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울산노동뉴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안전의 기본 2007/09/27
  2. 적응하지 말자 2007/09/13
  3. 9월 6일을 기억하며 2007/09/12

안전의 기본

from 콩이 쓴 글 2007/09/27 11:39

[울산노동뉴스 3호]


명절 때면 귀향길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는 공익 광고가 유난히 많아진다. 이런 광고를 유심히 들어보면 일터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첫째, 피곤하면 쉬라는 것.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자주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정 졸리면 잠깐 눈을 붙였다가 운전을 하라고 한다. 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더 많이 쉬어야 안전하다. 더 자주 쉴 수 있고 졸리면 아예 잠깐이라도 잘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서두르지 말라는 것. 마음이 급하면 사고가 나기 쉬우니 갈 길이 멀수록 시간을 넉넉히 잡고 천천히 가라고 한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들 역시 마찬가지다. 납품 기한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 이만큼은 오늘 안에 꼭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때 사고가 나기 쉽다. 그러나 과속이 교통사고의 주 원인이듯, 일을 서두르는 것도 사고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셋째, 야간운전은 피하라는 것. 아무리 낮에 충분히 잠을 자둔다 하더라도, 밤이 되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밤에는 도로 환경도 낮보다 훨씬 위험하다. 따라서 야간, 특히 새벽 1시에서 5시 사이에는 가급적 운전을 하지 않도록 권한다. 수많은 현장에서 야간 교대작업이나 철야 근무를 당연스레 해오고 있지만, 사실 야간 작업은 안전의 기본에 어긋난다.

 

피곤하면 쉬었다가 일하기,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일하기, 밤에는 일하지 않기. 이것이 안전의 기본이다. 그러나 피곤해도 참아라, 졸지 말아라, 빨리빨리 일해라, 야간 수당 없으면 뭐 먹고 살래, 이런 말들이 난무하는 것이 우리 일터의 현실이다. 요란한 안전 구호 현수막 말고, 이런 ‘기본’을 내실있게 챙겨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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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11:39 2007/09/27 11:39

적응하지 말자

from 콩이 쓴 글 2007/09/13 11:37

[울산노동뉴스 2호]

 

금속 제조업 공장을 둘러보면 어디나 비슷한 모습이다. 가공부서에 가면 위잉~위잉~ 금속을 돌로 갈아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공장 바닥은 절삭유가 튀어 미끄럽고 기계며 벽이며 공기 속에 흩날리는 작은 기름방울들이 내려앉아 기름때가 꺼멓다.

 

그 옆의 도장부서에 가면 취익~취익~ 분사기를 쥐고 페인트를 뿌릴 때마다 눈 앞이 흐려진다. 십 킬로그램을 훨씬 넘는 제품을 번쩍번쩍 들어올리기도 하고, 작은 망치를 들고 하루에도 수천 번씩 내려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너무 시끄럽네요’ ‘바닥이 미끄러워서 넘어질까봐 걱정됩니다’ ‘페인트가 너무 심하게 날리네요’ ‘몸에 무리가 갈 것 같아요’라고 얘기하면 되돌아오는 답은 십중팔구 똑같다. ‘저희는 적응이 돼서 괜찮아요.’

 

적응의 결과는 무얼까. 소음에 적응하다보면 소음성 난청으로 청각 장애인이 된다. 별다른 환기장치도 없이 눈코입으로 유기용제를 들이마시면서 일하는 데 적응하다보면 유기용제 중독으로 병을 얻는다. 사고 위험이 가득한 현장에 적응하면서 일하다가 떨어지고 넘어져서 다친다. 스트레스와 눈칫밥이야 다들 적응하면서 사는 거라 위안하다가 과로사로 죽고, 십년 넘게 적응해온 그 일 때문에 골병이 든다.

 

무릇 일터는 사람이 일할 만 해야 하고, 사람이 살만 해야 한다. 마음껏 숨쉬고 마음껏 얘기하고 마음껏 일할 만 하지 않다면, 적응하지 말자. 적응의 댓가로 내 생명과 건강을 치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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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3 11:37 2007/09/13 11:37

[주간울산노동뉴스/창간호/노동과건강]

 

 

살다보면 꼭 기억하게 되는 날짜들이 있다. 좋은 일을 기념하는 날들도 많지만, 슬픔과 분노 없이는 기억할 수 없는 안타까운 날짜들도 적지 않다. 9월에도 그런 날이 있다. 9월 6일. 바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대우자동차 판매 노동자 최동규씨가 뇌출혈로 사망한 날이다.

 

그 역시 수많은 노동자들처럼 실적 경쟁과 평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욱한 일터에서 ‘남들도 다 견디면서 일하는데 나라고 못할소냐’, ‘30대 젊은 나이에 이 정도 피로 쯤이야’, ‘지금은 좀 힘들어도 내일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참고 일하자’라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다 견디면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들도 픽픽 쓰러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06년 한해동안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져 산재승인을 받은 노동자가 1,607명이고, 이 중 565명이 죽었다. ‘젊은 나이에 이 정도 쯤이야’ 하는 생각도 위험천만하다. 뇌심혈관계 질환자의 절반은 40대 이하의 젊은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노후를 위해 또는 가족을 위해 견디는 거라고는 하지만, 애써 준비하던 노후가 오기도 전에,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는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승인을 받은 숫자만 따져도 여전히 하루에 250여명의 노동자가 다치고 병들며, 하루 7명씩 죽어나가고 있다. 이쯤 되면 일터라는 말이 ‘일상의 전쟁터’를 줄인 말이라는 얘기가 영 농담은 아닌 셈이다.

 

지금 당신의 현장은 어떤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것은 물론, 일하다가 골병이 들고, 공장에서 부딪혀 부러지고, 기계에 끼어 죽는 노동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매일 일터로 출근하는 당신 역시 사실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를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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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2 15:41 2007/09/12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