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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미국, 전세계적인 레짐 체인지 가속화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민주화'를 돕겠다고?
외교 중심 亞-阿로 이동…원조도 대외 목표와 연계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0 일 (금) 19 : 42   
 

  '민주주의 전령사'를 자임하는 미국의 전세계적인 '체제 전환(regime change)'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8일 미국의 외교관 배치를 기존의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환 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19일 미국의 대외원조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의 개혁조치를 발표했다.
  
  '전환 외교'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 위한 정책
  
  라이스 장관은 18일 미국의 외교정책이 유럽 중심에서 인도나 레바논과 같이 민주주의 실현을 도와줘야 하는 국가들로 옮겨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의 조지타운 대학에서 한 연설을 통해 국무부의 외교 정책은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상을 '전환 외교'라고 정의했다.
  
  '전환 외교'는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국제적 힘의 분배보다는 (각 국가) 체제의 근본적인 성격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라이스 장관은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오늘날 가장 큰 위협은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며 외교관의 임무는 주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단순히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익명의 국무부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환 외교' 구상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외교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라이스 장관의 '전환 외교' 구상을 두고 미 국방부의 병력 재배치 계획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이번 계획은 민주주의의 전령사를 자처해 온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냉전시기 유럽에 집중배치돼 있던 미국의 군사력이 냉전 이후 중동와 중앙아시아 지역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외교역량도 이 지역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후 논리는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화될수록 미국에 대한 위협은 줄어든다는 것인데, 과연 미국 주도에 의한 민주주의 이식이 가능한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미국은 당초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나중에는 민주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라크는 아직도 반미투쟁과 종파간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 2차대전 이후 미국은 50년대의 이란, 과테말라, 70년대의 칠레, 니카라과 등에 대한 무력개입 등으로 민주정부를 전복시킨 사례는 무수히 많지만 외국의 민주화를 도운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친미적 정부를 세우기 위한 시도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찌 됐건 이번 계획에 따라 미국 외교관들의 인사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전환 외교의 첫 단계로 "올해 유럽과 워싱턴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100명을 중국ㆍ인도ㆍ나이지리아ㆍ레바논과 같은 나라들로 이동 배치할 것"이라며 "이 지역에 대한 인원 충원이 각 지역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한 관리는 올해 이동할 100명의 외교관들은 이번 여름 유럽의 수도와 같은 '알짜배기' 지역에 부임할 예정이었다며, 갑작스러운 이번 변화가 많은 문제점들을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리는 이어 이번 계획에 따라 향후 몇 년간 6400여 명의 국무부 직원들 중 1/3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근무지를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재편은 콜린 파월의 뒤를 이어 국무부를 책임지고 있는 라이스 장관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AP〉등 외신들이 분석했다.
  
  "단순 개발 원조 넘어서 민주화 정책과 연결시키자"
  
  다음 날인 19일 라이스 장관은 미국의 대외원조 활동을 총괄하게 될 국제개발처(USAID) 처장에 랜든 터바이어스 국무부 에이즈정책 조정관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대외원조 체제 개편안도 함께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몇 달 동안 해외 원조를 단순한 개발 원조의 차원을 넘어서 민주화를 비롯한 대외정책 목표와 조화시킬 방법을 모색해왔다.
  
  라이스 장관은 이번 개편에 대해 기존 대외원조 조직들이 국무부와 USAID에 산재돼 있어 일관성을 가지기 힘들었던 점을 지적하며 대외 원조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편에 따라 터바이어스 처장 지명자는 미국의 해외 원조 정책 전반을 다루는 폭넓은 권한을 가지게 되며, 국무부 부장관도 겸하게 될 예정이다.
  
  USAID는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 비군사적인 경제ㆍ인도 지원을 하는 기관으로, 터바이어스 부장관 겸 처장은 140억 달러에 이르는 USAID 예산과 인력은 물론 국무부 관련 예산과 조직까지 총괄하게 됨에 따라 미국의 대외원조 업무의 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터바이어스 처장 지명자는 미 상원의 인준을 거쳐 정식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국무부의 이 같은 대외 원조 체제 개혁에 대해 해외 원조가 정치적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내 165개의 비정부 원조단체들을 대표하는 '인터랙션(InetAction)'의 짐 비숍은 해외 원조는 "외교적ㆍ군사적 이해관계에 휘말리지 않는 장기적 목표 아래 진행되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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