, 즉 ‘수평적 주고받기 형식’이 강화될 것이다. 북한도 역시 미국의 변화된 전략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남한과의 관계를 시장 중심의 수평적 교환관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북한 노동자․민중들의 생활조건을 개선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대북관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표상과 달리,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대북관계를 다차원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은 DMZ지역의 환경을 국제적인 수준에서 보호하기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공약은 곧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문제까지도 남북 간의 수평적인 관계에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만약 한나라당의 남북관계가 이런 차원에서 형성․강화된다면, 남북관계는 실용주의적 상호발전전략의 차원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 북한도 역시 실용주의적 발전전략을 거부하기에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이러한 차원으로 유지된다면, 소위 친북한적인 노동자․민중의 진보정치세력들은 시민운동세력과 함께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용주의적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한나라당 활용론’이나 ‘민족 동반발전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12)


6. 노동자․민중정치의 과제


한나라당은 권력이동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2008년 총선에서 거대여당으로 등극하기 위한 전략들을 모색할 것이다. 가장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은 노동자․민중들의 ‘두려움의 중독’과 ‘허상의 국가희망’을 자극하는 것이다. 즉 ‘21세기의 새로운 국가주의’를 형성하는 전략은 노동자․민중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주는 것인데, 당근으로는 초국적 자본의 유입을 통한 한국경제의 ‘신버블화’이고, 채찍으로는 소위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완료정책’에 저항하는 노동자․민중들을 탄압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전면적 유연화 정책, 자본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재편정책 등이 다차원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러한 당근과 채찍은 이중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편으로는 노동자․민중의 계층적 분할이 가속화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민중의 전면적 저항이 강화될 것이다. 두 가지의 ‘효과요인’들이 곧 2008년 지배세력과 노동자․민중세력 간의 ‘힘 관계’를 결정하게 된다. 계층적 분할의 효과가 클 경우에는 노동자․민중들의 저항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고, 전면적 저항의 효과가 클 경우에는 부르주아 정치의 무관심층으로 이탈한 노동자․민중들과 함께 새로운 노동자․민중정치의 전형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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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정당건설 성명(노힘)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이끌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본격화·전면화 하자!

 

 

1. 민주노동당의 위기가 곧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위기는 아니다.

 

1-1 민주노동당 운동은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민주노동당이 내부 혼란에 휩싸여 있다. 비대위 구성, 재창당, 분당, 그리고 ‘종북주의’를 둘러 싼 논란이 난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혼란과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는 17대 대선에서 참패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출범 이후 지난 10여 년 간 누적된 민주노동당 운동 전체, 전반의 모순과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민족자주정부를 실현하기도 전에, 사민주의 정권을 세우기도 전에, 아니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최소한의 유의미한 기초를 다지지도 못한 채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오른쪽으로부터 ‘낡은 진보’라는 조롱을 받고 있으며, 당 내부로부터는 ‘종북주의’ 공세에 직면해 있고, 자신의 왼쪽으로부터 ‘겉늙은 진보’라는 비판에 부딪혀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전부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이 보여주고 있는 각각의 단면인 것은 사실이며, 이는 민주노동당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이렇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그에 대한 당 내 반응 자체가 첫 번째 이유이다. 민주노동당은 3.01% 득표율에 그친 원인과 정치적 의미에 대해, 그것이 이후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에 끼칠 영향과 파급에 대해, 그리고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전체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향해 당 차원에서의 책임 있는 정치보고를 내 놓고 있지 못하다. 이미 그를 수행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정치력이 바닥난 상태다. 난파선에서의 아우성만이 들리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로, 민주노동당은 이미 의회주의, 합법주의 늪에 너무 넓고 깊게 빠져있다. 의회 진출, 합법 영역으로의 확장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의회와 합법 공간으로의 진출과 확장은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이 확보해야 할 하나의 수단이자 경로이다. 그러나 그 자체를 목표이자 목적으로 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것은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부르주아 정치로 몰고 갈 뿐이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민주노동당이 지금의 혼란을 어떻게 수습하던지 간에 이 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이 순간에 이르러서도 부르주아 정치와 똑같이 오직 당권과 비례대표후보를 염두에 둔 이전투구만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셋째, 민주노동당이 벌이고 있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은 반자본주의 투쟁이 아니라 더 좋은 자본주의를 위한 투쟁에 머물러 있으며, 노동자 국제주의에 기반 한 반제국주의 투쟁이 아니라 협소한 민족주의에 갇혀 있다. 민주노동당은 투쟁을 통해 노동자민중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오히려 수동화시키고 있으며, 투쟁 속에서 노동자민중의 변혁 의지를 키우고 노동자민중이 변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조합주의 또는 경제주의로 이끌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중심에 놓고 노동자민중 투쟁을 조직하고 이끌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민주노동당 운동의 좌절은 단지 민주노동당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대표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이 지금 처한 상황으로부터 우리 역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져야 할 책임까지를 더 이상 감당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당 내부의 정파들 사이에서야 종파주의 또는 자파중심주의라는 정치공방이 있을 수 있지만,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내 민주노동당 비판 세력의 문제제기를 모두 종파로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르다.

민주노동당이 비록 전체 정치, 계급지형 속에서는 여전히 소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민주노동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며, 변혁을 지향하는 세력이 아직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노동당이 계속해서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을 마냥 전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1-2 민주노동당의 위기가 곧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위기는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1987년 전국노동자대투쟁과 1996~97 전국총파업투쟁의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이 처한 위기가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전체 또는 자체의 위기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있다.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를 잠재우고 오히려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새롭게 구성하고 새로운 동력과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 못지않게 크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지난 1987년에 대중적 노동운동이 성립한 이후에, 지금 시기는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에서의 세 번째 주요 국면을 열어 젖혀야 때이다.

 

첫째 국면은 대중적 노동운동이 막 태동했고 노동자대중의 엄청난 분노와 에너지가 폭발했지만 아직 대중 자신의 뜻과 의지로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기에 이르지 못한 조건에서 일련의 정파운동 주체들 사이에서 정치적 이합집산이 이루어진 시기이다.

이 시기의 핵심적 특징은 노동자대중의 힘이 분출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파운동 주체들은 오히려 ‘현실사회주의’권의 붕괴에 쫓겨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이 지녀야할 변혁성을 버리고 부르주아 정치의 한 부분으로 투항했다는 점이다.

 

둘째 국면은 세계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가 형성되고 그 여파가 한국에 상륙하는 시점과 맞물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가 그 전 시기 변혁성을 탈각한 정파들과 결합하면서 민주노동당을 창당하던 시기이다.

이 국면에서의 핵심적 특징은 자본지구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조건에서 민주노동당 창당에 앞장 선 정파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세우려는 노력보다는 이미 파탄 난 낡은 민족주의와 사민주의 노선으로 노동자 대중투쟁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이 전체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대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노선의 올바름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민중 운동에서 다수를 점하는 양적 우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며, 이는 곧 변혁적 의지를 지니고 있던 나머지 정치 주체들의 운동이 정체했거나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세 번째 국면이 지금 막 형성되고 있다. 아니 세 번째 국면이 형성될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셋째 국면이 어떤 핵심적 특징을 낳을 것인가는 지금부터의 논쟁과 운동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우리는 이 세 번째 국면의 실천적 귀결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문제는 민주노동당 수준에서의 문제로 제약되어서는 안된다. 논쟁과 운동은 정파 차원의 범위를 벗어나 핵심적으로 민주노조운동 전체로, 지역과 현장 구석구석까지 넓고 깊숙하게 번져 나가야 한다.

‘종북주의’ 공방에 갇히지 않고 반자본주의 정치운동을 구체적, 대중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노선과 방안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나아가 그 연속 위에서 운동 재편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바라본다면 부르주아 선거에서의 패배를 마냥 낙심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우려하는 제한된 시야를 넘어 오히려 전체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을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이제 민주노총은 노동자대중을 정치의 전면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에서 태도를 정해야 하며 민주노총 내 활동가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불붙어야 한다.

동시에 각 정치 세력도 암중모색이나 이삭줍기에 기댈 것이 아니라 만 천하에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태도를 들고 나와 스스로 정치적 심판대에 기꺼이 서야 한다.

그 어떤 기득권이나 기정사실화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부르주아 정치에서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보수적이고 후진적인 모습일 뿐이다.

 

 

2.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본격화⋅전면화하자.

 

2-1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당면 정치 일정으로 올려야 한다.

 

지난 20~30년에 걸쳐 진행된 자본 지구화 결과로 이제 세계는 보다 분명하고 투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국주의 사이의 경제 전쟁과 그와 동전의 양면인 군비 경쟁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단지 제국주의 사이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 여파가 전 세계 모든 국가로 번져 나가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적 차원, 세계적 규모에서의 경제 위기가 언제 어떤 양상으로 터져 나올 것인가를 두고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 어떤 정치적 통제력과 제동 장치도 준비되어 있지 않으며 설령 일정한 협상과 타협이 부분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다.

경제 위기는 그 자체에서 머물지 않고 당연히 정치 위기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미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개혁과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지배계급 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결과는 이러한 세계적 현상의 한국적 표현이자 모습이다.

 

이제,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는 분명하다.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이 그것이다.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동자민중의 긴급한 정치적 과제이다. 더 좋은 자본주의는 가능하지도 않으며, 통일한국은 하나의 과정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노동자민중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정치적 태세와 조직적 준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가이다. 그 시작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현실의 정치 일정으로 올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지금과 같은 지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운동을 부정하지 않는 세력이 여전히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 ‘신당 추진파’가 보이고 있는 상황 인식과 정치 행태도 여전히 기존 민주노동당 틀 자체를 조금도 벗어나 있지 않다.

따라서 반자본주의 정치변혁과 노동자계급정당은 새로운 주체와 새로운 동력에 기초하여 전혀 다른 차원에서 준비되고 시작되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현실의 정치 일정으로 올려야 하는 이유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역시 진공 속에서 이루질 수 없으며 현실의 정치⋅계급지형과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내부의 흐름과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하더라도, 또한 어떤 수준에서 봉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은 이미 그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던 일이다. 민주노동당 사태는 그 계기를 제공하는 하나의 조건일 뿐이지만,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세력은 지금의 상황에 보다 책임 있고 긴장되게 임해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임무이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일정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단지 물리적 시간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과정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 거쳐야 할 논의와 잡아야 할 사업이 산적해 있다. 거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판단과 결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에 따라 시간은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20여 년에 걸친 대중투쟁의 역사에 비춰보면 지금도 너무 늦었으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응과 투쟁을 상정해야 하는 측면에서 볼 때에도 시간이 마냥 주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응과 함께 향후 예상되는 세계자본주의의 불안정성, 동북아 한반도 차원에서 형성되고 있는 정세 지형을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일정을 현실의 정치 일정으로 하루빨리 올려야 한다.

