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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법

 1.보통 온 나라를 격동으로 몰아갈 쯤 되는 사안이 될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면, 당연히 온갖 부작용과 찬반 논란을 감당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엄한 법령에 근거해서 집행하고 있으리라고 믿게 된다. 

 

 2. 지방교육청들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다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초중등교육법을 보니 이미 아름다운 규정이 있다. 법 수준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헌법을 지켜라, 국제인권조약에 나온 인권을 보장하라고 명령한다. 헌법이나 국제인권조약이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혹시 그럴까봐 국회의원 나리들이 염려 끝에 다시 선언한 '법'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을 안따르니, 법에서 다시 '따르라' 하고, 그 법 조차도 안 지키니 조례로 또 '따르자' 한다. 조례를 제정하기 전에 헌법과 국제인권조약부터 되새겨 볼 일이다.

 

제18조의4 (학생의 인권보장)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3.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집행을 회피할 때 집행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그 의미가 '추상적'이고 '선언적' 이거나,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할 요령이 없을 뿐이라고 둘러댄다. 얼마나 구체적이어야 집행이 가능할까.

 

 4. 불이익을 주는 처분을 하려거든 반드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꼭 불이익을 주는 처분이 아니래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적용 대상이 넓은 처분이라면 명확하고, 공개된,  시행 절차가 제시된 근거가 있어야 하는것이 당연하다. 관료들이 써먹기 좋아하는 말이다.

 

 5. 전국의 초등학생까지 '야간 자율학습'과  방학없는 '보충수업'의 광란에 몰아 넣은 일제고사(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법적 근거를 찾아보았다. 초중등교육법 9조 1항과 시행령 10조다. 그러니까 평가에 관란 사항은 교과부 장관이 정하면 된다. 

법 제9조 (평가) ①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시행령 제10조(학생의 평가) 법 제9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정한다.

 

 그래서 교과부 장관이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명령도 없고, 지침도, 고시도 찾아볼 수 없다. 종이 쪽지 하나 없이 그냥 장관이 입으로 내린 명령에 온 나라가 호들갑을 떨고, 시험을 안봤다고 결석 처리 당하고, 불응을 유도했다고 해직을 당했단 말인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그 근거가 2007년 제정 초중등교육과정 고시에 나온 '국가수준 평가'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교육과정이  적절한지 보는 자료로 쓰라는 것 같은데, 초등학생들을 '죽도록' 공부시키는 평가가 아니라.

 

가. 이 교육과정 질 관리를 위하여 국가 수준에서는 주기적으로 학생 학력 평가, 학교와 교육 기관 평가, 교육과정 편성ㆍ운영에 관한 평가를 실시한다. 

⑴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하여 교과별, 학년별 학생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는 교육과정의 적절성 확보와 그 개선에 활용한다. 

 

 6. 이것 말고도 교과부 장관이 숨겨 놓은 명령이 혹시 있을까? 교육부만 알고 일반인은 몰라도 되는 법령이 있을까? 평가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든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일부만 하는 것인지,  평가결과는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지 법도 없고, 지침도 모르겠다. '평가를 실시한다' 말고는 불명확하기 짝이 없는 명령을 교육부 공무원들은 잘도 수행한다. 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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