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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연속9

촛불에 제동 걸린 의료민영화, 부활 기미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9) 병원 영리화 촉진하는 의료민영화 법안들 줄 서

김종명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 2008년09월11일 16시55분

 

올해 상반기 촛불의 가장 큰 성과라면 이명박 정부 등장과 함께 폭주해온 의료민영화가 상당히 제동 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연지정제 폐지, 건강보험 민영화, 영리병원 허용 등을 촛불의 힘을 빌어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게 되면 의료기관들이 집단적으로 건강보험제도를 탈퇴하여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기반이 허물어지게 된다. 건강보험 민영화는 건강보험을 이리저리 쪼개어 보험회사에게 팔아넘기려는 경우로 건강보험을 보험회사의 이윤확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영리병원이 허용이 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되고 의료비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온다. 위 세가지중 어느 한 가지만 허용이 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촛불이 이 세 가지를 모두 적절히 방어한 성과에 대해서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의료민영화는 아직 중단되지 않았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촛불이 희미해져 가면 다시 꺼내들지도 모른다. 공기업 민영화나 한반도 대운하가 다시 재론되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의료민영화의 큰 축 중 하나인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영리병원도 단계적 방식으로 추진 중에 있다.

 

자, 의료민영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자. 의료민영화란 다른 여타의 민영화와 마찬가지로 ‘건강의 문제를 사회 공공의 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의료를 상품으로 취급하여 기업(병원, 보험회사)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만드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민영화의 핵심 정책은 건강보험제도를 대체 혹은 경쟁할 수 있는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시키는 것과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 두 가지로 모아진다.

 

 
여기서 민영의료보험이란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을 지칭한다. 실손형 의료보험이란 건강보험이 현재 보장해주지 않는 본인부담(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부담)을 보장해주는 민영의료보험을 말한다. 현재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본인부담은 무려 연 20조 정도에 달한다. 이 어마어마한 시장을 민영의료보험회사에게 넘겨주려하는 것이다. 암보험과 같은 기존 정액형 의료보험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민영의료보험회사의 새로운 활로를 터주려는 것이다.

 

의료기관 이용시 40%에 달하는 본인부담은 사실 건강보험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맞다. 적어도 건강보험이 전체 의료비의 80%이상은 해결해 주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 공적 보험의 보장성은 90%를 넘는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보장성 강화를 퍼주기 정책이라 비난한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유일한 정부일 것이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을 국민들이 능력껏 알아서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서 해결하라고 한다. 그러나 사회연대의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건강보험에 비해 민영의료보험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민영의료보험회사는 건강한 사람만 골라 받으려 하고, 고위험군(노인, 유질환자 등)은 가입을 배제하거나 매우 비싼 보험료를 책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 소득에 따라 정률제로 내는 건강보험료에 비해 민영의료보험은 저소득층이든 고소득층이든 동일한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한편 건강보험의 영역에 민영의료보험이 발을 들여오게 되면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오히려 건강보험은 갈수록 위축되고 민영의료보험이 확대되어 갈 것이다. 그리되면 우리는 더 이상 건강보험증만으로 병원에 갈 수 없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을 주저하고 금융위원회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질병정보를 빼내오려는 보험업법 개정은 사실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관제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의 현명한 판단으로 인해 다행히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적당한 시점에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김태환 도지사의 끝말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병원의 영리화를 추구하려는 시도는 결코 멈추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낮은 단계의 영리병원의 성격을 도입하려는 의료채권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자유인알선, 병원 인수합병, 영리목적의 부대사업 허용 등 다수 의료민영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병원의 영리화를 촉진하는 대표적 의료민영화 법안들이다.

 

의료민영화에 근본적 제동을 걸려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많은 국민들이 보험료는 비싸고 혜택은 적은 민영의료보험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하는 것도 사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모두 해결 할 수 있다면 아무리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해도 탄력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민영화 반대운동과 함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 논의는 조만간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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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연속8

산업은행 민영화 담긴 우울한 미래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8) 美 주택보증대출기관 공적자금 투입에서 무얼 배우는가?

이영일(사무금융연맹 금융정책부국장)  / 2008년09월10일 17시29분

 

후기 - 글을 넘기고 곧이어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산업은행은 “현 시점에서 리먼브라더스와 거래조건에 이견이 있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협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본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산업은행의 협상중단 선언은 오히려 반가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9일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세계화 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금융 기반의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바와 같이 앞으로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투자은행에 대한 인수합병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문에서 밝힌 우울한 미래는 계속될 전망이다.

 

 
리먼을 잡아라

 

산업은행이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지분 인수에 나섰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록치 않은 듯 하다. 애초 5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다 리먼의 부실 규모에 대한 견해차로 협상에 실패한 후, 이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25%를 직접 인수하고 나머지 25%는 시장에서 매입하기로 방침을 바꿨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리먼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몰려 40억 달러의 추가 상각을 해야 하며 오는 18일 발표되는 3/4분기 실적이 사상 최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드러난 부실만 380억 달러이며 500~800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경고가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8일에는 미 금융당국이 주택보증대출업체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2,00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호재에 힘입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주요 금융주들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리먼브라더스 주가만 홀로 13% 하락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의 칼럼니스트 빌립 보링은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는 어리석은 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의 HSBC와 일본의 미쓰비시UFJ도 리먼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잠재 부실 규모를 확인하기 어려워 포기하는 마당에 왜 유독 산업은행만 리먼 인수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한국투자공사 1조 원, 국민연금은 5조 원 날려

 

산업은행측은 “리먼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이 인수할 적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글로벌 신용경색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적기 운운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지난달 13일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전세계 100대 주요(투자)은행들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입은 손실과 자산상각 규모가 이미 5,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IMF는 총 손실 규모가 8,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1억 2천만 달러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씨티그룹이 1만3200명, 독일 코메르트방크가 9천 명을 감원하는 등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수십만 명의 금융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거나 자리에서 쫓겨날 운명에 처해 있다.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는 파산위기를 맞아 JP모건에 헐값으로 인수됐다.

 

 
한편, 올 초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한국투자공사(KIC)가 이미 10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고 유재중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에만 주식투자로 5조 원을 날렸다고 한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부실규모가 얼마만큼 확산될지 아무도 그 끝을 단정하기 어려운 오리무중 상황에서 투자적기라고 주장하는 짓은 무모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산업은행 민영화와 글로벌 플레이어

 

 
산업은행이 몇 달째 리먼 인수에 고집을 피우는 데는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2005년부터 올해 초까지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역임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위기에 처한 리먼이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단기외채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환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며 계속해서 한국 시장에 러브콜을 보내는 게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도 않는다. 민유성 은행장은 산업은행 민영화와 금융산업의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하기 위해 교체투입된 선수기 때문에 그가 “5년 내에 아시아 선도 투자은행으로 도약할 것” “앞으로는 행장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행원이 나올 것”이라고 설레발을 떤다고 해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볼 필요는 없다. 씨티은행, 모건스탠리, 살로먼스미스바니, 리먼브라더스 등에서 M&A 전문가로 성장해 온 그가 산업은행에서 어떤 일을 벌일지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닌가? 오히려 그를 산업은행장 자리에 앉힌 이명박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더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협상에 대해 “공적기관이 과도한 부담을 안는 주체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산업은행의 주거래기업들이 유동성위기에 몰릴 수도 있는데 해외 M&A에 실탄을 써 버린다면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위기가 드러난 것 이상으로 심각하며 정부의 ‘금융화 프로젝트’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지켜보던 시장주의자들이 한마디 거든다. “해외 투자자들 보기 부끄럽다. 이럴 거면 앞으론 ‘글로벌 플레이어’ 운운하지 말고 산업은행장 자리에 말 잘 듣는 관료나 앉히라”고.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해놓고,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이고 나발이고 간에 민영화해서 세계적인 투자은행 만들자고 해놓고, 우리도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화끈하게 놀아보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왜 딴소리냐 이거다.

