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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오던 날

   주말마다 온가족이 상봉하다보니 일요일 아침엔 대개 늦잠을 자게 된다. 아들은 교회 간다고 아침도 거르고 가기 일쑤다. 어제는 새벽 두 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일곱 시 쯤 되어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보니 역시나 눈세계가 펼쳐져 있다.

나뭇가지에 눈송이가 쌓여있다. 새벽에 눈이 더 온 모양이다. 전국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그래도 모처럼 보는 함박눈이라 기분은 좋다. 어젯밤 고생을 했지만, 무사히 귀가하여 이렇게 아침에 눈을 보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아들과 함께 골목길 눈을 치우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미 우리 골목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우리보다 훨씬 일찍 사람들이 눈을 치웠다.

부지런한 화곡본동 터널고개길 사람들이다. 우리 집 마당도 주인 할머니가 이미 치운 상태라, 화원중학교로 가는 계단길과 까치산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쓸기로 했다.

계단을 반반 나누어 찬이랑 눈을 치운다. 찬이는 처음에는 아빠랑 눈을 치우는 게 신이 났지만, 힘이 드는 모양이다.

 

  ‘녀석! 앞으로 군대에 가봐라 지겨울 정도로 눈을 쳐야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군대 생활할 때는 눈이 그렇게 많이 왔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포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눈을 보기는 오히려 어려웠다.


  터널관리소 아저씨도 관리소 관할을 담당하고, 아래쪽에서도 할머니가 삽으로 눈을 쳐내고 있다. 30여분 만에 눈 치우는 일은 끝났다. 다행히 예상보다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서 낮이면 눈이 대부분 녹을 것 같다. 

  아침도 먹지 않고 교회에 간 아들은 11시가 훨씬 넘어서 들어왔다가, 또 놀러 나갔다. 원래 눈이 오면 제일 좋아하는 건 아이들과 개다. 하지만, 요즘 서울에서는 길에서 노는 아이들을 찾기 힘들다.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이면 누구나 신나게 놀자. 다음 주엔 눈구경 하러 강원도에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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