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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나타난 환경 관련 중요 변화의 하나는 환경에 대한 배려가 통치권적 차원이든 정책적 차원이든 모두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점이다. 이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성으로부터 청와대의 비서진 구성, 반환경적 국책 사업의 개발 기조 견지, 환경주의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인선 등에서 시종일관 확인되는 바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노무현 정부의 '녹색 색맹'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노무현 정부는 분권과 참여를 화두로 하는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국정을 펴고 있다. 국가 균형 발전, 신행정수도 건설, 지방분권, 동북아 경제 중심 건설 등은 현 정부가 최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국정 과제들이다. 환경과 관련하여 볼때 이러한 과제들이 가지는 중요한 특징은, 이것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국토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줄 개발의 요소들을 하나 같이 함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신행정수도 건설 과제는 국토의 중앙에 인구 50만이 사는 신도시를 조성해야 하고, 균형 발전 과제는 지방별로 지역혁신역량을 도모하는 다양한 신산업 공간을 건설해야 하며, 동북아 경제 중심 과제는 국제 비지니스 활동을 유인하고 집적시킬 개방형 경제특구를 국토의 여러 곳에 개발해야 한다. 국정 과제들은 이렇듯 모두 개발 사업으로서 특성을 띠고 있고, 그래서 국토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환경을 배려하거나 우선하는 요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개별 국정 과제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국정 방향이나 원칙, 그리고 전반적인 국정 체계에서는 환경을 배려하는 측면을 더욱 찾아볼 수 없다...."
"새만금 간척 사업, 경인운하 건설, 핵폐기장 건설,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등이 모두 그러한 예들이다.,,,이러한 징후들은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가 반 환경적 혹은 반녹색 정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녹색 정부가 출범한 2003년은 이런 점에서 개발주의가 살아나고, 그래서 환경의 가치가 저평가되거나 낮은 우선 순위로 전락하는 해였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조명래,신개발주의에 따른 도시환경파괴와 '녹색개혁'의 과제, [신개발주의를 멈춰라], 조명래 외 지음, 환경과 생명,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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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하도 빠른 속도로 극단적인 반 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불과 2년 반 전에 끝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마치 '친환경' 적이었던 것처럼 포장되거나, 또는 그 개발주의 속성이 망각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노무현 정부만 가지는 특성은 아니다. 이미 김대중 시절에 합리적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그린벨트' 해제의 광풍이 불기 시작했었다. 김대중 이전 정권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노무현 정권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행정수도',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경제특구' 등의 공간개조사업을 추진하였다. 새만금 방조제 연결 사업을 무리하게 마무리하였고, 부안을 전쟁터로 만든 다음 핵폐기장 건설 부지를 '지역간 경쟁 투표'라는 희한한 방법으로 결정했다. 기어이 천성산으로 경부 고속 철도를 뚫었고, 북한산에 도로를 관통시켰다. 노무현이 기획한 이들 개발 사업이 모두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박정희가 '국토개발계획'이란 것을 만든 이래로 한국의 공간 구조를 가장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땅을 갈아엎는 사업에서 노무현은 전공이 '토지 개발'이 아닌데도, 전공자 이명박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그것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멋들어진 말로 포장해서. 이명박 입장에서 보면 땅 장사를 하고 싶어도 김대중, 노무현씨가 풀 것 다 풀고, 여기저기 개발할 것 다 개발해놔서 더 이상 손댈 곳이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니 남은 것은 이전 정권이 아직 손대지 않은 강 뿐이었으리라.
그나마 약간의 절차를 지켰다하여 노무현 정권의 공간 정책을 '신개발주의'라 이름 붙이고, 이명박 정권의 공간 정책 이 노무현 이전의 박정희식 무법 '개발주의'로 돌아간 것이라 규정한다고 해도 두 정권의 공간에 대한 개념은 별로 다른 것이 없다. 노무현의 국민소득 '2만불'이나 이명박의 '4만불'이나 다 땅장사와 삽질에서 돈 벌어보자는 속셈이다.
이명박 정권이 요란스레 4대강 개발이니 하는 무리한 짓을 하는 것을 당장 막아야 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이명박의 선임자 노무현 정권이(그리고 그 이전 정권부터) 벌여놓은 전국적인 공간 개발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제기해야 할 때이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토지공간개발정책을 연속선상으로 놓고 평가해야 한다. 조명래 교수의 말을 빌자면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2003년을 < '반환경 개발주의'가 공식으로 부활한 원년>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노무현 대 이명박이 아니라 개발주의 대 환경(녹색)주의 구도가 보인다. 이명박 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개발주의' 비판이 진행되면 좋겠다. 이명박에서 노무현과 김대중의 개발주의까지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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