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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없는 청소년수련관

지자체 보조금 '쥐꼬리'…수탁기관 수익 창출 급급
 
구청으로부터 올해 2억 6천여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한 인이 수탁운영 중인 대구 서구청소년수련관. 이곳에서 운영 중인 275개의 프로그램 중 68%인 187개가 일반인과 유아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88개(3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욕구 충족과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청소년수련관이 청소년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일반 문화센터와 다를 바 없다는 것. 특히 이곳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권장하고 있는 청소년 수련활동 인증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수련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청소년은 없는 청소년수련관

지난달 대구시의 청소년수련관 실태조사 결과, 대구에 있는 청소년수련관 4곳의 청소년 이용률은 전체의 47.8%였다. 수성구청소년수련관만 77.3%의 이용률을 보였을 뿐 나머지 3곳(서구, 북구, 달서구) 모두 청소년활동진흥법의 적정기준인 6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민 단체가 기존 수탁운영기관의 지속적인 위탁을 주장하고 있는 달서구청소년수련관의 경우 전체 이용자 22만 7천여 명 중 청소년은 7만 3천여 명으로, 32.5%의 가장 낮은 이용률을 보였다. 이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적어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데다 일부 청소년수련관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다 보니 수익창출을 위해 일반인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돈

비영리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수련시설인 청소년수련관의 경우 재정상태가 열악하다 보니 청소년 이용률 저조, 수익 감소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수련관의 경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센터 프로그램만 확대, 운영비를 확보하고 있는 것. 실제 달서구청소년수련관은 행정기관의 보조금 지원이 전혀 없고, 나머지 3곳도 보조금 규모가 연간 1억 2천만~ 3억 원 수준이어서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 때문에 수영장이 있는 청소년수련관의 경우 '돈이 되는' 수영장 운영에 인력 대부분을 배치, 청소년수련활동 프로그램 지도 및 상담을 위한 전문인력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수탁운영할래?

적자가 나는데도 수탁운영을 하려는 이유는 수탁기관들의 대부분이 비영리민간단체이기 때문이란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비영리민간단체의 경우 저소득층 청소년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민복지'에 가까운 사업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일부 법인은 종교단체로 포교 목적도 띠고 있어 운영 적자 발생을 그다지 꺼리지 않고 있다는 것. 한 청소년수련관 관계자는 "운영자에게 위탁한 시설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시설의 소유자는 행정당국이기 때문에 양질의 수련관 운영을 위해선 일정 부분의 보조금은 필요하다."며 "또 이미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면 이들에 대한 고용 승계 문제도 발생하는 만큼 계속 수탁운영을 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10/31 김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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