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담론'은 많습니다. 정작 20대들은 언론에서 쏟아내는 20대 담론에 대해서 "기성세대가 우리를 규정지으려는 '꼰대' 같은 짓"이라고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프레시안> 창간 9주년 여론조사에서도 20대라는 세대가 다른 세대와는 다른 큰 특징을 보였기에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6.2 지방선거에서 본인이 직접 출마했던 20대 4명을 초대해 좌담 자리를 마련해 봤습니다. 정치를 고민하고 직접 출마까지 했다면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세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리라는 짐작이었습니다.
큰 틀에서 '차세대 리더십'이라는 주제 하에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좌담의 키워드를 꼽자면 '촌스러움/세련됨', '공포/짜증', '청년 복지', '스펙 인플레', '오세훈/유시민', '유리벽' 등 입니다. 이 키워드들은 좌담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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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수 민주당 강남구 의원. 27세
2004년에 처음 정당 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젊은 세대들이 정당 가입을 하고, 출마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청년 세대의 문제의식이나 목소리는 청년 세대가 잘 안다. 그러니 청년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20대 비례 대표가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출마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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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한나라당 강남구 의원. 29세
2003년 10월 제대를 하고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친북적인 행보를 보였었다. 군대에 복무했을 때 기준으로 봐서 안보는 탄탄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한나라당의 서울 청년 아카데미 등에 참여하면서 정치 활동을 조금씩 하게 됐다. 출마를 결심한 것은 올해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지금 내 지역구에서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기성세대들만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지역을 위해서, 젊은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출마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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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 진보신당 관악구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관악구 의원 출마) 29세
대학교에 99년에 입학했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운동권 선배들 손에 이끌려 집회 등에 많이 참여했다.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을 한 뒤 총선 때 창원 지역에 선배를 따라 권영길 후보 유세를 따라갔다. 그때 느낀 게 많았다. 진보 정당의 필요성과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 민주노동당이 실패를 했지만, 울산 창원에서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그걸 본 뒤 되겠구나, 이 길을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에 입당을 했다. 그때 나중에는 정치를 할 거라고 결심을 했다. 그러고 나서 10년 가까이 당 활동을 했다. 분당 이후엔 진보신당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관악구 후보로 출마했다. 주위 권유도 있었고 나도 나오고 싶었다. 내가 나온 곳은 신림동 고시촌이었다. 학생과 고시 준비생이 많다. 이런 사람들, 즉 젊은이들의 생각을 대변하자는 생각에 출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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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호 민주노동당 당원. 26세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출마)
2004년부터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당원이 된 것은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2009년에 학교에서 총학생회장을 했다. 끝나고 나서 집에서 요양을 했다. 대인기피증 때문에서였다. 이제는 이런 걸 다 떠나서 공부하고 취직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월 개강을 코앞에 두고 후보로 출마할 것을 제안했다. 그때까지 정치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고 하지만 실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듯 구태의연한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다. 제안을 받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설득 당해 나왔다. 어차피 내게 당선을 기대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해서 당선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20대 문제를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화두로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역할을 내게 요구했다. 총학의 경험을 토대로 20대 문제를 공론화시켜주기를 바랬다. 일주일 고민하다가 한 번 도전해 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도전했다. |
"공포가 아니라 짜증이다"
프레시안 : 20대들은 성장기와 성인기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에 겪었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기성 세대들은 "역사를 되돌리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젊은 세대들은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을 겪어보지 않았다.
추성호 :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처음 사회문제를 접할 때는 고등학생 때다. 02학번이라서 2002년 월드컵, 2004년 탄핵
촛불 등을 대학교에서 겪었다.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세대와 이전 세대를 비교할 때, 이전 세대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명박 정부를 두려워한다. 과거를 겪지 않은 세대에게는 이명박이 두렵지 않다.
이기중 : 80년대에 독재를 경험했던 세대에게 그 시대의 경험이 무거운 공포와 중압감으로 남아있다면 지금 세대가 정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것은 공포라기보다는 짜증이다. 문화적으로 후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김대중·노무현 시절 정치에 관심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그 시기와 이명박 시기의 공통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정부가 하는 것 모두를 MB정부만의 책임으로 보진 않는다. 하지만 20대 초반, 즉 이명박 정부에 와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다시 말해 2008년 촛불을 겪은 세대들은 현 정부를 절대 악처럼 보고 있다. 그렇게 자신이 겪은 것에 따라 다르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관수 : 기존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비교해볼 때, 20대가 바라보는 관점은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대화와 소통이라는 점이다. 최근 4대강 정비, 언론 악법 등을 통해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독주와 오만은 심각하다. 같이 함께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기존 정권과의 차이가 나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볼 때는 올바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김동현 : 60~70년대 박정희 시절에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 그때도 찬반이 엄청 심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이것이 건설됐다. 이로 인해 한국의 산업화는 10~20년 앞당겨졌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평가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내세워서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처럼 반대가 심하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잘한 부분도 있었구나 하면서 반대를 격렬하게 했던 사람이 후회도 하는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바꿔지리라 생각한다.
"촌스럽다"
프레시안 : 여론조사에서 20대들은 '소통 능력'을 차세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그런가 하면 지방선거 때 한 한나라당 출마자가 홍보물로 김연아 사진을 써서 논란이 됐다. 정두언 의원은 "합법성 여부를 떠나서 촌스럽다"고 일갈했는데. '소통'과 '촌스러움'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김동현 : 얼마 전 신문에 난 칼럼을 보니 20대가 세련됐다고 하더라.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과거 세대는
자기 개인을 버리고 국가 중심으로 자기를 희생했다. 그러다보니 본인이 세련됨을 덜 신경 썼다. 그 세대들이 산업화를 이룩하고 난 상태에서 현 세대들이 혜택을 받고 살고 있다. 현재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세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도 있다. 어떻게 보면 시각차다.