 

더 이상 기존 민주노동당 또는 또 다른 ‘신당 추진파’에게 노동자민중의 정치운동을 맡길 수는 없다. 특히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이 단지 정파들 사이의 논의와 사업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대중적 근거와 기반을 형성하는 과정과 맞물려야 하는 것이 필수라는 점에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 세력의 정치적 태도와 정치 일정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2-2 노동자계급정당은 ‘반자본주의 정치연합’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당 건설 문제는 20세기 변혁운동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당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당은 변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며 변혁적 활동가들의 존재 형식이자 활동 양식일 뿐이다. 그럼에도 당은 불가피하게 그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자 노선을 표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설하고자 하는 당의 강령과 규약 또는 이념과 노선을 어떻게 표방할 것인가와 함께, 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정파의 역사적 과정이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바로 당 건설 경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논의와 운동이 시작되면 위와 같은 맥락에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논쟁과 쟁점이 벌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자 경로이다.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해야 하는 것이 매우 긴급한 정치적 과제라는 것을 공유하고 있는 세력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에 본격 나서기까지는 사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은 남아 있다.

 

그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건설하고자 하는 당의 성격 문제이다. 물론 건설될 당은 기존 민주노동당 운동을 대체해야 하는 당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기준은 주어져 있다. 즉 당의 이념과 노선이 민족주의 또는 사민주의와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하며, 동시에 당의 정치활동에서 의회주의와 합법주의 요소를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될 당이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실천하는 사회주의 정당이어야 한다는 점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것들은 일정한 추상적 원칙 차원의 것이어서 그 자체가 쟁점이 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그 이상의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즉 이상의 것들은 당 건설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은 그 보다는 더 구체로 들어가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우리는 이상의 필요조건에 동의하는 세력들 사이의 ‘반자본주의 정치연합’이 당의 성격과 관련한 출발 시점에서의 준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하나는 당 건설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이 어디까지인가, 또는 누구인가의 문제이다. 이는 조직의 문제이며 인격의 문제이다. 가장 원칙적인 수준에서의 답은 위에서 말한 당의 성격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누구든 최종적으로는 건설하고자 하는 당의 강령과 규약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이제까지의 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여타의 쟁점이나 문제는 이제 건설된 당 안에서 해결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는 것으로 설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 모든 문제를 당 건설 이전에 모두 해결하거나 해소하고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설정하고 있는 경로와는 다른 것이다.

 

 

3. 노동자의힘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에 적극 나서려한다.

 

노동자의힘은 민주노동당이 출범하려던 시기에 그와는 다른 정치적 입장과 태도 속에서 독자적인 정치운동을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이 어쨌든 노동자민중 정치운동의 대표적 역할을 하고 있던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의힘은 적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과 투쟁을 다해왔다.

노동자의힘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본격화⋅전면화할 것을 주장하고 제안하는 것도 바로 그와 같은 활동을 해온 결과이다.

노동자의힘은 2006년 11월 총회에서 조직 내부적으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해나갈 것을 결의한 바 있다. 그것은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이끌 새로운 정치운동 양식의 창출을 더는 늦출 수 없으며, 또 한편으로는 노동자계급정당이 건설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움직임과 논의가 이미 여러 형태, 여러 수준에서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자의힘은 이제부터 그러한 움직임과 기운을 묶기 위한 운동과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고자 한다.

 

노동자의힘은 지난 2007년을 경유하면서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노동자민중 정치운동 전반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노동자의힘도 지난 대선에서 그 어떤 의미 있는 정치활동을 전개하지 못했다. 더 크게는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의 전망을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에서 민주노동당 운동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가 져야 할 몫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민주노동당 구성원 모두에게 가하는 비판이겠지만 그 안의 구체적 상황에 따른 변별점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자의힘은 이제 더 이상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반드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성사시켜 내기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지난 시기 미진하고 부진했던 바와 우리에게 가해진 정당한 비판과 지적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 속에서 극복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을 주장하고, 제안하며 그를 위한 일 주체로 설 것을 선언하는 자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라고 믿고 있다.

노동자의힘은 오늘 이후로 우리가 주장한 바를 현실화시켜 나가기 위한 활동과 사업을 본격적이고 전면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

 

2008.01.10.

노동자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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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노동운동과제(yk)

현 시기 노동운동의 과제


[1] 예상되는 정세


1. 총체적 혼돈


1)자본의 전면 공세와 노동운동의 패퇴


-정치정세 혼탁, 천민자본주의 노골화와 부르죠아 가치관의 붕괴

-경제정세 자본의 축적위기

-자본과 권력의 지속적 공세, 노동운동의 패퇴, 노동자의 생존권과 기본권의 파탄


2)자본의 공세에 조직적으로 맞설 대안도 주체세력도 없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정체성 상실, 개량화 위기

-진보적 정치세력의 분열 약화와 무기력

-노동운동은 진보정당운동과 함께 근본적 대전환이 절실함



2. 이명박정권의 노동사회정책


1)부르도자식 노동억압공세


-노동운동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결여하고 있고, 노동억압적 의식과, 노동자, 여성과 장애인을 천시하는 천박한 의식을 가지고 있고,

/현대건설신화, 청계천 재개발로 알려져 있듯이 부르도자적 정책 추진 방식에 길들여 있다.

/이명박정권은 노동배제적인 정책을 독선적으로 추진하고 노동탄압적 행정을 집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김대중, 노무현정권이 정리해고제와 파견제, 비정규직개악법과 노사관계개악법을 입법화, 강행 실시하고, 기예처와 감사원 등 각종 기구를 통해서 노동통제와 구조조정, 수탈체제를 끝없이 강화하고 노동탄압을 휘둘렀듯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이다.

-버스중앙차로제, 서울시 지하철 버스 연계수송체계 도입에서 보듯이 막혀있는 수구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나라당의 유화적인 신 대북정책을 수용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한국노총과의 협약에서 보듯이 친자본적인 노동단체들을 회유하고 이용하는 정책 역시 보다 거침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명박정권은 자본 위주의 성장정책을 앞세워서 규제완화와 세금감면 등 기업투자를 활성화해서 성장률을 높이면서, 성장의 과실의 일부를 노동자, 민중에게 과자부스러기처럼 나누어주는 정책을 취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공기업의 사유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노동운동을 강경하게 억압하는 정책을 취할 것이다. 반면에 대선 시기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선언과 함께 몇 가지 사탕발림 정책을 약속했듯이 노동자대중을 회유하고 노동운동을 친자본적 개량적 운동으로 길들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의 성장정책은 제국주의 초국적 자본에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국가정책적 자율성이 제약되고 내수부족으로 제약을 받는 투자과 성장의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2)탄생과 더불어서 위기를 배태한 정권


-이명박정권은 탄생과 함께 위기를 배태함

-특검과 탄핵소추문제는 선거과정에서부터 이미 제기되어 있음

-불법과 부도덕 문제는 이명박 당선 영광의 이면이고, 당선과 함께 임기 내내 벗어날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임

-대운하공사 강행은 전면적 국민분열을 초래할 것.

-7%성장 실패가 드러나고, 민생해결을 기대해서 투표한 대중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면서 불만과 분노가 응축되고 폭발하게 될 때 위기가 초래될 것임

-정권은 정당성을 확보키 위해서 반대세력에 대한 강경한 탄압을 할 것임


3)대선이 끝나면 총선 국면에서 정세변화 있을 것인가?


-다당제가 출현하고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총선에서 국민의식이 당선자 지지와 견제심리 어디로 쏠릴 것이냐와, 총선에서 비례대표제가 어느 수준으로 확장되느냐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 후 대중의 집권당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인가, 힘을 더 실어주는 쪽으로 움직일 것인가? 현재 이명박을 지지하는 비율이 42-45%로 나타나고 특검에 찬성하거나 이명박 불신 또는 회의적인 부분이 과반수가 넘고 있으므로 대선 이후 총선 국면에서 큰폭의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범여권이든, 이회장 지지세력이든 한나라당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지역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세력이 없으므로 대체로 비례대표의석 확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큼. 그러나 대선 이후 힘의 관계가 당선자에게 쏠리므로 획기적 변화는 가져오기 어려울 것임.


3)대선 이후 민주노동당내에 강력한 분당세력이 형성되어 분당 결행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임

-총선과 당권선거과정을 통해서 당권투쟁과 함께 분당문제가 민주노동당 내외로 논란될 것이나, 대선 이후 분당을 결행할 세력형성은 쉬운 일이 아님.

①정치적으로 일반 대중(노동자, 민중)이 구별해낼 수 있는 정치적 명분과 정책적 차별화가 명확해야 함

②분당에 필수조건인 이념, 강령, 정책적 통일성을 갖는 강력한 조직적 세력이 규합되고 이 집단을 따를 폭넓은 당원역량이 존재하느냐의 문제임

③분당은 단지 민주노동당을 분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가변적으로 되는 문제, 복수의 진보정당을 지지할 수 있는 문제로 발전해가고, 나아가서 민주노총의 혁신과 분열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음


7) 당과 노동운동의 근본적 반성을 통해서 새로운 방향 모색이 필요함


-민주노동당은 내부적 부패마저도 척결하지 못하는 종파성과 비자주적인 노선과 자본에 굴종, 노동자, 민중을 대표하는 진보정치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해 감으로써 진보정당운동의 근본적 재검토와 재편이 요구되고 있음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조직적 지지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고, 그 당이 노동자계급대중의 대의를 배신하지 않고 충실히 따를 때에 주어지는 것임. 그러므로 이 자체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력하게 등장하고 있음

-민주노총 역시 내부적 부패와 자본세력을 척결하지 못하고 종파주의와 패권적 행태, 자본에 굴종적이고 타협적인 태도, 무원칙안 분열로 말미암아 노동운동의 대표세력으로서의 자질을 상실해 가고 있음




[2] 노동운동의 질적 수준을 높이자


1. 자본주의 위기의 확대재생산


1)자본주의의 모순 폭발-공황의 발발을 지연시키는 요인들


가) 세계적 경제 조절, 협력

-수차례 세계 대공황과 참혹한 전쟁을 겪은 역사적 경험으로, 세계자본주의를 안정화시키고 모순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세계적 차원의 자본주의 국가간 협력과 UN과 OECD, WTO, IMF, IBRD 등 세계적인 경제정치적 조절기구들이 역할하고 있다.

