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성모자애병원에 대한 하종강의 글

병원에는 염분을 섭취하면 건강에 해로운 ‘저염 식이 환자’들이 있다. 한 병원에서 저염 식이 환자용 물김치에 누가 소금을 집어넣는 일이 벌어졌다.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대부분 경력 10년이 넘은 식당 아줌마들은 “우리들은 그런 실수를 절대로 할 리가 없다. 아무래도 식당 일을 외주로 돌리기 위한 핑계거리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 고의로 소금을 집어넣은 것 같다.”고 했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실제로 상당히 의심이 되는 사람도 있으니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맡기자.”고 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이상하게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아줌마들에게 '살인자'라고 협박을 하더니, 결국 그것이 빌미가 돼 식당 운영은 외주 용역으로 전환됐고 30명 가까이 되는 식당 아줌마 노동자들은 모두 해고당했다. 환자들에게는 약이나 다름없는 치료식을 이윤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용역업체에 맡긴 것이다.

그 아줌마 노동자들이 복직시켜 달라고 싸운 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수녀님이 원장을 맡고 있는 그 병원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때마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펑펑 눈물을 흘리며 운다. 수학여행 가야 한다고 손을 내밀던 아이들이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진다. 식당 일을 해 온 10여년 세월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복받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일인시위를 한다.  

아줌마 노동자들이 밤 새 병원 담벼락에 붙인 대자보들을 아침마다 수녀들이 나와서 모두 떼어버리면 아줌마 노동자들은 또 다음날 밤 새 대자보를 붙이고 수녀님들은 아침에 또 모두 떼어내는 일이 몇 번이나 되풀이 됐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점심시간마다 식당 앞에서 선전전을 벌인다. 그분들께 미안하다고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대부분이지만, 관리자들과 의사들은 줄을 서서 밥을 타 먹는다. 병원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낸 접근금지가처분 때문에 자신의 일터였던 식당 문을 잡아보지도 못한 채, 유리문 너머에서 일하는 용역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는 아줌마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가톨릭 내에서 웬만한 사업장들의 경영 책임자를 두루 거쳤다는, 자타가 인정하는 유능한 CEO인 원장 수녀는 이미 상당한 저명인사가 된 사람이다. 정치권과 검찰과 정부와 청와대 곳곳에 원장 수녀가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인력 풀’을 갖추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당 대표급 국회의원들, 검찰 수뇌부 간부들, 청와대 요직 인사들과 직접 통화하는 사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원장 수녀는 지방노동사무소장이나 경찰서장급 정도는 잘 상대하지도 않는다. 사건을 처리하는 검찰, 경찰, 노동부의 공무원들은 위의 높은 분들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흡사 거대한 대한민국 국가권력 전체와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부 본청의 높은 관리가 원장 수녀를 만나 “노동조합과 좀 협상을 해 보시지요.”라고 권유했을 때, 원장 수녀는 얼굴 표정 하나 흩뜨리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도 마귀와 협상하지 않았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이런 때 하는 말이다. 노동문제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 보수적 신앙과 결합하면, 그때에는 정말 대책이 없다. 노동문제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공부를 제도권 교육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십 년 세월동안 언론의 그릇된 보도를 통해 얻은 자신의 노동문제 이해 능력이 얼마나 천박한 수준인지 알지 못하는 인사들이 지도자로 행세하는 사회에서는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조합을 부인하는 것을 일류기업의 경영철학인 양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자랑하고, 그 경영자에게 대학교에서는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코미디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예수님도 마귀와 협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장 수녀도 노동조합과는 협상할 수 없다? 그 말을 예수님이 들었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종교 지도자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외치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이 정도 수준인 나라에서 "맞아 죽을 각오로 하는 친조종사노조 선언"을 했으니, 맞아 죽을 만한 일을 하기는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