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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블로그에서 ..펀글

대충 쓰레기통처럼 처박아 두었던 블로그를 조금 정리했다.

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티스토리에서 주는 기본 기능 정도는 활용을 해보는게 취향에 맞아서 그렇다.

게시판 한 두개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기는 한데, 블로그에서 그런 건 무리다. 게다가 관리하기 어려운 게시판은, 곧 쓰레기통이 된다는...

2.

첫 화면을 조금 다듬었고,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발간한 책을 배너로 올려봤다.

대충 이 블로그에는 하루에 천 명 정도 오는 것 같다. 성별, 나이별, 아무 정보도 없고,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오는 건지도 잘 모른다.

별 상관은 없다. 난장만 안치면...

3.

늘 띄워놓는 글들을 새로 도입했는데, 내가 팔아주고 싶은 책들이나 권하고 싶은 영화나 음악 이런 게 앞에 갈 예정이다.

내가 해보는 작은 '사회적 지지'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분 같아서는 "새만금을 살리자" 이런 걸 올리고 싶지만, 사회 프로그램이 되지 않은 걸 어정쩡하게 올려봐야 여러 사람 피곤해지기만 한다.

4.

<파라독스> 시리즈는 블로그를 옮기면서 디렉토리를 없앴는데, 출간 예정이라서 그렇다.

어지간하면 출간되는 얘기들과 블로그에 있는 얘기는 겹치지 않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책은 책으로 할 얘기가 있고, 블로그는, 그야말로 초고이지만, 정말로 책에 실을 비장의 얘기들은... 블로그에는 안 건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어차피 다 읽은 것을 다시 책으로 낸다는게 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숨보가 긴 생각에 대해서 짧은 글에서 콩내라 감내라, 이런 걸 내가 싫어한다. 그렇다고 택도 없는 소리 하지도 말라고 댓글 다는 것도 취향도 아니고...

비슷한 이유로 신문이나 잡지에 쓰는 칼럼과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들도 어지간하면 거의 겹치지 않는다. 이미 블로그에 한 번 올렸던 얘기를 신문사에 보내고 원고료 받는 것도 내 양심에도 잘 안 맞고, 또 취향도 아니다.

그러므로 블로그의 내용은 날 것이거나, 아니면 다른 데 기고하기에 껄끄럽거나 그런 수준이 안되는 내용들이다.

보통 생각을 하다가 어딘가 기고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기고로 방향을 잡고, 아예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출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5.

어지간한 경우 아니면 강연을 안하기로 한 것은, 워낙 내가 한 번 생각해서 어디에선가 발표하거나 쓴 것을 재활용하거나 다시 정리했다는 미명하에 또 써먹는 일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10년씩 같은 얘기를 욹어먹는 아저씨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의 충격 에너지가 워낙 크다.

비슷한 이유로 정말 피치못할 경우가 아니면 TV에도 절대 안나가고, 인터뷰도 늘 사양이다. 책에 쓴 얘기를 다시 정리해달라는 얘기나 아니면 줄여서 짧게 말해달라는 일... 약간 모욕적으로 생각한다.

핵심만 말해달라는 자세는 좋은 자세는 아니다... Long stroy short... 뉴욕넘들이 그 지랄하다가 나라도 망하고 세계도 망쳤다.

짧은 얘기를 다른 사람들의 권위만 잔뜩 빌려서 길게 늘여놓는 글쓰기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긴 걸 짧게 해달라는 것, 그것도 좋은 독서의 습관은 아닌 것 같다.

6.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로 블로그를 약간 단장을 하면서, 헤드도 '책이 세상은 못 구해도 사람과 예술은 구한다"로 바꿨다.

세상, 그런 건 누구도 구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모든 사람은 못 구한다. 그러나 몇 사람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예술의 아주 일부를 우리는 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 구한다고 혁명하자는 넘들이 이리저리 해처먹은 역사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 누가 세상 구하냐? 니가 구해라.

7.

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각이 길이가 짧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 내 관찰이다.

