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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뜨거워지는 헌법, 하지만 유리된 현실

 

 

대한민국 헌법은, 이 나라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지요.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현실과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헌법 외우기 시험을 본다고 해서, 헌법 전문을 프린트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헌법 전문(前文)을 읽는데.... 가슴이 뜨거워져 오더군요.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좋은 말들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엄연히 지켜져야 할 말들이구요.

이 개정헌법을 얻기 위해 뿌렸던 땀과 눈물과 피가 얼마였덥니까.

 

그러나 레즈비언 청소년으로서

이제 나의 미래를 구상하기 시작한 저에게,

이 헌법 전문은 저 멀리에서 우렁우렁 울려오는 아주 먼 곳의 소리인 것만 같습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제 2장에서는 또 얼마나 억울하던지요.

'이반'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

즉 '일반'과 '이반'이 나누어지고 만 이 사회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말에는 헛웃음이 나옵디다.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이성애와 동성애를 분리하고

이성애 계급의 입장에서 동성애자들을 억압하고 있는 꼴이 아니던가요 이뭐병...?

 

내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다만 억울할 뿐입니다.

내 앞에 보이는 수많은 사회적 폐습과 불의는, 음, 헌법의 예외사항인가요?

 

흑흑흑흑흑

 

헌법 전문을 읽으면서 아, 그래, 이렇게 되어야지, 라고 가슴이 뜨거워져 왔지만,

그와 반대로 내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을 돌아보며 절망합니다.

 

어쩐지 헌법 외우기 시험은 만점 맞을 것 같네요.

한 구절 한 구절 어찌나 억울한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화나는 것.

헌법에 나오는 Every single word를 달달달 외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답니까?

헌법의 기본 원리에 대한 어떤 학습도 없이, 이런 암기 테스트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공부하기 싫고 -_- 그냥 왠지 화가 나서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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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네이버 책 검색으로 링크되어 있어요.)

 

 

 

이 책을 이제서야 다 읽었어요.

학교 교재 사러 들어갔던 Yes24에 이 책 배너가 떠 있길래,

옆에 있던 친구한테 무작정 '이 책 갖고 싶다, 사 줘,' 라고 농담하듯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사 주더라구요;; (고맙다, 친구야.)

친구가 책을 주면서, 책을 사기 전까지 '소녀, 소년을 사랑하다' 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사회가 덧씌운 호모포빅 콩깍지란 무서운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 그런데 그 녀석,

사실 '소녀'라는 걸 알아차린 뒤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으려나....

 

어쨌든, 선물받은 지는 제법 되었는데, 이제서야 책장을 덮었어요.

주인공들이 선생님들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다,

학교 선생님께 들킨 이후로 왠지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벡스터 선생님이라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선생님께서

주인공 소녀들, 리자와 애니를 '현행범'이라고 표현하는 대목을 읽다가 책장을 탁 덮고

막막한 마음에 창 밖을 오래 쳐다보았더랬어요.

 

현실을 피해가며 마냥 미화하려고 한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제제기하겠어 크아악!! 라고 분노하며 쓴 소설도 아닌 듯 해요.

그저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이런 책이 존재해 주어서 감사한 소설입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서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처음 여자아이를 좋아한다는 걸 느꼈을 때 들던 그 모든 감정들이,

마치 내가 쓴 듯 표현되어 있어서 작가 언니의 성향에 대한 의심이 들던 ㅋㅋ 책입니다.

(작가 언니에 대해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뭐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

아빠의 백과사전을 꺼내서 동성애에 대해 찾아봤다.

하지만 거기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긴 설명 속에 '사랑'이라는 단어는 한 마디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화가 났다. 그 설명을 쓴 사람은 동성연애자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

그건 문제가 아니야. 그건 부정적이지 않아. 모르겠니?

사랑을 말하고 있는 거야.

너는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얘기하고 있는 거라고.

나를 구해 내야 하는 병 같은 걸 얘기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아.......

주인공 리자의 망설임, 두려움, 분노, 사랑, 그 모든 것들이

혼자 뚝 떨어진 레즈비언 소녀의 가슴에 푹푹 꽂혀 와서

여러 날 침대에서 혼자 눈물 흘리게 했더랍니다.

그런데 이 책 너무 좋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도 망설여져서... 슬프더군요.

아니 제목은 왜 이렇게 적나라한 거야! (괜히 화내기... 사실 제목이 제일 마음에 들었지만서두)

 

아, 그리고 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요 책이 보물창고 출판사의 'All Ages Classic' 시리즈 중 한 권이라는 거죠.

모든 세대가 읽어야 하는 Classic!

이걸 정말 모든 사람이 읽고 공감한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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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3 :: 교육환경에 대한 미련과 반발

 

-

대학생이 되면, 꼭 연대나 이화여대에 붙어서

신촌을 돌아다니며 저의 정체성에 푹 잠겨 볼 상상을 늘 했었습니다만

연대에 똑 떨어져 버리는 바람에 좌절하고 있습니다.

뭐 원서 쓴 대학 발표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희망은 있습니다만

신촌 라이프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지 않아요.

 

뭐랄까, 고등학교를 아주 머언 ~~ 곳에서 다녔기 때문에

지역적 고립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수도권에 거주하는 분들, 혹은 적어도 광역시급에서 거주하시는 분들만 해도

나름대로 지역적 커뮤니티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가 쉽습니다만

멀리 ~ 떨어져, 레즈비언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는데다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있었으니

그것도 나름대로 참 힘들었습니다.

서울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행사에 살짝 혼자 참석해 볼 계획을 여러 번 세웠지만

늘 교통과 시간의 압박으로 포기하고 말았었거든요.

