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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파탄 난 미국경제가 여전히 굴러가는 이유는?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1] 미국 쌍둥이 적자의 딜레마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7 일 (화) 09 : 50   
 

  "전세계 중앙은행과 민간기업들이 앞다퉈 달러화와 미국 국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을 팔아치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조폐창의 풀가동을 결정하고 24시간 달러화를 찍어낸다. 그럼에도 달러화 가치는 초 단위로 떨어지고 미국 내 금리는 계속 치솟기만 한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미국인들의 소비도 줄어든다. 미국의 경제위기와 더불어 세계적인 대공황이 시작된다."
  
  이런 영화 시나리오 같은 이야기가 요즘 전세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미국의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의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이것이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동반 붕괴를 불러온다 해도 놀라울 게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는 미국이 그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적자만 계속 내는 기업이나 가계는 결국 빚을 누적시키다가 언젠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세계경제에서 미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미국의 파산은 곧 세계경제의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 그리고 이 문제가 초래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imbalance)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 시리즈에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그 속에서 한국경제는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하는지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빚이 너무 많아 오히려 큰소리 치는 미국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중국산 싸구려 물건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드니 위안화 가치 좀 올리라'고 중국에 압력을 넣는 나라, 가난한 나라들에게 자유무역협정을 강요해 자기네 물건 값을 낮게 조정해 많이 팔아먹고 싶어하는 나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의 이름을 빌려 세계 각국의 경제구조를 자기네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나라, 북한의 인권 문제와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민주화 문제까지 떠맡아 고민하느라 바쁜 나라, 그런데 알고 보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빚꾸러기 나라…. 이 나라의 이름은?"
  
  정답은 '미국'이다. 쌍둥이 적자, 즉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동시 적자를 통해 전세계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빚을 지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자국에 돈을 빌려준 나라들에 대고 큰소리친다. 빚이 너무 커지면 되레 큰소리친다는 빚꾸러기는 딱 미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레이건 정부 시절에 태어났지만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조용했던 적자 쌍둥이가 2001년 조지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의 집권 1기때 쌓인 빚만 해도 미국 국민들이 2004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국내총생산(GDP)의 8.1%에 달하는 9540억 달러나 된다.
  
  빚을 갚아도, 안 갚아도 문제
  
  일단 미국이 빚을 갚는다고 상상해보자. 세간의 상식대로라면 빚꾸러기가 정신을 차리고 빚을 갚으려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허리띠 졸라매기'다. 미국이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면 해외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경상적자의 축소), 나라 살림을 옹색하게 운영(재정적자의 축소)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미국에 수출해 번 돈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많은 나라들은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우리나라만 해도 2004년의 전체 수출 중 대미수출의 비중이 16.9%에 달한다. 중국도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그동안 연간 10% 가까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온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경제가 붕괴되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경제까지 주춤하게 되면? 그 결과는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다.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미국인데도 전세계 다른 나라들이 함께 숨을 헐떡거려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 빚을 안 갚고 버티면? 미국은 현재의 경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져야 할 것이고, 미국 외의 나머지 다른 국가들은 미국에 꿔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계경제가 굴러가면, 결국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구조화돼 미국의 빚 부담을 전세계가 대신 떠안는 꼴이 된다.
  
  따라서 미국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든 없든, 미국이 빚을 갚을 의향이 있든 없든 미국의 쌍둥이 빚은 미국 하나를 망하게 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것이 바로 현재 세계경제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로 꼽히는 '쌍둥이 적자의 딜레마'다.
  
  미국의 빚 〉 한국의 GDP + 스웨덴의 GDP
  
  2004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5.7%인 6659억 달러, 이 중 99% 이상이 무역수지 적자다. 우리나라의 2004년 GDP가 6765억 달러이니, 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전체가 한 해 내내 번 만큼의 돈을 해외에서 빌려 수입품을 사들인 셈이다.
  
  한편 같은 해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4%인 3972억 달러다. 스웨덴의 2004년 GDP가 3460억 달러이니, 미국 정부는 스웨덴 국민 전체가 한 해 내내 벌어들인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의 적자를 낸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정부와 국민들이 빌린 빚이 누적된 미국의 대외순채무 잔액은 2004년 말 기준으로 3조2856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민은 과소비의 왕…정부 살림은 엉망진창
  
  이렇게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면, 그 빚으로 조달한 돈은 도대체 어디에 쓰였을까?
  
  경상수지 부문에서 빚이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미국인들이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각각 자국의 화폐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덤핑 가격의 수출상품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한다고 불평하지만, 사실 해외의 값싼 물건을 무분별하게 사들이기를 좋아하는 것이 미국인들의 오랜 습관이다.
  
  한편 재정수지 부문에서의 적자는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부시 정부가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은 놀랍게도 '사회안전망의 구축' 분야다. 2004년만 해도 부시 정부는 사회보장, 소득보장, 의료보장에 각각 4955억 달러, 3346억 달러, 2693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사회복지 선진국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미국에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불법이민자들이 넘쳐나고, 이들은 미국경제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미국 정부의 지출은 결코 과잉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의 원인을 파악하는 열쇠는 정부의 지출이 아니라 정부의 수입에서 찾아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이래 공화당의 전통적인 경제정책인 감세정책을 고수해 왔다. 공화당이 신봉하는 공급주의 경제학에 따르면,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들이 투자를 열심히 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결국은 깎아준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것이라고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레이건 정부 때도 이와 같은 감세정책을 폈지만 정부 살림이 펴지기는커녕 오히려 후대에 빚만 떠넘겼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감세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부시 대통령도 이런 역사적 오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같은 명분 없는 전쟁을 그만두면 그나마 정부 살림이 나아질 텐데, 이라크전이 실패로 끝난 것이 분명해진 시점에 이란이나 북한을 침공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워싱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004년 한 해 국방비에만 4555억 달러를 쓴 부시 정부는 최근 국방예산을 감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했으나, 이런 발언이 현실화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안 망하는 비결은 '달러 재활용'
  
  빚으로 얻은 돈으로 떵떵거리며 행세하는 미국이 안 망하는 비결은 바로 외국이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다시 미국에 꿔주고, 그 돈을 미국이 받아 사용하는 이른바 '달러 재활용(dollar recycling)'에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물건을 만들어 싼값에 미국에 수출하면 미국인들은 빚을 내서라도 이를 사들인다(미국 경상적자의 발생). 미국에 수출을 해 달러가 생긴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 돈으로 그래도 안전해 보이는 미국의 국채를 산다. 그러면 미국은 국채를 발행해서 꾼 돈으로 정부가 진 빚을 갚는다(미국 재정적자의 보전). 한편 정부는 감세와 사회복지, 전쟁 등으로 인해 예산이 부족하니 또 돈을 빌린다(미국 재정적자의 재발). 그렇지만 정부가 예산을 팍팍 쓰니 경기가 부양돼 미국 국민들은 계속 과소비를 한다(미국 경상적자의 재발).
  
  선순환인지 악순환인지 분간하기 힘든 이런 연쇄관계를 '달러 재활용'이라고 한다. 달러 재활용 구조 속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의 발생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해주는 덕분에 미국은 여태껏 안 망하고 잘 살고 사는 것이다.
  
  미국은 2004년에만 595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했다. 부시 집권기에 들어 연준(FRB)이 금리인하 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중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국채를 많이 찍어냈어도 정부가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4년부터는 정책금리를 잇달아 올리는 바람에 순이자가 약간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국채 발행을 통해 전세계의 잉여저축을 빨아들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달러를 찍어내는 한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고?
  
  미국이 망하기라도 하면 빌려준 돈을 되받기 힘들 텐데도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국채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달러가 지닌 힘 때문이다. 전세계의 결제수단이 달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달러 보유액을 넉넉하게 유지하고 싶어한다. 특히 호된 외환위기를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이런 욕구가 강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이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이다.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찍어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미국 연준은 이 지폐를 다른 국가에 빌려주고 5%의 이자만 받아도 5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화폐주조 차익을 시뇨리지(seigniorage)라 한다. 미국이 이런 시뇨리지를 누리는 한 결코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 전세계 국가들의 공통된 믿음이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는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순항을 거듭했다. 최근 잇단 정책금리 인상이 있긴 했지만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급상승했으며, 주식시장도 안정적이다.
  
  세계 최대의 채무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데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현상은 경제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일어났을 때 부동산과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30%를 넘지 않았는가?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도 최근 미국 경기가 순항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내비친 적이 있다.
  