 

 
금융산업은 ‘선진화’를 타고

 

참여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가 이명박 정부에 와서 ‘금융산업 선진화’로 재탄생했다. 경제정책, 특히 금융정책에 있어서 前-現 정부의 차이점은 많지 않다. 우스갯소리로, 노무현 정부가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해서 국민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면 이명박 정부는 “우측 깜빡이 켜고 ‘강부자’만 태운 채 냅다 달려” 국민들을 소외시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금융위원회가 말하는 금융선진화는 “금융산업이 단순히 다른 산업에 대한 지원 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新성장동력으로서 우리경제 선진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은산분리 완화) 심지어 연기금과 사모펀드의 은행 지분 소유를 추진한다.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재벌하기 좋은 금융 환경”이라고 평한다. 대기업들의 금융시장 점유율은 2005년 3월 총자산 기준으로 생명보험 75.2%, 손해보험 47.6%, 증권 35.7%, 신용카드 63.9%에 이르고 있으며, 삼성그룹의 경우 총자산 217조 원 중 금융계열 자산이 133조 원으로 58.6%에 달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금융선진화를 통해 집중적으로 혜택을 받는 이가 누구겠는가?

 

 
정부의 고민은 ‘글로벌 플레이어’에 오래 멈춰 서 있다. 미국의 3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3개 사의 평균 자산은 7,620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한국의 3대 증권사인 삼성, 대우, 우리증권 등 3개 사의 평균 자산은 87억 달러로 1.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원하는 대로 간접금융시장에서 직접금융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매물이 필요하고 자본은 좀 더 집중되어야 하고 자본회전 속도도 빨라져야 한다. 이런 연유로 (금융)공기업은 민영화될 수밖에 없고, 경부운하 토목공사가 필요하며, 연기금이 주식시장에 동원되어야 하며, 대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입과 사업확장이 용이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산업은행은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의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고 민영화 후 투자은행으로 변모하는 시나리오가 제출되는 것이다.

 

금융공기업 민영화로 양극화 해소?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민영화의 근거로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이 혼재되어 시장마찰이 확대되고 민간 금융의 발전도 제약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은행은 1954년에 설립된 국책은행으로서 50년대 전력, 석탄 등 기반산업에 대한 재정자금공급을 시작으로 60~70년대 개발금융, 80년대 장기설비금융, 90년대 기업금융 등 시대별로 변화된 역할을 수행해 왔다. 2006년 12월 기준으로 104조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2007년 27조 원의 산업자금을 공급했고 중소기업에는 7조 3천억 원의 자본을 지원했다.

 

글로벌 금융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정책금융을 최소화하고 국책금융기관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소기업 경기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다시 심화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발표에 따르면, 200대 기업 중 30대 그룹 계열사들의 자산비중은 무려 70%에 육박한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통화옵션거래인 KIKO계약에 묶여 위기에 처해 있다. 산업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을 산업은행 민영화, 기업은행 민영화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정부 금융당국자들은 답을 주기 바란다.

 

 
英 노던락은행 재국유화... 美 패니메 프레디맥 공적관리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신용 경색 영향으로 지난해 9월 영국의 제 5위 모기지은행인 노던락(Northern Rock)은행에서 1866년 이후 처음으로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올해 2월 영국 정부는 국유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작년부터 올해 7월까지 자산규모 320억 달러의 모기지대출업체 인디맥을 비롯해 8개의 금융기관이 부도를 냈고, 올해 3월에는 모기지 대출업체인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헐값 매각됐다. 한 국내 경제일간지는 장외파생상품시장에서 베어스턴스가 얽히고 설킨 스와프 거래가 무려 10조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경제 규모가 14조 달러임을 감안할 때 71% 수준이고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리먼브라더스 등 다른 투자은행들이 만든 거래를 포함하면 미국 경제 규모의 몇 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주택보증대출업체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해 미 금융당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38년에 설립된 패니메는 68년에 민영화 된 후 꼭 30년만에 다시 국가 관리 모드로 전환된 것이다. 1980년대 급속한 금융화를 견인해 온 영국과 미국이 20~30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자 어찌 보면 필연적일 수 있다.

 

 
런던, 뉴욕, 홍콩, 싱가폴, 쥬리히,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시카고, 시드니, 동경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과 정부 관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올해 5월 강연회에서 “시장참가자들의 자율이 지나칠 경우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은 시장불안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이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위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자율이 지나치면 위기와 불안을 초래한다는 인식을 한 건 다행인데, 이 또한 감수하고 돌파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는 건 안타깝다. 독일은 리히텐슈타인 공국 등 조세피난처에 대한 탈세조사에 착수했고, 호주는 국부펀드 규제를 위해 6개의 심사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은 부실 금융기관 재국유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원유시장 투기세력을 색출해내고 불안정한 파생상품을 규제하자고 나서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자율”만 외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런던, 뉴욕, 홍콩, 싱가폴, 쥬리히,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시카고, 시드니, 동경.
올해 3월 런던시티공사가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의 경쟁력 순위다. 서울은 상해, 오사카, 북경에도 못미치는 53위다. 이명박정부가 말하는 금융선진화가 동경을 제치고 10위 안에 드는 것이라면 일찌감치 그 꿈을 접는 게 좋겠다. 금융산업 발전의 제1과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지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들어서 세계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불균형, 중소기업-대기업 양극화,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금융소외자 등 산적한 문제를 외면한 채 ‘산업은행 민영화,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에 핏대 올리는 그들의 입방아에서 우울한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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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연속7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비정규직 해고방안’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7) 2MB정부의 비정규직 목조르기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페연대 집행위원장)  / 2008년09월10일 10시44분

 

2001년의 3월과 2008년의 9월

 

2001년 3월 29일, 봄 같지 않게 눈발이 날리고 날은 몹시 추웠다.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은 그날 새벽 목동전화국을 점거했다가 특공대에 의해 끌려 내려왔다.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7,000명을 하루아침에 계약해지하고, 도급으로 가라고 종용하는 회사에게 계약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서 저항했지만 517일간의 몸부림은 그날의 날씨처럼 얼어붙은 채 슬프게 막을 내렸다. 그들은 똑같은 현장에서 이제는 도급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투쟁을 그렇게 외롭게 만들었던 한국통신 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곧이어 114와 110 업무를 담당하던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분사가 진행되었다. 본사를 점거하고 투쟁했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도 남성 노동자들의 연대 없이 쓸쓸히 막을 내렸다. 이어서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이 실시되었다. 수 천 명의 노동자들이 다시 현장을 떠났다.

 

한국통신은 더 이상 공기업이 아니다. KT로 민영화된 이후 우리는 114 전화번호 안내를 받기 위해서 한 통화에 12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전화번호 안내는 더 이상 한국통신의 무료서비스가 아니라 KT의 이윤을 위한 상품이다. KT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도 짤리고 우리의 호주머니도 털린다.

 

 
7년이 지난 오늘 파업 940일이 넘어가는 KTX 비정규직 승무원들은 40미터 상공에 서 있다. KTX 승무원은 철도유통에서 관광레저로 정처 없이 팔려나가고 임금과 노동조건은 계속 나빠졌다. 이래서는 도저히 300명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고 외치며 투쟁한 지 천일이 되어간다. 그러나 이것은 KTX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직을 외주화한 후 계약직이던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외주화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외주로 팔려나갔다.

