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두부 만들기

시장에 갈때마다 느꼈던 것이 두부값이 보통 비싼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허술해 보이는 밥상에 반찬 하나 채울 일이 걱정이 되는 통에

두부를 사자니, 유기농 이름자가 붙은 것들이나, 무슨 상표라도 붙은 것들은

가격이 2000원이 훌쩍 넘어간다.

국산콩이라고들 자랑하지만, 이것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또 한 모 사면 한 모를 더 붙여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두 모를 '한 모 가격'에 사게 되면

한 모는 그럭저럭 먹게 되는데, 남은 것들은 며칠 내에 먹어 치우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일이 여러 차례 벌어졌던 것이다.

세 식구가 열심히 먹는다고는 해도 날마다 두부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만든 이 이름도 분명치 않은, 판에 담긴 한 모 짜리 두부를 사기에도

뭔가 께름찍한 구석이 남기 일쑤였다. 다 커버린(!) 우리야 상관 없다지만, 어린 아이도 먹을건데.

두부를 살 때마다 이 콩은 어디서 온건가? 뭐가 들어갔나? 유전자 조작 콩은 아닌가? 이런 온갖 걱정을

하는 것도 피곤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두부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콩은 고향에서 보내주신 어머니표 콩으로 하고, 간수는 대용으로 만들었다(소금(1)+두 배 식초(3)+물3)) 처음 만들때는 좀 짜고 심하게 시고 해서 옆지기에게 구박을 받았다.

 

두번째는 조금 나아졌다. 그래도 두부가 안되고 버려야 하는 콩물이 좀 많이 생겨서 아까운 마음에

국이라도 끓여보자 했다가 더 심한 비난을 들었다. 두부에서는 짜고 신 맛이 덜 나는데, 국은 식초 국이라 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다. 옆지기 구박을 두 배로 받았다. 아까운 시래기 국.

 

세번째부터는 두부도 제법 먹을만해지고, 짠 맛도 신 맛도 거의 사라진 "두부같은" 두부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콩 두 주먹 정도에 두부 반 모 정도를 "생산"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모양은 좀 우습지만.

곁다리로 생기는 콩비지는 콩비지전을 해먹고, 콩비지 찌게도 해 먹으면 된다. 버리는 것이 없다.

 

지금 두부 만들기 성공담을 여기저기 퍼트리는 중이다. 나는 퍽 자랑스러운데, 남들 보기에는 좀 유치하지 않을까 싶다.

 

"두부 만들기 성공담"

1. 콩을 하루 종일 불린다.(한 두 컵, 혹은 두 주먹)

2. 불린 콩을 믹서에 간다.

3. 잘 갈아진 콩물을 베보자기에 넣고 걸러낸다. 힘껏 짜낸다. 콩비지에 물을 부어 남은 콩물을 또 짜낸다.

4. 거른 콩물을 솥에 넣고 끓인다. 살짝 저어준다.

5. 거품이 확 일어나면 들기름 몇 방울 뿌려준다. 거품이 죽는다.

6. 조금 더 있다가 콩물 끓이는 냄새가 그윽해지면 불을 끈다.

7. 간수가 있으면 간수를 쓰고, 없으면 대용 간수를 간단하게 만들어 쓴다.

8. 간수를 슬슬 콩물 위에다 뿌려준다. 잘 섞이도록 천천히 조금만 저어준다.

9. 기다린다.

10. 몽글몽글하게 콩물이 엉긴다. 순두부가 된다.

11. 다 엉겼다 싶을때, 물 잘빠지는 그릇위에 베보자기를 놓고 그 위에 콩물 엉긴 것(순두부)을 붓는다.

12. 순두부를 먹는다.

13. 아니다 그냥 두부가 먹고 싶다. ->베보자기를 예쁘게 덮고 그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놓는다.

14. 기다린다 -> 두부를 먹는다.

15. 두부 만들기 성공! 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