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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지역 들여다보기

 

005. 8.18 함께하는 시민행동 (발제 : 명진숙)



여성(주부)으로 운동하기, 여성의 눈으로 지역 들려다 보기



<이야기 하나- 여성, 전업주부>

여성은 단일하지 않다. 여성운동에서 여성은 존재가 갖는 성격에 따라 각양각색의 평가를 받는다. 여성 중 주부에 대한 특히 전업주부에 대한 여성운동에서의 평가는 때로 모순적일 때도 많다. 사실 여성운동에서 주부에 관심을 가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80년대 말, 여성운동은 운동의 대중화, 세력화 그리고 지역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대상으로서의 주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가정이란 사적 영역에 개별적으로 고립된 존재로 머물던 여성이 여성운동의 중요한 주체로 부상한 것은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여성운동의 자기 확장적인 결과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운동의 중요한 주체로 주부가 부상된 이래 수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이른바 ‘전업주부’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연관이 있다. 가사노동의 굴레를 벗어나 사회적 노동에, 공적 영역에 참가를 운동 방향으로 삼는 입장에서 전업주부의 위치는 극복하거나 해체되어야 할 대상이다. 즉 성별분업의 해체가 목표인 운동에서 성별분업을 전제로 존재하는 이들이 전개하는 활동의 의미를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여성들 특히 주부들이 하는 활동엔 다른 활동과 달리 자주 운동적 가치와 의미에 대한 질문과 비난을 받는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고 찾아내려는 노력은 ‘중산층’ 여성의 배부른 활동으로 폄하된다. 환경문제를 생각하며 쓰레기 문제를 제기하고 재활용에 앞장서는 여성들의 노력은 성별분업을 고착화시키는 행위로 간주된다. 러브호텔난립을 반대하는 활동에 대해선 자식교육에 욕심 많은 엄마의 이기적 행위로 보는 입장도 있었다. 보육 이슈가 여성단체의 주요 활동 영역으로 자리하고, 학교급식 개선을 위한 활동에 여성들이 나서야 한다고 할 때, 성별분업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는다. 열정적인 활동에도 화폐로 환산되지 않는 자원활동에 비판의 목소리 또한 많다.

그런데 여성주의적 가치가 반영된 운동은 무엇이고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까?  운동을 하는 여성에게 여성주의적 가치는 이념적 통일성이자 실천적 내용성이란 말을 하기엔 부담스럽다. 왜냐면 ‘단일’하지 않은 여성의 존재가 그러한 표현에는 드러나지 않으며, 활동의 다양성에 대한 바른 의미와 이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생활의 현장에서, 지역의 주인으로 불려지는 여성들, 그들이 지역에,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기반은 성별분업에 기반한 주부들의 모성 경험이다. 이들이 활동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부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메이크업 및 비디오 촬영교실과 같은 문화교실, 쓰레기소각장반대활동, 바른의정을위한여성모임, 학교급식개선활동, 수돗물살리기운동, 생활쓰레기분리활동, 음식물쓰레기퇴비화사업, 생협활동, 예산분석 등. 하지만 ‘모성’의 이름으로 행해진 활동에 대한 저항감 또한 만만치 않다. 모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활동에 반대하는 입장이 존재하고, 보살핌의 논리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도 많기 때문이다.

주부가 하는 운동에 대한 부정적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이들은 항변한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여성주의 정치학에 곁들여 “부엌에서 세계가 보인다”고, “이슈에서 체계가 보인다”고 말이다. 또 ‘사회주부’라는 새로운 의미의 용어 사용으로 여성으로, 주부로 운동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노력도 기울인다. 사회주부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첫째, 사회주부는 자신을 돌보고 가꾸며 살림의 주체로서 사랑과 협동을 통해 민주가정을 꾸리고, 둘째, 사회주부는 배타적인 모성애, 이기적인 가족애에서 벗어나 사회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진정한 인간교육, 깨끗한 자연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셋째, 사회주부는 자신의 능력과 취향에 따라 나라의 민주화, 평등화에 기여하는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넷째, 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민주정치의 주역으로 적극 참여하고, 다섯째,  직장과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온갖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한 활동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여성이 운동을 하려면 이유가 필요하다. 주부가 특히 전업주부가 운동을 하려면 더 많은 이유가 필요하다. 구체적 이해관계에서 운동이 출발한다는 기본 전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에서도 지역에서 여성이 운동을 하는 것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때로 그러한 설명의 과정은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을 위축하게 만들거나 힘들게 하기도 한다. 여성으로 운동한다는 것, 전업주부란 존재로 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성별분업으로 인한 성역할 갈등, 경제적 성취의 욕구, 그리고 활동에 대한 보상의 결여, 운동내부에서 정당한 평가 결여 등 많은 난관을 어떤 형식으로든 극복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둘- 지역>   