 

나) 미국중심의 제국주의 세계시장경제 영역의 확장과 통일, 구조화

-무엇보다도 1989년 이후 1990년대에 쏘동구 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하면서 광대한 영역과 인구가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편입되었다.

-한편으로 중국, 인도, 동구, 중남미,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의 광범위한 노동력(인구)과 자원이 개발됨으로써 막대한 양의 과잉자본을 흡수하고 세계 자본의 평균적 이윤율 자하경향을 완화하게 되었다.

-중국과 인도 등은 장기간 연 7-8%에서 10%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게 되었다. 저성장상황에 놓여 있던 아프리카도 최근 5%대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다)고도 기술혁명의 토대

-이러한 제국주의 지배하의 고도로 통합되고 통일된 세계자본주의 시스템을 실현 가능하게 한 데에는 IT, BT, NT 등의 첨단 기술혁명이 뒷받침하고 있다.

-IT등 신기술혁명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생산 소비 영역을 창출하고, 제조업 등 전통산업에 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이 신기술혁명으로 인해서 선진자본주의 국가와 저개발국가 사이에 지식산업 및 금융산업과 중화학공업, 경공업간의 수직적 분업화가 가능케 되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자본의 과잉을 감소시키고, 자본의 이윤율 저하를 완화시키며, 따라서 자본주의 모순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주면서 공황의 폭발을 막아주고 자본주의의 몰락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2) 자본주의 위기의 확대재생산


-그러나 쏘동구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를 통한 미제를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확장과 전세계적인 통일적 지배와 중국, 인도, 동남아 등 거대한 인구의 개발과 첨단과학기술을 발전을 기초로 한 세계경제의 수직적 분업으로 인한 자본주의경제의 확장은 자본주의의 양적 확장이지 새로운 질적 발전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이윤율 감소 경향의 일시적 완화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자본주의 파탄의 위기는 지연될지언정 해결되거나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자본의 투입으로 인한 생산력의 확장은 다시 조만간 보다 확장된 규모의 전 세계적 과잉생산과 과잉자본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다 거대하게 확대되고 심화된 차원에서의 세계적 자본주의경제의 파탄을 몰고 올 것이다.



2. 자본주의 타파하는 투쟁으로 나서자


1) 반자본투쟁 선전선동을 본격화한다


-노동운동은 경제투쟁과 제도개혁투쟁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IMF관리하의 공황상황 이후 밀려드는 자본의 공세 속에서 노동운동은 저항과 반격의 초점을 주로 신자유주의에 맞추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현 시기 자본주의의 특수한 형태로서,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것에 그친다면 정확한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노동자계급대중의 투쟁은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형태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에서, 자본주의 차체를 타파하려는 투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자계급대중에 대한 자본의 총체적인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그 자체와 맞서는 투쟁을 벌여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노동자계급대중의 생존권의 침탈과 노동기본권의 박탈과 부정,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무단적 탄압 상황은 자본주의 자체의 잔혹성과 고도의 착취를 추구하는 그 본질을 적나라하게 폭로해주고 있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러한 자본주의에 직접적으로 맞서는 투쟁만이 이로써 고통받는 노동자계급대중을 떨쳐 일어서게 만들 것이다.


2)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서 자본주의 타파투쟁으로


①신자유주의는 고도로 발전한 제국주의 단계의 자본주의이다.

-1930년대 대공황과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실시된 사민주의와 케인즈주의가 경제적 활력이 쇠퇴해 감에 따라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공기업을 광범위하게 재사유화시키면서 사유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권리를 확대하고 기업에 대한 세금을 삭감하는 정책을 취했다.

-이는 반면에 대중의 복지를 축소시키고 노동권을 약화시키면서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 수탈을 강화하고 권리를 억압하고 법과 질서를 우선하는 통치를 체제였다.

-이러한 복지의 축소와 수탈의 강화를 통해서 만성적 자본의 이윤율 저하경향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②신자유주의적 세계지배는 비슷한 다수 제국주의 열강의 동맹에 의한 세계지배이기 보다도 압도적으로 우세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국가들의 동맹에 의한 세계지배 형태로 나타났다.


③미제국주의의 세계질서는 점차적으로 부르죠아적인 이상과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권위는 쇠퇴하고, 힘과 군사력에 의존하는 미제의 패권주의적 형태가 강화되었다.

-미제의 세계지배는 정치적, 군사적 지배 강화에서 경제적 지배로, 나아가서 경제적 구조적 지배, 종속의 구조화와 수탈의 강화가 수반되었다. 


④신자유주의는 제국주의 후기단계의 자본주의이다. 자본이 한계선상에 이른 이윤율저하 경향을 극복,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에 대한 착취와 혹심한 억압을 자행하는 체제이다.

-신자유주의는 또한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 지배 아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전 세계 경제를 통일하고, 초국적자본이 제3세계 경제를 구조적으로 지배, 통제하고 수탈의 강도를 높인  체제이다.

-반신자유주의투쟁은 이러한 제국주의 자본과 그와 동맹한 국내 독점자본, 이를 대표하는 보수정권의 심화된 수탈, 착취, 강화된 억압과 권리박탈에 대한 투쟁이다. 

-그러나 이 투쟁을 통해서 독점자본의 착취와 수탈을 완화하고 권리를 개선하는 것으로 우리 투쟁의 목표는 달성되는가?


⑤신자유주의는 자유자본주의로 돌아갈 수가 있는가? 지금 시기에 자유자본주의로 돌아가면 우리는 만족하는가? 제국주의 초국적 자본의 구조적 지배를 개선하여 과거의 재벌중심 경제로 돌아가면 되는가? 그렇지 않다면 사민주의나 케인즈주의로 돌아가면 되는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이면 되는가? 이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신자유주의반대투쟁의 목표는 혹심한 신자유주의의 수탈과 탄압, 이로부터 오는 빈곤과 차별, 불평등, 온갖 비인간적 대우 등을 개선, 개혁하는 것에 그칠 것인가?

-그렇다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투쟁이 신자주의의 수탈을 완화하고 감소된 복지를 증대하고 박탈당한 권리를 부분적으로 회복하는 데에 멈출 수가 없다. 그렇다고 신자유주의가 이전 세대의 자유자본주의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안정적인 사민주의나 케인즈주의적 복지사회를 되찾아 온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⑥투쟁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파탄과 기본적 권리의 박탈을 혁파하고 정당한 권리를 회복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평등하고 자유로운 해방세상을 내오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은 신자유주의를 타파하는 투쟁이요, 노동해방, 민중해방세상을 쟁취하고자 하는 투쟁이다. 가혹한 착취, 억압구조인 신자유주의로 나타나고 있는 자본주의 자체를 타파하고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 세상의 주인이 되는 해방세상을 내오고자 하는 투쟁이다. 


3)한국노동자의 투쟁은 세계노동자의 자본주의 타파, 변혁운동의 한 부분임


-이를 명확히 하고, 이를 향해 나아가는 운동으로 위치지어야 한다.

-변혁운동(혁명운동)은 세계적 차원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운동 역시 세계적 노동자계급운동이다.

-지금 세계는 미제가 주도하는 제국주의 지배 아래 자본주의시장경제로 고도로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

-한국의 정치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초국적자본의 종속적 체계 속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고, 또한 세계적 수준의 하위 기업반열에 끼는 한국 재벌기업들 역시 세계적 생산공장과 운송, 판매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약 200만명의 현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아제국주의 기업으로 불리는 해외 제3세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혹독한 노동착취는 악평이 높다.

-한국에도 현재 약 5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저임금 영세 중소기업에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서 혹독한 탄압과 착취에 신음하고 있다.

-하나로 된 세계, 현 시기 고도로 통합되고 통일된 세계에서 한국 또는 한반도 변혁은 세계변혁과 밀접히 결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한국노동자는 세계 노동자계급대중과 연대하여 한국사회 변혁투쟁과 함께 세계적 차원의 변혁운동을 벌여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3] 총파업투쟁과 노동운동 혁신


1. 총파업전선 구축 방향


1)정세는 총파업투쟁전선을 요구한다.


-08년은 노사관계개악입법이 실시되는 첫해이다.

/필수공익사업장의 50%대체근로가 실시되고 파업시 50% 필수유지업무가 강요된다. 07년 7월 비정규직 개악입법 실시 전후에 터져 나오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의 양산, 현장노동자들의 신음과 투쟁에 이어서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투쟁을 말살하려는 노사관계개악입법을 현장으로부터 무력화시킬 투쟁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실시되는 공공기관운영법은 기예처가 공공기관을 총괄적으로 통제, 감시,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노동자들의 임금억압, 노동강도 강화,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으로 위협할 것이다. 이에 맞서 투쟁해서 이 법 시행을 초기부터 무력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강력한 저항으로 이를 약화시키지 않으면 노동운동이 역으로 무력화되고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이명박정권은 네트워크산업을 포함해서 돈이 되는 공기업 전면 사유화를 밀어붙임과 함께 의료, 교육, 물, 주거 등 전 산업, 대중생활을 자본의 이윤의 독잇발의 먹이로 제공하는 노골적인 정책을 취할 것이다.

-화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 법, 제도개혁투쟁과 운수노동자 전체의 생존권 쟁취투쟁 역시 08년에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07년에 구조조정저지, 비정규직철폐, 해고노동자복직투쟁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 철도노조 역시 이 못다 한 과제들을 08년에는 쟁취해야 할 것이다.

-운수노조와 공공노조, 공공운수연맹은 08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투쟁은 지도부와 간부대오부터 구속을 결단하고 명실상부하게 총력을 쏟아서 전 조합원을 일으켜세우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총파업투쟁을 힘차게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공공운수 통합산별노조 결성사업 역시 탄력을 받을 것이다.

