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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굶어죽은 사람의 일기로 충격

지난 여름 일본 기타규슈 시내 판잣집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됐다. 음식을 구하지 못해 집에서 굶어 죽은지 수개월 후 발견된 그의 비참한 처지는 그가 죽기 얼마 전부터 작성한 일기장을 통해 공개됐다.

그는 일기장에 자신이 굶어 죽는 과정을 자세히 기록했다. 기타규수시 복지혜택 대상자에서 탈락해 정부 보조금 지급이 끊긴지 45일째 되던 날 그는 “몸무게가 68kg에서 54kg로 줄었다”며 “주먹밥으로 배를 채우고 싶다”고 적었다.

죽기 직전까지 그는 일기장에 주먹밥을 먹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동네 편의점에서 단돈 1000원에 구할 수 있는 간식 하나 살 돈도 없어 집에서 혼자 죽어간 것이다.

기타규슈에서 지난 3년간 3명이 집에서 굶어 죽는 일이 일어난 가운데 일기장이 발견된 이 남자의 사연은 일본 전역에서 관심을 끌었다.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간단한 간식도 사먹을 돈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본의 복지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11일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간 빈부격차가 늘어나면서 복지 예산이 늘었지만 기타규슈처럼 재정이 어려운 도시들은 생활보조금 대상자를 줄여야 하는 압력을 받아왔다.

기타규슈는 생활보조금 수급자 수를 몇 년동안 적게 유지해와 모범도시로 평가됐으나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해 자금줄이 끊긴 극빈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복지 혜택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주장이 제지되고 있다.

2000년에서 2006년 사이 일본에서 생활보조금을 받는 인구 비율은 0.84%에서 1.18%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타규슈에서는 1.26%에서 1.28%로 느는데 그쳤다. 기타규슈 경제수준은 다른 도시에 비해 낮은 편이었지만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은 오히려 적은 편이었다.

수기무라 히로시 호세이대학 교수는 “지방 정부들은 복지에 세금을 쓰는 것으로 아까워한다”며 “그들은 세금을 내는 사람만 시민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기타규슈 복지당국 관계자들은 몸이 아파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할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활보조금 지급을 거부했다. 앞서 사망한 3명 모두 그런 경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연 기자

 

출처 : 아시아 경제신문 200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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