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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명박이 하는 짓이 비난 받는 것은 오랜 동안 한국 사회가 벌써 이루어졌다고 '암묵적'으로 '합의'했던 상상 속의 민주주의를 가차없이 무시하기 때문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유연한 퍼포먼스 덕에 가공의 합의가 물릴 수 없는 실체로 굳어지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별 근거도 없는 유치한 눈가리기 게임이었음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철학을 밝힌다거나 합의나 민주주의 절차 같은 골치아프고 실체 찾기 힘든 '쑈'를 신경쓰기 보다 '실용적'인 토건 자본가답게 이명박은 너무도 솔직하게 1987년 이래, 혹은 1971년 이래 '민주'의 회복이니, '언론'의 자유니, '인권'의 보호니 하는 말들의 투쟁이 공허하기 짝이 없는 외침이었음을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이 '민주주의의 화신'이었다고 믿는 신자들의 마음이 쓰리지. 정치학 교과서의 민주주의가 현실 앞에서는 허망한 것이었음을 눈으로 보는 정치학자들은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물지. 효율성과 효과성을 금과옥조로 삼던 행정학자들은 할말이 없지.
2. 이런 생각이 든다. 이명박은 자신을 1971년 박정희와 동일시하고 하고 있지는 않는가. 전국적인 '건설' 붐을 일으키고, 남북 긴장은 고조시키고, 대외 관계는 고립으로 치닫고, 정권 '보안'은 강화되고....법은 고무줄이 되고...언론은 숨을 죽이거나 스스로 자살해 죽거나...군대를 끼워 팔거나 어쨌거나 핵발전소 팔아 중동 붐을 살리고...노조는 반국가단체가 되고....이북에서도 가끔 총포를 쏘아주고, 제 나름대로들 전쟁 놀음을 해가면서...
3. 저것들이야 어찌하든 간에, 강에 한 번 가볼 일인데...온통 다리로 댐으로 덮이고 무너지기 전에 맨 강 둑을 걷는 추억을 남겨 볼 때인데, 나는 방구석에 앉아 꼼짝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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