  지금 미국경제가 망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가 미국의 과소비를 떠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역할은 미국에 수출을 해서 번 돈을 다시 미국에 꿔주는 나라들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경제의 위태로운 행진을 부지불식간에 부축하며 도와주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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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빚폭탄 도화선에 불 붙었나?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2] 정작 미국인들은 무사태평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8 일 (수) 09 : 15   
 

  지난 2년 간 세계경제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4.7% 상승해 1970년대 이후 2년 연속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세계경제의 호황은 그 기초가 불안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자이자 채무자가 되고,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은 미국인들에게 계속 돈을 대주면서(달러 리사이클링) 소비를 계속하도록 상품을 대주는(대미 수출) 구조가 과도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빚더미 미국경제가 국제금융 붕괴시킬 가능성은 75%"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경제부장 로빈 뷰는 최근 발표한 '2006년 통화위기'란 글에서 "경제학자들은 이미 몇 년간 세계경제가 거대하고 지속될 수 없는 불균형을 안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며 "미국의 소비자들과 정부가 미친 듯이 소비만 하고 거의 아무 것도 저축하지 않아 미국은 사업장비나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를 상당 부분 외국에 의존해야 했다. 그 결과는 경상수지 적자의 증가와 세계 다른 국가들에 대한 채무의 급증"이라고 지적했다.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은 빚더미에 올라 앉은 미국경제와 이를 떠받치고 있는 위태로운 세계경제를 묘사하기에 딱 적합한 표현이다. 모래 위에 세워진 현재의 호황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세계시장연구소(GMI)의 소장인 프레드 버그스텐은 지난해 9월 GMI가 브루킹스 연구소와 '세계경제의 10대 위험'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미국 달러화와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국제금융체제를 붕괴시킬 가능성은 75%"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다.
  
  이들을 포함해 적지 않은 수의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경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요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담당 편집자인 팸 우달은 최근 '불안한 기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06년에는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이 내수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해야 할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저금리, 고유가, 부동산거품, 사상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저축률, 사상최대의 경상수지 적자, 엄청난 재정적자 등"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달러 가치 하락, 불길한 조짐
  
  아닌 게 아니라 올해 들어 연초부터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 행진을 마감할 가능성과 세계적인 부동산거품의 붕괴 조짐, 전세계적인 고유가 압력의 지속,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재정긴축이 종료될 조짐 등이 한꺼번에 미국경제에 압박을 가하게 되면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EIU의 로빈 뷰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당장 갚아야 할 돈만 9000억 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미국이 파산하지 않게 하려면 올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빚을 갚을 달러를 대주기 위해 달러나 달러 표시 자산을 그만큼 많이, 아주 많이 사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달러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불안불안한 미국경제를 보면서 계속해서 달러를 무한정 사줄 나라는 없다. 이미 지난 2002년부터 달러는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그들의 달러 또는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구매욕도 수그러들고 있다. 달러 가치의 하락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달러로 표시된 자산을 팔아치울 유인이 되고, 그러면 달러 가치가 추가적으로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로빈 뷰는 "2006년에는 달러 가치의 하락이 더 빨라질 위험이 있는데, 그러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2006년은 달러화가 폭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사태평한 미국인들, 무슨 배짱일까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경제가 순항하고 있다고 자랑하기까지 하고, 일반 미국인들의 태도도 무사태평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6%에 육박(2004년 기준)한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실제 경제력보다 6% 만큼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미국의 저축률이 제로 내지 마이너스 수준에서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은 미국인들이 빌린 돈을 갚을 마음이 별로 없다는 의사표현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빚꾸러기가 소비를 줄이지도 않고 저축도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은 파산에 이르는 것이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윌리엄 클라인은 지난해 9월에 발간한 저서 〈채무국 미국〉에서 "미국이 현재의 재정정책 등을 수정하지 않으면 2010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1조2000억 달러로 GDP의 7.5~8%, 대외순채무는 8조 달러로 GDP의 50%에 이를 것"이라며 "나아가 2024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14%, 대외순채무는 GDP의 135%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경제전문가들, 특히 미국 내의 보수적인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고 난리법석이냐고 반문하거나, 설사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미국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적자는 좋은 것(Deficits are good)'이나 '영원한 공짜 점심(Perpetual free lunch)'의 관점은 앞의 경우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관점은 뒤의 경우에 해당한다.
  
  ◇"적자는 좋은 것"…?
  
  '적자는 좋은 것'이라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미국에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는 이유는 한마디로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잘 살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이 무역상대국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최근 유럽이나 일본이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것은 그 나라들의 소비가 둔화되고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학 국제경제학 교수는 "현재 미국은 세계 '잉여저축'의 10%를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며 "미국은 투자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은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들은 오히려 전세계 다른 나라들이 시장친화적인 개혁, 즉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면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자연히 해소될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는 두 가지 오류가 들어 있다. 먼저 미국이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매력적인 투자장소라는 주장은 미국경제가 소비가 아니라 투자에 의해 견인될 경우에나 맞는 소리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 유입되는 자금은 주로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공적자금을 들여 미국 국채를 구입하는 데서 나오고 있다.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은 민간의 투자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오류는 미국이 바라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국가 간 경상수지 불균형을 균형으로 되돌리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는 역사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한 공짜 점심"…?
  
  그런가 하면 달러 가치만 저하시키면 GDP의 5% 정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손쉽게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미국의 해외자산 대부분이 달러가 아닌 현지 통화로 표시된 것이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해외자산 수익이 늘어나 미국의 빚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될 때만 성립한다. 첫째, 사람들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지 못 해야 한다. 사람들이 달러 가치의 하락을 예상하게 되면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수익 증가라는 기대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해외 투자자들이 현재의 금리에서 미국 자산을 보유하는 것에 계속 만족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종료되고 EU, 일본 등에서 금리인상의 신호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두 가지 조건이 언제까지나 계속 유지될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다.
  
  미국 뉴욕 시에 있는 국제경제 연구소인 '루비니 국제경제모니터(RGE Monitor)'의 누레일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브래드 세처 옥스퍼드대학 연구원은 2005년 '미국 대외불균형의 지속가능성'이란 논문에서 "GDP 대비 무역적자가 GDP의 5% 수준에서 유지되면 10년 후인 2015년에는 GDP 대비 해외순채무가 GDP의 90% 정도로 늘어날 것이고, GDP 대미 무역적자가 약 8.5% 수준에서 누적된다면 2015년 부채비율이 GDP의 100%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통상 해외순채무가 GDP의 50%를 넘으면 대외부문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는 경제학의 상식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해도, 그런 빚꾸러기 국가에 영원히 자기 재산을 묶어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한편 '메이드 인 차이나'의 관점은 쉽게 말해 미국 대외불균형의 원인이 미국이 아닌 중국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2월에 정식 취임하게 될 벤 버난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지명자가 바로 이 논리의 신봉자다.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큰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른 잉여자금을 흡수해줄 곳으로 매력적인 투자대상 자산을 가진 미국이 선택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에서 초과저축이 발생하는 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미국의 정치인들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논리대로라면 미국의 대외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없는 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문제의 진원지가 중국이기 때문에 아무리 미국이 재정정책을 잘 해봐야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미국민들에게 설명해 납득시키기만 하면 적어도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태도를 취한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도 최근 "재정적자를 1달러 감소시켜도 경상적자는 20센트밖에 감소하지 않는다"는 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재정정책의 무력함을 호소한 바 있다. 또 미국의 정치인들 중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거시경제 모델을 인용해 "재정적자를 1달러 줄여도 경상적자는 40센트 밖에 줄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수출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바람에 미국이 어쩔 수 없이 돈을 많이 쓰게 됐다는 논리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올바로 말한다면, 미국이 자국의 엄청난 빚을 메우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잉여저축을 다 빨아들였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메이드 인 차이나'의 관점이 지닌 또 다른 오류는 최근 미국에 흘러든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공급된 것인데 이것을 초과저축, 즉 '민간'의 저축이 미국으로 흘러든 것으로 잘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관점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것은 중국이 애써 번 돈을 계속해서 미국에 쏟아부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미국이 돈을 빌려다 투자는 하지 않고 소비에만 써버리는 걸 이제는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데 언젠가 이런 돈의 흐름이 역전될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혹시 알긴 아는 것이라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모르는 체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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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이대로 가다간 '하드랜딩' 하고 만다"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3]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9 일 (목) 11 : 45   
 

  미국의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가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미국이 곧 망할 것처럼 몇 년 전부터 호들갑을 떨었지만 현재 미국경제와 부시 행정부는 저토록 건재하지 않느냐고,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그렇게 쉽게 망하겠냐고….
  