 

그렇게 철도공사가 승무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형편없이 떨어뜨리는 것에 비례해서 KTX를 타는 우리들의 안전도 무시되었다. KTX 승무원들은 전에는 열차 내부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KTX 승무원들이 안전업무를 하면 불법파견의 여지가 있으니 이제는 열차 안에서 무슨 문제가 생겨도 단지 서비스만 하고 있으라고 철도공사는 말한다. 결국 열차 안전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는 승무업무 외주화와 함께 짓밟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한 정규직들은 결국 자신들도 비정규직이 되었거나 혹은 비정규직이 되는 과정을 밟았다. 공공부문에서는 그 업무들이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사유화(민영화) 되었다. 즉 공공성이 아니라 이윤 중심으로 재구성되었다. 비정규직들의 안타까운 투쟁에 함께 하지 않았던 우리는 자신들이 누리던 공공의 권리, 즉 114 전화안내를 무료로 받을 권리, KTX를 안전하게 탈 권리를 고스란히 자본의 이윤 논리 앞에 갖다 바쳤다.

 

허구로 가득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공공개혁을 한다면서 대대적으로 공기업 노동자들의 인원을 감축했다. 하위직과 기능직이 대거 해고되었고, 인력이 부족해지자 해고한 노동자들을 다시 비정규직으로 불러들였다. 정부에서는 인력을 많이 감축할수록 예산을 많이 주니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었고, 민간위탁과 외주화도 계속 진행되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항을 계속했다. 2003년 근로복지공단의 이용석 열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고발하면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고,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투쟁을 계속했다. 그들의 저항이 결국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지켜나가는 길임을 분명하게 깨닫지는 못했을지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외주화로 표현되는 공공부문 사유화를 막는 매우 중요한 저항이었다.

 

 
이러한 저항에 직면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만들겠다고 한 정부는 ‘무기계약’이라는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냈다. 비록 차별은 남아있지만 고용은 안정되므로 나은 제도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무기계약 노동자들의 계약서에는 이미 ‘예산 축소, 업무 통폐합,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었고, 그것을 담은 ‘인사관리 표준안’이 각 기관에서 부활하고 있었다. 결국 겉으로만 고용안정이었지, 실제로는 외주화의 전단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부는 ‘합리적인 외주화 원칙’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핵심업무라 하더라도 외주화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철도에서 수송과 매표, 안내 등의 외주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볼 때 이후 여러 업무에서 외주화가 진행될 것이다. 인력감축과 예산절감을 공공기관의 핵심적 평가기준으로 삼는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것은 결국 외주화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외주화를 한다는 것은 경영의 공공성이 이미 없다는 것이며, 이윤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업체에 공공부문을 맡기는 것이다. 이것이 곧 공공부문의 사유화의 한 방편이다.

 

 
‘공기업 선진화’로 민간위탁 늘리고 비정규직 해고하기

 

기획재정부는 8월 중하순 1, 2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이 수익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공공기관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를 망각한 발언이다. 9월 중순에 3차 계획이 발표되면 더 많은 공공기관이 구조조정과 통폐합, 민간위탁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3차까지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기관에 대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고, 공기업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이 제출된다.

 

지식경제부, 노동부에서는 이미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은 인건비와 운영비의 10% 감축, 비핵심업무의 외주화, 연봉제 및 계약제 확대와 차등성과급 확대, 독립사업부제 및 외주위탁 활용 등이다. 정규직은 성과주의에 입각하여 연봉제로 돌리고, 계약직이나 비핵심업무의 경우 외주위탁을 할 것이다. 각종 경영평가를 통한 차등성과급 지급으로 기관별 내부구조조정을 부추길 것이다.

 

 
바로 이러한 구조조정을 예비한 것이 바로 7월에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추진 계획 지침이다. 그 내용은 6월 30일자로 2년 이상 된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되, “조직개편, 업무량 감소 등 구조조정이 예정돼 인력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는 전환의 예외로 한다고 명시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계획된 경우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고 해고하거나 외주화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노동부가 예시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경영효율화 가이드라인에는 무기계약직 5% 감축, 비정규직을 줄이는 경상경비 절감 등이 나타나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도로공사,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학교비정규직 등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계약이 해지되거나 외주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규직 감축 비율에 맞춰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감축 비율을 맞추라고 내부 지침을 내리고 있으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성과나 투자효과가 낮은 사업은 폐지하고 민간수행이 가능한 기능은 민간위탁을 추진하라고 하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은 더욱 위협당하고, 민간위탁의 이름으로 공공성 없는 이윤논리가 횡행해질 것이다.

 

 
앞서 싸우는 비정규직과 어깨걸기

 

공기업을 선진화한다는 이 방안은 가장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희생자로 만든다.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학교 비정규직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기간제교사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도 나온다. 별정직과 계약직 공무원은 6개월 이내에 해고하라고 말하고 있다. 벌써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쫓겨나고 있다.

 

 
더 이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참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롭고 힘든 길을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릎을 꿇으면 그 업무는 외주화 될 것이고 정규직들도 결국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그렇게 된 순간이 우리 모두의 공공의 권리가 파괴되는 순간이다.

 

 
물과 가스와 전기와 철도, 학교, 금융기관이 이윤에 휘둘리지 않고 모두의 것으로 남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어깨를 걸어야 한다. 자신의 삶이 불안정해지고 구조조정 당하는 길에 내몰리지 않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지금 앞서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공공성을 지키고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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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연소 6

끊임없는 경쟁과 평가로 교육시장을 춤추게 하라!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6) MB정부 지상과제는 교육의 시장화

나영(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  / 2008년09월08일 11시44분

 

세계적인 투자기업 메릴린치는 2002년에 “앞으로 10년 내에 모든 교육이 시장화 될 것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다. 그리고 예언한 시일을 불과 4,5년 앞둔 2008년 현재, 대한민국은 그 ‘기대에 찬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성실히 노력중이다.

 

 
시장을 위한 경쟁

 

지난 9월 7일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의하면 상반기 교육비 지출액이 15조 339억 원으로 작년에 비해 9.1%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8월 19일 서울시 교육청이 ‘특성화 중학교 지정계획’을 발표하고 26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82개 기숙형 공립학교를 선정하면서 증권시장에서는 연일 교육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CJ 투자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8월 29일자 ‘이투데이’에서 "정부의 고교다양화정책이 일단락되는 2012년이 되면, 기존 과학고와 외국어고를 포함하여 특목고의 수는 약 310개가 되며, 입학 정원은 약 8만3700명(전체 학생수의 20%)에 달할 것"이라며 "전국 약 5%(약 2만 명) 수준을 국내 최상위권 대학 입학정원이라고 가정할 때 이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결국 이들 고등학교 입학이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기본적인 코스로 인식될 가능성 높고, 이에 따라 중등부의 특목고 입시시장은 현재 수준의 3배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와 같은 ‘귀족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중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시장이 톡톡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MB 정부의 ‘수월성 교육’이란 바로 ‘시장의 수월성’을 위한 정책에 다름 아닌 셈이다.