이기중 : 쌍방향간의 소통, 수평적 리더십 등은 20대에게는 익숙하다. 그렇기에 이걸 정치인에게도 바란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들은 내리 꽂기 식이다. 지시를 하면 따라야 하는 구조다.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규제 하려하고 사법적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런 게 문화적으로 답답해 보이고 촌스러워 보인다.
추성호 :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촌스럽다고 보는 건 어느 세대나 그렇다. 문제는 현 세대, 즉 20대 끼리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점이다. 세대가 빨리 변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큰 사건을 중심으로 세대가 묶인다. 4.19세대, 6.10 세대 등이 그렇다. 문화적 충격으로 특징화한다. 하지만 현 20대의 경우는 그런 큰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는 게 다르다. 노사모, 탄핵 촛불, 월드컵, 이명박 당선, 08년 촛불 등이 그렇다. 그런 사건을 겪은 세대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문화 세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선거를 겪으며 그걸 많이 느꼈다. 하지만 이것들에 대해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20대는 쿨한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장점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그 사람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인정한다. 단점은 그걸로 끝난다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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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우리보다 더 젊은 세대들은 본인의 주장과 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빠르게 말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걸 밝힐 수 있는 자리, 방법 등도 다양화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촌스러워진다는 점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2000년대에 들어 '큰 사건'이 더 자주 일어난다. 왜 그럴까.
추성호 : 그만큼 표현이 자유로워지고 자기 권리나 주장을 이야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기중 : 좀 다르게 생각한다. 그런 사건이 자주 있기는 하지만 예전 6.10과 같은 무게가 있는 사건들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2004년 탄핵 반대 등은 반대 세력과 싸운 것이긴 하지만 정권이 우리 편이었다. 2008년 촛불은 선거가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다르긴 하지만,
대중 운동이 정치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산발적으로 자주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이관수 :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우리보다 더 젊은 세대들은 본인의 주장과 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빠르게 말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걸 밝힐 수 있는 자리, 방법 등도 다양화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촌스러워진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들이 바라는 올바른 지향점을 정치인들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트위터에 사진이나
올리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오세훈이 가장 세련"
좌담을 진행하던 중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세련돼 보이는 정치인 한 명을 꼽아들라"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자기 당은 빼고 타 당에서 꼽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그냥 자유롭게 얘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당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꼽았다.
추성호 : 가치관의 문제를 떠나서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나 이미지 구축 면에서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일을 할 때, 일을 폼 나고, 세련되게 하는 걸 좋아한다. 호불호를 떠나서 오세훈 시장은 세련됐다.
이기중 :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련됐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번 선거에 나갈 때 이미지를 어떻게 잡을까를 고민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생각했다. 일단 외모라든가 그런 부분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좋다. 토론에서 말을 할 때도 차분하게 하는 이미지가 있다. 이미지만 놓고 봤을 때는 단연 으뜸이다.
이관수 : 한명숙 전 총리를 꼽고 싶다.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을 보고 감동을 먹었다. 인간적인 모습에 아줌마의 모습, 학부모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출했다. 권위주의는 타파해야 한다. 의원 배지로 거만을 떨던 시대는 지났다. 진정한 세련됨은 오히려 친구 같고 동생 같고 선배같이,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김동현 : 남자는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고 여자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다. 이종구 의원은 젊은 세대들에게 꿈을 펼칠 많은 기회를 준다. 그리고 뭔가 정책 중심적이다. 나경원 의원은 외모도 세련됐고, 말을 할 때 늘 평정심을 가지고 한다.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 항상 대화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 세련돼 보인다.
프레시안 : 오세훈과 한명숙 두 사람의 세련됨에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이관수 : 오 시장은 일하는 젊은 후보였다. 점퍼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헤어도 짧게 쳐서 젊게 보이도록 했다. 한명숙은 엄마 같은 포근함을 가지고 있다. 지켜줄 거 같고 일반 서민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친 서민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거 같다는 신뢰를 줬다.
추성호 : 오세훈 시장은 굉장히 여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표를 많이 얻었을 것이다. 공약도 그렇다. '여성이 행복한 서울을 만든다' 등 젊은 여성들을 공략하는 정책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일을 매끄럽게 해온 셈이다. 반면 한명숙 전 총리의 매력은 세련됨보단 진정성에 가깝다. 인간적인 소탈함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미지가 있다. 서로의 이미지가 상반된 거 같다.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결과가 나왔지만. 두 분의 이미지 차이는 그런 게 있다.
김동현 :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에서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다. 원래 국회의원을 하고 은퇴를 이야기하다 나왔다. 그 때 서울시민은 탈정치를 요구하며 주민과 가까이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해줄 수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후보로 내세웠다. 어떤 권력보다도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법무장관을 후보로 선정한 것이다. 그렇기에 시민 지향적이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더구나 키가 크고 영화배우 못지않은 세련된 외모를 가진, 호감 가는 인상의 탈정치적인 오세훈 시장을 서울시민은 시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그 당시 권력에 정점에 있는 법무부장관에 대응한 오세훈 후보 카드가 먹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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