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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교를 건너며

늦은 시간. 어쩔 수 없이 나는 삼각지에서 내려서 용산까지 걸어내려 왔다. 버스가 없었다. 그래서 용산에서 한참을 걸어 '한강대교'를 건너게 되었다. 물론 옵션으로 '한강철교'인가는 몰라도 연속으로 다리 두개를 건넜다.

용산을 지나면서 길모퉁이를 돌아가기전에 보면, '정육점'이 있다. 붉은 불빛에 쾡한 눈을 가진 아주머니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관심있는 분'들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억지로 길을 피해 돌아간다. 길 사이마다 보이는 붉은, 차라리 선분홍에 가까운 충혈된 불빛들. 한여인과 눈이 마주친다. 잠시 움찔. 그러다 눈꼬리를 재빠르게 올리면 겸연쩍은 듯 사라졌다. 그들은 결국 영혼을 파는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이 땅에서 그들은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여하간 노래를 흥얼대면서 걸어가는 것. 그것만큼 자유는 없다. 저멀리서 말끔하게 차려입은 양아치풍의 아저씨가 택시를 세운다. 그리고 택시는 '부웅'하고 떠난다. 약 1초 뒤에 뒤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린다.

"여보! 여보. 아이구. 여보오...."

강의 중앙에 이르자 건설노동자들이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착암기로, 용접기로 다리를 수리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대교 중앙 교각을 사이에 업클로즈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노동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걸 다시 느낀다. 기계음과 금속성의 철근 절단 소리는 함께 나의 노래를 디베이스하기 보다는 조화를 이루게 한다. 강산에의 노래를 정신을 맑게해!

노량진에 도착할 무렵, 상도터널을 지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터널을 지나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공사한 흔적들이 널려있고, 커다린 교회가 얇은 언덕 위로 동네슈퍼와 헐거워진 어느 집 지붕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 곳을 빠져나가야 되는데. 어떻게?

택시를 탄다. 고작 5천원 뿐이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00동까지 가면 얼마죠?"
"만원 안짝입니다."
"예......"

일단 탄 것이라 눈을 부릅뜨고 5천원 한도 안에 내려야 했다. 작년만 되었어도 사정을 말하고, 그냥 떨이로 가자고 했을껀데 이제는 그런게 조금 부끄럽다. 아니 많이 부끄럽다.
5천원이 된 곳. 그리고 나는 걸어걸어서 아주 조금 아는 친구의 집에 하루를 머문다. 내가 있을 곳은 어디지?(두리번*^^*)

그러면서 들려오는 한 구절...

"네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 K.Marx

2003.09.29 12: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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