  맞는 말이다. 미국은 분수에 넘치는 과소비와 명분 없는 전쟁을 계속하면서 이를 다른 나라들로부터 빌린 달러로 충당하는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를 놀라울 정도로 오랫동안 '잘' 유지해 왔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는 세계 최고의 수출품인 '달러'를 찍어내서 얻는 이익, 즉 미국의 시뇨리지가 해외의 잉여달러를 빨아들여 죽어가는 미국경제에 산소를 공급해준 덕분이다. 특히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달러재활용(dollar recycling)'이라는 놀라운 재활용 정신을 발휘하며 미국경제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떠맡아 왔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재생불능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한 조정(adjustment)은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있다.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합쳐 국내총생산(GDP)의 10%(2004년 기준)가 넘는 경제는 결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한 기초 위에 형성된 달러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하락할 것이고, 달러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상실이 이를 가속할 것이며, 그 결과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져드는 반전이 일어나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세계 경제전문가들의 관심은 미국경제가 쓰러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미국경제의 조정(adjustment)이 과연 언제 어떻게 일어나느냐에 쏠려 있다.
  
  "미 경상적자가 GDP 8% 넘으면 전세계 저축으로도 감당 못 한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최근 경상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되는 경험을 한 25개의 국가들을 연구한 결과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5% 수준에 이른 시점에서 통화의 절하와 경기의 침체를 동반한 조정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6%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세계 기축통화 발권국가로서의 시뇨리지 이익에 힘입어 경상적자가 더욱 확대되는 상태를 지속시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돼 달러화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가 유지될 수 없는 정도에 다다르면 이런 시뇨리지 효과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상적자가 GDP의 8%(2004년 기준)보다 많아질 경우 이는 전세계의 초과저축을 모두 흡수해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미국이 전세계의 저축을 100% 흡수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의 경상적자가 GDP의 8%에 도달하면 이와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외불균형 미국경제의 향후 행보…2006년~2010년에 탈 나나?
  
  지난해 12월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발표한 '미국의 대외불균형 조정 시나리오와 시사점' 보고서에는 앞으로 미국의 대외불균형 문제가 언제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시나리오별 조정 과정'>
시나리오 1
시나리오 2
시나리오 3
급격한 조정
시작 시점
2009년
2006~7년 사이
원만한 조정
재정수지
연평균 -3.5%대 지속
연평균 -3.5%대 지속
2012년 이후
흑자 반전
무역수지
· 2006~8년 : -5%
· 2009년 이후 : 점차 개선
· 2006~7년 : -6.5%
· 2008년 이후(2007년 이후) 점차 개선
-1%
(2012년)
환율
· 2006~8년 : 5% 절하
· 2009년 이후 : 35~40% 급락 후 소폭 상승
· 2006~7년 : 변동없음
· 2008년 이후 : 20~30% 급락
25%까지
점진적 절하
경제성장률
· 2006~8년 : 3%
· 2009년 이후 : 경기 침체 후 2% 미만의 성장정체가 5년 이상 지속(마이너스 성장도 가능)
· 2006~7년 : 3.5%
· 2008년이후 : 경기침체가 발생하여 1%미만의 성장정체가 2년간 지속된 후 반등
2~3%대
지속
자료 : 삼성경제연구소(SERI)

  최악의 시나리오: 당장 미국경제 위기 닥친다
  
  먼저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달러화 가치의 조정도 일어나지 않을 경우, 미 쌍둥이 적자의 반전 시점은 2006년이나 2007년으로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2)
  
  부시 정부가 감세 및 사회보장비 지출의 확대를 특징으로 하는 공화당 전통의 경제정책을 고수하면 미국의 재정 부문은 향후 10년 간 연평균 GDP 대비 3~3.5%의 적자를 지속할 것이다.
  
  한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통화가치 상승 등이 일어나지 않고 달러화 가치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소폭의 상승세를 보인다면 이르면 올해 안에 미국의 무역적자는 GDP의 6.5%, 경상적자는 GDP의 8%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급격한 조정이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경기침체를 동반한 급격한 조정이 단기적으로 이뤄진 후에는 향후 2년간 1% 미만의 성장정체가 있을 예정이다.
  
  달러화 가치 떨어지면 위기는 4~5년 미뤄질 것
  
  한편 미국 정부가 현재의 경제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들에 비해 5% 이하로 조정되는 경우 쌍둥이 적자로 인한 위기는 2009년 이후로 몇 년 정도나마 미뤄질 수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 1)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5% 절하되면 무역수지 적자는 GDP의 5% 수준에서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지만,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부채 누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악화될 것이다. 그 결과 2009년 대외순채무는 GDP의 55%에 달하게 될 것이고 바로 이때 달러화의 급락과 금리의 급상승을 동반한 급격한 조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구체적인 수치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2010년 내에는 이런 급격한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캐서린 맨 존스홉킨스대학 국제학 교수는 미국의 경상적자가 GDP 대비 13%(2004년 기준)에 이르는 2010년이 되기 전에 미국경제가 급격한 조정을 겪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국제개발센터(CGD)의 윌리엄 클라인 박사도 미국의 경상적자가 GDP의 8%(2004년 기준), 대외순채무가 GDP의 55%(2004년 기준)에 이르는 2010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았다.
  
  국제공조에 힘입은 연착륙 시나리오
  
  물론 이런 급격한 조정 시나리오와 다르게 미국의 쌍둥이 부채가 완만한 속도로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런 연착륙(soft landing)이 가능하려면 미국은 현재의 재정적자를 2% 미만으로 줄여야 하고 달러화의 가치도 주요 통화에 비해 25% 정도 절하돼야 한다. 이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3% 대에서 유지되면서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도 완만하게 해소된다는 것이다. (시나리오 3)
  
  이는 물론 부시 정부가 쌍둥이 적자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재정수지의 개선에 힘씀과 동시에 국제적 공조를 통해 달러화 가치를 조정해나갈 것이라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시나리오다.
  
  이대로는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선진7개국(G7), 전세계의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imbalance)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경제의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도록 국제적 차원에서 노력하자고 촉구해 왔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 개연성이 더 높은 시나리오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국제경제의 불균형이 지속되다가 이런 불균형 상태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위기 국면을 맞아 급격한 조정, 즉 경착륙(hard landing)이 일어나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국의 경상적자는 GDP의 3%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적자가 이 수준에서나마 유지되면 현재 GDP의 28%에 달하는 미국의 해외순채무를 줄이지는 못할지언정 더 늘어나는 것만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GDP 3% 수준의 경상적자는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과 실질이자 수준을 감안한 '외채 증가 저지선'인 셈이다.
  
  미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에드윈 트루먼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상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GDP 대비 3%로 줄이려면 미국 국민들이 각각 1인당 2350달러의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경기둔화로 줄어들게 되는 1인당 GDP 1350달러에 달러화 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무역손실액 1000달러를 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지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정치인들이 대부분 쌍둥이 적자의 심각성을 못 본 체하고 필요한 조정을 임기 중에 하지 않고 뒤로 미루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미국 국민들에게 각각 2350달러의 비용을 부담하라고 주장해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태롭게 할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경제정책에 관한 한 미국 정계에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스칼렛 오하라'식 처방이 유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도 미국인 과소비 못 막는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달러화 가치를 감소시켜도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이 줄어들어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환율의 변화가 수출품과 수입품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환율의 전이효과(exchange rate pass-through)'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린다 골드버그 박사와 스페인 나바라 대학의 호세 마누엘 캄파 교수가 공동 연구한 바에 따르면 달러 가치에 10%의 변화가 생기면 미국 내 수입품의 가격 변화는 3개월 안에 고작 2.5%, 몇 년이 지나도 4%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준의 자체 연구결과에 의하면 환율의 전이효과는 아예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다 해도 미국인들의 구매력은 별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는 달러화 가치에 조정이 일어나도 미국인들이 과소비를 계속해 경상적자가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세계경제가 성장하면 불균형 문제는 악화된다
  
  한편 미국이 아닌 나머지 국가들, 특히 아시아의 정치인들은 미국의 대외적자가 확대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이득으로 자국에서의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국 화폐 가치의 인상 등을 포함하는 국제적 조정(global adjustment)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자국 정부가 언젠가는 이 엄청난 미국의 대외불균형 문제에 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 현재의 불균형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비합리적인 가정 하에 이들이 움직이면 세계경제의 불균형은 더욱 더 심각해진다.
  
