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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적' 대책의 역사

1.시멘트 콘크리트 덩어리나 쇳덩이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조물이라고 믿는 자들이 많다.

 

2. 박정희는 흙으로 지은 초가집  지붕에 시멘트로 찍어낸 새마을 기와를 얹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해마다 볏짚으로 이엉 해서 얹는 수고가 없어졌으니 지붕 개량의 '영구적' 대책이었다.  참새도 살고 벌레도  살고 가끔 뱀도 사는 지저분한 지붕, 일정 시기마다 안 갈아주면 썩어버리는 구식 지붕을 뜯어 버리고, 대신 함석 지붕, 스레트(석면이 들어 있다는) 지붕, 새마을 기와 지붕이 올라가고, 그 위에 빨강, 파랑 페인트도 알록달록 '보기 좋게' 칠해 놓았더란다.  국도변에는 선전용 '시범 양옥 주택'들이 들어섰다. 군인들 행렬처럼 똑같은 모양으로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현대식' 농촌 주택들이었다. 새마을 기와 얹고 시멘트로 포장한 '현대식' 농촌 마을에는 노동으로 허리 휘어진 노인들만 남았다.

 

3. 전두환은 풍납동 수해사태처럼 한강이 자꾸 범람하는 것을 '영구적'으로 방지하고자 한강변 반듯하게 깍아 다듬고 그 위를 시멘트로 발랐다. 강이 삐툴거리게 흐르지 않고 군대식으로 반듯해지니 강변에 자동차 도로, 자전거 도로도 들어서고 유람선도 다니고 모래 사장이 있던 곳에는 각종 놀이 시설이 들어서니, 낮이나 밤이나 평화롭게 깔깔거리는 행복한 시민들이 모습이 보기에 좋았더라. 강변을 따라 성벽처럼 아파트들이 쭉쭉 들어서니 이것도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 덕에 잠실을 휘어져 흐르던 한강은 뜻하지 않게 석촌 호수가 되고 롯데는 그 호수를 배경으로 놀이공원 짓고 호텔짓고 백화점 지어 먹고 살게 되었으니, 정수라가 노래했듯이  '하늘에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는'  행복한 풍경 그림이었겠다. 그 전두환이 '보기에 좋았던' 한강변을 요즘 오세훈이 또 보기 싫다고 온통 고친다고 난리다.

 

4. 노태우는 이북 탱크들을 '영구적'으로 막는다고 휴전선에 거대한 시멘트 방벽을 쌓았다. 주택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한다고 '주택 200만호'를 지었다. 모래가 부족하면 소금기 있는 바다 모래라도 퍼다 썼다.  건설자재는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가격은 폭등했다. 불과 수년만에 200만호의 주택을 지어내고 그 후 주택 보급율 100%를 넘기는 기적을 일으키시며 영구적 대책을 세웠는데도  집 없는 사람들은 별로 줄지 않았고, 집값은 떨어질줄은 몰랐다. 요즘은 그 많다던 이북 탱크 걱정은 안하지만 성벽 넘어 날아올 미사일이 걱정이다.

 

5. 칙칙폭폭  은하철도를 타고 질병도 죽음도 없는 '영구적인 몸'을 공짜로 얻으러 머나먼 안드로메다까지 여행한 철이는 우여곡절 끝에 그 별마저 폭파시키고, 그 영구적이고 비인간적인 것들이 지배하는 지구로 '싸우러' 돌아온다.  세상에 아무 댓가없이 주는 '영구적'으로 행복한 그런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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