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쉽게 읽는 자본론 03 - 화폐

View Comments

 

쉽게 읽는 자본론 03 -  화폐

 

 

상품의 교환에는 화폐가 있다.

상품들은 어떻게 교환 될까? 가장 쉬운 교환은 이웃간의 물물교환 일거다. 바로 옆에서 농사를 짓고, 생활수단을 만들다보니 대략 ‘아, 저 배추, 저고리는 얼마만큼의 수고(노동)이 들어가 있겠구나’ 란 짐작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교환 비율은 ‘배추 10포기 = 저고리 1벌’ 의 형태로 정해질 수 있다. 또 다른 옆집과는 ‘저고리 1벌 = 짚신 30켤레’의 비율이, 건너편 집과는 ‘짚신 30켤레 = 우산 5개’, 또 다른 집과는 ‘우산 5개 = 금 1돈’ 이런식으로 교환비율이 정해질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장시간 세월속에 ‘이 물건에는 이만큼의 인간의 수고가 들어있겠지’ 하는 인간들의 삶의 지혜가 배어 온 결과 일 것이다.

 

이런 개별적 가치형태 속에서 배추와 우산은 어떤 비율로 교환되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진다. 배추와 우산이 교환되기 위해서는 서너 단계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의 경우 아... ‘배추 10포기 = 저고리 1벌 = 짚신 30켤레 = 우산 5개 = 금 1돈’이란 일반적인 가치형태를 추론해 낼 수 있다. 여기까지 발전하면 이제 배추 10포기와 금 1돈은 즉각적으로 교환되어 질 수 있다.

 

그 순간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비율을 정하면 안될까?’ 하는 고민에 빠진다. 굳이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일일이 시장에 가지고 나가서 교환하지 않고, 뭔가 대표적인 기준을 잡을 수 있는 게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그 기준이 되는 상품은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유용하고, 또한 어느 한 곳에서만 생산되지 않고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보관이 용이한 상품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바로 ‘쌀’이 도 맡아 왔다. “할머니 어디가세요” 하면 할머님들이 시장 나가며 하시는 말씀은 “응, 쌀 팔러가” 였다. 쌀만큼 우리 민족에 없어서는 안될 유용한 상품이 어디 있나? 또한 전국에 걸쳐서 생산이 되고, 필요한 만큼 나눌 수 있고, 잘 말려놓으면 몇 년을 보관해도 먹을 수 있으니 가장 절묘한 선택이었다.

중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이 역할을 금이 담당 했다. 금 역시 인간의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고, 세계도처에서 생산되며, 크기를 자유자제로 변형해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더욱이 소량으로서 큰 가치를 가지니 교환의 담당자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이런 금, 쌀 등을 일반적 등가물이라 한다.

 

 

그렇지만 이런 금을 항시 휴대하고 다니기에는 문제가 있다. 청주에서 제천까지 물건을 사러 간다. 그런데 중간에 나타나는 산적은 피하기 어렵다. 금은 고사하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이러면서 생긴 것이 바로 어음이다. 유럽에서는 은행들이 초기 금을 보관해 주고, 그 보관증을 맡기는 사람에게 주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상단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럼 그 사람은 그 보관증을 들고 동일한 은행의 다른 지역 지점을 방문, 보관증을 주면 신용에 의해 동일한 양의 금을 받는다. 물론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이런 어음의 도입은 보관을 용이하게 해준다. 그러나 금을 맡긴 은행이 강도를 당하거나, 망해버리면 가지고 있는 어음은 휴짓 조각이 되게 된다.