-건설노동자 역시 근년에 끈질기고 위력적인 투쟁을 벌여왔다. 덤프, 레미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쟁취와 법제도개혁투쟁, 플랜트, 건설기계, 지역건설노동자들의 건설부문 구조개혁과 생존권쟁취투쟁은 수년 동안 노동자투쟁의 중심이 되어 왔다. 이러한 건설노동자들 투쟁도 08년에는 총력을 모은 투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금속은 민주노총 차원의 파업투쟁에 기본동력을 공급하여 왔다. 금속노동자 역시 비정규직화, 하청화 등을 통한 고용불안과 산재, 손배등으로 심각하게 고통받아왔다. 일상적 비정규직철폐투쟁이 금속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랜드, 코스콤투쟁은 07년 비정규직투쟁의 전형이 되어 왔고, 자본과 노동간의 대리전화하고 있다. 자본의 강력하고 끈질긴 힘을 돌파하여 승리를 쟁취하지 못하고 있다.

-IMF관리하의 공황상황 이후 지난 10여년간 노동운동은 자본의 거센 공세에 패퇴하고 권익을 박탈당하고 무력화되어 왔다. 노동자계급대중은 궁핍과 억압, 착취에 신음하고 노동운동은 거의 해체될 지경에 이르렀다. 노동운동의 바닥에서 노동자대중의 집적된 고통과 분노가 투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운수, 건설, 공공, 금속, 서비스, 의료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대중의 전국적 투쟁을 묶어세워서 강력한 하나의 힘으로 만들고 자본과 정권에 대해서 결전을 벌여야할 상황이 08년에 다가오고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옥죄어오는 법과 제도를 혁파하고 이들 자본과 권력 자체를 꺾음으로써, 노동자들의 천부적, 사회적 기본 권리를 쟁취하고 생존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투쟁은 어느 사업장의 개별적 투쟁으로써 승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연맹, 산별노조의 일부 투쟁역량을 가지고서도 총자본과 권력에 대등하게 맞서 투쟁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노동운동 전 역량을 끌어 모아서 단결된 투쟁을 전개해 나갈 때 자본과 정권에 대해서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설혹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노동운동 역량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총파업 동력은 현장으로부터 조직되어야 한다.


-총파업투쟁동력은 총파업투쟁에 대한 대중적 요구와 주요 해결과제가 있으면서, 투쟁 동력과 의지가 있는 곳에서부터 조직화되어야 한다. 그러한 조건이 형성된 단위 사업장노조, 산별노조, 연맹, 지역에서부터 투쟁동력이 조직화되어야 한다. 투쟁의 조직은 간부가 결단하고 대중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토론을 조직하고, 교육, 선전선동을 해내고, 대중적 결의를 끌어내고, 단계적 투쟁을 배치해서 고양, 상승시켜 나가야 한다.

-조직적이고 집단적 투쟁결의가 선 노조와 조직은 역시 이러한 결의가 선 다른 노조와 조직과 연합하여 공동투쟁을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조직적 투쟁결의 초기 단계부터 함께 결의를 세우고 그 결의의 범위를 확장하고 대중적 결의의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

-총파업은 결국은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 민주노총의 파업투쟁동력을 최대한 결집하고 고양해서 대회전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럴 경우 전체 노동자계급대중의 근본적 요구 몇 개를 들고 총파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 투쟁이야말로 자본가계급과 그 대표기구인 자본가권력과의 전면적 계급투쟁이다.

-현재 민주노총 중앙집행부는 08년 총파업을 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위원장은 가는 곳마다 “08년에 총파업하자, 총파업권한을 나에게 달라”고 하고 있다. “나에게 권한을 주면 책임지고 총파업지시(명령)를 내가 내리겠다. 내가 감옥에 가겠다. 그러면 여러분은 감옥에 안가도 된다.” “총파업형태도 제대로 된 총파업을 하자, 가스발브를 잠그고 전기스위치를 내리자”고 하고 있다.   

/이러한 위원장 말을 믿는 간부나 조합원은 별로 없다. 각자의 절실한 요구에 기초해서 스스로 확고한 희생적 결의없이 총파업이 이루어지는가? 노동자계급대중이 함께 직면한 시대상황의 절실한 요청에 의해서 함께 들고 일어서지 않고 총파업이 이루어지는가? 체계적이고 치밀한 계획과 집행력없이, 총파업을 선도할 선봉대오의 조직없이 전국적 총파업투쟁이 가능한가?

/그러므로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투쟁을 벌이더라도 진정으로 결의가 서 있는 조직들이 집단적으로 결의를 세우고 총파업을 조직화해나가야 하고, 다만 민주노총 중앙집행부가 총파업을 내세우면 이를 활용하여 전체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미 집단적으로 결의되고 계획된 총파업계획을 관철시켜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민주노총혁신과 한국노총해체투쟁을 전면화하자                                         

1) 한국노총 해체투쟁과 민주노총 혁신투쟁의 결합                                                 

-이명박지지로 한국노총은 자본과 정권에 빌붙어서 자본의 권력을 강화하면서 기생할 태세를 노골화함. 한국노총은 자본과 권력의 노동자계급대중에 대한 지배질서에 노골적으로 야합하면서 자본의 이데올로기와 달콤한 과자부스러기로 노동자계급대중을 부패시키려 할 것임.

-지금시기 노동운동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투쟁을 전개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할 것임

/이는 당위이면서 동시에 호기임.

-한국노총 해체투쟁은 동시에 민주노총 혁신투쟁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임

/한국노총의 썩은 노동관료들과 명확한 선을 긋고 비판, 폭로하는 확고한 전선을 치고

-민주노총 내부에도 역시 도사리고 있는 부패와 기회주의, 관료주의를 철저히 수술해내는 혁신운동을 동시에 벌여야 할 것임. 그러할 때만이 노동자대중을 억압수탈하는 자본과 정권의 지배구도에 동참하여 그 앞잡이가 되어 있는 한국노총 해체투쟁이 명분과 힘을 얻게 될 것임

-그리하여 한국노총 산하에 짓눌리고 있는 광범위한 노동자대중의 노동자계급의식과 정치의식을 올바르게 각성시켜 그들이 한국노총이라는 썩은 껍질을 부수고 나오도록 지원해야 할 것임. 상층 비판(폭로) (하층) 대중연대임.


2) 한국노총 해체와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사업배치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혁신사업은 별도로 계획,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 해체는 각 사업장과 각 지역 및 산업, 업종 차원의 사업과 전국적이고 총체적인 정치사상적 투쟁과 조직적 투쟁사업이 함께 포괄되어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12월 통과된 대로, 2009년말까지 실행이 유보된 단위사업장에서의 노조결성의 자유(북수노조) 조항이 2010년에도 실행은 불가능할 것이다.

/복수노조가 되면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특히 버스, 택시, 항운 등 운수사업장에서 조직적 안정이 급속히 와해되고 조직적 붕괴와 이탈이 신속히 일어날 수 있다.

/복수노조 실시와 함께 전임자 임금부지급이 실시된다면 3500여명에 이르는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부패하고 관료적인 한국노총 노동관료들은 결사적으로 전임자임금 부지급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대선에서 이명박을 지지하면서 전임자임금을 계속 지급하는 것을 포함한 6개항의 협약을 맺었다.

-민주노총 역시 복수노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전임자 임금부지급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비없이 복수노조실시를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요구는 기만이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자신의 손 대지 않고 한국노총이 자본과 정부와 타협하는 것을 방조하였다고 할 것이다.

-실직적으로 복수노조 실시를 내오려면 한국노총 해체투쟁을 통해서 한국노총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타격하고 사업장과 지역, 산업에서 한국노총을 무너뜨리면서 이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반노동자적인 부패한 사기꾼인 한국노총 이용득의 노골적인 이명박 야합으로 한국노총 내부에서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와 비판이 폭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해체를 내외에서 선전선동하고 투쟁할 절호의 기회이다.

-일례로, 운수분야에서는 조직노동자의 70%이상이 한국노총으로 소속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한국노총 소속 운수노조 조직은 노동운동 조직이 아니라, 썩은 노동관료들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억압하고 수탈하는 구조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노총 소속 운수노조는 27만여명의 조직원을 포괄하고 있는 한국노총을 지탱하고 있는 중심부분이다. 그러므로 운수부문 노조민주화사업은 한국노총의 근간을 흔드는 타격이오, 따라서 강력한 타격없이 운수부문 한국노총 어용노조의 전반적 민주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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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평가와 사회주의정당(해방연대)

[발제2] 민주노동당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그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정당 건설
31호
2008/02/02
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선투쟁에서 참패하였다. 5년 전 2002년에 비해 당원 수와 당조직은 급격히 확대되었음에도 권영길 후보는 2002년보다도 낮은 3.0%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낮은 득표율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은 2002년과 달리, 사회의 향후 발전방향을 둘러싸고 의미 있는 논란거리를 제기하는 데에서도 실패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선에서의 참패 이후, 민주노동당이 보인 모습이다. 권영길후보와 당내경선과정에서 권영길후보를 지지한 자주파와 개인들, 그리고 선대위와 최고위원회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최고위원회의 사퇴와 심상정비대위의 구성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데에만 몰두하였다. 대선이 참패로 끝난 지 이미 한 달이 지났지만,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대선참패의 정치적 책임을 진 사람은 사실상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의견그룹 전진을 중심으로 대선투쟁의 참패에 대한 철저한 평가는 진행하지 않은 채 “종북주의 때문에 대선투쟁에서 패배하였다, 종북주의 때문에 당이 망했다”는 정치적 공세만이 난무하고 있다. 그 결과 당은 대선에서의 참패에 이어 제2의 추락을 경험 중에 있으며, 어렵게 비대위가 구성되었지만 대선참패이후 한 달이 다 된 시점에서도 평가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고, 당의 모습에 실망한 당원들의 탈당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선에서의 참패 이후에도 진정성 있는 반성과 평가가 실종된 채 정파 간 정치공세만 난무하는 민주노동당에 과연 미래가 존재하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이 드는 시기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미 민주노동당은 진정성 있는 반성과 평가가 불가능한 정치조직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조차 든다. 필자가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것은 이런 상태가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고 대선참패 이후의 당의 모습이 이를 더욱더 명확하게 확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미주).