 

상반기 ‘미친 소’와 함께 촛불집회의 주요 화두가 되었던 ‘미친 교육’의 실체는 바로 이런 것이다. ‘0교시, 우열반’,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 등은 정확히 말하자면 ‘MB식 미친 교육’의 진정한 실체가 아니다. 0교시, 우열반은 새삼스러울 것 없이 그동안 엄연히 존재해왔던 것이며 영어몰입교육도 이전 정부에서부터 틈만 나면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새삼 이전보다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그들의 ‘진짜 목적’과 그 목적의 ‘위험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그 ‘진짜 목적’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 온 ‘교육시장화’를 완성시키는 데에 있다. ‘학교 자율화 3단계 방안’은 정부 중앙부처의 규제와 관련 권한을 대폭 지방 교육청에 이양하고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차등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2단계까지 진행된 현 규제의 전면 폐기와 지역 교육청 차원의 ‘자율적 규제 마련’, 학교 설립 및 운영과 교원 임용에 관한 권한 이양 등은 모두 위와 같은 목적에서 진행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도 이와 같은 목적의 ‘학교 자율화 3단계 방안’을 기반으로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지역 교육청에 학교의 설립과 운영, 규제에 관한 권한을 이양함으로써 지역에서의 ‘자립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학교’ 설립을 자유롭게 하고 지역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추어 ‘교육관련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이른 바 ‘학교 정보 공개법’)과 ‘학교 선택제’, ‘대입자율화’까지 실시한다. 정부는 자연스럽게 지역-학교-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경쟁’과 ‘평가’ 체계를 완성하고 이를 통한 정부 지원의 ‘선택’과 ‘배제’, 교육 시장 확대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MB식 ‘교육시장화’가 야기할 한국 교육의 미래

 

이와 같은 정책 구도는 지역 간 차등 지원, 학교 평가를 통한 학교 간 차등 지원 등을 통해 앞으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입시명문 고급 사립학교와 소수 ‘선택받은 이들’을 위한 ‘기숙형 공립학교’(물론 이 역시 서민 가정의 자녀들에게는 황소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와 정부 지원으로부터 ‘배제’ 내지는 ‘퇴출’될 가난한 일반학교로 학교 구도를 양극화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대입자율화’가 더해지면 대학의 학생 선발 기준마저도 자연스럽게 고급 사립학교나 특성화 고교의 수준에 맞추어짐으로써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으로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교육 환경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될수록 돈 많은 가정의 자녀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 돈벌이에 재미 좀 보고 싶은 사학재단들과 제주도에 들어설 외국의 영리학교 재단들 그리고 앞으로 쏟아질 엄청난 수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를 사교육 시장이 날로 번창할 것임은 두말할 여지도 없겠다.

 

 
2005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린 미국의 교육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최고급 사립학교에서는 병원에 버금가는 시설의 양호실과 우레탄을 깔아놓은 최고급 체육시설을 갖추고 펜과 노트가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학생 개인별 컴퓨터를 두고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고용한 최고 수준의 교사들에게 다양한 교육방식으로 최고급의 수업을 받는다.

 

반면 정부 지원 수준이 열악한 공립학교에서는 여전히 탄으로 난방을 하고 학급당 학생수가 70명이 넘어서 책상과 의자가 모자랄 지경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바로 위층에 강당이 있고 지하에는 음악실이 있어서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조차 어렵다. 학교에서는 아파도 치료를 제대로 받기가 어렵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은 매우 저조하다. 당연히 이 학교에는 흑인과 히스패닉을 비롯한 미국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이미 사립학교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져 있는 입시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는 데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교육의 결과로 미국은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평가(PISA)'에서 매번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곧 다가올 한국 교육의 미래이다.

 

 
‘경쟁보다 협동’, ‘평가보다 과정’, ‘이윤보다 인간’을

 

‘경쟁’, ‘평가’, ‘서열화’. 이 세 개의 단어가 마치 주술과도 같이 한국 교육을 집단적인 광기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인식할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 채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동안, 대한민국 학생들의 무한한 창의력과 감수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인권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다. 대학생은 등록금이 없어서 목을 매고, 초중고생들은 경쟁에 지쳐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한 편에서 어떤 이들은 그 잔인한 경쟁의 대가를 자신의 금고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PISA 1위를 놓치지 않는 핀란드 교육의 비결은 ‘정부의 차별 없는 충분한 재정지원’과 ‘정답 보다 창의력’, ‘경쟁보다 협동’, ‘평가보다 과정’, ‘한 명의 수학 엘리트 보다 아홉 명의 다양한 재능’을 강조하는 그들의 교육철학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상위 1%의 부자들과 교육을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이들을 위한 교육 정책’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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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연속 5

물 민영화 안한다더니 속으로는 딴 짓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5) '붕어' 수준의 기억력 이명박 정부

강은주(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  / 2008년09월05일 15시26분

 

‘유린타운’이라는 뮤지컬이 있다. 우리말로 바꾸면 ‘오줌마을’ 정도 되겠다. 독점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기업인 ‘유린 굿 컴퍼니’에서 유료로 급수를 해야 하는 극심한 물 부족 도시가 작품의 배경이다. 가난한 서민들은 ‘용변비’를 낼 수 없어 몰래 숲 속 등에서 볼일을 보지만, 적발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유린타운’으로 보내진다. 이 작품은 원작자 그레그 커티스(Greg Kotis)가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2001년 뉴욕에서 초연되었다. ‘배설’의 자유를 억압당하고 독점 기업이 횡포를 부리는 과정에서 가난한 서민들이 이에 대항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비꼰 작품으로 각종 뮤지컬 관련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하지만 더 이상 뮤지컬 속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겉과 속이 다른 ‘거짓말’ 정부

 

분명히 약 두 달 전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물·전기·가스·의료보험’ 4대 분야 민영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기억상실’이 아니라면 몇 달 전에 스스로 ‘거짓말’을 시인하게 된 경위는 무엇일까. 당시 대통령의 발언은 ‘여론 진화용’이라는 심증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정부의 일련의 흐름을 보면 그러한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지난 4월 25일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공기업 개선명령’이라는 것을 내렸다. 총 9개의 공기업 중에 3곳이 상수도 공기업인데 포항, 경주, 통영의 상수도 사업소가 그 대상이다. 이 ‘개선명령’에는 1년 이내에 상수도 전문기관에 민간위탁할 것을 실시할 것과 여기에 포항, 경주 등 인근 지역의 광역화를 감안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개선명령’은 지방 공기업법 제75조에 따라 경영 개선 명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행해야 하며, 이후 인사상의 불이익, 재정지원 불이익 등이 따른다. 말 그대로 ‘명령’이다.

 

그래서 포항시 상수도 사업소는 이 개선명령에 따라 6월 2일 경영개선 명령에 따른 세부이행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그 내용역시 ‘명령’에 따른 포항과 경주, 영천, 영덕, 울진을 묶는 경북-포항권을 광역화 한 후 1년 이내에 전문기관에 민간위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리하면 4월부터 6월까지 행정안전부가 중심이 되어 ‘광역화 민간위탁’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환경부는 8월 27일 토론회에서 '수도사업 구조개편 추진방안'을 통해 현재의 164개의 수도사업소를 26개 중권역으로 광역화하는 계획과 수도사업의 전문화를 통해 위탁과 11개 유형의 민간자본의 출자까지도 고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분명 대통령은 안하겠다고 했다. 8월 24일 당정협의로 물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하더니 또 바로 다음날 한나라당은 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물 민영화 반대 여론도 주춤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현재 포항-경북권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흐름을 보면, 분명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촛불에 밀려 원했던 것들을 미뤄두어야만 했던 정부의 고뇌가 느껴진다.

 

정부가 말하는 ‘효율화’는 기업의 이윤보장일 뿐

 

민간위탁은 민영화인가? 정부는 말한다.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운영권’만을 이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며 여러 부작용은 ‘기우’ 혹은 ‘괴담’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민영화된 도시의 수도 값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30%가 비싸진 프랑스도 ‘운영권’만 넘긴 형태였다. 수도산업이 파탄 나버린 대표적 사례인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도 역시 운영만을 넘겨주었다. 도대체 뭐가 ‘민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며, 괜찮다는 것인가.