여성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은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의 현장에서 비롯된다. 먹고, 쉬고 잠자는 공간, 그리고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지역은 단지 행정적 구간으로 의미를  넘어선 사회적 행위의 소통의 장으로 기능한다. 그래서 여성은 만나기 시작했고,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역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처음 지역에서 이루어진 활동은 지역여성운동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우리사회의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을 하는 단체로서의 활동 성격이 강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운동을 한다고 하면서도 거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었다. 지역이란 단지 운동적 공간으로의 의미만을 가질 뿐 그 특성과 차이는 별로 없었다. 이런 상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지방자치가 30년 만에 부활한 이후 처음 치러진 91년 선거에 대한 반성이었다. 시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무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사회의 만연한 정치 불신과 혐오감으로 인해 지방선거 결과가 왜곡되는 현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지역에 기반을 둔 생활정치의 영역으로, 지방의회가 다루는 과제는 지역이 생활거점인 전업주부 여성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관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 여성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기반이 되었다. 이를 위해 여성은 지방의회를 방청했고, 속기록을 분석해 무능한 의원과 문제 많은 정책을 바꾸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적극적인 역할을 위해 지방의회에 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지방자치에의 적극적인 개입을 위해 예산과 정책을 분석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지방의회와 지방정부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지역 활동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지역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으로 지역의 여성들은 쓰레기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에 앞장섰고, 우장산살리기로, 초안산골프장건설 반대를 위해 노력했다. 북한산관통도로건설을 반대하는 활동에도 앞장섰다. 녹색가게를 통해 생활속의 환경 실천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지역의 환경을 보호하고 자본주의적 개발중심주의의 가치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그 의미가 있다. 한편 지역주민의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활동에도 앞장섰다. 방과후 교실을 통해 아동 교육의 문제를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의 문제로 확산시켰으며, 실직여성가장을 돕는 운동을 통해 운동의 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주민자치센터 등을 이용한 교육사업과 도서관 활동 등 지역주민에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활동도 있다.

최근 지방분권 논의와 관련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행정적 차원으로든, 운동적 차원으로든 이제 지역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의 강조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고 한다. 운동가나 운동 내용 역시 지역을 화두로 하는 경향이 많다. 중심과 주변, 서울과 지역의 이분화 경계를 해체하자는 이야기에도 지역은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러나 지역에 대한 강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강조와 관심은 줄어드는 것은 아닌 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의 부흥을 추구하면 할수록 경쟁중심의 논리가 벗어나지 않는 현 세태에서 지역에서 여성의 역할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질문이 계속 생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사실 지역을 이야기할 때, 지역은 생활정치의 현장이며 여성이 중심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일하러 낮에는 지역을 떠나 있는 남성에 비해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여성, 그 내용에는 전업주부라는 존재를 전제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얼마 전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 때 있었던 일이다. 기초의원의 유급제 논의와 관련해  반대입장을 피력하던 어떤 사람은 “유급제가 되면 여성이 경쟁력에서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언제나 무보수에 명예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말일까? 생활정치의 주역이라면, 제도의 개선을 떠나 그 역할의 적임자임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지역의 주인은 여성이라는 말. 그 말의 함의가 여러모로 해석되는 요즘이다.


<이야기 셋 - 여성과 지역 그리고 운동>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여성들의 활동은 여성들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한 운동, 생활과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 그리고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지역화를 세기의 특징으로 하는 현재를 살고 있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 속에 지역여성운동의 과제는 위기와 기회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성별분업의 논리를 전제로 하면서도 그 와중에 변화를 이루는 노력에 정당한 평가를 기울이는 운동에의 열린 자세와 통합적 태도, 자본주의적 개발경쟁에 기반 한 우리사회의 성장담론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자세 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참여 방안 모색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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