  현재 세계경제 구조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체 경제가 연간 1%만큼 성장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0.7%만큼 늘어나는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가 1%로 성장할 때 미국의 수출은 1%만큼만 늘어나지만 수입은 이보다 훨씬 높은 1.7%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만의 고유한 현상이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세계경제가 성장하면 덩달아 수출도 늘고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며 국내 경기도 호전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세계경제의 호황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고 그 결과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는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할까
  
  이처럼 미국인들도, 미국 정부도, 다른 국가의 정부들도 당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유인(incentive)들만 많은 상황에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는 한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앞으로만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모두 세계경제를 균형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재의 불균형 상태를 뒷짐 지고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고양이(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의 위협은 알지만, 누구도 섣불리 나서서 그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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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가 떠안는 미국發 스트레스들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4] 'FTA 압력'에서 '전쟁터 찾기'까지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0 일 (금) 14 : 21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와 다른 나라들의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빚꾸러기 미국이 세계경제에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왜 이렇게 고단할 수밖에 없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국제 정치경제의 다이내믹스에 가장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 압력' 넘어 '제2의 플라자합의' 주장까지
  
  미국 정부가 자국의 엄청난 빚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온전히 바깥세상을 겨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중국을 향해 "세계의 식량자원, 석유자원을 불가사리처럼 빨아들이는 나라", "값싼 수출품과 덤핑으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나라" 등으로 비난하면서 전세계에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 직접투자(FDI), 위안화 절상을 노린 단기성 투기자금 유입 등으로 급증하자 미국의 부시 정부는 "풍부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중국이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견뎌낼 수 있다는 증거"라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압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의회에 제출한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하반기 연례보고서'에서 "2005년 7월 중국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 페그제를 폐지하고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명목환율을 2.1% 절상하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의 절상률은 0.35%에 그쳤고 환율의 유연성도 향상되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다.
  
  미국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필 그램 상원의원이 발의한 '슈머-그램 대중국 공정무역 법안'도 2006년 상반기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중국이 환율조작을 그만두지 않을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 품목에 대해 27.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게다가 부시 정부는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까지 동원해 중국에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라고 끈질기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외환당국자들은 "중국경제에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위안화의 '자율화'는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어, 당장 국제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수준의 급격한 위안화 절상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일각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세계의 다른 주요 통화들의 절상 문제를 국제 협상 테이블에 올리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른바 '제2의 플라자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플라자합의는 지난 1985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재무장관들이 당시 GDP 대비 3.4%에 달했던 미국의 경상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 가치의 인하 및 파운드, 프랑, 엔 가치의 인상 조정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이 합의의 결과로 엔/달러 환율은 1년 남짓한 기간에 243엔에서 157엔까지 대폭 하락했고, 미국은 급한 대외불균형의 불을 끌 수 있었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윌리엄 클라인 박사는 최근 '신(新) 플라자합의(The Case for a New Plaza Agreement)'라는 글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GDP 대비 3%로 줄여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해외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25% 상승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 20개 국(G20) 주도 하에 '제2의 플라자합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라인 박사는 신 플라자합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 20개 국으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주요국 등 선진국들 외에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도 거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각국 통화의 '적절한 절상 폭'은 싱가포르 92.1%, 일본 62.4%, 중국 43.3%, 한국 19.2% 등이다.
  
  한국에 대한 자유무역협정(FTA) 압력도 같은 맥락
  
  한편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최근 세계 각국과의 쌍무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미국 FTA 추진 동향과 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원래 양자간의 FTA보다 다자간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선호했으나, 최근 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역무역협정(RTA)이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자 양자간 FTA 체결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 등 16개 국과 FTA를 체결한 미국은 지난 2002년 발효된 '무역촉진권한(TPA)'의 만료시한이 2007년 6월로 다가옴에 따라 올 한 해 FTA 체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TPA란 대외교역 협상의 최종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가 포괄적인 협상권한을 행정부에 한시적으로 이양한 것으로, 이런 권한이양 조처에 대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 교역대상국들에게 미국의 자유무역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통상 FTA 하나를 체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한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미국은 올해엔 FTA를 체결하면 가장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하나의 국가'에 올인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우선 25개 대상국 후보를 선정한 뒤 그 중에서 한국을 최종적으로 뽑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한미 FTA 체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여겨졌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문제가 매듭지어짐에 따라 최근 한미간 FTA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다음달 2일 '한미 FTA 추진 관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전세계의 잉여자본을 흡수해야 빚더미 위에 건설된 자국의 경제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미국은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구(IMF) 등을 동원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얼마나 이로운지를 끈질기게 설파해왔다.
  
  그 결과 전세계의 자본자유화는 엄청난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OECD의 '자본자유화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OECD 29개 회원국들의 평균 자본자유화 수준은 89.3%에 이른다. 미국이 95%로 선두이고, 일본, 독일, 영국 등의 자본자유화 수준도 85%이다. 터키, 멕시코, 체코, 헝가리 등 신흥시장국가들의 자본자유화 수준도 평균 84.2%에 달한다.
  
  한국 정부도 최근의 달러화 가치 급락에 대응해 2010년에 완료 예정이었던 자본자유화 조치들을 올해 안에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자본자유화 수치도 곧 85%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대부분 초국적화된 결과 미국 자본은 미국 정부의 통제권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런 자본들은 쌍둥이 적자 문제가 재부각돼 달러화의 가치가 의심되는 상황이 오면 다른 어떤 자본들보다 먼저 미국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다. 그때 가서, 국적을 따지지 않는 자본에 대고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탄식해봐야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2005년 하반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잇달아 정책금리를 올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미국으로 다시 몰려든 자금은 대부분 외국인 소유의 자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을 빠져나간 미국 자본은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댈 데는 전쟁뿐?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국이 흔들리고 있는 달러의 위상을 지키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노력으로 국내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신보수주의적 패권주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재정적자가 날로 악화돼 가는데도 부시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군비를 확장하며 다음 전쟁터를 고르고 있다. 지난 7일 영국 신문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미국 예산전문가인 린다 빔스 하버드대 교수는 "부시 정부가 공식으로 발표한 이라크전의 비용 외에 전쟁의 '숨겨진 비용'만 1조~2조 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이렇듯 미국은 군비를 확장하고 그 위세를 과시하는 패권주의 전략을 통해 전세계에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나라나 지역에 대해 침공하겠다는 위협의 신호를 보내는 한편 위태로운 미국경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석유 등을 포함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이 미국의 석유 확보를 위한 침략전쟁이었다는 것은 이제 세간의 상식이 되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말 영국의 국제구호단체인 '워온원트(War on Want)' 등을 포함한 영미의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공동보고서를 발표해 "미국 고위층의 압력을 받은 이라크 임시정부가 석유개발권을 놓고 셸 그룹 등 미국계 석유회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의 계획대로 이라크 석유개발권이 다국적기업들에 넘어가면 이라크는 국부(國富)를 최대 2000억 달러까지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미국이 통제불가능한 수준의 경기침체에라도 빠져들면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은 이러한 패권주의적 전략을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런 패권주의적 전략을 강화하면 할수록 역으로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의 권위는 약화될 것이다. 이미 이란과 같은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베네수엘라 등의 남미 좌파 국가들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른바 '악의 축'으로 부상했다.
  


  "이대로 놔둘 순 없다"…대안의 모색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대외불균형이 작동하는 국제사회에서 '당장' 살아남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세계경제의 작동 원리를 재구성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로 각국의 경제가 세계경제 속으로 편입된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자 세계 각국의 좌파 성향 지식인들과 정치인들, 진보적 비정부기구(NGO)들은 다양한 대안들을 내놓고 이에 대한 논의와 실험을 구체화하고 있다.
  