논리 용어로, and, then, so, although, even if, but, at last, finally, in addition to... 뭐 이런 접속어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한 번 생각하면 100페이지 정도 분량을 생각하는 것이 대학원생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학부생이라면 80페이지, 고등학생이라면 50페이지 정도의 생각이 전개되는 것이 정보량으로 따져본 문명인의 모습이다.

원시시대에 수렵하던 시절에는 이보다 더 복잡한 정보량을 머리에 가지고 있었어야 했고, 농사짓는 사람들만 해도 일기력, 천기력 따지면서 농사지을 때 이 정도의 정보량은 처리가 되었다.

현대 한국인, 정보 처리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전멸하기 딱 좋고, 멸종되기 딱 좋다.

이 정도의 정보량이면 어느 정도냐? 스타크래프트 초기 화면 반의 반의 반 페이지도 처리 못한다.

8.

중도라고 몰려간 사람들, 정보처리능력, 논리 기호로 세 개로 처리된다.

but, then, so what... 이 세 개의 단어 외에는 없는 듯하다.

한나라당 싫다.

대안이 있는가?

어쩌란 말인가?

이게 사람이냐? 짐승이냐? 외마디 울부짖음 가지고 세상 살아지지 않는다.

토익점수에 임하는 대학교 4학년들의 세상인식도 논리적으로 세 절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일단 취직은 해야할 것 아니냐?

토익말고 다른 방법이 있느냐?

날 좀 내버려둬...

이건 짐승이다. 집 지치는 강아지도 이것보다는 복잡하게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디워에 임하는 관객들의 자세도 비슷하다.

내가 식구들과 같이 볼 영화가 이 정도면 된다.

근데 넌 왜 뭐라 하냐?

죽고 잡냐?



8.
미안하지만 내가 만난 예술가, 특히 창작자 역시 대부분의 경우 세 가지의 논리 전개 외에는 별로 없었다.

섹스로 시작하거나, 연애로 시작하거나, 무기력으로 시작하거나...

그들이 만들고 싶었던 얘기는, 마이너의 경우는 이 세 가지 유형에 대부분 포함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건 좀 났다. 소위 연봉 5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 있는, 나름대로 자리잡힌 예술가들...

이 바닥이 원래 그래요.

그래도 저는 먹고 살만해요.

귀찮게 하지 마시라니까요.

이게 나라냐? 쓰레기통이지...

9.

공무원은 좀 다를까? 말하면 입 아프다.

이 상황을 책이 뚫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순간 정보처리능력은 조금 높여줄 수 있다.

진짜로 정보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책을 읽을 때에, 프랑스에서 배운 방법은 하루에 다섯 권 정도에서 열 권 정도를 읽는 것이다. 쌓아놓고 읽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원래 책은 열 권 이상씩 쌓아놓고 읽는 것이다.

물론 누구도 그렇게 책을 사댈 수는 없다. 그래서 도서관을 이용하게 된다.

모든 책을 하루에 열 권씩 읽을 수는 없다. 그래서 '텍스트'라고 부르거나 reference라고 부르는, 정독하는 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책이 reference가 되는 것은 아니다. reference는 한 두 권이면 족하고, 나머지 책들은 하루에 열 권 정도씩 읽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 경험으로는... 2년 정도 그렇게 했다. 보통 유럽에서는 학부에서 대학원까지, 왠만큼 상위급에 드는 학생들은 다 그렇게 한다.

박사과정 초기 2년에는, 죽어라고 책만 읽는다. 하루에 열 권이래봐야 휴일 빼면 일년에 300권을 넘기기가 어렵다. 그렇게 2년 해봐야 600권이다. 600권 읽고 박사논문 쓴다고? 택도 없는 얘기다. 그 이전의 독서들이 누적되어야 그렇게 된다.

수 년간 여러 학생들과 여러 예술가들을 아주 측근거리에서 때때로 자문하는 위치에서 지켜봤다.

해주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다.

책 좀 봐라... (인터넷 디비고 있는 시간에 책 한 권을 보면, 인생이 인생 다와질 수 있다...)

내가 관찰한 많은 한국인들은, 적어도 남을 생각하고 세상을 생각하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보편적 가치라는 눈으로 볼 때, 문명인이 아니고, 축생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다.

책을 읽으라는 얘기 외에는 아무런 해줄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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