 

해외사례를 언급하면 정부는 말한다. 우리의 경제현실과는 맞지 않는 남미의 후진국 예시일 뿐이며 성공한 선진국의 사례도 많다고.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볼리비아나 아르헨티나, 필리핀의 경우 실패원인은 ‘외환위기’, ‘빈곤층 확대’, ‘부패권력 스캔들’ 때문이라고 한다. 도대체 여기 나열한 것 중 한국과 거리가 먼 단어는 무엇인가. 9월 위기설이나 제2의 IMF와 같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으며, 바닥을 모르는 주가폭락, 그리고 고환율 위기 등의 경제 현실과 점차 극심화되는 양극화, 각종 지자체장의 부패 비리 스캔들...(서울시 뇌물 수수 시의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것들이 단지 ‘후진국 남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가?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기반성은 현대인의 필수적인 교양 덕목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좋아하는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을 보자. 미국에서는 유수율 저하를 위해 수압을 낮추는 바람에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던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영국은 민영화 4년 동안 50% 이상 물 값이 올랐다. 5년간 단수 가정이 3배로 증가했다. 한때 450%까지 물 값이 치솟은 적이 있다. 물 기업들은 1989년에서 1997년 사이에 수돗물 누수에서부터 폐수 불법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혐의로 128차례나 기소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월급은 50%에서 200% 인상되었고, 90년에서 97년까지 10개 물 회사의 이익은 147%가 증가했다.

 

외국까지 볼 것도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수도사업이 워낙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걸 효율화 하려면 ‘전문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일단 우리나라에 각 가정까지 수도를 배달하는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 어딘가? 서울만 하더라도 100년 동안 서울의 상수도를 담당했던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와 각 지자체 상수도사업소이다. 댐 장사를 중심으로 생산과 도매만 담당해온 수자원 공사도 ‘전문’성은 별로 없다. (처음 수자원공사에 의해 민간위탁을 실시한 논산이 2004년부터이다.) 그럼 민간기업은? 한국에서 상수도 서비스를 해본 경험이나 있나? 그렇다면 ‘전문성’을 가진 지자체 수도사업본부가 수도사업을 하는 게 맞다.

 

기업이 운영하면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맞다. 기업은 효율적이다. 다만 그 효율은 가능한 ‘낮은 생산원가’를 들여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는 효율이다. 기업은 이윤이 없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런 기업이 50%를 밑도는 농어촌 수도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설비투자를 하고, 고용을 보장하면서, 안전한 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리 ‘비즈니스 프렌들리’라 해도 너무 ‘프렌들리’한 생각 아닌가?

 

그럼 업체들 간의 경쟁을 통해 가격은 낮추고 서비스 질은 높인다는 계획은? 지역 독점적 구조의 상수도 사업에서의 경쟁은 ‘입찰경쟁’에 불과하다. 다만 우리 동네에 수도회사 10개, 관망 10개, 수도꼭지 10개. 이 시스템이 가능하다면 정부가 말하는 ‘경쟁’은 충분히 가능하다. 물도 아이스크림처럼 골라먹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면 말이다. 원래 ‘망 산업’의 특성이 그렇다.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중복시설이 불가하고 필수공공재의 성격을 가지는데다 지역적으로 독점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이제껏 도로, 전기 등은 공공이 관리해왔던 것이다.

 

‘붕어’ 수준의 기억력 이명박 정부

 

분명 수도사업은 조정이 필요하다. 낮은 읍면동 단위의 수도보급률, 수질에 대한 신뢰, 설비 투자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그런데 그 답이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형태의 ‘사유화’는 절대 될 수 없다. 민간에게 운영권이든 지분이든 민간이 개입하는 순간 ‘이윤’을 위한 도구가 되어 올바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 ‘공공성’이 최우선의 평가지표가 되어야 하는 ‘필수 공공재’에 대해서 만큼은 공공이 소유하며 운영하고, 끊임없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방식은 ‘정답’이 아니다. 그것도 겉과 속이 다른,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정부의 방식은 ‘사기’에 가깝다.

 

이미 움직이고 있는 대기업의 행보는 정부가 ‘민영화는 없다’는 말의 공허함을 증명하고 있다. 한때 이상득 의원이 이사로 있기도 했던 코오롱 그룹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상수도 사업을 선정했다. 하수종말처리회사이며, 환경관리공단의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공단을 07년 초에 인수하고 설비 시설을 대대적으로 구축했다. 세계적인 물 기업 베올리아와 합작한 삼성 엔지니어링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역시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부의 움직임에 역시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기업’이다.

 

오락가락 정부의 말, 그리고 전혀 다른 행동은 국민을 ‘피로’하게 만들 뿐이다. 대운하도 안한다고 하더니 ‘여건이 되면’ 재추진 할 수 있다는 국토해양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도대체 이 정권은 ‘붕어’수준의 기억력을 가진 게 아닌가 의심스러워진다. 그게 아니라면 이는 명백히 ‘사기’다.

 

제발 솔직해지기를 권한다. 없어서는 안될, 숨 쉬는 공기와 다르지 않은 ‘물’을 장삿속으로 판단하지 말라. 이명박 대통령은 정수기 물로 샤워하는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절대 다수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충분히, 누구나 공급’ 받고 싶다. 적어도 그것이 우리가 정부에게 바라는 ‘효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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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연속 4

전기.가스 민영화, '선진화'에 속고, 말 바꾸기에 속고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4) 에너지 산업 사유화(민영화)를 바라보는 오해 그리고 곡해

송유나(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무처장)  / 2008년09월04일 14시34분

 

지난 주 공기업 2차 선진화 방안과 관련하여 SBS와 KBS에서 토론회를 각각 개최하였다. SBS 토론회의 경우 인천공항공사 민영화를 중심으로 진행하였고, KBS는 민영화 전반을 다루었지만 결국 물, 전기, 가스를 둘러싼 민영화 여부가 논의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형적으로 공방을 벌이고 찬성과 반대에 각각 전문가를 대동하는 양식의 전형적인 토론회였는데, 한나라당은 노골적이었다.

 

물, 전기, 가스와 같은 공공재를 왜 민영화하냐는 궁색한 민주당의 반박, 지난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해온 일이 있기 때문에 민영화를 '하긴 해야 하지만 왜 하필 이 시기냐'는 지속적 물타기 식 반박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갈했다. 팔라면 돈이 되는 것을 팔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적자나고 돈도 안되는 기업을 시장에 내놓아봤자 팔리지 않을 것인데, 돈 되는 공기업 팔아서 대학 등록금도 깎아 주고 해야 한다는 어이없지만 전형적인 시장주의 논리를 폈다. 물론 대학 등록금을 깎아 주진 않을 것이 또 분명하다.

 

 
더욱 노골적이었던 바는 이 대목이다. "1, 2차 선진화 방안은 국민정서를 고려해서 상대적으로 쉽고 말이 많지 않을 대상을 중심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향후 돈 되는 기업, 말이 많더라도 밀어부쳐야 할 사유화 정책을 확고하게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3차 선진화 방안이던, 4차 혹은 5차이건, 공기업 효율화 방안이건, 구조개편이건 다른 이름이건 정부의 사유화(민영화) 의지는 확고하다. 그 사유화(민영화)의 핵심 대상에 돈도 되고, 매각의 장점도 높고, 살 사람도 이미 정해진 에너지 사유화 정책이 핵심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물, 전기, 가스를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몇 번 주장하고 심지어 사과까지 했던 정부는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물산업 지원법"을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로 이름을 바꾸어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 분야는 발전과 배전의 패키지 매각, 민간회사의 가스 직도입 확대와 직도입자의 소매 판매 허용으로 대략 가닥을 잡고 있으면서 발표 시기를 잠시 보류하고 있을 뿐이다. 촛불 민심의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그 시간이 짧았다. 민심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던 한반도 대운하는 요 며칠 사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으며, 대운하 관련 기업의 주가는 뛰고 있다.