  리처드 런컨은 그의 저서 '달러의 몰락, 세계경제의 몰락'에서 현재 세계경제가 공급 과잉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세계의 정부들이 공급축소의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상주의자들 사이에서 '세계정부' 수립의 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한편 미국의 쌍둥이 적자 등으로 국제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날로 커져가면서 단기성 투기자본을 규제하자는 논의도 조금씩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1990년대 칠레가 실행했던 가변의무예치금제도(VDR)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박사가 주장한 토빈세(Tobin's tax) 등 그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제도들이 영국의 워온원트(War on Want)나 프랑스의 아탁(ATTAC) 등 반(反)세계화 성향의 국제 NGO들 주도 하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가변의무예치금제도는 유입된 해외자본의 일정 부분을 일정 기간 중앙은행에 무이자로 예치하는 제도이고, 토빈세는 투기성 단기자본인 핫머니가 국경을 넘을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달러화에 치중한 현재의 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국제 공용화폐인 특별인출권(SDR)을 보다 더 광범위하게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DR이란 금과 달러 외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운영축을 보완하기 위한 제3의 세계화폐다. 그러나 SDR을 더 많이 사용하자는 주장은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미국경제를 급속도로 침체시킬 위험이 있어 오히려 위험하다는 반박을 받고 있다.
  
  이르면 올해 3월경 국제외환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인 아시아의 단일통화 '아쿠(ACU: Asian Currency Unit)'도 달러화 위주로 돌아가는 세계경제에 대한 대안적 실험의 하나다. 그러나 아쿠도 EU의 유로화가 그랬던 것처럼 당장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아시아 경제권에서 달러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미국은 국제통화기금 등을 통해 아쿠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 등 아시아 국가들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여러 차례 무력화시킨 바 있다.
  
  국제사회의 공식 해결노력 시동할까?
  
  미국의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면서 주요 선진국 정부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붕괴되거나 급격한 조정 국면을 맞을 경우 자국의 정치·경제에 미칠 타격을 내심 염려하고 있다.
  
  미국을 대체할 유일한 슈퍼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미국경제에 탈이 나 전세계에 저성장 기조가 형성되면 가장 많은 위협을 받을 나라다.
  
  그동안 엄청난 속도의 경제성장에 가려져 있었던 빈부격차, 민족갈등, 종교갈등, 환경오염 등의 정치사회적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유지돼 온 중국 정권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안당국에 따르면 2004년 한 해에만 7만4000여 건에 이르는 시위가 발발하는 등 중국의 정치사회적 불만들은 이미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경기침체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일본과 상이한 정치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계속 중인 EU도 중국과 비슷한 이유로 미국경제의 몰락을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은 선진7개국(G7) 회담 등을 통해 미국 쌍둥이 적자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상기시키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창출하기 위한 걸음마를 시작했다.
  
  2005년 유로/달러 환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지난해 G7 정상회담 성명서에도 "미국친구들(American friends)도 (급격한 환율 변동이 지닌 위험성을) 명심해야 한다"는 문구가 삽입된 바 있다.
  
  세계 자금흐름에 부는 역풍
  
  한편 그동안 미국에 호의적이던 전세계의 자금흐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고유가로 물기가 오르자 국내의 경기 과열을 우려한 미국 연준이 잇달아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세계의 잉여자본은 미국으로 집중했고 그 여파로 전세계 주식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위세를 잃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의 민간 자금이 아니라 외국의 중앙은행들이라는 것이다. 2005년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국채, 주식 등을 순매수한 규모는 6980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 중 1394억 달러가 외국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미국의 국채, 국가보증 채권에 해당한다.
  
  외국 중앙은행들이 이렇게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국내의 무역수지 흑자로 쌓여가는 달러를 처분해야 국내 물가가 안정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난 1997~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에서 배운 '학습효과'로 달러 표시의 외환보유고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외 정부의 공적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산의 가격을 올리고 그 결과 기대 수익률을 저하시켜 민간 부문의 투자를 둔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
  
  보다 긴급한 문제는 미국의 급증하는 해외자금 수요와 해외 각국의 외환보유액 증가에 따른 자본손실 리스크가 증가해 미국과 해외 중앙은행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외환보유액의 70%가량이 달러화 자산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일 중국 외환관리국의 후샤오렌 국장이 "외환의 자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외환투자 영역을 넓히겠다"며 외환보유액의 다변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국제금융시장이 한바탕 혼란에 휩싸였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중국 본토의 8189억 달러(2005년 말 기준)와 홍콩의 1243억 달러를 합치면 그동안 전세계 외환보유액 1위를 지켜 왔던 일본의 8469억 달러를 넘어선다는 점, 그런 중국 외환보유액의 70% 이상이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런 발언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앞으로 원유 등의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제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달러 자산을 매각할 경우 미 달러화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2월에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 통화 구성을 다변화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하자마자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쇼크를 겪은 적도 있다. 2006년 2월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146억6000만 달러로 이는 세계 4위 수준이다. 올해 들어 한은도 자본거래의 전면 자유화로 해외 투자 활성화가 본격화되면 외환 보유액의 다양한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외환보유액 다양화의 움직임에 대해 국제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이 실제로 외환보유액의 다변화를 하지 않더라도 투기세력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국제금융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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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격랑 견뎌낼 기초체력 있나?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5(끝)] 경제 다이어트와 양극화 해소를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6 일 (목) 09 : 27   
 

  최근 국내외에서 달러화 가치의 폭락과 세계 대공황 발발 가능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책들이 속속 발간되고 있다. 언론에도 미국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 불균형이 불러올 급격한 환율조정과 경기침체의 위협을 경고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런 경고성 시나리오들은 연초부터 폭락한 원/달러 환율, 최근 주가가 급락하며 발동된 서킷브레이커(시장 일시중단 조치) 등 한국경제가 보여주는 위태위태한 모습과 맞물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위태로운 균형 잡기'가 이제 한계점에 도달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과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달러화 가치의 폭락과 미국경제의 붕괴'라는 시나리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대책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프레시안〉이 만나본 대부분의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기업의 외환 담당자들은 대부분 이런 시나리오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주류의 시각은 아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세계경제가 처한 불안한 현실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이것이 세계대공황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의 최희남 과장은 "달러화 가치의 폭락과 미국 경제의 붕괴 가능성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며 "의도적인 메시지를 밝히면 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은행 정책총괄팀의 한 관계자는 "달러화 가치와 미국 경기 동향에 대해서는 당연히 예의 주시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정책 결정의 중요 변수"라며 "그러나 달러화의 붕괴나 세계 대공황의 시나리오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주류의 시각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 인상행진을 종료한 후 미국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시나리오는 작성하고 있지만 달러화가 폭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개별 기업이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도 경영실무 차원에서 기본적인 환리스크 관리는 하고 있으나 '달러화의 폭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를 짜고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에서 외환시장 및 미국경제·세계경제의 동향을 분석하면 이를 반영해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중장기적인 환리스크 관리를 한다"면서 "개별기업 수준에서 리스크 관리로 결제일을 조정하고 달러 일변도의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며, 수출통화와 수입통화를 동일화하는 통화매칭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삼성전자는 외환딜러 등을 고용해 따로 달러 헤지(hedge: 통화가치 등 가격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투자) 등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개별 기업이 세계시장의 움직임에 일일이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그는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기업활동을 해 원가와 물류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달러화 폭락 가능성과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은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재경부, 한은 등 금융당국이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은커녕 기본적인 환리스크 관리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중소기업 148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47%의 중소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환위험에 대응하는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환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업체의 55%가 대응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경제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대외불균형에 직면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한국 혼자 살아보겠다고 당장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고 달러화로 표시된 미국 국채와 자산을 팔아치운다고 생각해보자.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11위(2005년 기준) 수준의 한국이 이런 조치를 취하면 미국경제에 악재가 되고 미국과의 통상외교에 마찰을 일으키게 돼 결국은 한국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미국이 자국의 대외불균형과 빚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떠넘기는 원화 환율 절상, 시장개방 압력 등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언젠가 닥칠 수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속수무책으로 영향받게 될 것이다.
  