 

활발한 상업활동으로 돈을 번 상인들은 이제 자신들의 돈벌이에 걸림돌이 되는 산적들을 토벌해 줄 대상과 어음을 대신할 막강한 신용을 보증할 수단을 찾게 된다. 결국 이런 역할을 담당할 적임자가 국가 밖에 없다는 판단하에 상인들은 국왕에게 막대한 자금을 주며 상비군을 만들어 자신들의 상업활동을 지켜줄 것과 함께, 국가가 막대한 양의 금을 보유한 신용을 담당할 은행을 만들고, 그 거래를 매개할 화폐를 만들것을 요구하면서, 국가의 책임하에 화폐가 발생을 한다. 즉 화폐를 제시하면 국책은행에서는 그에 맞는 금을 지불하는 금본위제가 시작된다. 이 금본위제는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 각국에서 시행되었으며, 2차 대전 이후에는 미국의 달러가 전세계의 기축통화로서 금본위제를 유지하다가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 선언으로 폐기된다.

 

 

화폐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화폐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상품의 거래를 매개하는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갖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거래는 기본적으로 등가교환을 상정한다. 등가교환이라 함은 상품의 교환 시에 두 상품은 동일한 교환가치(사회적 평균노동시간의 양)로 교환된다는 규정이다.

 

일주일 동안 저고리 1벌을 생산한 소유자는 시장에 나와 저고리를 10만원에 판매한다. 그는 이 10만원을 가지고 자신이 필요한 배추 5포기(3.5일의 노동시간)와 집신 15개(3.5일의 노동시간)를 산다. 화폐는 이런 거래를 매개하는 유통 수단을 갖는다.

 

 

그럼 상인들은 어떻게 돈을 버나?

흔히들 유통과정에서 이윤을 챙긴다고들 한다. 그 과정을 보자.

동일한 시장내에서 상인들은 돈을 가지고 나온다. 10만원의 돈을 가지고 나와서 저고리 한 벌을 산다. 유통과정에서 이윤이 발생한다면 이 저고리를 상인이 15만원에 판매를 하면 된다. 동일 시장내에서 이런 행위는 명백한 사기행위다. 어리숙한 이들을 등쳐먹는 행위로 발각되면 몰매맞기 십상이다.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다르면 된다. 그 옛날에도 북청 물장수는 상품이 아니었던 물을 팔았다. 강물을 떠서 지게에 짊어지고 물이 귀한 산간 동네에 팔았다. 물이 상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물장수의 노동이 결합 되었기 때문이다.

 

위의 상인 역시 A라는 시장에서 저고리를 사고, 저고리가 귀한 B라는 동네로 가서 저고리를 판다면 15만원, 20만원에도 팔수 있다. 그 차액은 그 동네까지 운반해 가는 노동의 댓가다. 물론 초기에는 노동의 댓가 보다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장사가 이윤이 많이 남는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 나도 저고리를 사서 B시장으로 갈 것이고, 그 결과는 운반노동의 댓가 만큼으로 평준화 될 수 밖에 없다.

 

즉 유통과정에서는 이윤이 발생할 수 없다. 다만 유통노동에 따른 댓가를 받는 것 뿐이다.

초기 상인의 행위는 수많은 위험을 동반했다. 운반과정에서 만나는 도둑떼 뿐만 아니라, 상품의 변질, 자연재해 등 위험으로 인해 상인들은 소수일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이들은 위험이 큰 만큼 큰 초과이윤을 챙겼다. 상인들은 이 초과이윤을 가지고 본격적인 자본가로 탈바꿈을 해 나간다.

 

 

솜씨 좋은 수공업자에게 상인들은 어쩔 수 없이 높은 원가를 주고 저고리를 구입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수공업자들을 자신의 휘하에 두는 게 훨씬 더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각 마을에서 내노라 하는 수공업자들을 모은다. 그리고는 공장제 수공업(매뉴팩춰)을 시작한다. 각지에서 모인 수공업자들은 서로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생산을 하게 되고 생산량은 증가한다. 자연히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 제단을 잘하는 사람, 재봉질을 잘하는 사람 등 개성이 발휘되면서 분업이 이루어지고 생산량은 또다시 급격히 발전한다. 이제 공장제수공업 자본가는 급속한 생산량의 증가로 인해 훨씬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2/23 13:02 2009/12/23 13:02

댓글0 Comments (+add your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laborfree/trackback/232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