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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발길 돌리는 경로당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을 위한 여가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경로당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주니어 노인’은 경로당을 외면하는 반면 거동이 불편해 멀리 나가기 힘든 ‘시니어 노인’만 경로당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따라 노인 머무는 곳도 달라=서울복지재단이 지난해 10월 서울의 경로당 총 2779곳 가운데 311곳 1610명을 조사한 결과 75세 이상 노인이 70%를 넘었다.


반면 75세 미만의 ‘젊은 노인’은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배움의 기회가 있는 노인복지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울의 26개 노인복지관 이용자는 평균 67, 68세로 75세 미만이 80%에 육박했다. 노인복지법상 100가구 이상 거주지역에는 경로당 1곳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때문에 경로당은 매년 증가 추세지만 대부분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 셈이다.


▽도박과 화투로 시간 보내는 경로당?=서울의 경로당 가운데 절반은 규모가 협소(50평 미만)하거나 지은 지 10년이 넘는 등 시설이 열악했다. 하지만 노인들이 경로당을 찾지 않는 더 큰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것.


서울복지재단의 조사를 보면 37%의 노인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없어 경로당을 찾지 않았다. 도박과 화투놀이만 해서라는 응답도 11%나 됐다.


경로당에는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나 서예도구, 책, 노래방 기기 등의 설비가 절대 부족했다. 노인복지법은 경로당이 갖춰야 할 시설로 화장실과 거실, 전기시설만 제시하고 있어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사랑방에서 복지센터로=전문가들은 경로당이 노인복지관과 차별화된 기능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 노인복지관협회 정성욱(鄭成旭) 회장은 “경로당은 고령 노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건강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케어센터’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 동아일보 & donga.com, 200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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