 

 
발전의 경우 '한전의 판매부문을 발전회사로 이관하고 민간 신규 판매회사의 진입을 허용해 소매부문의 경쟁체계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발전회사 간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전력으로부터 인사, 경영, 평가를 분리할 것'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득 간 편차를 고려해 도입하고 있는 교차보조제도 등 할인혜택을 대거 완화'하는 등 전기요금 현실화가 이야기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기존의 요금체계를 전면 개편하여 전압별 요금체계로 재편할 것이라는 정책과 맞닿아 있다. 가스 산업의 경우 민간회사의 가스 직도입을 확장하고 직도입자에 대해 소매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말하듯이 계절 간 격차를 고려한 요금제도 개편과 함께 추진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파편적인 듯이 보이는 정부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가.

 

발전 산업의 경우 10년 전, 외환위기를 빌미로 매각에 용이한 방식으로 분할하였고, 당시 영미 식 신자유주의 민영화 방식을 답습하여 발전-송변전-배전의 수직 분할, 발전과 배전의 수평 분할을 통한 매각 방식을 채택하였다. 발전 1개사의 경우 당시 기준으로 대략 3조 2천억 원에 맞추고 기저-중간-첨두를 고려하여 분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직-수평 분할 방식은 영국, 미국 등의 사례와 같이 분할 이후 많은 문제가 발생하여 다시 국유화, 공적지배, 규제 강화 등으로 회귀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의 입장에서도 이런 분할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노무현 정부 들어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노동이 잘 싸워서라기보다 폐해가 증명된 상황을 맞이하여 정책적 수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사유화 반대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그리고 일정 기간 '지대효과'를 누린 것이다.

 

 
그러나 발전 및 전력 분야를 포함하여 에너지 산업 전반에 지난 5년 동안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소위 이권을 둘러싼 매입자가 분명해지고 있으며 발전, 가스를 넘나드는 에너지 전반의 시장 통합 혹은 통폐합, 역설적으로 수직-수평적 통합이 가속화될 전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즉 발전을 따로 매입하고 배전에 개입하여 에너지 산업 사유화의 특혜를 누리기보다 발전 매입의 효과를 누리기위해서라도 발전과 배전(송변전 망 산업은 대다수 공기업으로 존치하는 특수성이 존재함)을 묶어 지역적 독점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발상이다. 발전과 배전 패키지 매각이 바로 이것이다.

 

적확히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면 발전 매각과 특정 지역, 즉 기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배전을 함께 매각한다는 것이 유력한 방향으로 대두될 것이며 이는 배전과 발전을 중심으로 한 지역 독점 형성의 길이다. 이와 관련한 현 발전 부문의 재편, 배전 부문 재편이 어느 정도 시작될 것이다. 배전은 이미 돈이 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본부제가 실시되고 있는 시점이다. 발전 역시 배전 패키지 매각을 위해 배전과 연결된 특정 지역 혹은 매입자가 거점으로 지목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저 발전을 중심으로 일정한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스의 경우 어떠한가. 전형적인 판매자 시장에서 일시 간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돌입하였던 시기가 SK와 포스코가 직도입 특수를 맞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유가 인상과 더불어 직도입의 메리트가 약해진 조건이 도래하여 이들 주요 사유화의 행위자들이 직도입을 포기 혹은 중단하였던 것이 지난 3-4년의 시기였다. 그러나 향후 한국가스산업의 특수성인 계절 간 격차(가정용 소매의 경우 겨울철 수요에 따른 요금 문제 존재)를 요금체계 개편으로 해소하고 직도입자가 균등한 물량으로 도입해야 할 물량을 산업용 소매 수요로 해소하거나 혹은 발전 매입으로 인한 안정적 구매자를 확보할 수 있다면, 기존의 가스산업 사유화 정책이 가졌던 한계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더욱이 발전회사를 매입하는 자본이 가스 산업에 동반 진출하게 된다면(이 가능성은 100%이다) 물량 배분과 수급 조절 문제 모두를 해결할 수 있다. 이로써 직도입이 가졌던 기존의 한계가 수급 조절 문제, 요금 체계 문제로 충분히 해소되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언급하는 '소매 경쟁 시장 도입을 전제로 한 직도입 확장', '요금체계 개편'은 가스산업 구조개편의 완성태로 나아가게 된다. 기존의 가스공사는 도매 관망을 유지하고 기존의 장기공급 물량을 어정쩡하게 해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면 되는 것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직도입 확장과 요금체계개편, 소매 시장 경쟁 진입을 전제로 한 직도입 확장을 명시해주고 있어 가스산업 사유화 방향의 가닥을 총체적으로 완성해주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에너지 현장은 '선진화'에 속고, 지침이 없는 말바꾸기에 속고 있다. 그러나 '속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속고 싶은' 심정이라 이해한다. 그러나 지난 3개월 '속아주었지만' 이제 그 국면은 종결되었다. '속을 수도 없고' '속고 싶어도 속지 못할' 명확한 이유가 형성되었다. 선진화의 이름이 대다수 공기업에 닥칠 구조조정, 에너지 사유화의 궁극적 깃대는 명확히 세워졌다. 오해하고 싶고 곡해하면서 행복을 가장할 시기는 안타깝게도 끝이 났다. 사유화의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3차 선진화 방안에 무엇이 언급될지 점치고 두근거려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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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연속3

KBS2, MBC 민영화 저지는 구성원의 몫이다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3) 싸워서 언론자유를 누려라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 2008년09월03일 14시01분

 

집권세력의 기세가 갈수록 등등해진다. KBS 사장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내부저항이 격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미약했기 때문이다. 노조가 낙하산 투하에 방관자적 자세를 보임으로써 KBS 장악을 위한 정지작업이 착착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 힘을 입자 실세라는 이 입, 저 입이 서로 뒤질세라 KBS2, MBC 민영화를 거침없이 내지른다. 이 판에 여세를 업고 몰아친다는 기세다. KBS 사장 낙하산 투하성공에서 얻은 자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형국이다.

 

KBS 노조는 정연주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그 까닭에 정 사장 축출에서 보인 노조의 행태는 논외로 치자. 노조는 KBS 건물 벽면에 ‘MB정권 낙하산 사장 임명반대’, ‘사수!!! 공영방송’이란 집채만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KBS는 스스로 입이 닳도록 국민의 방송이라고 되뇌었으니 이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KBS 노조는 낙하산 투하에 대비해 파업을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이것은 조합원과의 약속이다. 신임사장은 집권세력이 대책회의까지 갖고 골라서 내려 보낸 낙하산이다. 그런데 노조는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반대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낙하산 반대 삭발결의대회를 갖고 소란을 떨었는지 자문할 일이다.

 

 
정권은 KBS 장악을 위해 폭력적 사태를 연출했다. 이사회는 비상임 이사로 구성된 의결기구로서 집행력이 없다. 그런데 이사장이 경찰투입을 요청했다. 이것은 불법, 탈법의 문제가 아니다. 법이 필요 없다는 무법적 행태다. 물경 버스 250대의 경찰병력이 KBS 건물 외곽을 포위했다. 청내에는 수백 명의 사복경찰과 청원경찰이 투입되어 직원의 출입마저 봉쇄했다. 이것은 경찰쿠데타이다. 하지만 노조는 권력의 주구가 보인 행태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방송사가 경찰병력의 수중에 놓였다는 사실은 통탄할 일이다. 계엄령을 선포한 군사정권도 착검한 초병을 출입문에 세워 경계임무만 수행하도록 했을 뿐이다.

