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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니까 누가 봐도 어이 없는 이유로 군대를 안간 사람들이 한국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그 살벌하던 박정희 통치 시절에 십수년씩이나 징집을 피하고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출세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는 말이다. 지금 봐서는 딱히 아픈데가 없어 보이고, 또 자기네들 하는 자랑이 평생 '밤낮 없이' 줄창 일했다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신의 아들'들이 아니고서야 피할 수 없는 징집을 '회피'하고서도 그들은 무사하였고, 또 출세 가도를 달려서 오늘날 한국의 최고 지배층들이 되었다. 가소롭게도 그들은 미국 국적으로 징집을 벗어난 유승준을 '입국 불가'로 만들어서 인생을 망쳤고, 병역 특례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고 나이먹은 싸이를 재입대시켜 거의 5년을 복무하게 만들었다.
2. 그렇다고 군대 끌려 간 것은 무슨 또 자랑이냐? 봉은사 명진 스님이 '나는 월남전 갔다 왔다, 안상수는 군대도 안갔다....' 이런 식으로 비난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승려가 무기들고 월남전 간 것이 도대체 무슨 자랑거리냐? 그 사람을 몰라서 함부로 이야기할 게재는 아니지만, 징집되서 무기들고 사람 죽인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승려나, 지난 몇달간 복수 보복 전쟁 이야기를 달고 살았던 한국의 '병역 기피' 지도부가 어떻게 다를까?
3.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든 없었든 군대 징집을 면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징집을 면한 자들이 더 호전적으로 전쟁을 부르고 폭력을 동원하자고 떠드는 것이 이상스럽고, 전쟁터에서 무기를 들었던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자비의 종교' 사제가 영 껄끄럽다.
4.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부정한 방법으로 징집을 피하거나, 정면으로 거부해서 옥에 갇히거나, 그냥 끌려 가거나. 보통 사람들 누구나 안다. 돈을 쓰거나 사기를 치거나 치사한 방법을 써서라도, 혹은 재수가 좋아서라도 징병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을(물론 해병대를 몇수씩 해가며 지원했다는 식의 군대광들은 말고). 누구나 안다. 한국에서 군대에 '안 끌려가는 것'이 무슨 양심에 걸릴만한 대단한 일도 아니라는 것을. '끌려가서 총을 드는 일'이 양심에 걸리는 병역 거부자들과 그 지점에서는 같다. 다만 이 별 것 아닌 일로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감옥에 가야 한다는 차이 말고는. 별 것 아닌 것을 털어놓는 댓가는 가혹하다.
5. 부정한 회피였냐 아니냐를 묻는 것과 별개로, 당신이 원하는 것이 평화냐 아니냐, 무기냐 아니냐, 전쟁이냐 아니냐, 폭력이냐 아니냐. 군대 간 명진에게도, 군대 안 간 안상수에게도, 또 군대 안 간 박근혜에게도 바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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