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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힘]룰라를 위해 울지 마시라 - 제임스 페트라스 (9.25자)

룰라를 위해 울지 마시라: 부패한 노동자정권의 정치학
 국제

기관지노힘  제84호
제임스 페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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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본인과 윤리에 대해 논할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 룰라 다 실바 대통령, 2005년 7월

부패가 브라질 룰라정권을 초토화시켰다. 노동자당(PT)의 모든 부분이 뇌물, 사기, 표매수, 공금유용, 불법선거자금 보고회피, 일련의 기타 중범죄행위에 연루되었고 이는 5월과 6월 거의 매일 폭로되었다. 룰라의 모든 가장 중요한 최측근 보좌관, 의회지도자, 당내 실세들이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고, 대규모 불법자금의 선거유용, 개인적 착복, 당상근비 지원 등의 혐의로 의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불법혐의 조사에 연루되지 않은 유일한 정치인은 룰라와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이끌어온 백만장자 장관들뿐이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중앙은행총재(미레일에스)마저 보스톤은행 총재시절 조세포탈과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확실히 백만장자 장관들은 PT출신의 출세주의자들과 달리 공금을 횡령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시장에서 투기를 하거나 노동자·농민을 착취해서 엄청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PT에 풍토병처럼 만연한 부패의 정치학은 무엇인가? 왜 25년 전 사회운동과 대중투쟁에 기초해 출범한 활동적·민주적·참여적 정당이 금융투기꾼과 농광업의 자본의 지원을 받고 탐욕스런 출세주의 전물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부패한 엘리트정당으로 타락했는가?
1990년대 초 PT는 전투적 활동가들을 축출했고, 당의 '운동정당'에서 '선거정당'으로 전환시켰다. 의사결정은 민중회의에서 의회와 정부관료들에게 넘어갔다. PT는 선거전문가와 유급 선거운동원에 의지했고, 언론에 더욱더 의지하게 되었다. 선거정치와 언론캠페인이 중심적 위치를 점하고, 선거운동에 헌신하려는 활동가들의 숫자에 더욱 줄어드는 시점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게 되었다. 당과 의회의 엘리트들은 공공계약을 대가로 기부금을 확보하기 위해 민가부문 업자들과 관계를 더욱 발전시켰다.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런 관행은 더욱 늘어났고, 수천 명의 PT 활동가들은 공직을 차지하면서 개인적 자금원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룰라의 신자유주의적 의제와 대기업가 및 은행가의 주요경제부처 공직임명은 의회내에서 우파정당의 지지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민중지향적 사회운동과 노동조합, 특히 공공부문 노동조합에 악영향을 미쳤다.
우파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룰라가 직면한 정치적 문제는 이중적이었다. 대부분의 정무직이 선거승리의 결과물을 챙기려는 PT출신들에게 할당되면서, 룰라는 우파에게 공직제안으로 보상할 수 없었다. 둘째 우파는 룰라의 정책과 완전히 일치하지만, 그들은 정치적으로 경쟁관계이며, 대기업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 우파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룰라의 최측근 보좌관들은 우파 의원들을 매수하는 방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원 1인당 월 12,000달러를 룰라정권과 함께 일하는 광고회사를 통해 지불했던 것이다.
PT는 더 이상 좌파성향의 정당이 아니며, 농업자본(농업대부의 90%를 받는), 금융자본(30개월 동안 900억 달러가 부채상환으로 지불되었는데, 이는 1개월 상환액이 교육·의료·농업개혁의 1년 예산보다 많은 액수이다), 광업 및 석유자본의 이해를 추진하는 프로그램을 채택했다. PT를 한데 묶어준 것은 바로 '공직의 후원', 부패와 매수, 착복, 후견주의였다. 정치권력과 신자유주의적 '개인적 치부'의 가치는 영향력 있는 자리를 추구하는 주된 동기가 되었다.

