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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불가피한가

[초점] 브레진스키-미어셰이머의 '중국 논쟁' 화제

 

21세기 세계 질서의 가장 큰 변수는 오늘날 유일 초강대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과,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사이의 충돌 여부이다.

이미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21세기의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키는 것을 핵심적인 전략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의도에 경계심을 품고 대응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저명한 두 전략가가 '중국 논쟁'을 벌여 주목을 끌고 있다. 카터 행정부 때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역임하고 현재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자문역을 맡고 있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강대국 정치의 비극'이라는 책을 통해 국제정치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존 J. 미어셰이머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가 그들이다.

미국의 외교문제 전문잡지인 <외교정책 매거진> 1/2월 호를 통해 전개된 두 사람의 논쟁에서, 브레진스키는 중국은 패권 추구보다는 경제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패권 추구를 전제로 한 미·중간의 충돌은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 반면에, 미어셰이머는 중국은 아시아 패권을 추구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미중간의 충돌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아래의 글은 <외교정책 매거진>에 게재된 두 사람의 논쟁을 요약한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 전략가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전쟁보다는 경제성장이다"

▲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고문
브레진스키 : 중국은 전쟁보다는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평화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 등 외부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고, 민족주의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중간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중국 지도부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도전할 의사가 별로 없다. 중국의 주된 관심사는 경제발전이고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중국은 향후 5년 동안 외교정책을 제약할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세계 엑스포가 바로 그것들이다. 중국은 이러한 행사를 제대로 치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갈등과 충돌을 야기하는 외교정책을 자제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경제성장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갈등을 일으키는 외교정책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수억명의 중국인들을 위태롭게 할 수 있으며, 공산당의 정권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성장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취약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중국의 지역적인 역할이 커지고 미국 및 일본의 영향력이 쇠퇴하면, 불가피한 마찰 요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충돌을 불사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군사력이 필요한데, 중국의 군사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미국과의 충돌시 미국 주도의 봉쇄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중국 지도부는 경제성장 등 다른 목표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나는 또한 중국이 대만에 대해서도 거친 언사와는 달리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본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3월에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유지하면서도 대만의 독립이라는 명백한 위협을 억제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중국 여론 역시 58%는 무력 사용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대만을 "해방"시키기 위해 무력 사용을 지지한다는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물론 오늘날의 안정이 내일의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사회정치적 긴장과 사회적 불평등을 잘 다루지 못하면, 중국의 지도부는 민족주의적 열망을 이용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가 나의 믿음을 약화시키지는 않는다.

중국은 국제체제에 동화되고 있고, 중국의 지도부는 미국과의 관계 단절이 무익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신중하게 확대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 달성에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보여진다.

"중국은 고질라가 되려고 할 것"

▲ 존 J. 미어셰이머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
미어셰이머 : 강대국의 국제정치에서 밤비(아기사슴)보다는 고질라가 낫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평화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만약 중국이 향후 수십년 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유지한다면, 미중간의 패권 경쟁은 일어날 것이고, 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중국의 이웃 국가들인 인도, 일본, 싱가포르, 한국, 러시아, 베트남은 중국의 패권을 봉쇄하려는 미국에 동참할 것이다.

이는 부상하는 강대국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이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나의 국제정치 이론에 따르면, 초강대국은 자신의 지역에서는 패권적 지위를 공고화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패권 국가의 등장을 저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모든 강대국의 궁극적 목표는 권력 정치에 있어서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면서 점차적으로 국제체제를 지배하는데 있다.

무정부 상태의 국제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잠재적 경쟁자보다 더 강한 힘을 갖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지역에서 패권국가가 되려는 경향이 강하다. 지역 패권 국가는 경쟁자의 등장을 예방하려고 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유일한 패권 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 역시 미국이 서반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를 지배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국력 차이를 넓히려고 할 것이다. 물론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점령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에 미국이 서반구에서 하는 것처럼, 주변국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경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이 서반구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을 축출했듯이, 영향력이 강해지면 중국도 미국을 아시아에서 축출하려고 할 것이다.

왜 중국이 미국과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이 미국보다 더 자제력이 있고 윤리적인 반면에 덜 민족주의적이고 생존에 덜 둔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의 지도부와 인민들은 일본이 강했고 중국이 약했던 지난 세기에 무슨 일이 벌어진지를 기억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가가 되려고 할 경우에,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분명해 보인다. 20세기의 역사가 보여주듯 미국은 세계 유일의 패권 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을 봉쇄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아시아의 패권 국가로서의 지위를 추구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을 약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냉전 시대에 소련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핵무기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브레진스키의 반론 : 국제정치 이론은 현실에 항상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미중관계를 전통적인 패권이론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패권국들이 상대방의 사회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도 전쟁을 치렀던 시대와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핵 시대의 도래는 미소관계가 보여주듯 권력 정치를 바꿔놓았다.

강대국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다. 만약 20세기 전반기에 독일과 일본이 제국주의간의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두 나라의 체제는 파괴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지도부는 이전의 강대국들이 취했던 행동 방식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고 정교한 전략을 채택할 것이다.

미어셰이머의 반론 : 당신이 말한 것처럼 이론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미래를 알 수 없을 때 정치적 현실보다 이론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이다.

당신은 중국의 지도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대만 문제에 대해 신중하다고 주장했고, 이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2025년에 중국의 지도자와 인민들이 대만에 대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냐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알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하는데 오늘날의 현실보다 이론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당신은 또한 중국이 경제성장을 우선시하고 있어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일본 사례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1939년까지 독일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했지만,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시작했다. 일본 역시 비약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더라도 강대국들이 전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에 도전할 정도가 아니라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2025년이나 2030년에도 그럴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군사력 강화를 계속 시도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을 축출하고 지역 패권을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대만 문제를 다루는 데에도 이상적인 상황이다.

미국, 아시아에서 축출 당할 수 있나?

브레진스키의 재반론 : 어떻게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축출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축출 당하거나 스스로 그러한 결정을 내린다면, 일본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일본 역시 인상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수개월 이내에 핵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솔직히 중국이 미국을 아시아에서 축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중국이 원하지 않는 상황, 즉 강력하고 민족주의적이며 핵무장을 한 일본과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물론 대만 문제는 가장 우려되는 전략적 위험이다. 그러나 중국의 지도부는 대만을 공격할 경우에 미국의 개입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거나 미국이 아시아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중국의 정치적 고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아시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

미어셰이머의 재반론 : 중국인들이 현명하다면 지금 대만과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우선 자신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할 때까지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그 이후에는 군사력 강화 및 패권적 지위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중국은 자신이 아시아를 지배하고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미국의 뒤뜰에 있는 국가들이 강대국이 되어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힘을 쏟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볼 것이다.

현재 미국의 가장 큰 이익은 서반구에서 어떤 국가도 미국의 생존과 안보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럴 때에만 미국은 다른 지역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역시 미국으로 하여금 서반구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이익이 있다.

나 역시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말을 하고 싶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비열하고도 위험한 사업니다. 어떠한 선의도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꿈틀거림에 따라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고강도의 안보 경쟁을 완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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