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참패한 핵심적인 이유를 밝히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참패한 핵심적인 이유는,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 악화와 사회의 양극화, 이에 따른 노동자, 민중의 삶의 악화, 파탄에 민주노동당이 급진적인 반자본주의적 노동자정치의 강화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우경화하여 자유주의정치세력과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혀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은 열우당 2중대, 대통합민주신당 2중대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유주의정치세력과 함께 ‘민생파탄을 초래한 한 묶음의 무능한 세력’으로밖에 인식되지 못해 동반 몰락했다.

이 자명한 사실조차 민주노동당, 보다 구체적으로 민주노동당내 정파들은 분명하게 정치적으로 정식화하지 못할 만큼 현실인식과 현실과의 소통에서 실패하고 있으며 대신 민족주의세력과 사민주의적 개량주의세력사이에는 사태의 핵심을 완전히 놓친 지루한 정치공세만이 반복되고 있다. 주인(노동자, 민중, 당원)의 마음은 급속히 떠나가고 있는데 객들(정파들)의 내부정치만이 횡행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해온 사회주의자들에게 지금만큼 당의 현실을 냉정히 평가하고 그 대안을 단호히 실천해야 하는 시기도 없었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어떠한 역할을 하였고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과연 앞으로 혁신되어 반자본주의적 정치투쟁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에서 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이 다해간다면 사회주의자들은 어떤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가? 정파연합당이 사실상 해체되고 있는데 원하든 아니든 더 이상 정파연합당이 유효한 시기는 지난 것이 아닌가?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면 우리가 건설할 사회주의정당이 핵심적으로 담아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등등 사회주의자들이 지금 스스로에게 제기해야 하는 질문들은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들이 아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우리는 이 모든 질문에 완벽한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대하며 토론회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으로 표현되는 노동자정치세력화의 한 시도가 역사적으로 마감되어가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겸허한 태도일 것이다. 오늘 토론회가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해온 사회주의자들이 서로 간에 고민과 대안을 소통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 민주노동당에 대한 역사적 평가

1) 2000년 창당에서 2004년 4.15총선까지

민주노동당의 2000년 창당은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주요과제로 설정한 민주노총의 주도하에 다양한 정파가 결합하면서 창당되었다(민주노총의 주도 + 정파연합당). 96, 97 총파업이 창당의 주요 동력이 되었다. 민주노총이 창당을 주도한 점이 이전에 실패를 반복하던 진보정당 추진 움직임과 달리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토대를 빠른 시기 안에 구축할 수 있었던 가장 커다란 이유였다.

민주노동당 창당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좌파들이 당시부터 민주노동당 창당이 민주노총 내 개량주의세력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유로 민주노동당의 창당을 개량주의세력의 정치세력화 시도 정도로 축소하여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민주노동당 창당의 의의를 지극히 일면적으로만 규정하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 내 개량주의세력의 주도하에 창당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의 창당은 ‘노동자도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는 대중적 열망을 기본 동력으로 한 것이었고, 민주노동당의 창당에는 개량주의적 세력만이 아니라 변혁적인 세력 역시 참여하였던 것이다. 당시 민주노동당 창당에 참여하지 않은 세력들이 이후 실천에서 민주노동당에 대당하는 자립적인 대중적 정당을 창당하는 데서 실패한 것은 이들이 노동자정치세력화라는 과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기권한 채 좌익분파주의적으로 대응하였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주체의 한계를 그대로 반영하여 출발부터 의회주의적 경향과 대리주의적 경향, 개량주의적 경향이 우세하였지만 창당 이후 격화된 한국사회의 모순과 이에 따른, 기존보수정당과 다른 대안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열망고조,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로 상징되는 급진적인 주장을 배경으로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내었다. 이 시기가 민주노동당의 ‘한계 속에서의 성장’시기였다. 비록 많은 한계를 안고 있었지만 그리고 비례대표제라는 제도의 덕도 보았지만 이 시기에 민주노동당은 진보불모의 한국정치지형에 돌파구를 내는 데 성공하였고 그 결과 노동자, 민중의 새로운 기대를 받게 되었다. 2004년 총선직후의 메이데이 전야제와 집회가 어느 해보다 활기에 찼던 것과 총선이후 대규모 당원입당이 이루어진 것은 이러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2) 2004년 4.15총선 이후 당 혁신의 실패와 ‘당의 한계가 오류로 전환된 퇴보의 시기’

그러나 2004년 총선이후 민주노동당은 자신을 혁신함으로써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데에서 실패하였고 변화된 정세에 지속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노출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의 대부분은 불리한 객관적 조건이 아니라 주체적 한계와 오류였다.

객관적 조건은 민주노동당의 발전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이는 민주노총에게도 똑같았다). 사회의 모순 심화는 인간다운 삶을 갈구하는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고조시켰다. 자본주의체제의 모순이 곪아 터지고 있었고 객관적 조건은 급진적인 노동자정치의 본격적인 전개에 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주장이 대중적 호응을 얻은 것은 이 주장이 자본 위주의 사회질서에 대해 급진적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졌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잘 읽고 당은 2004년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와 기존질서에 도전하는 행동을 전개했어야 했고, 원내진출을 의회활동과 대중투쟁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토대로 적극 활용하여야 했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열린우리당 등 자본가정당과는 정치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노동자정치의 실천과 결합되어야 했다.

그러나 당은 이러한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나아갔다. 반자본주의정당으로서의 성격 강화는 실천되지 않았고, 2004년 너무나도 당연한 비정규직관련 투쟁의 전면화와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의 건설이 당시 당내에서 논란이 될 정도로 당은 상황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하였다. 2005년 불파투쟁을 당은 사실상 방치하였다. 당 정치사업에서 민족주의적, 개량주의적 기조가 갈수록 강화되었다. 또한 당은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의회에서 대신 해결해주는 고루한 의회주의, 대리주의정당의 성격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의회활동과 대중투쟁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였으며, 열린우리당 2중대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될 정도로 독자적인 노동자정치의 실천에 실패하였다. 당원들 특히 노동자당원들의 주체적 당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은 사회적 모순의 격화되는 조건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체제에 안주하며 우경화하는 상황을 연출하였고 이는 당연히 당의 침체와 위기로 연결되었다.

2005년 울산북구재선거에서의 패배는 이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선거 패배 이후 최고위원회가 총사퇴하고 비대위가 구성되었지만 당은 그 후에도 아무런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기 최고위원회에서도 이전의 민족주의적, 개량주의적 정치기조가 그대로 반복되었고, 2006년 지자체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은 울산북구, 동구 구청장선거에서 패배했으며 전국적으로도 패배했다.

2004년 이후 당이 보인 모습은 발전이 아니라 정반대로 퇴보였다. 당의 급진화가 아닌 우경화는 당의 침체를 가져오고 이 침체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당은 다시 우경화로 향하고 이것이 다시 침체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확대 재생산되어 왔고, 2007년 대선후보 당내경선에서 자주파의 종파적인 이해로 세 후보 중 가장 우경화한 권영길후보가 당의 대선후보로 당선된 이후에는 현충원 방문, 친기업정당 선언으로 우경화의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더니, 급기야는 당대표의 한국노총 사과사태까지 발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결말은 정치적 몰락위기를 가져온 대선에서의 참패였다.

창당 이후 2004년까지의 시기가 ‘당의 한계 속의 성장 시기’였다면 2004년 이후는 ‘당의 한계가 오류로 전환된 퇴보의 시기’였다.

3) 민주노동당의 퇴보추세는 역전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구조화되어 있다

그러면 민주노동당은 과연 앞으로 혁신되어 퇴보를 멈추고 반자본주의적 정치투쟁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당으로, 노동자들을 당의 주체로 세우는 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몇 가지 혁신조치로 달라질 수 없을 정도로, 자본주의적 모순악화, 사회양극화 정세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는 이미 구조화되어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에는 크게 보아 민족주의경향, 사회주의경향, 사민주의경향이 존재한다. 이 중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는 민족주의경향은 당이 반자본주의적 정치투쟁기조를 채택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으며 시대착오적인 민족민주적인 정치투쟁기조에 당의 정치투쟁기조를 여전히 가두어두려 하고 있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의 국가비전채택은 이 경향의 돌발적인 시도가 아니라 일관된 기조의 산물이다. 이들은 이 기조를 조만간에 더욱더 밀어붙일 것이다. 사민주의경향은 공공연한 형태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회주의로 위장된 사민주의경향까지 합하면 당내 두 번째 규모의 경향으로서, 이 경향은 반자본주의적인 기조의 예각화를 민족주의자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방해하고 있다(반자본주의적 기조 반대에서 민족주의자들과 사민주의자들은 공조하고 있다). 이들 두 경향을 합치면 민주노동당은 60%이상의 다수가 반자본주의적 기조를 당의 기조로 채택하고 투쟁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당이 노동자대중의 투쟁흐름과 분리되어 이미 관료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은 창당시기부터 민주노총 상층 중심으로 조직되었고 이후 일반 노동자들이 다수 입당하였지만, 일반노동자들이 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통로가 봉쇄되어(가령 앞에서 예를 든 현장분회의 약화, 계선조직에서의 현장라인의 누락 등) 당은 노동자대중의 투쟁과 분리되어 있다. 그 결과 당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한 흐름이 당에 영향을 미치거나 당사업과 연결되지 않고 상층관료의 통제아래 관리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은 노동자대중의 분노, 열망, 투쟁과 분리되어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당의 잘못된 정치노선, 패권주의적 운영, 출세주의자들 사이의 권력투쟁 등에 실망하여 건강한 선진노동자들과 변혁적 세력들이 새로이 입당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기존당원들이 개별적으로 탈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패배 이후 당이 보인 극히 실망스러운 모습은 이 추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민주노동당의 퇴보추세가 역전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2003년 이후 사회주의자들은 민주노동당이 발전하도록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정당화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2008년 현재의 시점에서 당전반의 사회주의정당화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현실을 냉정히 인정해야 한다. 이 정도가 아니라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 사회주의정당화 가능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이 퇴보하여 당이 창당당시 내걸었던 노동자정치세력화와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의 계승 발전조차 공문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4)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전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은 주체적 한계와 오류로 인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이 실제로 하고 있는 역할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기대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대표체로 행세하며 노동자정치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그 역사적 생명을 다해가고 있다.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진정성을 갖는 사회주의자라면 이 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역사적 한계에 이른 민주노동당을 대중적으로 폭로하고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을 가져올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언제 어떻게 분화할 것인가의 문제만이 사회주의자들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5)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온전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정당이 건설되어야 한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2004년 이후 올바른 궤도에 올랐다면 민주노동당은 지금 사회주의정당에 근접한 정당으로 발전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었다면 민주노동당은 한국자본주의의 모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창당초기 이상으로 발전하는 당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 것이고, 사회주의자들은 분화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풍부화를 고민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들의 역량부족과 대응 실패, 그리고 기회주의자들의 시대착오적인 정치투쟁기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발전해야 할 때 발전하지 못하는 모든 존재가 정반대로 퇴보하듯이 민주노동당은 발전해야 할 때 발전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올바로 찾지 못하고 퇴보하여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온전한 발전에 걸림돌이 된 정당이 되어버렸다.

