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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옷 한 벌

가을옷 한 벌

 

낙엽이 들어갑니다. 신림동 관악산에도, 종로의 인왕산에도, 여의도 거리에 늘어선 가로수에도 수줍은 듯 붉게 낙엽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밤거리를 지나면 형형색색 즐비한 네온사인이 비추는 색들은 동공을 자극

 

하기만 하지만, 자연 스스로가 온 몸을 물들인 색들은 인간의 시야를 맑게 합니다.
그런 이유에 오래전부터 인간은 자연이 만들어낸 천연의 색을 이용하기 시작했지요. 천연의, 자연의 색들은 눈 뿐만 아니라 몸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쪽물이나 홍화물을 들여 옷을 염색했습니다.

 

그러다 염색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서 고려시대 때부터는 오늘의 공기업에 해당하는 ‘관영직조’에서 염색을 전문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욱 빗깔나는 옷을 위해 염색을 하고 수를 놓게 됩니다. 물론 왕족이나 벼슬이 높은 사람들이 주로 입는 옷이 되었지만요.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다 장인들 손에서 빚어졌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아참, 그리고 천연염색하면 그 옷에 항균기능, 냄새제거기능, 항알러지기능이 강해진답니다. 요즘 어린이들의 아토피 때문에 천연소재와 천연염색을 한 웰빙의류가 히트를 치고 있는 것도 아마 그 탓이겠지요. 우리 ‘수다공방’에서 아줌마들의 손을 타는 그 옷감들이 천연염색을 한 옷감들이니 앞으로는 어른, 아이할 것 없이 그 옷들이 살갑지 않겠습니까.

 

가을바람이 이마를 타고 넘어갈 때 즈음이면 옷장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천연의 옷을 입고 거리를 나서는 행복을 상상해 봅니다. 수다공방이라는 이름의 천연색을 빛과 바람으로 엮어 만든 그 옷을 입을 날만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가을이 되면서 ‘참 신나는 학교’도 새 단장을 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한 기업과 하비타트라는 사랑의 집짓기 봉사단체에서 우리 학교의 속살을 다듬어 주셨습니다. 게다가 책상, 의자, 예쁜 메모지 판까지 달아주셨다고 하니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롭고 말끔한 옷을 갈아입고 우리 학생들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학교를 생각하니 흐뭇하기 그지없습니다. 학교 몸단장에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또한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항상 헌신적인 열정을 쏟아붓고 계시니 제 마음마저 훈훈해집니다.


며칠 있으면 11월입니다. 꺼내놓은 선풍기도 어느 덧 창고에서 동면을 준비하고 있고, 이불 아래는 전기장판이 자리를 틀었습니다. 계절 탓이야 하겠지만 몸도 따스함을 원하고 있지만 마음도 그렇습니다. 하고 있는 일들도 많아졌지만 서서히 정리해야 할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마음이 시큰해지지 않게 서로의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줍시다. 그러나 그럴 준비가 다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안겨줄 옷을 만들어 솜씨를 뽐낼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새 단장을 해서 좋은 분위기에서 우리 학생들을 품어줄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깐요. 그럼, 가장 좋은 천연의 가을 옷을 한 벌 준비하면 어떨까요? 그게 진짜 옷이어도 좋고, 서로의 따스한 마음이 옷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 옷 하나면 칼바람이 불어도 무섭지 않을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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