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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메뉴는 고등어님 김치찜이었다.
4시에 가게에 가서 고등어님 두분를 사니 이천원을 달라하셨다.
파란봉지에 담긴 고등어님를 들고 담배를 피며 사무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바로 생선을 다듬지 않고 왔다는것,
그래서 결국 내가 고등어님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
부엌에서 긴장을 하고 몇번의 시도 끝에 결국 난 고등어씨를 다듬어드렸다.
고등어님의 눈에는 비닐이 씌어져 있었다.
난 고등어님의 꼬리와 머리, 그리고 내장들을 다듬어야 한다는게 참 싫었다.
이런 기분, 즉 내가 남을 자르고 넣고 있다는 것에 거부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녁식사이후부터 기분이 꿀꿀하다.
고등어 님의 저 눈망울을 보라,
난 저 눈이 그렇게 좋았다. 그렇지만 잘려나간 뒤 눈을 보니 더욱 처량해 보였다.
안그래도 눈때문에 굉장히 서글펐는데 한번 더 눈을 보니 마음이 아파왔다.진심으로
그리고 도마위에 펼쳐진 혈흔을 보니 더더욱 슬퍼졌다.
내가 칼질을 하고 있는게, 내가 고등어김치찜을 하고 간을 보려고 국물을 먹었을때의 그 느낌들,
무한한 우주를 돌아다닌것 같은 기분이다.
산울림노래중에 어머니와 고등어 라는 노래가 있다.
한방중에 자다가 목이 말라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 있다는, 근데 생각해보니 어머니께서 나 구워주려고 저렇게 하셨구나, 그걸 모르는 난 참 바보다. 라는 내용이다.
아..고등어님, 난 정말 그대를 다듬으면서 많은 것을 알고 또 느꼈어요.
고등어님에 대한 많은 사진들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으나 난 개인적으로 소장하겠다.
오늘은 여러모로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부끄러웠다~하는 헷가닥 하는 날이었다.
지금쯤 고등어님은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위에서 찬바람이 불며 울리는 웅웅~하는 소리만 듣고있을것이다.
서태지 앨범 시대유감
뭐라 할 말이 없지만 말하자면 굉장히 앨범 커버를 기분좋게 혹은 슬프게 만들었다.
특히 저 생선님(아마 고등어?)의 눈망울과 자세들은 정말 오늘의 내 기분과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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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제사상에 올릴 고기를 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 인간이 고기를 익혀먹는 건 참 치사한 짓이라는 생각. 우린 날것으로 무엇을 먹는 것은 매우 미개한 거라고 믿고 구역질을 하기도 하고 날것의 짐승을 만지는 사람들을 천한 사람들이라 생각하기도 하잖아. 그나마 생각할 때 그런 것이고, 대개는 우리 몸을 살려주는 많은 생명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지내는 것 같아. 동물이든, 식물이든. 차마 마주치기 어려운 고등어님의 눈망울을 찬찬히 바라보며 한때 꿈을 꾸었던 물고기의 노래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고등어님의 살신으로 당신의 생명을 오늘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는 것,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 눈을 보지 못했더라면 인사도 못했을 고등어 님에게 감사하고 또 죄송해하는 거, 그거. 나도 잘 못하지만 참 중요한 그거...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