이제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노동자정당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2. 민주노동당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할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하자!

1)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다가온 민주노동당의 분화 - 정파연합당이 유효한 시기는 지나갔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주도하에 다양한 정파가 결합하면서 창당되었다. 어느 정파도 자체의 역량만으로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창당할 수 없는 조건이 역설적으로 정파연합당을 가능하게 했고, 2004년까지 민주노동당 내의 정파들은 서로 갈등하면서도 동거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원내로 진출한 2004년을 경과하면서 정파동거체제는 본격적으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가장 대표적으로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핵에 대한 태도문제를 둘러싸고였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2003년 이후 북미간의 공방이 격화될 때마다 정파간 이견으로 신속하게 당론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데에서 실패해왔다. 통일된 정치적 입장의 결여로 당은 능동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선도자로 나서는 데에서 실패하였다. 여타 문제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고 이것이 해결불능의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대선후보 당내경선 과정에서였다. 자주파의 종파적 행동으로 발생한 당내경선 후유증으로 민주노동당 내의 정파동거체제는 이미 대선참패 이전에 사실상 붕괴된 상태였다. 대선참패는 이를 표면으로 들어나게 하였다.

원래 정파동거체제는 장기간 계속될 수 없는 것으로 언젠가 분화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분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대선 참패로 민주노동당 전체가 정치적 몰락위기에 처한 시기가 분화에 유리한 시기가 아님은 주관적 생각에 빠진 사람이 아니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보다 좋은 조건에서 분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명한 것은 이미 동거체제는 불가능해졌다는 점이고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지만 이미 분화는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파연합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은 각각의 주체가 원하든 아니든 이미 해체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이미 다시 봉합될 수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면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정파연합당이 해체되기 시작하는데 정파 간 이합집산을 통해 새롭게 정파연합당을 재조직할 것인가, 아니면 정파연합당이 유효한 시기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이념적으로 특징이 분명한 당을 건설하고 새로운 활로를 각각 찾아 갈 것인가가 선택지점이다.

사회주의자로서 필자는 후자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세력들이 총선에 연연해 한다거나, 내용도 불명확하고 오래 가지도 못할 새로운 정파연합당에 매달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사회주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길, 사회주의정당 건설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길을 통해 대중들과 새로운 내용과 자세로 만나는 것이 대중들에게 보다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태도이고 당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 힘 있게 성장할 수 있는 방도라고 생각한다. 이는 민족주의세력, 사민주의세력에게도 권유해보고 싶은 제안이기도 하다. 물론 선택은 그들의 자유이지만.

2) 우리가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할 때 핵심적으로 담아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글의 1.항목에서 필자는 민주노동당이 앞으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에서 긍정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당의 구조적 한계로 더 이상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 주장이 민주노동당으로부터 계승할 성과가 전혀 없다거나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경험에서 끌어낼 수 있는 반면교사적인 교훈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태도는 변증법을 공부한 사회주의자의 태도가 아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의 경험 속에서는 주요 회의내용의 공개와 직선제 등처럼 외국의 진보정당과 비교하여 매우 선진적인 내용들이 다수 있다(물론 이 모두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투쟁으로 쟁취된 것들이다). 이 모두는 향후 건설될 사회주의정당이 계승해야 할 내용이다.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당원교육이 극히 부족하였다. 특히 새로이 입당한 당원들을 당 활동으로 이끄는 초보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점은 민주노동당의 경험이 제공하는 대표적인 반면교사적인 교훈이다. 공과가 어떠하든 민주노동당의 경험은 향후 사회주의정당의 건설과 발전과정에서 소중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시도는 민주노동당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경험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자신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타국의 역사적 경험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사회주의자들이 이들 교훈을 실천적으로 반영하여 건설될 당의 내용으로 최대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전제로 오늘 토론회의 발제문에서는 우리가 건설할 사회주의정당이 핵심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필자가 생각하는 것을 밝혀 보겠다.

(1) 명목상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주의가 이념, 강령, 전술, 조직운영에서 구현되는 사회주의정당

- 우리가 건설할 당은, 명목상으로만 사회주의를 표방할 뿐 실제의 활동은 경험주의적이고 조합주의적인 활동을 벗어나지 못하는 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행세식 사회주의자들의 집합소가 되어서도 안된다.

- 우리가 건설해야 할 정당은 실제로 사회주의가 이념, 강령, 전술, 조직운영에서 구현되는 사회주의정당, 사회주의 활동이 충만한 당이 되어야 한다.

(2) 현실사회주의 실패 경험의 교훈을 반영하고, 인류가 새롭게 축적한 물질적, 문화적 성과와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능동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사회주의를 목표로 하는 당

- 또한 건설할 사회주의정당은 자신의 이념으로 내거는 사회주의를 추상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사회주의 실패 경험의 교훈을 반영하고, 인류가 새롭게 축적한 물질적, 문화적 성과와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능동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사회주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회주의정당은 변화된 역사적 지형 속에서 대중적인 사회주의정당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축적된 대안적 사회주의에 대한 논의의 성과를 모아, 건설될 사회주의정당은 자신의 사회주의의 내용을 분명하게 대중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3) 노동자계급이 투쟁과 조직의 주체가 되는 당 - 대리주의정당의 배격

-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계급의 정당임을 자처하였지만 실제로 민주노동당에서 노동자계급은 주체로서 참여할 수도,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하였다. 실제의 모습은 민주노총 전현직 관료 중심의 당이었다.

- 또한 민주노동당은 당의 주체로 노동자계급을 세우지 못하고 노동자계급의 선두에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요구 일부를 의회활동을 통해 대신 해결해주려는 대리주의정당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 앞으로 건설할 당은 철저히 노동자계급을 투쟁과 조직의 주체로 세우는 당이 되어야 하며 대리주의를 철저히 배격하여야 한다.

(4)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선거투쟁과 의회활동을 결합하는 당

- 의회주의적 실천은 결코 계급투쟁을 발전시키지도 계급해방을 실현하지도 못한다.

- 민주노동당이 무기력한 당이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당이 의회주의적 한계에 갇혀 조로증에 걸려 짧은 기간 동안에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 의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거투쟁과 의회활동를 소극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선거투쟁과 의회활동을 올바로 결합해야 한다.

(5) 노동현장에 기반을 두고 현장의 투쟁과 밀접히 결합하는 당

- 민주노동당은 의회주의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창당 이후 노동현장에 기반을 두고 현장의 투쟁과 밀접히 결합하는 당으로 발전하는 데에서 실패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창당 이후 당의 주류를 형성한 세력은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이를 방해하였다. 이는 당의 현장분회가 창당 이후 의도적이라고 할 정도로 배격된 데에서도 잘 나타난다.

-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한계는 곧바로 의회주의적 실천, 해결사적 대리주의적 실천을 고착화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 우리가 건설할 사회주의정당은 이러한 반면교사적인 교훈을 철저히 반영하여 노동현장에 기반을 두고 현장의 투쟁과 밀접히 결합하는 당이 되어야 한다.

- 이를 위해서 조직구조도 현장단위조직을 기반으로 한다.

(6)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부대로서의 당 + 대중적 당

- 우리가 건설할 당은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부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전위정당이다. 전위정당하면 비합직업적 혁명가조직을 연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위정당의 본질은 비합직업적 혁명가조직이 아니라 당이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부대라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당원들의 교육, 투쟁에서의 단련을 일상적으로 실천한다.

- 전위정당의 성격을 갖는 것과 동시에 대중정당을 지향하여야 한다. 전위정당과 대중정당은 서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정당에 대비되는 것은 전위정당이 아니라 직업적 혁명가조직이다. 당은 최대한 대중정당을 지향하여야 한다.

(7) 당원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당

- 당원은 당조직 중 하나에 참여하여 활동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는 후원당원으로 조직한다. 이러한 방식이 당원들의 주체적 참여를 담보할 수 있다.

- 민주노동당의 경험을 교훈으로 당원들의 교육과 훈련에 당역량을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8) 민주집중제가 말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구현되는 당

- 민주집중제는 매우 훌륭한 조직운영원리이다. 특별히 사회주의정당만의 조직 운영원리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집중제는 구호로서만 남고 민주주의는 실종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탈린주의정당이 그러했고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그러하다.

- 현실에서 존재했던 것은 민주집중제를 구실로 특정종파, 특정종파의 수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를 내려 먹이는 반민주주의정당이었다. 말로서가 아니라 토론과 비판의 자유, 행동의 통일이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생동감 있는 당을 건설하여야 한다.


3.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가장 먼저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토론을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자!

-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전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은 주체적 한계와 오류로 인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대안으로서 사회주의정당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자.

- 민주노동당의 분화 시기,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구체적 경로 등은 향후 토론심화과정에서 구체화해가자. 임시 당대회 후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사회주의자들의 태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결정하자.

2) 전국순회토론을 통해 사회주의당원들과 현장당원들 사이의 소통을 확대하고 의지를 모아가자!

3) 사회주의자로서 구체적인 사회주의활동을 실천하자!

-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사회주의활동부터 실천하자.

- 우선 사회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학습활동부터 실천하자.

- 노동현장 단위조직 건설을 실천하자.

- 당 안팎의 사회주의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사회주의적 정치투쟁전선을 형성하자

4) 대선투쟁 평가와 당사업 및 운영 평가에 적극적으로 임하자!