사민당에서 자유당에 이르기까지 우파의 반대는 강령적 차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야당은 대기업의 기반, IMF, 세계은행, 룰라가 정부측으로 끌어들인 국제금융가들을 재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룰라를 위해 울어줄' 주요한 집단은 도시노동자나 농촌의 무산자가 아니라 룰라의 재임기간 동안 수십 억을 벌어들인 은행가, 외국투자가, 백만장자와 투기꾼들이다. <파이낸셜 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부패조사 때문에 룰라가 반동적인 신자유주의적 의제의 남은 과제를 수행하지 못할까봐 크게 걱정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 2005년 7월 22일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다. "… 부패스캔들로 월스트리트에서 룰라다실바 씨의 명성을 뒷받침한 그런 종류의 추가적 개혁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매일매일 정부는 스캔들로 마비되고 있으며 … 민관자금협력과 중앙은행의 자유권 확대 등의 제안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부패조사와 의회의 '마비' 때문에 룰라는 나머지 공공서비스와 기반시설을 민영화하지 못할 것이며, 중앙은행을 금융가들에게 넘겨주지 못할 것이다(의회로부터 자율성을 더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금융부문과의 통합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공공 민영화'가 예정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은 '노동자당'의 부패스캔들 덕분에 고용과 급여, 연금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룰라는 브라질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위한 주요한 동맹자를 잃으면서, PT출신의 장관을 보수당(PC)과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출신의 장관으로 교체하는 등 더욱 오른쪽으로 움직여왔다.

월스트리트와 런던 금융가, IMF의 룰라에 대한 지지 때문에, IMF에 대항하는 군사쿠데타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쿠데타의 가능성은 없다. 룰라정권이 처한 난관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토지 없는 노동자운동(MST)이다. MST는 수십 명의 활동가들이 살해당하고 수만 명의 토지점거자들이 추방당하고 룰라가 농업개혁에 대한 모든 약속을 배신했음에도 정부를 지지했었다. 부패스캔들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룰라가 지주와 투기꾼들의 우파정당과의 연합확대를 보다 분명히 했음에도, MST는 '정부흔들기'와 부패에 반대하는 친정부 시위를 조직하는 포섭된 노조 관료들에게 합류했다. MST의 친룰라정책은 무토지 농민들의 투쟁을 심각하게 약화시켰을 뿐 아니라, 야당을 분열시켜 브라질사민당과 자유전선당 등 '구우파'를 강화시켰다. 일부 투기꾼들은 브라질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였지만, 대규모 투자기관들은 여전히 수익률이 높은 브라질 자산에서 높은 이윤을 확보하러 달려들고 있다. 현재 브라질은 18-25%의 세계최고의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2005년 5% 성장을 자극했던 투기거품은 끝났다. 브라질은 2005년 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 제조업은 브라질 시장을 값싼 아시아 공산품에 노출시킨 자유시장 정책 때문에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다. 야당과 언론은 심화되는 부패스캔들을 룰라정권의 핵심까지 추구할 것이지만, 대기업과 은행권은 2006년 선거 이전에 룰라의 퇴진을 선호하지 않는다. <파이낸셜 타임즈> 7월 25일자는 사설에서 룰라의 자유시장정책을 칭찬하면서도, "부패가 발생한 데에 대해 더 책임을 지고 한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부를 재편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상품호황이 냉각되는 동안, 브라질 레알화는 20%나 평가절상 되었고, 제조업계는 룰라가 섬유재벌이자 국가주도 산업정책과 저이자율의 지지자인 자유당의 알렌카르 부통령이 룰라를 대신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룰라가 대통령직에 남아있을지 아니면 결국 사임해야 할지 여부는 그가 부패스캔들에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여부보다는 그의 사퇴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달려 있다. 어떤 경우이든, 룰라가 사임하든(또는 탄핵 당하든) 아니면 자리에 남아있든, 주요한 투자컨설턴트들은 야당도 룰라가 열렬하게 추진한 화페주의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연금축소, 최저임금 동결, 수출농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위해 의회의 표를 매수할 수 있을 정도로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때 독립적·전투적이었던 MST가 부패에 찌든 정권을 방어함에 있어 월스트리트에 가세한 것은 최대의 역설이다. 최소한 은행가들은 이자와 원금에서 1,0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반면, MST에는 4만 명의 쫓겨난 토지점거자들이 있고 20만 가족이 도로주변의 비닐텐트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 은행가가 말하기를, "룰라를 위해 울지 마라, 그는 그들을 위해 말하자만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으니까."

룰라가 더 이상 의원들을 매수, 설득, 포섭 또는 부패시킬 수 없거나 민중을 조종할 수 없고, 더 이상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때, 지배엘리트들은 룰라를 다쓴 콘돔처럼 버릴 것이다.
룰라정권은 재임 30개월 동안 브라질 역사상 수많은 "최초"의 것을 이룩했다.
- 어떤 정부도 그렇게 빨리, 그렇게 심하게 우경화하지 않았다.
- 어떤 여당도 그렇게 많은 당지도부, 의원, 장관, 활동가들이 그렇게 짧은 기간에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을 적은 없다.
- 어떤 정부는 그렇게 짧은 기간 더 많은 외채이자와 원금을 지불한 적이 없다.
- 어떤 정부도 30개월만이 더 많은 백만장자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 어떤 정부도 그렇게 짧은 기간에 빈곤층 유권자들의 환상을 깨뜨린 적이 없다.
룰라정부는 수많은 기록을 세웠지만, 불행히도 그 어떤 것도 자랑할 만한 것이 못된다.

