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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1.  한때 유홍준씨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내니 개그맨 전유성씨가 유럽 갔다와서 남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한동안 문화유산 답사 붐이 일고, 여기저기서 답사팀도 많이 만들어지고 하더니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좋은 곳들 다 밟고들 다녀서 이제 좀 열기가 식었는가?

문화유산 답사 열기가 식었는지 이제는 올레길이라고들 해서 여기기저 멋있는 길 걸어다니기가 유행인 모양인데, 문화 유산 답사든 올레길 걷기든 우루루 몰려다니다보면 조용히 잘 살던 풀도 벌레도 밟아 죽이고, 나무는 사람 기름을 타서 반지르르해지고, 괜히 낯선 남의 집 마당 기웃거리는 통에 한세상 남 눈치 안보고 평안히 사시던 노친네들 불편하게 하고 성질만 긁어 놓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슨 관광지가 되고, 안 다니던 길이 새로 소개되는 일이 꼭 맘 편하고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풍광 인심 좋은 줄 알면,  그래서 더 그냥 내버려두어야 할 곳도 많지 않을까? 도시에서 다 누리고 잘 먹고 잘 살면 그걸로  되었지, 남 동네 뜬금없이 지나다니고 기웃거리는 것도 할 짓이 못되지 않나. 굳이 시골길 걷고 싶으면 나무나 풀이나 시골 노친네들 괴롭게 하지 않는 쪽으로. 사진 찍을만한 좋은 경치? 그런거 찾으려면 유명 관광지에나 갈 일이다. 세상 경치는 다 좋다. 아니 또 겁나게 좋은 경치라고 보면 그런 곳은 별로 없더라.

 

2. 아주 좋고 멋진 경치를 찾는 이들이야 그러라고 내버려두고, 주변에 있는 멋지기는 커녕 추악한 '문화재'들부터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하도 잘 덮어버리고 새로 짓고 하는 통에 추악하지만 기억해야할 역사유적들이 잊혀지는 일도 많다. 그래서 시간 나는 대로 주변의 이 문화재들부터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름하여 '비리 문화유산답사'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제목이야 그냥 붙인 것인데 어째 유홍준 책의 짝퉁 냄새가 난다. 여하튼 근거리에 있는, 부조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구조물들의 목록을 만들고 답사 루트를 개발해보는 것도 좋겠다. 시간이 날때, 머리가 아플때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온통 비리와 부조리의 구조물이니 답사 루트는 널리고 널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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