물론 .. 이제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갈 예정이지만

레즈비언 소사이어티의 지역균형발전 (말은 거창하군요! ㅋㅋ)

에 대해서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저처럼 은둔하는 가운데에서도

슬쩍슬쩍 '나와 같은 괴물들'을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 연대 떨어져서, "아악!!! 이대가 바로 옆인데!!! 이럴수가!!!" 라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려니

친구가 "니가 왜 이화여대 가지구 슬퍼해!" 라고 말해주더군요.

그거야..........나는 여자가 좋으니까 그렇지 친구야........

라고 정말 말하고 싶었습니다. 흑흑흑.

 

 

 

-

아, 그리고 고등학생으로서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어요.

쓰다 보니 길어져서 아래로 내려요!

 

 

-

이걸 Coffee Talk에 넣어야 할지 ideas into shape에 넣어야 할지 고민이네요.

하지만 이 글의 요지는

"흑흐거 나는 이화여대 아리따운 언니들을 만나기 힘들어져서 슬퍼.....

....그러니까 나 대학 가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놈들 다 꺼져!!"

....이므로....

그냥 Coffee Talk 로 받아들여 주세요 ㅋㅋ

 



사실 저는 특목고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고등학생으로서 느껴본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실상은,

영재교육의 실시와는 거리가 먼, 정말 하향 평준화라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에 반해, 특목고는 입시 학원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인성적으로나, 교육의 질 차원에서나, 훨씬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대학이 특목고 아이들을 뽑으려 애쓰는 이유이고,

중학생들이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 기를 쓰는 이유이지요.

 

과학 영재가 일반고에 가서

올림피아드 준비와 개인 연구에 집중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교사들이 "학원에 가라" 라고 먼저 말할 겁니다. 아니면 귀찮다고 머리를 툭툭 치든지요.

하지만 특목고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과학고와 일반고 자연반의 교육환경을 비교해 보세요.

특목고는 학생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씁니다.

일반고에 들어가면 중학교 때의 영재들조차 무너지곤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 저로서는

현실에서 특목고를 부정하는 것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명박 후보의 정책에 부정적이며,

교육 시장화에는 더더욱 부정적입니다.

특목고가 '강남 아이들의 부의 재생산의 터전'이 아니라

진정 평준화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영재교육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등한 기회선이라는 것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즉, 이명박 후보가 해야 할 일은 특목고를 더 세우는 것이 아니라

(특목고 더 세워 봤자 특목고끼리 또 서열화될 겁니다. 역효과지요.)

모든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집안 사정에 상관없이

특목고 수준의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자본주의 경쟁에 종속된 노예로 만들어 버리고 말겠죠.

지금도 상당히 그렇구요.

 

우수한 학생 양성, 필요합니다. 영재가 존재한다는 사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용난다' 라는 환상을

현실에서 불가능한 명제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부유층 아이들에게만 좋은 교육이 주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이 좋은 학교에 입학함으로서 부를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포인트는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특목고 그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어쩔 수 없이 경제 수준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하는 환경에 있습니다.

빈곤층 아이들의 조기유학이나 원어민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것에 따라 그 아이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면 그 이후로부터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학과 사회가 능력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기관이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이명박 후보는

특목고 증설을 주장하기에 앞서

어떻게 가정 환경에서 발생하는 근본적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지,

어떻게 그러한 출발선의 불균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그럴 때에야, 그리도 사랑하시는 특목고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고,

건전한 경쟁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니까요.

 

+) 아, 그리고 저는 '진보'성향의 교육을 보는 시각에 상당히 불만이 있는데요.

어째서 특목고를 그렇게 사회악으로 치부하시고, 좋은 면은 하나도 보지 않으려 하시나요?

특목고의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공교육 발전에 활용할 법도 하련만,

저는 한겨레나 프레시안이나 참소리나 그 어디에서도

특목고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특목고가 귀족 학교라는 것 또한 편견뿐이라는 걸 알고 계세요?

서민으로서 열심히 경쟁해 특목고에 입학한 아이들은 또 다시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그런데 내신이 안 나오는 것도 굉장히 당연한 거거든요.

객관적 경쟁력을 무시하고 무조건적 평등만 내세우는 것 또한 폭력이란 걸 알아주세요.

'학교 순위' 가 낮은 학교의 아이들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내신이 의미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인재를 죽이는 것 또한 지양되어야 할 것이 아닌지,

또한 특목고의 경쟁력 있는 제도들을 활용하기 위한 재조명도 필요하지 않은지,

특목고의 좋은 정책이나 장점에 대한 소개는 왜 없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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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02 ::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더더욱, '모범생' 레즈비언이라면 더욱 그래요.

 

무슨 뜻인가 하면,

 

레즈비언이라는 성적 지향만 빼면, 사회에서 인정받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오만 같지만, 저의 삶은 늘 모범생이었습니다.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기 전까지는요.

 

사람들의 신망을 잃기 싫다는 그 지극히 범생이적 심리 때문에 -

 

저는 정말 지극히 하나의 고립된 섬으로 살아왔습니다.

 

문득 문득 머리를 스쳐가는 지극히 '레즈비언스러운' 이야기들을 풀어낼 공간이 없어,

 

또 내 정체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기엔 쪼매 부담스러운 주제들,

 

그런 수다들을 여기에서 혼자 주절거려 보고 싶습니다. 자유로이.

 

누군가 이곳에 와서, 아직 망망대해에 혼자 뚝 떨어져 살아가는 외로운 저에게

 

소통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시작합니다.

 

들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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