번역 / 원영수|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
 

2005-09-25 19:53:39


브라질 노동자당(PT)과 룰라정권의 정치적 위기
 국제

기관지노힘  제82호
원영수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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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노동당(PTB) 총재 호베르투 제퍼손의 폭로로 촉발된 브라질 의회사상 최대의 부패스캔들로 룰라정권과 노동자당이 엄청난 정치적·도덕적 타격을 받았다. 제퍼손의 폭로로 룰라정부의 비서실장/총무처장관이자 당과 정부의 실세인 주제 디르세우가 지난 6월 16일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디르세우는 이미 1년 전 측근인 왈도미루 디니스의 스캔들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사태는 체신청 횡령·비리혐의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제퍼손이 이를 디르세우의 음모론으로 역공을 취해 정치폭로를 한 것이다. 그는 6월 6일 상파울로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와 6월 14일 하원윤리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노동자당(PT)의 재정책임자인 델루비우 소아레스가 자유당과 인민당 의원들에게 매월 3만헤알(12,500달러)을 정기적으로 지급했다고 폭로했다.
이 두 정당은 하원 564석 가운데 100석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반정부진영에서 정부지지로 선회하는 대가로 1백만 헤알(40만 달러) 상당의 사례금을 받았다고 한다. 제퍼손 자신도 PT로부터 4백만 헤알을 받았다고 밝혔다. 약속 받은 2천만 헤알의 일부로 PT 당총재 조제 제노이노가 직접 관여했다고 한다(7월 9일 전격 사임함).
주제 디르세우는 야당매수의 총책이었고, 대통령궁의 PT출신 보좌진들 역시 이런 거래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으며, 특히 피티 사무총장 실비우 페레이라가 2만5천 개 이상의 정부부처 요직을 경매에 붙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로써 피티는 다른 부패한 기성정당과 어떤 차별성을 갖지 못하는 또 하나의 기성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다.
이번 부패·매수사건은 룰라정권과 노동자당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었지만, 동시에 브라질 의회 내에 만연한 부패의 일각이라는 점에서 브라질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PT가 광범한 대중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기대를 배신한 채, 야당의원을 매수하는 관행을 취한 손쉬운 선택은 PT를 돌이킬 수 없는 자멸의 길로 인도하였다. 이는 1980년대 초 노동운동 중심의 반독재민주화투쟁의 성과로 창립된 이래 PT가 가졌던 역사적 정당성과 좌파로서의 정체성의 총파적 파산에 다름 아니다.

PT의 제도화와 우경화의 심화

이번 스캔들로 룰라정부와 노동자당은 심각하게 약화되었고, 이번 정치적 위기는 룰라정부와 PT의 신자유주의 노선 때문에 발생한 모순 때문에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태로 룰라정부 내부의 우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형성할 것이고, 대안정치의 희망으로서 피티의 도덕성과 신뢰성은 심각한 손실을 입을 것이다. 일반대중들에게도 룰라와 PT의 본질이 어떤 변명의 여지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디르세우의 축출은 정부내의 세력균형을 뒤흔들었고, 비록 룰라가 "썩은 사과"를 도려내고 당을 자정하더라도 룰라정권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왜냐하면 디루세우를 축으로 한 룰라정부내 PT 각료진의 영향력은 약화되는 대신, 팔로치와 구시켄으로 대변되는 브라질민사당(PSDB)계 금융자본파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는 곧 PT 우경화의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다.
룰라의 전임자인 페르디나두 카르도수 대통령의 PSDB는 PT의 이런 우경화를 환영할 것이다. 이유는 한편에서 현정권 하에서 신자유주의노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신들의 주도권을 유지할 뿐 아니라, 룰라와 PT가 가장 취약한 상태에서 2006년 10월 대선을 맞이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보다 전통적인 우파에 속하는 자유전선당(PFL)은 대정부 공세의 수위를 높여 룰라탄핵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안팎의 위기로 인해 룰라정부 내에서 팔로치의 영향력과 국제금융독점자본의 지배력은 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어떤 정책적 대안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룰라정부의 지속적 우경화 속에서 PT는 명목상 정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룰라는 사실상 PSDB의 인질에 지나지 않게 되는 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위기관리식 접근의 한계