  이런 딜레마의 상황 때문인지 국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철저한 준비만이 살 길'이라는 추상적인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제2의 플라자합의에 대비해야"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에서 부쩍 강화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드라이브 등 시장개방 압력과 통상마찰, 원화 절상 압력 등 국가간 갈등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여론을 수렴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5일 발표한 보고서 '거듭되는 환율불안, 원인과 전망'에서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외환정책과 함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통상압력을 강화할 전망"이라며 "미국의 반덤핑 관세 및 보복관세의 부과, 수입규제 등에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또 "제2의 플라자합의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실제로 그런 합의가 타결되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분석을 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기경보 시스템 마련하라"
  
  한편 미국이 콧방귀라도 한번 뀌면 태풍이라도 몰아친 듯 요동치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1999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주가지수와 원/달러 환율은 해외시장의 변동에 과잉반응해왔다"며 "1999년 1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월별 자료를 이용해 단순회귀분석을 한 결과 미국 다우지수가 1% 변하면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1.26% 변동하고, 엔/달러 환율이 1% 변하면 원/달러 환율은 6.69%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세계시장에의 노출 정도가 급속도로 높아진 국내 외환·금융시장이 외부 악재로부터 받을 충격을 미리 감지하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확충하고 이 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06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며 "경기회복에 따라 시중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국채 발행시기 분산을 통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LG경제연구원은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는 일도 필요하다"며 "달러가 약세로 추세전환할 경우 단기적으로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환율조정의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의 재정정책 운영과 외환관리 정책의 시야를 5년 이상으로 장기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정치경제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정책을 보다 긴 안목에서 수립할 수 있도록 대통령 단임제를 연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토종자본 육성해야"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국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경제가 불균형의 급격한 조정에 따른 충격을 받을 경우 그것이 한국경제 전반에 미치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일각에서는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국내 기업들의 내국인 지분비율을 높이고 비즈니스의 국내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이른바 '토종자본 육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외국인 상장기업 주식보유 제한을 대폭 완화한 우리나라의 경제는 현재 외국인의 유가시장 상장주식 보유금액이 전체 시가총액의 40.47%인 252조 원(2005년 말 기준)을 차지하는 등 이미 외국자본, 특히 미국계 초국적 자본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 있다.
  
  이들 외국자본은 영미식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해 건전한 투자보다는 단기적 경영성과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그들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능한 한 국내 기업들의 지분에서 토종자본의 비율이 높아지도록 국가정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올 한해 인수합병(M&A) 시장에 대우건설, LG카드, 외환은행 등 우량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고, 퇴직연금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여서 국내 자본시장에 외국자본이 물밀듯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사모투자펀드(PEF)와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들을 연계시키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토종자본을 육성하고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과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자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금융기관은 공격적인 해외투자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미흡해 큰 손실을 입은 바 있다"며 "자본자유화와 원화강세에 힘입어 늘어나고 있는 외화대출과 해외투자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근본대책은 경제양극화 해소하는 것"
  
  세계시장에서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양극화를 해소해 내수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단골로 내놓는 대책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수출경쟁력 제고방안은 생산요소 중심의 양적 투자가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인적자본개발(HRD) 등 질적 투자를 통해 가격경쟁력이 아닌 품질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 강화로 보완해야 한다"며 "고품질·고기술 제품을 확보하고 있으면 원화 강세를 수출가격으로 전가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경제성장 동력을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수출지향 경제를 수출과 내수가 조화를 이루는 균형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즉 경제양극화를 심화시켜 내수기반을 무너뜨리는, 지금과 같은 '수출 위주의 성장 제일주의'를 지양하고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창출한다'는 중장기적인 목표에 대해 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합의 하에 빈부격차의 해소, 국내 고용 증대, 사회복지망의 구축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995년~2003년 사이 우리나라 하위 10%의 소득은 평균 소득의 41% 수준에서 34%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상위 10%의 소득은 평균의 199%에서 225%까지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무려 70%에 달하는 한국경제 GDP의 수출의존도로 인해 대규모 수출을 하는 소수의 대기업들은 성장을 지속한 반면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또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일자리는 크게 줄었고 비정규직은 급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2006년 상반기 아시아경제 모니터' 보고서에서 2006년 동아시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로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들며 "이런 위험요소 하에서도 동아시아 각국이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민간소비 유지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지속함으로써 경제성장의 기반을 수출에 한정하기보다는 국내수요 쪽으로 이동시키고 이를 통해 외부환경에 대한 탄력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다 함께 건강한 '경제 다이어트'를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지금 세계경제에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세계의 자연자원을 미친 듯이 소비해 온 그간의 나쁜 습관을 버리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허리띠를 갑자기 졸라매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운동과 식이요법을 해야 하고(각 국가 경제별 기초체력 강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해줘야 한다(국제공조).
  
  삼성경제연구소는 "급격한 달러화 약세에 대비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을 야기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경제에도 불리하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 인식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경제연구소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합의를 통해 위안화의 점진적인 평가절상을 유도하는 것도 세계의 환율갈등과 원화 환율의 급락을 진정시키는 방법"이라며 "장기적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 등 아시아 통화협력체제를 구축해 동아시아 지역의 환율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이어트는 힘들다. 그러나 그 성과는 달다. 우리 경제는 끝을 모르는 미국식 폭식경제의 동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올바른 경제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체질로 거듭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일극의 지배 하에 세계화로 질주하는 현재의 국제사회에서 경제 다이어트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한 국제정치의 리더십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또한 현실이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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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란-이라크-사우디 에너지동맹, 중과 러 가세? - 촘스키

"이란ㆍ이라크ㆍ사우디간 시아파 에너지동맹 형성중"
〈해외시각〉 촘스키 "중·러 가세하면 美 에너지전략 중대 차질"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0 일 (화) 17 : 16   
 

  이라크전쟁으로 이전의 집권세력인 수니파가 몰락하고 시아파가 이라크 정국을 장악한 가운데 같은 시아파 정권인 이란과 이라크는 물론 사우디 최대의 석유매장지역인 사우디 남부의 시아파간에 '느슨한 동맹'이 형성돼 미국의 세계에너지 통제 전략에 도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 미 MIT대 교수는 아랍에미리트연합 최대의 영자신문인 〈칼리지 타임스(Khaleej Times)〉6일자 기고문을 통해 이란, 이라크의 시아파들이 이미 경제적·군사적 관계를 형성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촘스키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의 대부분이 매장된 사우디 남부의 시아파들도 그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란 주도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끌어들인 에너지 안보동맹이 형성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동맹이 구체화한다면 중동을 장악해 세계의 에너지를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근본 구상이 위협받게 돼 국제사회가 에너지를 둘러싼 패권 경쟁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라크 전쟁은 결국 수니파보다 더 반미적인 시아파들의 성장을 가져와 미국의 에너지 전략 전체를 흔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또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의 여론을 따라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성장하고 있는 이라크 노동운동이 미국이 이식하는 민주주의와는 다른 의미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촘스키 교수의 기고문 전문이다.원문은 http://www.commondreams.org/views06/0106-34.htm에 실려 있다. 편집자

  
  '투표를 넘어(Beyond the Ballot)'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이라크에서 있었던 총선을 두고 "민주주의를 향한 행진의 중대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총선이 이정표였던 것은 맞는데, 부시 행정부가 환영하는 그런 종류는 아니었다. 정치 지도자들의 판에 박힌 말은 일단 무시하고 역사를 보자. 부시와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반복적으로 내놨던 구실은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할 것인가?'하는 "단 한가지의 물음"이었다.
  
  이 "한가지 물음"에 '아니오'라는 답변이 나온 것은 전쟁이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자 부시는 침공의 진짜 이유는 이라크와 중동에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겠다는 "메시아적 사명" 때문이었다며 너무나 재빨리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시점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이 그처럼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바꾼 것은 이라크 점령 이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라크의 선거를 방해했다는 사실과 상충되는 것이다.
  
  지난 해 1월 있었던 제헌의회 선거가 가능했던 것은 대중들의 비폭력 저항 때문이었다. 비폭력 저항의 상징이 된 것은 시아파 최고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였다. (폭력적인 저항공격은 전적으로 이 대중적인 운동에서 파생된 또하나의 저항 방식이다) "제헌의회 선거를 치른 것은 알 시스타니의 주장 때문이었는데, 그는 미국 주도의 점령 당국이 선거를 보류하거나 의미 없게 하기 위해 내놓은 세가지 계략에 반대했다"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난해 3월 칼럼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거란 것은 대중들의 의사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점령군들이 던진 핵심 질문은 "당신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원해?"였다.
  
  그 답변이 무언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은 적지 않다. 지난해 가을 영국 국방부의 의뢰로 이라크 대학 조사원들에 의해 실시되고 영국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그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인의 82%는 다국적군의 존재에 "강하게 반대"했고 동맹군에 의해 안보가 향상됐다고 믿는 이들은 1%도 안 됐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라크인 80%가 "미군의 조기 철군"에 지지했다. 다른 여론조사도 대략 일치한다. 따라서 다국적군은 철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다국적군이 통제하는 군대를 보유한 종속적인 정권(client regime)이 들어서는 것을 열망하고 있지 않고 철수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와 블레어는 여전히 철군 시간표의 제출을 거부하고 있고 그들의 목표가 달성됨에 따라 상징적인 수준의 철군만을 얘기하고 있다.
  
