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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북 기습남침 전략엔 바리케이트

개성공단, 북 기습남침 전략엔 ‘바리케이드’


△ 북한군의 예상 공격로 (출처: globalsecurity.org)



[인사이드스토리] 개성공단 방문② 개성공단의 군사적 의미

개성공단이 대남기습공격 막는다.

지난 15일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기념식 남쪽 참가단이 탄 버스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2~3분쯤 북쪽으로 올라가자 오른 편에 개성공단 시범단지 공사장 2만8천평이 보인다. 북쪽에서 보면 휴전선 바로 뒤통수에 개성공단이 붙어 있는 꼴이다.

산을 뭉개고 들을 깎아 만든 개성공단 터에는 각종 중장비가 바쁘게 오가며 길을 닦고 여기저기서 공장 건물 뼈대가 올라가고 있었다.

군사분계선과 개성공단 사이에 북한의 군사시설을 찾아볼 수 없다는게 무척 이상했다.

지난 1년 동안 개성공단을 15차례 다녀온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처음 개성에 갔을 때는 휴전선과 개성공단 사이에 군부대 막사, 토치카, 위장 군시설 등이 곳곳에 있었지만, 개성공단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군사 시설이 옮겨졌다”고 말했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의 군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별로 눈길을 끌지 못했다.

“개성공단의 위치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려면 주공격로에 있고 군대의 집결지인데 북한은 개성공단을 위해 군사시설을 철폐했다.”(12월2일 노무현 대통령)

“개성공단은 군사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꾸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10월26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휴전선 10킬로미터 북상한 것과 같은 효과

개성공단 터에 배치됐던 북한군 2군단 6사단의 임무는 유사시 대남 기습공격의 선봉을 맡고, 북진하는 한-미 연합군을 막는 것이다. 개성공단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북한군 6사단 병력과 장비의 상당수가 후방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개성공단이 완성되면 모두 2000만평 규모가 된다. 휴전선과 개성 사이의 2000만평은 북한군이 군사적 용도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현재 개성공단 시범단지 2만8천평 규모 공사에서도 상당수 북한 병력과 장비가 철수했는데 2007년 개성공단 2천만평이 완성되면 북한군의 공백 지역이 발생해 휴전선이 사실상 10km 가량 북상하게 된다.

우리로 치면 전방배치한 병력·장비를 문산 이남으로 배치한 셈

북한이 최전선인 개성 지역에서 병력과 장비를 뒤로 뺀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휴전선 이남에 촘촘하게 배치된 각종 병력과 장비를 문산 이남으로 재배치한 것을 상상하면 된다.

서부 전선에서 군 생활을 했거나 차를 몰고 서울 북방으로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서울부터 휴전선 사에는 엄청난 병력과 화기가 빽빽하게 전진배치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서부전선 휴전선 밑에 배치된 군 장비와 병력을 문산 10km 이남으로 재배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안보를 포기했다’고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개성은 기습 공격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평양 사수의 최전선이다.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고속도로가 뚫려 있다.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170km로 자동차로 2시간 거리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개성공단이 들어서면 유사시 개성을 한-미연합군에게 내주고 개성이북에서 전투를 벌여야 하는 불리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자칫 평양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북 입장에선 ’개성은 평양 사수 최전선’

개성공단의 군사적 의미를 따져보기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얼마나 위험한 지역인지 살펴보자.

평양~원산 이남에 북한 전력의 70% 가량이 배치되어 있고, 남한은 대전 이북에 전력의 80%이상을 배치해놓고 있다. 대략 대전~평양 400㎞ 사이에 남북한 무장 병력 140만명, 전차 5천대, 장갑차 4천대, 야포 1만여문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이런 첨예한 남북 군사대치 상황에서 개성의 전략적 중요성은 ‘개성-문산 축선’이란 말에 녹아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분쟁이 벌어지면 개성-문산 축선에서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북한은 한국전쟁 때 조공을 개성-문산-서울 축선에, 주공을 동두천-의정부-서울 및 포천-의정부-서울 축선에 배치해 서울로 밀고 내려왔다. 53년 휴전 뒤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면서 북한군이 서울로 접근할 수 있는 최단 루트가 철원 축선 대신 개성-문산 축선이 됐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북한군은 개성-문산-서울(개성-문산 축선), 철원-의정부-서울(철원 축선)로 이어지는 축선에 공격력을 집중하고 7번 국도를 따라 동해안(동해안 축선)에도 수도권의 한-미 연합군 병력집중을 견제하기 위해 공격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군은 특수전 부대와 기계화, 전차부대의 비율이 매우 높다. 군단에서 여단까지 다양하게 편성된 기계화보병 및 전차 부대들이 주요 공격 축선상에 배치되어 있다.

한반도의 지형 특성상 산세가 험한 강원도 지역인 중부, 동부 전선은 전차나 기계화부대의 기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남북은 서부전선에 기계화전력을 집중배치했다. 개전 초기 누가 수도권을 장악하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남북한은 개성-문산-서울로 이어지는 지역에 병력과 장비를 집결시켜놓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군 군사 전략은 집중 포격을 가한 뒤 전차, 장갑차, 자주포로 무장된 기동화부대를 서부 전선에서 내려와 방어선을 돌파하고 남한 깊숙이 돌진시켜 수도권을 석권하는 ‘단기 속전속결전략’이다.

북 ‘단기 속전속결전략’, 남 ‘기습공격 대처 온힘’

북한은 최단 기간에 기습공격을 성공하려고 하고, 한국과 미국은 10분이라도 더 빨리 기습 공격의 징후를 알아채려고 맞서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공중 정찰, 통신 감청 등을 통해 북한의 기습공격을 조기경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면전이나 국지전을 위한 북한군의 병력이동 파악은 24~48시간 이내, 대형 화기 등의 이동은 최소 4~5일 전에 파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연합군은 최소 14~15시간 이전에 기습공격 징후를 알아내 미리 준비하고 전쟁 발발시 주요 목표물을 타격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이북으로 철수한 북한군은 기습 공격감행 때 몇십분 지연을 감수해야 한다. 남북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몇십분 시간 지연은 개전초 전쟁 상황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개성공단은 북한군의 기습공격의 큰 걸림돌이 된다.

올초 한국국방연구원이 낸 <동북아 안보정세분석>는 ‘개성공단 사업의 군사적 합의’을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기습을 억제하는 완충지대 구실을 할 것이다. 북한이 만약 남침을 시도하려 할 경우 개성공단은 그들에게 커다란 장애요인이 된다. 개성공단은 휴전선에 바로 인접해 있으면서 그들의 남침 공격축선상에 가로놓여 있다. 또 공단에는 남측 운영요원들이 다수 근무하게 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기습의 요체인 은밀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대의 이동 및 배치 측면에서도 대단히 불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남침 여건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북한의 기습을 억제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

“북 남침 기습시도 때는 개성공단이 최대걸림돌”

“제3국 기업이 진출할 경우 북한의 도발억제 효과도 갖게 된다. 개성공단은 경제특구이기 때문에 제3국 기업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입주할 수 있다. 따라서 제3국 기업들이 투자하여 기업활동을 할 경우, 북한은 대외 관계를 감안하여 그들의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활동을 부득이 자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3국 기업을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한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다양한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올해 정부가 개성공단 건설에 약 1천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가령 차세대전투기사업(FX)사업의 F-15 전투기 한대 값이 1천억 가량 된다. F-15 한대 값으로 이 정도 투자로 북한군 1개 사단을 뒤로 물리고 휴전선을 10km 북상시켰다면 큰 군사적 효과를 거둔 것이다.”

<한겨레> 정치부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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