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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국노다!

거의 10년 전쯤 일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칠 때였다.

그때 아마도 월드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예선이었는지 본선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2002월드컵 때처럼 난리 부르스를 추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던 것 같다.

 

수업중 축구 얘기가 나왔고 난 "축구에 관심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녀석이 "선생님은 매국노에요"라고 했다.

참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민족', '국가'등을 과도하게 짖어대는 이놈의 나라에서 애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서글펐다.

 



논란의 여지가 무지하게 많은 황교수의 연구에 대해 무슨 민족과 국가적인 영웅이라도 탄생한 냥 언론에서 쌩난리를 쳤었다. 그러다 윤리문제가 붉어지자 정말 코메디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긴, 언론에서 그렇게 만들어주신 국가적 영웅을 국민들이 쉽게 버릴 수 있겠는가? 이미 상당수 국민들 머리속에서 황교수는 '훌륭한 분'으로 각인되었기에  안좋은 소식을 듣더라도 모든 걸 '황교수의 입장을 이해해주려는'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제 나도 잠깐 봤는데 PD수첩에서 황교수의 윤리적 논란에 대해 다뤘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고 한다. 담당 PD에게 '민족의 반역자'라며 '찢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이번 논란이 생명공학쪽에서 한국이 앞서 나가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붉어졌을 가능성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교수에게 잘못이 있는데도 면죄부를 줘야하는 것은 아니다.

 

'국익'을 위해서라도 황교수를 보호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나보다.

그 놈의 '국익'

"황교수가 한 건 잘 터뜨리기만 하면 우리나라가 떼돈 벌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위협받으니 열라 불안하다" 이게 국익의 실체 아닌가?

다른 나라들이 '생명윤리'에 발목잡혀 체세포 복제에 진전이 더딘 틈을 타서 우리는 눈 딱감고 얼렁얼렁 해치워서 한탕 크게 하자는 거 아닌가?

솔직해서 좋기는 하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정말 한 번 잘살아 보고 싶어"라고 고백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 쌀협상 비준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열린 니네당과 딴나라당이 또 그놈의 '국익'을 들어 통과를 강행했다. 정부가 농민만을 위해서 행정을 펼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농민은 국민도 아닌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국익을 위해서 너네 농민들이 좀 죽어줘야겠어"라는 거잖아. 게다가 "밟으면 꿈틀거리지 말고 그냥 좀 죽어줘"라고 하고 있잖아. 니들 같으면 그러겠냐? 개쌔끼들아!

 

 

**** 나를 매국노라고 한 녀석은 아직도 연락을 하고 산다. 나 때문에 자기의 인생관이 바뀌었다나 뭐라나^^  요즘도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때 그 사건을 기억하는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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