  미국이 민주적인 이라크 정권은 물론 자주적 정권조차 허용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이 문제는 (미국에 의해) 잘 확립된 독트린과 충돌하기 때문에 거의 제기될 수 없다. 이라크가 인도양의 섬나라이고 주요 수출물이 석유가 아니라 피클이더라도 우리는 미국이 (민주주의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을 것이라고 믿도록 되어 있다.
  
  이라크 노동운동의 성장도 주목돼
  
  이라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국제 에너지 자원이라는 세계 지배의 핵심 요소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사실은 편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명백한 사실이다. 이라크가 주권을 가진 민주국가가 됐다고 가정해 보라. 그런 이라크가 추구할 정책이 무엇인지를 상상해보라. 이라크 석유의 대부분이 매장된 남부의 시아파들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은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선호할 것이다.
  
  양국 시아파들의 관계는 이미 가깝다. 주로 남부 지역을 장악한 민병대인 바드르 여단은 이란에서 훈련을 받았다. 막강한 영향력의 성직자들도 이란과 오랜 관계를 맺어 왔고 그 중 하나인 알 시스타니는 이란에서 자랐다. 시아파 중심의 이라크 과도정부는 이미 이란과 경제적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군사적 관계 역시 가능한 선에서 맺어왔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을 넘자마자 엄청난 수의 열혈 시아파들이 살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독립을 향한 움직임은 상당 수준의 자치권과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의 석유 대부분이 매장된 그 지역에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결과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사우디의 핵심 유전지대에 살고 있는 시아파들의 느슨한 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난 그 동맹은 세계의 석유 비축고 대부분을 장악할 것이다. 이 블록은 중국·인도와 연계된 에너지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있어 이란의 지도를 따를 것이다.
  
  이란은 서유럽이 미국과 독립적으로 행동할 생각이 없다면 서유럽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인데 그것이 바로 미국이 중국을 그토록 무서워하는 이유다.
  
  중국은 이미 이란·사우디와도 군사·경제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에는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하고 인도와 한국 등을 끌어들이려 하는 에너지 안보 협력이 구성돼 있다. 이란이 그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주권을 갖게 된 이라크와 사우디의 주요 유전 지대가 관련되어 벌어지는 그같은 상황 전개는 미국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또 이라크의 노동운동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만들었던 가혹한 반(反)노동적 법률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라크 노동운동은 조직화를 계속하고 있다.
  
  노동운동가들은 살해되고 있다. 누구에 의한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아마도 저항세력과 과거 바트당원들, 그리고 또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노동운동가들은 이라크 역사에 뿌리를 깊게 박은, 머잖아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거대한 민주화의 힘을 형성하고 있고 점령군들에게도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서방 세계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주권을 방해하고 있는 점령군들의 편에 서 있을 것인가? 이라크 민중들의 편에 서 있을 것인가?
  
  (번역 황준호)

노엄 촘스키/美 MIT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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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중국과 볼리비아 동맹

"중국은 볼리비아의 정치적ㆍ이상적ㆍ실용적 동맹국"
중국 방문한 모랄레스, 천연가스 개발 지원 요청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0 일 (화) 19 : 12   
 

  중국을 방문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을 '이상적 동맹국'으로 선언하고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개발에 대해 중국의 도움을 요청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중국 기업의 볼리비아 투자 및 경제건설 참여에 합의했다고 〈신화통신〉등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중국은 볼리비아의 이상적 동맹국"
  
  볼리비아의 최초의 인디오 출신 대통령 당선자인 모랄레스의 중국 방문은 남미 국가들과의 개발 연계를 희망하는 중국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중국은 연료와 원자재를 공급받고 발전기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꾀하고 있으며, 반미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는 모랄레스의 방중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중국을 방문해 중국정부가 공산 혁명 이후 달성한 성과들에 경의를 표한다며 "중국은 볼리비아 국민들의 정치적ㆍ이상적ㆍ실용적 동맹국"이라며 중국을 치켜세웠다.
  
  오는 22일 취임할 모랄레스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사진취재를 위한 포즈를 취하면서 "나는 (대통령 당선자로서) 새로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는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며, 나는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을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풍부한 천연가스 가진 볼리비아…세계 각국에서 환영받아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을 방문해 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연합뉴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모랄레스 당선자는 회담을 갖고 양국의 경제협력과 투자ㆍ무역 등의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강력하고 훌륭한" 중국 기업이 볼리비아에 투자하고 경제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후 주석은 양국이 기술과 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자고 대답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앞서 8일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볼리비아 새 정부가 천연가스 국유화 계획을 실현시킨 이후에 중국이 천연가스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모랄레스 당선자의 가스산업 국유화 계획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을 긴장시켜 왔다.
  
  모랄레스의 경제 담당 고문인 카를로스 빌레가스는 모랄레스 당선자가 천연가스를 지금과 같이 헐값에 수출하기보다는 부가가치 높은 자원으로 변화시켜 가스 산업을 볼리비아 국민들의 것으로 만들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도 같은 요청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유럽과 남아프리카를 포함하는 세계 순방 일정의 일환으로 중국을 방문했으며 중국 방문에 앞서 쿠바, 베네수엘라, 스페인, 프랑스를 순방했고 9일 중국을 떠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을 방문할 예정이다.
  
  에너지 확보를 둘러싸고 세계 열강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는 각국에서 환영을 받았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볼리비아의 채무 대부분을 면제해주기로 했으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볼리비아에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상하이 일간지 〈동방조보〉는 서방 언론들이 볼리비아가 쿠바 및 베네수엘라와 반미 통일진영을 구축하고 있고 스페인 및 프랑스와는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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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김정일 방중, 경제협력 우호과시 목적

방중 김정일, '천지개벽' 상하이 먼저 찾나
러시아 방문설도…'경제협력'·'우호과시' 목적인 듯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1 일 (수) 10 : 48   
 

  중국을 방문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번째 도착지가 지난 2001년 '천지개벽' 발언을 했던 경제도시 상하이인 것으로 알려져 경제협력을 위한 양국간의 협조 체제 구축이 이번 방문의 첫번째 목적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중국을 거쳐 오늘(11일) 러시아를 향해 출발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중국의 지도자들과는 만나지 않았다"고 보도해 그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김원기 국회의장의 상하이 일정 취소설도
  
  상하이 방문설을 제기한 상하이의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10일 밤 전용열차편으로 상하이로 이동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현지 시각 10일 오전 7시 신의주 건너편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역에 도착한 뒤 선양(瀋陽)을 거쳐 베이징(北京) 인근 지역으로 간 것 같다"면서 "그러나 김 위원장 일행의 1차 목적지는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전용열차의 이동경로를 생각할 때 김 위원장은 11일 오전중 상하이에 도착한 뒤 비공식 일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하이 체류일정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서는 현재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베이징을 거쳐 11일 상하이를 찾을 예정이었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상하이에 먼저 방문함에 따라 의전상의 문제로 김 의장이 일정을 변경해 광저우를 먼저 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국회의장비서실 관계자는 11일 "김 의장이 11일 상하이에 갈 예정이었으나 출발하기 하루 전인 7일 일정이 바뀌었다"며 "11일에는 일단 광저우에 갔다가 다음날 상하이로 간 뒤 또다시 광저우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위한 '경유 코스'로 중국을 지난다는 것은 여행 경로상 적절치 않고, 김 의장의 방문지가 이처럼 '기형적'으로 변한 것들을 볼 때 러시아 직행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도 러시아 정부가 김 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천지개벽' 상하이 다시 찾는 속내는?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우선 북한 경제를 급속도로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금융제재를 풀기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같은 단기적이고 1차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 외에도 보다 큰 틀에서 북중 우호 관계의 진전을 과시하고 경제협력을 한층 진전시킨다는 것이 이번 방문의 진짜 목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정철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 수석연구원은 "북한은 중국과의 우호를 과시하면서 큰 틀에서의 경제협력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고 큰 문제가 있을 때 중국을 우선 방문하면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고 경제 개혁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번 방문의 의미를 설명했다.
  
  중국의 입장에 대해 이 박사는 "9.19공동성명 후 중국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무관하게 북중 관계를 진행시킨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정책이 어떻든지 북한을 품고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첫번째 방문지가 상하이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방문의 목적이 경제 개혁의 모델을 구상하고 양국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게 된다.
  