 

사장선임을 위한 이사회 개최의 시간과 장소를 반대파 이사에게는 통고하지 않았다. 이것은 원천무효이다. 노조는 경찰병력 투입에 대해서도 이사회 개최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이사장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 노조가 정권의 폭력적 KBS 장악에 암묵적으로 동조했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그런데 KBS가 구성원의 소유물 로 알기 때문에 정권에 추종적인 행동을 하고도 반성을 모른다. 노조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구성원이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집단적 이기주의에 매몰됐다. 이런 자세로 나간다면 KBS2, MBC의 민영화도 정권의 의도대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조-중-동 족벌신문은 신문법을 언론탄압법이라고 집요하게 공격해 왔다. 신문법이 신문-방송겸업 금지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솔직한 속내는 방송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술수이다. 집권세력은 신문법 폐지 또는 개정을 통해 이 규정을 없애겠다고 장담해 왔다. KBS2, MBC 민영화와 맞물려 조-중-동에게 두 방송을 나눠준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회는 한나라당의 지배체제다. 헌법을 개정할 의석을 가졌으니 신문법을 얼마든지 개폐할 수 있다. 설사 야당이 극렬하게 반대하더라도 날치기로 통과시키면 그만이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전 정지작업으로 IPTV, 종합편성채널, 지상파방송의 사업자 자산규모를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렸다. 방송법은 방송사 소유한도를 30%로 제한하고 있다. 조-중-동이 대주주로서 중견급 재벌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지상파 방송을 인수하는 길이 트인다. 집권세력 내에서 지상파 방송 민영화와 관련한 사회적 마찰을 우려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KBS 사태가 직공법이 더 유효하다는 해답을 줬다. 이명박 정부가 촛불저항 이후 모든 국가현안을 민의를 묵살하고 밀어붙이는 행태에서도 판단근거를 읽을 수 있다.

 

 
혹자는 조-중-동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면서 종합편성채널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기도 한다. 시청자의 80% 가량이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을 통해 보니 종합편성채널도 지상파방송에 비견할 만한 위력을 가졌다고 생각할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20년 전 신문시장에 신참진입이 허용된 이후 진출한 후발신문들이 기존시장을 깨는데 실패한 사실을 잘 안다. 후발업자가 기존의 지상파 방송과 경쟁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시청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니 광고물량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 방송과 경쟁하자면 연간 5,000억 원의 생산비를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다 방송은 장치산업이라 투자자금의 회임기간이 길다. 과중한 자금부담 때문에 종-중-동은 KBS2나 MBC를 선호한다고 판단하는 게 옳다. 거액의 투자와 준비기간 없이 기존의 시설-인력을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이다.

 

집권세력은 지난 10년 동안 KBS, MBC의 편파-왜곡보도로 인해 정권장악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촛불저항도 그 원인을 KBS, MBC에서 찾는다. 조-중-동이 참여하는 종합편성채널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당장 바닥으로 떨어진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방송의 조-중-동화 작업이 시급하다. 정황적으로 판단하면 신문-방송 겸업은 지상파 방송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아야 한다. KBS 사태에서 1차 방어벽이 쉽게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자신감을 확인했을 것이다. KBS2 민영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구성원의 반발을 이미 점검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MBC다. MBC노조는 KBS와 달리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어 파괴작업이 용이하지 않을 듯하다. 민영화 저지 공동전선에서 한 쪽이 무너지면 집중포화에 대항하는 조직력의 이완을 어떻게 막느냐하는 노조의 고민이 따른다. 방송문화진흥원을 민영화라는 방법으로 매각하면 정수장학회가 최대주주로 부상한다. 여기서 정수장학회 전 이사장인 박근혜 의원과의 이해상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정치적 문제가 생긴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세력이 연대하면 박 의원은 소수세력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 의원의 위상, 친이세력과의 반목, 차기대선 구도와도 맞물린 예민한 문제다.

 

집권세력의 언론정책을 보면 방송장악 없이 정권안보 없다고 맹신하는 듯하다. 방송을 장악해야 여론조작을 통해 정권기반을 강고하게 다지고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방송의 조-중-동화를 통해 저항 없이 국정을 기득권층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구상일 것이다. 공영방송이 사적자본으로 넘어가는 순간 방송의 가치인 공공성-공익성은 소멸되고 방송의 생명인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은 상실된다. 무엇보다도 여론의 다양성 파괴로 인해 민주주의가 위협 받는다. 언론자유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내부구성원이 일어서지 않으면 공영방송을 지킬 수 없다. 내부구성원이 싸우지 않으면 외부에서 도울 수 없는 일이다. 언론자유는 싸워서 이기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다. 방송종사자들이여,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이 침탈당할 엄중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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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연속2

부자를 위한 감세선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2)복지 확충에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강동진(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 2008년09월02일 16시33분

 

노가다 출신답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만큼 화끈하다. 불도저처럼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6개월 동안 절치부심하고,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을 보며 와신상담하더니 확실하게 챙겨줬다. 정부 스스로도 솔직하다 못해 노골적이다. ‘감세효과는 세금을 내는 소수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를 위한 첫 번째 선물’이라고도 했다.

 

‘부자만을 위한 감세’라는 비판이 쏟아지니까 ‘근로자의 50%가 세금을 못 내고 있기 때문에 감세를 해줄 수 없는 것’이라고 ‘친절한 만수씨’가 되기도 한다. ‘재벌경제와 서민경제는 함께 가는 것’이라는 궤변도 쏟아낸다. 더불어 ‘저소득층은 세출을 통해 지원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다. 매번 거짓말을 숨 쉬듯 내뱉어 내는 정부이긴 하지만, 믿어 보자. 믿는 자에게 복이 있고, 구원이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감세 규모가 ‘억...억..’이 아니라 ‘조, 조’로 넘어가니 숨이 막혀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까닭에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안 가니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그래야 ‘세출을 통해 지원한다’는 말의 진위를 나중에 검증이라도 할 터이니 말이다. 감세 2년차인 2010년 감세 규모는 2007년과 비교하여 17조9천억 원, 2012년에는 21조3천억 원에 이르게 된다. 연도별 감면액을 5년간 합산하면 무려 75조 원에 이른다. IMF가 터지고 나서 경제 살리기를 위해 투입된 공적 자금 150조의 절반에 이르는 액수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에누리’는 대부분 1%도 안되는 기업과 소득이 상위 10% 정도의 부자들에게 집중된다고 한다.

 

17조, 21조, 75조 대체 어느 정도 크기인가? 감을 잡을 수 있게 비교할 수 있는 걸 찾아보았다.

 

 
하나, 2008년 1월부터 7월까지 건강보험재정으로 지출된 돈이 15조 8천억쯤 된다. 건강보험 재정 수입은 17조 3천억 정도 된다. 17조는 7개월 동안 5.08%정도 되는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돈이다. 10%의 국민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말이다. 17조를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하면 보험료를 더 내지 않고도 모든 치료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 온 국민이 말이다. 그래도 돈이 남아돈다. 7조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 말이다. 저소득층에게 세출을 통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으니 두고 보자.

 

 
둘,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에 배정된 예산이 16조 정도 된다. 이 예산으로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지원, 공공의료사업, 노인·가족·보육·여성·장애인정책, 공적연금 등을 운영하고, 지원하고 집행한다. 21조나 되는 돈은 보건복지가족부를 통째로 하나 더 만들고, 관련 사업과 정책을 지금보다 두 배로 더 해도 된다. 그러고도 남는 5조 원으로는 소위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온갖 차별과 억압, 피해를 당하고 있는 금융피해자의 빚을 모두 탕감할 수 있다. 그런데 9월 2일 정부에서 밝힌 신용회복지원기금은 고작 2천억이다. ‘새발의 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확충하라는 요구에 항상 돌아오는 메아리는 똑 같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지금도 사회 곳곳, 전국 곳곳에서는 2009년도 ‘예산 배정’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파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걱정 속에서 전쟁은 더욱 치열하다. 힘없는 자, 권력에서 먼 곳에 존재하는 이들은 배제된다.