맺으며

오늘 토론회의 핵심주제는 토론회 제목처럼 민주노동당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내리고 그 대안으로서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해가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주의자들은 원칙적인 입장에서 당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왔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당이 자기의 것으로 안고 투쟁할 것, 의회주의를 배격할 것(당직공직 겸직금지를 지속할 것 등), 사회적 모순의 격화에 맞추어 반자본주의적 정치투쟁기조를 실천할 것 등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만약 당이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처할 것임을 이미 2005년부터 지적해왔다. 2007년에 들어서서는 당원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표현 ‘만약 당이 반자본주의적 정치투쟁기조를 확립하지 못할 경우 당은 정치적 몰락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당의 심각한 상태를 경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를 당은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경고한 대로 참담한 패배와 정치적 몰락이었다. 참담한 패배 이후에도 당은 진솔한 반성과 평가와는 너무나 거리 먼 행보를 하며 한달여를 보내왔고, 실망한 당원들의 탈당사태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자멸하였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자신이 기초하는 노동자계급과 갈수록 멀어지고 노동자계급과 소통하는 데서 철저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늘 발제문에서 필자는 이미 민주노동당은 혁신될 수 있는 시기를 놓쳤고 더 이상 혁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당의 창당 때부터 함께 했던 당원으로서 이런 주장을 할 수밖에 없게 퇴보한 당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그러나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이제 사회주의자들은 솔직히 이를 인정하고 사회주의정당 건설이라는 대안을 실천해가야 한다. 아직 우리들은 이를 가능케 하는 구체적 경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향이 올바르고 역사의 방향과 일치하며 노동자계급의 열망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충분히 이를 찾아내고 실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당장 구체적 경로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왜 지난 10년의 민주노동당을 통한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실패했는가를,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민중운동 전반이 왜 침체와 무기력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를 겸허히 반성, 성찰하는 것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참패 이후 벌어지고 있는 당내 움직임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것은 그 주체들에게서 운동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성찰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만큼 감동도 없다. 당 밖의 좌파 움직임도 아직은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평가는 넘쳐나는데 관료주의적 변질 등 주체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에서는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1

오늘 발제에서는 토론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내용 - 당에서의 분화시기, 사회주의정당 건설의 구체적 경로는 다루지 않았다. 이 주제는 앞으로 순차적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들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갔으면 좋겠다. 오늘 토론회가 향후 토론과 실천에 하나의 자극제가 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으면서 발제를 마친다.
성두현 (해방연대(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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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일 민노당사태 논평글(노힘)

[논평] ‘침몰하는 타이타닉’과 ‘구명대’, 그리고 ‘새로운 정치 주체’의 형성을 위해


2월 3일, 민주노동당 비대위의 혁신안이 소위 ‘자주파’의 집단적인 반대에 부딪혀 부결됐다. 이어 2월 4일, 심상정 비대위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로서 지난 17대 대선의 패배를 둘러 싼 민주노동당 내부의 논란은 한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나 2월 3일 매듭지어진 것은 ‘17대 대선을 둘러 싼 평가’만이 아니다. 87년 이후 “한국민주주의의 최대의 ‘제도적’ 성과”였다고 평가되는,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대중적 진보정당운동도 역사적인 한 매듭이 지어졌다. 그런데 그 역사적인 매듭은 노동자민중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의원이 표현한 “침몰하는 타이타닉”처럼 그렇게 지어지고 있다.


“자주파로 보이는 대다수 대의원들이 환호성과 함께 혁신안 부결을 ‘자축’했다”고 한다. 비대위 혁신안이 “‘종북’과 일방적 책임전가식의 내용이며, 사실상 ‘반북정당화’, ‘자주통일운동 전면부정’, ‘자주대오 불인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단한 소위 자주파는 당 대회를 통해 조직적인 응집력을 보여주었으며, ‘민주노동당 내 최대 세력’임을 현실에서 다시 한 번 입증해 줬다. 그러나 딱 그 지점까지다. 비대위를 내세워 대선 참패의 책임을 모면하고, 또 그 비대위의 혁신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실력으로 입증해서 “분열분파주의 세력을 준엄하게 심판”했지만, 바로 그 심판의 결과로 그들은 침몰하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역사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이 정치적이든 조직적이든 다수이기 때문에 노동자민중진영을 배타적으로 대표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를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 노선의 현실적인 결과이다.


‘혁신안’의 부결로 전원 사퇴하게 된 비대위는 “민주노동당에 여전히 낡은 질서가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고, “변화는 과거 대신 미래를 선택할 때 가능”하다며, 그 ‘미래’의 모습이 “국민들 생활 속에 푸른 진보를 실현”하는 것이라 했다. 또 일부는 “지금 할 일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려는 승객을 구조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진보신당’이라는 구명대를 자처하며 나서고 있다. 침몰하는 민주노동당이 일으킬 거센 파장을 진보신당이라는 구명대를 통해 벗어날 수 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 구명대가 노동자민중진영을 ‘새로운’  미래로 안내하기는 힘들 것이다. 비대위든 ‘진보신당’이든 민주노동당의 실패 혹은 대선에서 참패의 원인을 ‘데모당’, ‘민주노총당’, ‘친북당’이라는 우익적 비판을 전면적으로 수용해서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경화와 개량주의화를 ‘새로운 미래’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제2의 창당’이든 ‘독자 신당’이든, 그 구명대에 오른 것은 노동자민중들이 아니라, 일부 사민주의 정치세력들 뿐이다. 그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라고 하는 거대한 자본의 공세를 헤쳐 나갈 수 있을 지, 아니면 ‘국민들의 신뢰’라는 이름으로 자본 운동의 하위 파트너로 편승해 나갈 지는 역시 그들의 몫이다.


이제 소위 ‘87년 체제’는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민주노동당이라는 개량주의적 진보정당운동의 파탄으로 한 매듭을 짓게 됐다. 노동자민중운동 진영 그 누구도 그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 점은 이제 분명한 현실이 됐다.

먼저 민주노동당은 지난 대선 이후 당대회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모습과 태도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 바와 같이 더 이상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대표성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민주노동당 바깥의 일부 논자들이 오늘의 민주노동당이 처한 사태를 대하면서도 여전히 민주노동당을 노동자민중이 지키고 유지해 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것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최소한 자신들 내부의 문제조차 절차적, 형식적으로나마 처리해 나갈 능력이나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그대로 드러냈다.

다음으로 이제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은 민족주의 진영, 사민주의 진영, 반자본 사회주의진영으로의 조직적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점이다. 당분간 각각은 스스로의 입장과 노선을 정비하고, 조직을 세우고, 나아가 대중적인 검증을 받아 나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막연한 ‘진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정치노선의 차이를 흐트려서는 안된다. 노동자민중진영의 ‘단결’이라는 명분으로 패권적인 연대 질서가 강요되서는 안된다. 이제 자신들의 분명한 정치적 전망을 전제로 서로 논쟁하고 경쟁하고, 또 새롭게 연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결과로 향후 10년~20년의 노동자민중운동을 정치적으로 책임질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형성돼야 한다.


노동자의힘도 이 과정에서 반자본 사회주의 한 정치주체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08. 02.05.

노동자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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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평가와 진보운동(lk)

 


대선 평가를 둘러싼 몇 가지 숙고와 진보운동

이광일(성공회대)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48.7%를 득표하였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6.2%의 지지율을 얻었다. 진보를 자임한 민주노동당은 3%, 사회당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의 득표를 기록했다. 이러한 선거결과에 근거하여 권력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수 언론들과 정치평론가들은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리를 전제로 선거 의미에 대한 촌평과 향후 전망을 제출하고 있다. ‘이명박특검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연이은 거부권행사 요구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진정 이것이 전부인가. 한나라당의 승리는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여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는 있다. 그저 ‘그들의 말’에 휩쓸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압도적 승리’에 가려진 것


첫째, 투표율과 득표율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다. 이번 선거의 전체투표율은 62.9%로 37.1%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 대선 중 역대 최저의 투표율이다. 이를 고려해 산술적으로 추산해 보면, 이명박 후보는 전체유권자 가운데 약 30.8% 정도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압도적 지지’에 의한 당선이라는 평가는 상대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전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오히려 투표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았던 보수정치세력 지지자들의 결속력은 매우 높았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15.1%를 합하면 63.8% 정도가 보수파를 지지하였고 이것은 전체유권자의 40% 정도이다. 투표할 만큼 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추할 때, 기권표에는 항존하는 정치적 무관심층 이외에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인 성향의 표가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선거 결과가 진즉에 결정되었기에, 혹은 기존 진보정당들의 퇴영적인 모습과 새로운 의제(agenda)가 빈곤한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투표와 연결시키지 않은 층이다. 민주노동당 지지자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이 ‘반한나라당’이라는 방침 아래 열린우리당 후보를 찍었을 것이고 또 다른 적지 않은 부분은 퇴영적인 민노당에 실망하면서 기권했을 것이다. 사회당의 지지율이 당원수에도 훨씬 못 미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기에도 다수의 기권표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난 선거에서 “그래도 진보정당인데’라며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었던 진보, 급진지향의 대중 가운데 다수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상정하는 것이 비현실적일까.


