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킬리만자로 등정기 02 - 모시에서 마랑구 게이트까지.

 

셔틀버스가 아루샤를 출발해 모시로 향했다.

난 조금 긴장해 있었다. 아루샤에서 같이 버스에 탔던 한국분도 내렸고, 이제 정말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아담을 소개받기는 했지만, 아담과 비용협상도 해야 했고, 정말 아담이 믿을 만한 사람일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아담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내 옆에 앉은 영국인 여자에게 킬리만자로 등정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물었다.

모시에 산다는 그녀는 1000달러 정도 한다고 대답한다.

자기가 아는 여행사를 소개시켜 줄 수 있단다.

나는 내 가이드가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루샤에서 모시까지의 길도 제법 쓸만하다.

중간에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가는 길이 있어서인지

중간 중간 움푹 패인 곳이 있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좋았다.

1시30분이나 2시간 쯤 걸렸던 것 같다.

아루샤에 볼래 오후 1시 도착예정이었던 버스가 3시쯤 도착했기 때문에,

모시에 도착한 시간도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시는 탄자니아의 4-5번째쯤 되는 큰 도시지만, 3층 이상의 건물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문밖으로 내다보니, 3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키 작은 흑인이 버스 안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당신이 아마 내가 찾는 그 사람인 것 같군'이라는 눈빛으로 내게 인사했다. 그는 내가 'Yang이냐고 물었다. 나는 당신이 아담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서로 악수를 나눴다.

 

아담은 내 배낭을 찾아 자기 차에 실었다. 난 아담에게 호텔을 예약해 두었냐고 물었다. 예약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KEYS Hotel'로 갈 거라고 했다. 방은 있을 거라고.

숙박비가 얼마냐고 물었다. 30달러란다. 난 비싸다고 했다. 난 화장실, 침대, 뜨거운 물만 있으면 족하다고 했다. 다른 더 싼 곳은 없냐고 물었다. 그는 다른 곳도 있다고 했다. 옆에 있는 건물을 가리키면서 10달러라고 했다. 약간 헐음해 보였다. 난 앞으로 5박6일 등정일정과 아직 감기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문뜩 떠올리며 돈을 좀 들여 편히 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그냥 키즈 호텔로 가자고 했다.

 

호텔은 2층 건물이었다. 오래된 건물인 듯했지만 깨끗한 느낌이었다.

방은 트윈룸이었다. 아담과 나는 방에 앉아서 비용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등산 루트를 결정해야 한다. 루트는 7개쯤 된다.

마랑구 루트는 가장 대중적인 루트이다. 비교적 쉽기 때문에 코카콜라 루트라는 별명이 있다. 마랑구 루트는 4박5일 또는 5박6일로 등정하며, 산장에서 잠을 자게 된다.

마차메 루트는 마랑구 루트보다는 어렵지만, 경치가 좋아서 인기가 많은 루트이다. 마차메는 5박6일 또는 6박 7일로 등반한다. 나는 홍교관님의 추천도 있고 해서 마차메 루트로 5박6일로 가겠다고 했다. 내 체격 조건을 가능할까 물었더니 아담은 가능하다고 했다.  포기할 생각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산과 싸우지 말고 자신과 싸우라고, 그리고 산을 존중하라고 그럼 다 된다고 따뜻한 조언도 했다. 믿음이 갔다.

 

 

루트와 일정이 결정되자, 그는 1050달러를 불렀다. 나는 비싸다고 했다.

그는 국립공원에 내야 하는 돈만 600달러가 넘는다고 항변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하루에 60달러, 캠핑비 하루에 50달러, 구조료 20달러를 내야 한다고. 그리고 가이드 1명, 포터 2명, 쿡크 1명을 고용해야 한다고...더구나 나는 혼자 등반하는 것인만큼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득하려 했다. 의심스러우면 국립공원 비용을 내가 직접 지불해도 좋다고 했다.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형적으로 돈 많이 받으려는 구라쯤으로 생각하고 나도 약간 구라를 섞어 이야기했다.

900달러를 불렀던 여행사가 있었다고... 홍교관님이 특별히 소개하셔서 당신을 선택한 것인데.. 그 정도는 지불하기 힘들다고.. 어찌어찌하여 900달러에 계약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국립공원 입장료가 하루 60달러, 캠핑비가 50달러, 구조료 20달러는 정말이었다. 5박 6일이니까 총 630달러(60*6+50*5+20)를 국립공원에 내고 그 영수증은 나중에 내가 우연한 기회에 볼 수 있었다.

나와 가이드 1명, 포터 2명, 쿡크 1명이 따라간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나중에 포터 1명은 3일째 아파서 산을 내려갔다고 했다. 아파서 내려간 것인지 더이상 짐의 무게를 체크하지 않으니까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서 내려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산 입구와 첫날 캠프 사이트에서는 한 포터가 나르는 짐의 무게가 20킬로그램이 넘지 않도록 체크했으나 그 후로는 체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계약 즉시 900달러를 지불해 달라고 했다. 그 돈으로 빨리 음식물도 사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난 약간 불안했다. 이 녀석이 들고 튀면 끝이었다. 난 아담의 사무실이 어딘지도 모르고 오직 그의 전화번호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교관님이 소개시켜 준 사람이었고, 홍교관님은 아담과 또한번의 등반계획을 논의 중이었기 때문에, 난 그냥 믿기로 했다.  기분좋게 등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900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했다.

