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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인연

 

‘인연’이라는 게 참으로 묘합니다. 우리들이 맺고 있는 인연은 몇 천 겁(劫)에 걸쳐 단 한 번 이어지는 거라죠. 그 한 번도 짧은 울림으로 시작됩니다. 우리가 ‘필 꽂혔다’고 하는 말이 그런 것이겠지요. 그게 찰라(刹那)입니다.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겁’은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온 말인데, 겁이라는 시간은 상상이 가지 않는 시간일 겁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km 정도 되는 큰 바위를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이 그 바위를 비단으로 스쳐서 그 바위가 완전히 닳아 없어지면 그게 1겁이라는 시간입니다.

 

이에 반해 ‘찰라’는 아주 짧은 시간을 말하는데 이것도 상상이 안갈 겁니다. 2명의 남자가 여러 가닥의 명주실을 팽팽하게 당겨 잡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가 날이 매섭게 선 칼로 단숨에 명주실을 자릅니다. 그 때 그 한 번의 내리침으로 명주실 한 가닥의 허리가 끊어지는 그 시간이 64찰라 정도입니다. 누군가 그것을 계산해보니 75분의 1초 정도라고 하네요. 계산한 그 분도 대단하십니다. 여하간 1 찰라에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정해지고 바뀐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일생에 단 한 번 주어지는 우주 간의 만남입니다. 그 만남의 시작은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인연을 놓치고 삽니다만. 모든 인연을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도 단 하나의 인연은 삶이 끝날 때까지 지키고 살아갑니다.

 

가끔씩 참터의 회원이 되십사 권유하다보면 저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너 그 일을 왜하냐’고요. 심지어 이 일을 돈받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물론 수다공방에서 만든 옷을 팔러 다닌 적이 있어 ‘보따리 장수’로 생각하셨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여하간 그렇게 물으면 인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연에는 나쁜 인연이 있습니다. 나쁘게 맺어진 인연은 평생 서로의 골을 파고 상처를 안기며, 증오하고 복수심에 가득차게 합니다. 나쁘게 맺어진 인연은 번식력이 좋아서 증오에 증오를 낳고, 복수에 복수를 낳습니다. 늘 다가올 인연을 맞이하려면 나쁜 인연부터 청산해야겠지요.

 

참터와의 인연. 모든 사람들은 좋은 인연을 원합니다. 인연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만들어지지만, 사람이 아닌 물건이나 사건, 집단과도 맺어지기도 합니다. 그러한 인연은 과학적인 뭔가도 아니며, 다만 숙명에 가까운, 그 분이 오셔서 맺어주는 ‘계시’에 가깝다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농담같은 이야기 같지만 것도 그럴 것이, 좋게 맺어진 인연도 번식력이 좋아서 또 다른 좋은 인연을 만듭니다. 그렇게 만나고, 또 만나서 하는 일들이 인연이 닿아서 하는 일인데 어떻게 그것을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인연이 다가왔다면 오랫동안 유지하고 가꿀 수도 있어야 겠지요. 우리 소식지도 그런 인연을 만들고, 가꾸는 소임을 다하려고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우리 소식지가 회원님들과 참터 식구들 간을 잇는 인연의 실타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달콤한 인연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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