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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영도

 

얼마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친구 해민이는 배우 권해효의 조카다. 3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기일에 친구들 중 나만 그이를 찾아갔다. 그리고 매년 한 두번씩 전화는 왔지만 만나보지는 못했다.

 

기일에는 영도를 찾아가 제사를 드린다고 하는데, 갑자기 내고향 영도가 생각나 검색을 해보지 멋들어지게 찍어둔 사진을 몰래 훔쳐왔다. 그래도 밑에 출처가 있으니 별 일이야 있겠는가.

 

사진에 찍혀있는 곳은 사연도 많다. 고등학교 때 수능시험을 본 이후 책을 쫙쫙 찢어발기고 찍어발긴 책에 불을 댕겨 모닥불 삼아 막걸리를 마신 기억이나 오래전의 여자친구와 함께 수영을 즐긴 추억도 있다. 더군다나 내가 사랑하는 후배들과 친구들이 함께 고민을 털어놓고 새벽까지 술을 마신 곳이기도 하며, 뇌출혈로 죽은 내 선배의 뼛가루와 영혼을 뿌린 곳이기도 하다.

 

군사지역이라 들어가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고, 예전에 큰 배가 태풍으로 쓸려와 그 배를 다시 띄우기 위해 오랜시간에 걸쳐 둑을 쌓는 바람에 바다 앞에 작은 호수같은 것이 생기기도 했다. 지금은 자유로이 왕래가 가능하고 풀코스 산책길을 걸어본 이후, 바닷가 산책길이 영도의 저 길만큼이나 좋은 곳은 아직 찾지 못했다.  

 

여름이 되면 다시 찾아가고 싶지만, 함께 갈 이가 없어 조금 쓸쓸하기는 하다. 그러나 막상 혼자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떼다 보면 묵혀있었던 감정들이 바다에 쓸려가 버린다. 그래서 고향은 내가 버릴 순 있어도 고향은 나를 버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굳게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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