 

아담은 다음날부터 자신은 다른 등반일정이 있다고 했다. 자기와 3년 정도 같이 일했던 다른 가이드가 나와 함께 등산할 거라고 했다. 그 가이드와 1시간쯤 후에 와서 내 준비물을 체크할 것이니, 내 준비물을 한쪽 침대에 모두 꺼내 놓으라고 말했다.

 

난 씻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담은 내 가이드가 될 딕손(Dickson)이라는 친구를 데려왔다. 아담보다 어려보였다. 아담은 딕손이 자기의 어시스턴트 가이드로 3년을 일했기 때문에 경험도 많고 매우 훌륭한 가이드라고 추켜세웠다. 딕손은 수줍어 하는 듯보였다.

난 딕손과 악수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준비물은 거의 다 되었다. 그러나 겨울 등산용 모자와 목도리가 빈약하다면서 아담은 자기 것을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했다. 또, 침낭 밑에 까는 매트도 필요한데 10달러라고 했다. 난 비싸다고 투털거렸다. 약간 실갱이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 아담은 1시간 후에 다시 호텔로 날 데려다 주겠다면서 이탈리안 식당 앞에 날 내려주었다.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보니 음식값은 4달러 안팎이었다. 다만 내가 탄자니아 실링으로 표시된 음식가격을 착각하고 40달러 쯤으로 보아 넘 비싸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와 다른 음식점을 찾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니까, 여행사 삐끼들이 달라붙었다. 나는 이미 계약은 끝났지만, 내가 한 계약이 적당한 가격인지 궁금해서 그들과 가격 흥정을 해 보았다. 4인 그룹에 끼는 조건으로 하면 800달러 정도까지 가능할 듯보였다. 내가 바가지를 쓴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난 혼자 등반하는 것이니까. 

 

아담이 날 다시 데릴러 왔을 때 난 삐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담은 약간 불편한 기색이었다. 아담과의 계약 금액보다 더 싼 비용을 제시받은 후라서 약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어짜피 계약한 거 기분좋게 등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밝은 표정을 지어가면서 아담을 안심시켰다. 아담은 침낭 매트를 5불만 지불해도 좋다고 자진해서 깎아주었다.^^

 

호텔로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왠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텔레비젼을 보기도 했으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낯선 곳에 혼자 와 있다는 사실과 다음날 등산한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 기대, 그리고 덤비는 모기들 때문에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뒤범벅이 되어 선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30달러라는 방값이 아까웠다.

 

아침 9시 30분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들은 8시 30분까지 와서 내가 일어났는지 확인을 해 주겠다고 했다.  난 6시쯤 일찍 일어나 짐을 꾸리고 7시쯤 호텔 1층에서 아침식사까지 마친 후 그들을 기다렸는데, 아담은 9시 10분쯤이나 되어서야 딕손과, 또다른 한명과 함께 왔다. 난 준비가 다 되었고 즉시 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9시 30분까지 오겠다며 뭔가 준비할 것이 있는 듯 다시 갔다. 10시는 다 되어서야 딕손과 아까 그 한명이 왔다. 포터 2명(압둘라, 에반스)과 쿡크 1명(로빈)도 차에 타고 있었다. 그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난 딕손에게 약간 불평을 했다. 두번씩이나 늦었다는 점에 대해 항의했다. (사실 이 때 항의를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느 수준에서 해야 하는지 고민되었다. 항의하지 않으면 남은 일정 내내 불친절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쭙지 않게 약간 화를 내는 수준에서 항의했다) 딕손은 수줍은 듯, 미안한 듯 약간 미소를 지어보일 뿐 아무말이 없었다. 미안해서 할 말을 잃은 순한 사람의 표정으로. 난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딕손은 나에게 물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오늘 하루에 마실 물은 내가 준비해야 한다고.

난 내가 충분히 많은 돈을 지불했는데도, 내가 물을 사야한다는 것 때문에 또다시 불평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슈퍼마켓에 들러 물과 사탕종류를 좀 샀다. 물은 1.5리터 정도 샀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담의 말에 따르면 하루에 3리터 정도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서.

 

딕손과 차를 타고 마차메 게이트로 갔다. 40분 정도 모시에서 달렸던 것 같다.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못된 시간. 많은 등산객들과 포터들이 입구에서 등반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선 공원 사무실에 등록을 해야 한다. 비용도 지불해야 하고. 나는 줄을 서서 등록을 했다. 

 

공원 사무실 앞에서 등록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마차메 게이트

 

 

 

 

우리팀. 왼쪽부터, 압둘라(포터), 딕손(가이드), 에반스(포터), 로빈(요리사).

마차메 게이트에서 짐을 꾸리고 있는 모습.



공원 사무실 앞에서 등록하는 사람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