그럼에도 당은 여전히 디르세우의 손아귀에 있으며, 당대표 제노이노를 제외하면 이번 부패스캔들과 연루된 모든 PT 인사들은 디르세우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6월 8일 열린 PT 전국집행위 회의는 재정국장 델루비우 소아레스를 의회조사기간 동안 정직시켰을 뿐, 부패 스캔들 당사자들을 옹호했다. 기자회견에서 델루비우는 자기가 단지 심부름꾼일 뿐이라는 식으로 말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당내 친정부계 좌파(사회주의적 민주주의[DS], 좌파연합[Left Articulation] 등)도 디르세우와 델루비우 등 당권파의 편에 서있다. 이들은 체신청 스캔들이 폭로되었을 때 의회의 조사를 지지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룰라정부의 신자유주의노선에 반대하는 다른 좌파들은 피티와 연관된 모든 추문에 대한 조사할 것을 전부터 강력히 요구했으며, 사건을 있는 그대로 조사해야 하며, 당에 어떤 피해가 오더라도 정당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렇지만 룰라정부와 PT 지도부의 현실인식과 대응은 당내 좌파의 기대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단지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한 위기관리식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최근 7월 11일 합법공산당계 노총(CGT) 및 주류 좌파노총(CUT)의 노동조합원 1천명이 참여한 룰라지지집회는 사태를 더욱 호도하는 적나라한 사례이다.
노동자·민중운동의 대중투쟁으로 룰라정부를 압박하여 신자유주의노선을 철회하도록 압박하는 기조는 폐기된 채, 노동운동이 체제내로 포섭되어 총체적 위기에 처한 룰라정부를 구원하는 소방수로 동원되는 경악스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기층조합원의 분노의 대상인 CUT 위원장을 노동부장관으로 전격 기용한 것 역시, 룰라정부가 얼마나 안이한 정세인식을 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기의 파장과 당 안팎의 좌파

이번 위기는 PT 내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디르세우식의 실용주의 정치는 일반당원이나 대중들에게 용납하기 힘든 것이며, 이는 역으로 피티 내에서 좌파의 입지가 강화되는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다. 이미 룰라정부 출범시부터 적지 않은 좌파와 진보적 지식인들의 탈당사태로 이어져 온 상황에서, 이번 부패스캔들은 PT의 조직적 위기로 전화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당내좌파 역시 방향성의 혼란과 상호분열 상태에 있어서,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이다.
한편 PT를 탈당한 엘로이사 엘레나의 P-Sol(사회주의와 자유당) 역시 이번 스캔들을 통해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겠지만, 현재 페솔의 상태는 유동적이며, 2006년선거에 참여하기 위한 법적 등록과정에 있다. 이들은 이번 부패사태와 관련하여 PT내 좌파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엘로이사 엘레나가 2006년 대선에서 좌파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룰라정부나 피티가 현재의 정책기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좌파의 중장기적 대응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룰라정부의 행보는 PSDB의 복귀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중운동의 재활성화와 브라질 좌파지형의 변동을 염두에 둔 좌파의 조직적 대응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선거와 제도정치를 중심에 둔 정치세력화의 총체적 파산

당내외 좌파들 사이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지는 엘로이사 엘레나는 "룰라정부가 전정권의 경제정책만이 아니라, 부패마저 흉내내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19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화투쟁과 노동운동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비종파주의적 정치세력화에 성공했던 브라질 좌파운동의 구심으로서의 노동자당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하였고, 그 제도권으로의 대장정 끝에 마침내 금속노조 지도자에 불과했던 룰라는 대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그의 성공은 한편에서 브라질 노동자-민중투쟁의 성과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이른바 현실정치라는 미명아래 타협과 거래, 적과의 동침의 결과였고, 이는 룰라정부의 구성에서부터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정치와 실용주의가 전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의 관료화와 함께 체질화·제도화되었다는 점이다. 제도권진입과 더불어, 당내로 밀려든 수많은 기회주의적 출세주의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PT의 정체성을 왜곡해왔고, 룰라와 디르세우의 주류 당권파는 이들의 대중성과 득표력을 이유로 당의 지속적 우경화를 조장했다. 디르세우 스캔들에서 드러난 진실의 핵심은 룰라정부와 노동자당이 더 이상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모델이 아님이 대중적으로 폭로되었다는 점이다. PT의 허구적 신화로부터 해방되어, 실종된 거리의 정치, 해방의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발본적 자기혁신과 투쟁만이 브라질 노동운동과 좌파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2005-08-11 16: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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