물론 투표율과 득표율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권표의 성격을 무시한 채, 이번 선거를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하며 향후 정치지형을 점치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너무 과잉 평가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것이 지니는 한계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이명박특검 철회요구’가 그것이다. 이러한 압박은 최소한 특검의 행보를 미리 제한하려는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이 침묵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경우, 최소한 내년 총선의 향배와 대책, 그리고 노무현정권보다 더 강한 신자유주의 공세가 예상되는 지금, 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이들 가운데 최소 10-15% 정도가 어떤 의제를 매개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이느냐가 향후 정치지형과 관련하여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진보정치세력의 재구성 여부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지만 말이다. 진보의 덕목이 무엇인가. 현상을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념과 실용의 대비’, 현실을 가리는 이데올로기


둘째, 대부분의 언론이 합창하는, 이념이 탈각되고 실용이 압도한 선거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이러한 평가는 보수의 언어로 현실을 가리고자 하는 반지성적인 평가이다. 지금 지구적, 일국적 수준에서 전개되는 정치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념, 발상에 의해 압도적으로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97년 IMF위기 이후 한국정치의 궤적 또한 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명박 후보에 대한 20-30대의 지지를 두고 ‘젊은 세대=진보’라는 등식이 깨졌다고 부산을 떨고 그것을 근거로 ‘실용주의’가 승리하였다는 평가가 무반성적으로 제출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자사의 기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제고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일부 언론, 시장에 지배받는 여론조사기관과 정치컨설턴트 등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자극적 평가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들은 그 근거가 견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실한 것도 아니다. 사실 이들 세대의 거의 다수는 신자유주의 이외에 어떤 이념과 발상, 대안들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어떤 사회관계와 권력관계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집권 대통합민주신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공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정치세력인지 여부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한다. 다수의 일반 대중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바로 그렇기에 이들은 내용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이라는 신자유주의정치세력들의 선동적인 말 한마디와 자신의 미래를 기꺼이 바꾸는 대담함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이들 세대에 “당신은 스스로를 진보적 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보수적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어 그 응답률로 이들의 진보성 여부를 규정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또한 젊은 세대의 특성상 이들 가운데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응답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연구자적 입장에서 말하면, 이런 이유로 인해 ‘양적 조사방법’이 아닌 ‘질적 조사방법’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흔히 평가하듯 ‘이념의 탈각’과 ‘실용주의의 부각, 압도’는 서로 대립시켜 비교,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이념, 발상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비대칭적인 현실 때문에 그 안에서 실용주의가 팽배하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개혁, 심지어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언론들조차 비판 없이 추종하는, 즉 새로이 출범할 이명박정권을 ‘이념을 넘어서는 실용정권’ 등으로 묘사하는 평가는 피상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그 인식,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마치 이념과는 관계없는 듯 행세하면서 현실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권력의지에 스스로를 복속시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의 운명과 활로


셋째, 기존의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의 향후 위상과 관련된 평가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이 얻은 득표율은 26.2%로 지난해 5.31지방선거의 광역의회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열린우리당이 얻은 21.2%보다는 높다. 하지만 지자체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가 대통령선거라는 점, 투표율이 당시 투표율보다 10% 이상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의 대동소이한 득표율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이들 세력이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전화한 이후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이 거의 사라진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득표율은 자유주의정치세력이 독자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득표라 할 수도 있다. 집권을 위해 과거 이들이 3당합당, DJP연합 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이들이 왜 그토록 ‘반한나라당의 단일화’에 목메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들이 다시 살아날 수는 있을까. 곧 다가올 내년 4월의 총선거에서 그것은 가능할까. 다수의 언론과 평론가들은 ‘친노파’와의 단절 실패와 ‘도로 열린당’으로의 회귀 등을 참패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노무현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해법은 탈노무현이다. 그런데 진정 이들이 탈노무현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을까. 애석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은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렇다면 왜 불가능할까? 그것은 한마디로 노무현프레임의 핵심이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97년 IMF위기를 계기로 등장한 김대중정권 이후 자유주의정치세력에게 주어진 역할은 신자유주의를 국가사회의 운영원리로 정착시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탈노무현프레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을 거치며 심화된 신자유주의에 대한 제동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 자유주의정치세력은 그것에 제동을 걸기보다 오히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신자유주의정책에 더욱 더 밀착하는, 따라서 한나라당과 더욱 유사한 정책을 제출하기 일쑤였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이들 자유주의정치세력은 자신들의 차별성을 이른바 ‘평화.개혁세력’이라는 언술에서 찾고자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87년 식 ‘민주 대 반민주’의 구호로 한나라당을 반평화, 전쟁수구세력으로 몰았지만, 대중은 거기에 호응하지 않았다. DJ가 ‘한나라당의 집권’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역설하며 이들을 돕고자 하였으나 그것 또한 찻잔 속의 미풍도 되지 못하였다. 그것은 한나라당이 ‘신대북정책’으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 이유는 이른바 평화.개혁을 상징하는 개성공단이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그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의 핵심은 신자유주의 분업체제에 북한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의 문제 아니었던가. 즉 대북정책은 신자유주의체제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하위정책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개혁 담론은 대중에게 주변적, 부차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안온한 삶을 사는 대중은 그나마 무엇인가 새로운 가치들을 자기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닐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삶 그 자체에 등이 휘어 고통 받는 대중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그들은 그 고통을 강제한 가시적 정치권력을 가장 중요한 비판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반면, 그 고통을 해소시켜주겠다는 선전과 선동에는 강하게 이끌린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의 길’만이 실현가능한 활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즉 ‘진보적 대안’이 의미 있는 대중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한 상태이라면 그들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들은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들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이미 그들 가운데 일부가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줄기에서 차이가 없는 한나라당, 이회창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야기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자기화하면서 그러한 문제를 완화, 해소하는 방향으로 선명히 이동하는 것이다. 이 후자의 길은 이번 대선에서 범여권으로 분류된 창조한국당의 정책 내용과 통할 것이다. 기우에서이지만 어떤 정치세력, 어떤 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세우는 내용이 중요하다.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대표되는 현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은 이 두 가지 길을 중심으로 하여 재구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에 하나 혹시 그들이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할 가능성은 없는가. 이 질문과 관련하여 이 지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집권 자유주의정치세력들이 스스로를 신자유주의자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항상 그들은 자신들을 개혁주의자, 민주주의자로 포장해 대중에게 소개해 왔다. 어떤 이는 그들이 ‘좌파신자유주의’라고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았느냐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거기에서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좌파’였고 그것은 단지 개혁,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다. 여전히 다수의 대중은 그것이 신자유주의 개혁,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민주주의라는 점을 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삶에 고통 받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장과 번영을 약속하는 신자유주의’를 ‘좌파의 사슬’로부터, 즉 혐오스러운 ‘개혁주의자, 민주주의자’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현실의 고통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좌파 아닌 자유주의정치세력이 한편으로 좌파를 조롱, 희화화시키면서 다른 한편 그것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대중적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노무현정부가 이명박정권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이라는 세간의 평가로부터 진보가 끄집어 내야하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정치적 교훈이다. 이런 그들이 어떻게 진보와 연대할 수 있겠는가.


자유주의정치세력이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자신들의 주장이 옳았고 대중들이 그것을 알아주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줄 것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어디 그것도 한나라당 마음대로 되겠는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은 그리 간단치 않다.


진보의 완패와 진보정치세력의 재구성


마지막으로 진보정치세력의 현재, 향후 전망과 관련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사회당에 대한 피판은 이미 많은 것들이 제기되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비판이 전혀 먹히지 않는 화석화된 정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에 바라는 것은 최소한 진보정당에 부합되는 행보를 걸으라는 것이다. 굳이 “제도정당은 어쩔 수 없어!”라는 낡은 비판에 기대고 싶지 않다. 또 그 제도의 경계를 넘어서라고 말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민주노동당, 혹은 사회당의 몫이라기보다 ‘더 많은 진보, 더 많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제도/비제도의 경계를 헐어야 하는 ‘운동정치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 한방에 끝난 완고한 민족주의, 코리아연방, 그리고 말의 성찬뿐인 환경 및 생태문제에 대한 언급, 소수자 차별에 대한 무지와 감수성 빈곤 등은 그 지지자들, 우호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진보정당으로 호명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비정규직노동자의 당’이라고 외쳤지만, 비정규직법의 통과 과정에서 보인 비일관성과 동요 이후 민주노동당의 그러한 외침은 의구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혹시 민주노동당의 정파들이 과거에 뿌렸던 땀과 눈물로 현재 자신들이 진보라는 점을 증명하고자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굳이 ‘87년 체제’의 종말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민주주의와 진보는 과거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그것들은 오직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서 있는가를 그 판단의 유일한 준거로 삼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민주노동당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가.


다른 한편 사회당은 어떤가. 그 대선후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선출되었는가. 그것이 내세운 ‘사회적 공화주의’는 또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가. 그에 대해 대중은 물론 그 당원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이 사회에 공화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은 없다. 문제는 그 ‘사회적’이라는 수식인데, 그것은 결코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다양한 사회관계들에 내재한 차별과 배제를 제거하자는 ‘급진민주주의’의 또 다른 정치적 판본으로 독해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당이 환호한 창조한국당의 ‘사람중심 진짜경제’가, 그에 근거한 경제정책들이 ‘사회적 공화주의’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사람중심의 진짜경제’에 대해 보였던 공감과 환호는 자유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인간일반이 아니라 분열된 역사적 사회관계들이다. 그 안에 내재된 권력관계들이며 정치들이다. ‘사람중심의 진짜경제’가 사회당의 급진민주주의와 무언가 상통한다고 생각하며 거기에 환호하였다면, 지금 사회당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선거가 끝난 지금, 사회당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을 잠시 접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회당의 몫이 아니다. 지금 사회당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자신들이 보인 정책과 정치적 행보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중은 사회당이 무엇을 하는 정당인지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당원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0.07%의 지지율이 사회당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공당으로서의 사회당의 존재가 어떠한가를 반증하는 증거로서는 충분한 수치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대선의 진짜 패배자는 ‘개혁진보세력’이 아니라 진보정치세력이다. 이번 선거의 판세는 63.8% : 26.2%+3%+0.07%가 아니다. 63.8%+26.2% : 3%+0.07%, 즉 90% : 3.07%인 것이다. 여기에 만일 창조한국당을 친신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규정할 경우, 그 패배의 골은 더욱 깊다. 범신자유주의세력이 투표자의 96%를 획득한 것이다. 이 초라한 3.07%를 가지고 진보정치세력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좌고우면할 일이 남아 있는가. 진정 대중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면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을 버리는 길밖에 없다.


첫째, 그 방법이 어떠하든 민주노동당은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계급적이지도, 급진민주주의적이지도 않은 ‘완고한 자주파’들과 단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그 재편의 과정에서 사회당 등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전제로 한 민노당과 사회당의 강령은 내용상 서로 함께 하지 못할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제도정당 외부의 계급적, 급진민주주의적인 정치세력들, 혹은 ‘계급좌파’와 ‘비계급좌파’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외면하지 말고 직간접적으로 개입, 결합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은 ‘제도정치=개량주의’라는 낡은 혐오는 금물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그 한계는 제도/비제도의 경계를 끊임없이 재구성하고자 하는 운동정치들의 과제로 계속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재검토, 철회되어야 한다. 지금 배타적 지지는 오히려 진보정치의 보수화를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러한 변화에 기존 진보정당의 대중적 명망성과 영향력을 지닌 리더들이 동참하도록 최대한 요구할 필요는 있지만, 결코 그들에게 연연해서는 안 된다. ‘낡은 틀’에서 비상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인물보다는 바로 그 낡은 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이 진보정치세력에게 준 기회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시간은 진보정치세력을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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