 

셋, 전기, 가스, 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추석 이후 줄줄이 예고되어 있다. 지역난방요금은 이미 지난 8월에 10% 올랐다. 난방을 사용안하는 여름철에 요금을 올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없게 하려는 얄팍한 술수를 쓰면서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한다. 이러한 요금인상은 10%의 국민만 부담하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그 부담이 돌아간다. 소득이 적은 이들에게 가는 부담은 더욱 크다. 그런데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한전과 가스공사에 1조2천억 원이 지원되었다고 한다. 이 돈으로 24% 요금인상요인을 12%로 감소시켰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감세로 인한 돈의 20%면 공공요금을 하나도 인상안하고도 남는다는 얘기가 된다. 공기업 적자는 정부 재정지원과 공공요금인상을 통해서 메워주고,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는 공기업을 팔아서 메우고, 그렇게 해서 돈 버는 공기업은 감세선물을 듬뿍 받은 대기업에게 팔고, 모든 부담은 국민들이 진다. 아무리 ‘비즈니스 프렌들리’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공기업 노조는 민영화 반대 이전에 공공요금인상 반대 총파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정도 선에서 그치자. 얘기를 꺼내면 꺼낼수록 혈압만 높아지고, ‘소 귀에 경 읽기’이다. 21세기 초반 ‘좌파 바람’으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기 시작한 남미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잘 나가던 5,60년대를 뒤로 하고 국민의 절반 정도가 빈곤으로 내몰렸었다. 잘 사는 부자들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그들만의 도시’에서 안락한 생활을 누렸다. 한국사회는 땅덩어리가 좁은 탓인지, 아니면 천국을 향한 욕망에 기인해서인지 ‘담장 도시’가 아니라 하늘과 점점 가까이 하는 ‘도시 속의 도시’에서 부자들이 살아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담장을 둘러치든, 오르지 못할 곳으로 올라가든, 사람들 사이에 벽과 차별을 만드는 사회는 비정상적인 사회이다. 거품은 아무리 부풀어 오르더라도 결국 어느 순간 꺼지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 빈곤층은 정부 통계로도 700만에 달한다. 이대로 가면 몇 년 안에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 계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진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이들 빈곤층은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와 요구를 내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촛불집회에서 구속된 이들의 상당수가 실업자와 자영업자들이었다. 이들이 단지 다음 날 ‘출근’에서 자유로운 처지였기 때문에 밤늦도록 촛불을 들지는 않았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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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연속1

감세가 불러올 공기업 매각과 공공요금 인상

[연속기고-팔려가는 공공부문](1) 감세 효과와 공공부문 민영화

홍석만 (진보전략회의 운영위원)  / 2008년09월01일 18시28분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흑자

 

9월1일, 정부는 2008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어떤 내용인지에 앞서 먼저 확인할 것은 재정흑자규모가 사상최대가 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8월29일 기획재정부 통합재정통계에 따르면, 2008년 6월까지 통합재정수지(누계)는 21조 40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것은 각종 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 17조7천억을 제외하고도 3조6천억 이상 흑자이며, 지난해 상반기 11조 3300억 원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정흑자는 세금이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세입이 주 항목을 차지하는 경상수입은 140조 정도로 작년 같은 기간 124조원보다 16조원 넘게 늘었다. 물가 상승 특히 유가 인상에 따른 관세와 세수증대로 세금이 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사상최대의 재정흑자가 예상된다.

 

 
두 번째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사상최대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10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가 시작되었고 7월 중에는 경상수지가 24억 5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적자는 78억 달러에 달한다. 7월 중 자본수지도 57억 3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서 외국인들의 주식과 채권 매도가 러쉬를 이루고 있다. 환율은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오늘 9월1일 1,100원대를 넘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320억 달러 이상의 보유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말 그대로 재정은 사상최대 흑자고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는 사상최대 적자다. 산수를 할 줄 알면 경상수지 적자를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감세정책의 배경은 부자이웃돕기라는 점도 있지만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야 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정부 재정으로 적자를 메우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재정지원을 누구에게 해 줄 것인가 하는 점 등이다. 먼저 정부는 감세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감세와 경기부양

 

이번 세제개편은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세 등의 대대적 감면을 통해 향후 5년간 25조 원대의 세금을 깎아주는 대대적 감세를 단행한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연간 20조 7천억 원의 감세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법인세가 9조 2천650억 원, 소득세 5조 7천670억 원, 증여세 8천840억 원, 관세 7천510억 원, 개별소비세 6천530억 원, 기타 3조 4천260억 원 등으로 추정된다.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은 주로 중산층 이상의 집단에 대한 세금감면 효과를 집중시켰다. 소득세의 정률 인하도 문제지만 양도소득세 과세기준을 높였고, 상속 증여세를 대폭 낮추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낮추었다. 그에 비해 서민이나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은 소득세 정률인하 수준으로 그쳤다. 이처럼 정부의 세제개편 방안은 현재의 재정 흑자 분을 ‘부자이웃돕기’를 통해 재벌과 부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감세의 대상과 효과를 이렇게 집중시킨 것은 다름이 아니라 투자와 소비 진작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의 재정운영이 얼마나 투자와 소비를 일으킬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이미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자금이 500조를 넘었다. 유보자금 500조에서 내야 할 법인세 9조가 더 남아서 509조가 되었다고 한들 기업이 투자를 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비가 늘 것인가?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66%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문제는 이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연체가 증가하고 있고 이자율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연간 총급여가 4천만 원인 4인 가족의 경우 소득세는 현행 169만 원에서 내년 133만 원으로, 2010년에는 115만 원으로 올해에 비해 53만 원(31.7%) 가량 줄게 된다. 하지만 년초 7%대를 왔다갔다하던 이자율이 이제는 10%를 넘어선 곳도 있다. 1억 원을 대출했다면 연간 300만 원의 추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54%가 지난 금통위의 금리 인상으로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시 말해, 이번 개편은 높아진 이자율을 상쇄시킬 정도의 세금감면 효과도 되지 못한다. 세금감면으로 발생한 돈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매우 분명하다. 이번 세제개편이 서민층 지원이 아니라 ‘은행지원방안’인 이유도 여기 있다.

 

 
감세, 그 이상의 정책이 나온다

 

보다 큰 문제는 현재 경제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성장은 지체 축소되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감세효과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 환율과 국외 여건을 고려해 보면 더 암울하다. 미국은 올해 들어 2천600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와 세금환급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경기가 나아질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올해 경기부양책에 따른 세금환급과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세수 감소로 2009년 재정 적자가 4천82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이 더 둔화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세수가 감소할 것이다. 정부는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감세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다음은 세금환급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현금보조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경상수지는 적자이고 재정지출 수요는 증가할 태세다. 자본시장의 적자도 대부분 정부의 외환보유고에서 채워 넣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럼 그 돈 많은 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미국정부는 소비위축을 우려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재정으로 때웠다. 그 때문에 엄청난 재정 적자에 시달려왔다. 이 재정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서 적자를 메워 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달러를 찍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재정이 없으면 해외에서 차입해 와야 한다. 그러나 이도 만만치 않다. 9월 위기설이 주로 외국인들의 투자자금 회수 및 재투자의 기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자본 차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해법은 공기업 매각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가게 된다. 최근 민영화 방침이 확정된 산업은행 하나만 하더라도 자산총액이 145조에 달한다.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것인데, 산술적으로 매년 30조 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대금만 수십 조에 달할 전망이어서 공적자금을 회수하고도 남는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돈은 넘쳐나지 않는가!

 

 
여기서 이 같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민영화가 공공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노동자 서민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하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렇게 팔려나간 공공부문 때문에라도 다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 민영화와 초대형투자은행의 등장으로 주택담보대출 조건은 완화되면서도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큰 만큼 이자율 또한 지속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더 이상 정부 재정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공기업들은 불가피하게 공공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국내시장과는 무관하게 환율은 또 오른다. 하지만, 성장은 멈춰있다. 그래도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는 유동성 공급을 계속해야 한다. 돈? 걱정 마시라. 공기업 또 팔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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