  김 위원장은 2001년에도 전용열차편으로 상하이를 방문해 도시의 발전상을 본 뒤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 이듬해 경제개혁 조치인 '7.1 경제개선관리조치'를 추진했다.
  
  후진타오 주석 2개월만에 다시 만나나
  
  이에 따라 5년만에 다시 상하이를 찾게 되는 김 위원장의 행보가 북한이 향후 경제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극비리에 이뤄진 것이어서 중국 일정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하이를 방문한 뒤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2개월 전 평양에서 가진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 때 합의한 경제협력 및 지원 확대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깊이있게 협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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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6자회담 물밑 흐름 활발

6자회담 재개 물밑 움직임 활발
송민순 차관보 "다음 회담 시기 등 1월중 윤곽이 나올 수 있어"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1 일 (수) 17 : 47   
 

  새해를 맞아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조용한 움직임'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송민순 "조용한 외교가 중요하다"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지난 9~10일 양일간 중국을 비밀리에 다녀온 데 이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중·일 3국을 방한하는 등 관련국의 핵심 담당자들이 활동을 개시했다.
  
  송민순 차관보는 11일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 주최 토론회에서 방중 사실을 공개하고 "다음 회담의 시기 등에 관해 1월 중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 차관보는 "조용한 외교가 중요하다"며 "관련국 사이에 많은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송 차관보의 중국 방문은 차관보의 3국 방문과 연계돼 금융 제재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힐 차관보는 11일 일본을 거쳐 오후 10시 20분 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한다.
  
  힐 차관보는 12일 오전 송 차관보와 만나 비공개 회의를 갖고 6자회담 재개방안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의견을 나눈 후, 오전 10시 40분 경 중국 방문을 위해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이다.
  
  실무 책임자들의 접촉 외에도 중국을 방문중인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수뇌부들과 6자회담과 관련한 모종의 협의를 할 것이 확실시 된다. 또 19일에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도 6자회담 속개와 실질적 진전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은 약해 보이지만 강한 합의"
  
  한편 송 차관보는 이날 평화네트워크 토론회 '6회담의 미래와 한국의 북핵외교'에서 미국이 대북한 금융제재 문제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그로 인한 공동성명의 폐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차관보는 공동성명 발표 직후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의 문제제기와 북한의 선(先)경수로 제공 주장이라는 두 개의 '풍랑'을 만났지만 9.19공동성명은 목표와 원칙에 대해 합의한 것이기에 "끝의 시작이 아닌 시작의 끝"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이행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성명은 이웃집 사이의 약속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공회당에서 약속한 것"이라며 "어떤 누구도 먼저 배에서 뛰어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어느 누구도 쉽게 먼저 약속을 파기하지 못할 약속이기 때문에 "9.19공동성명은 그런 면에서 강해 보이지만 약한 합의가 아니라 약해 보이지만 강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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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김정일 중국 왜 갔나? 미국 &quot;북핵지지가 목적&quot;

'김정일 방중'을 보는 미국의 시선은?
WP "후진타오에 '북핵 지지' 요청이 목적"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2 일 (목) 15 : 21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두터운 베일에 싸여 있는 가운데 미국에 의한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북중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경제협력·개혁 논의 배제…'단기적' 해석 주종
  
  김 위원장의 방문을 보도한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의 11일(현지시간)자 기사는 이같은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주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거나 그 시각을 형성하는 데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 신문들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해석하는 방식은 주목을 끌 만하다.
  
  두 신문이 김 위원장 방중의 주된 목적으로 꼽은 것은 6자회담 교착상태의 타결이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주도국이자 유일한 '우군'인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예정에 없던 중국행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신문들은 특히 금융제재를 풀지 않으면 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던 지난 9일자 북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그같은 입장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고 해석했다.
  
  신문들은 그러나 금융제재 해제라는 '단기적' 분석에만 힘을 실을 뿐 양국의 경제협력과 북한의 경제개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NYT는 베이징발 기사에서 6자회담이 난관에 부딪힌 시점임을 강조하며 "김 위원장과 중국 정치 지도자들의 대화는 교착상태에 놓인 6자회담에 관한 것이라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NYT는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예상되긴 했지만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번 방문이 급작스럽게 결정됐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편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북핵문제와 금융제재는 별도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행정부 당국자와 의원들은 시간만 끌면서 결론이 나지 않는 북핵 6자회담을 계속하는 게 과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워싱턴 정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뭔가 화급한 일 있었을 것"
  
  WP 역시 "후 주석이 지난해 10월 말 북한을 방문,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불과 몇 달만에 또다시 북중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두 사람이 회담을 갖는다면 김 위원장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대치 상태와 관련해 후 주석의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WP는 북중 정상이 회담을 한다면 "뭔가 화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매우 드문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을 보면,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에게 6자회담을 포기하겠다고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이 신문은 외교소식통 및 정치분석가 등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조치가 없는 한 자국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직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10일 러시아로 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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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러시아 VS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경쟁

"20세기는 석유, 21세기는 천연가스 경쟁의 시대"
〈해외 시각〉 우크라이나, 가스공급 중단 여파로 내각 불신임 위기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2 일 (목) 18 : 19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쳔연가스 공급 중단 여파로 우크라이나 의회가 내각을 불신임하는 등 우크라이나 정계가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제까지의 우호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을 내라며 무려 4배의 가격인상 요구와 함께 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2배 인상으로 간신히 러시아를 달랬지만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의회가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가스 공급 중단은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천연가스는 이제 단순한 에너지자원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국가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국제정치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와 관련 , 미국의 군사ㆍ안보ㆍ에너지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 교수(뉴햄프셔대 교수)는 최근 시사주간지 네이션〉(1얼 23일자)에 기고한 글을 통해 20세기가 석유 쟁탈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천연가스 쟁탈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가스의 지정학(The Geopolitics of Natural Gas)'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클레어 교수는 20세기의 에너지 석유는 점차 고갈되가고 있는 반면, 천연가스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매장량이 남아 있다며 이에 따라 산업화된 국가들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점차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이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상위 5대 생산국이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 국가들이 천연가스 파워를 앞세운 국제정치 게임을 벌여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가스에 대한 세계적 수요 증가는 소비국과 그들의 주요한 공급국들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수의 국가가 천연가스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가스는 국제 사회의 세력판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천연가스를 두고 인도와 파키스탄 등 앙숙이던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협력관계가 이뤄지는가 하면, 중국과 일본 등은 천연가스가 묻힌 해역의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등 천연가스는 국가간 협력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글의 원문은 (http://www.thenation.com/doc/20060123/klare)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기사 전문이다. 〈편집자〉

  
  '천연가스의 지정학(The Geopolitics of Natural Gas)'
  
  에너지 지정학의 치열한 싸움터에서 천연가스가 새로운 최대의 먹잇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세기가 석유 경쟁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천연가스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 이 글이 인쇄될 즈음,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서유럽 및 중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정상화시켰다. 지난 1월 1일에 우크라이나에게 이제까지의 할인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을 내라고 요구하며 가스 공급을 대폭 축소한 지 사흘만이었다. 가격 문제가 강조되긴 됐지만, 러시아 관리들은 내심 우크라이나의 친서방적 지도자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을 징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에너지 공급을 축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 혁명의 설계자인 유시첸코 는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등에 추파를 던졌었다. 가즈프롬의 수송관은 우크라이나를 통과해 서유럽으로 가는데 서유럽은 이 수송관에서 공급되는 가스의 4분의 1을 러시아에서 사들이고 있다. 결국 감소된 공급의 일부분을 우크라이나가 빨아들이고 나면 다른 나라들에게는 매우 작은 양만이 남겨지며, 이는 겨울의 초입에서 에너지위기의 공포를 촉발하게 된다.
  
  △ 동중국해 해저 가스전의 소유권을 놓고 중국은 이 지역에 군함을 파견하고, 일본은 중국이 가스채굴을 시작한다면 '대담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양국간 분쟁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이 영유권 분쟁은 베이징과 도쿄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켰으며, 양국 국민들의 강력한 민족주의적 반응을 촉발시켰다. 지난해 4월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일어난 거대한 반일 시위의 원인 중 하나는 일본 민간기업의 동중국해 시추를 허용하겠다는 일본정부의 발표였다. 가까운 장래에 이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 약 1년 전 인도가 이란에서 파키스탄을 경유해 자국으로 이어지는 가스 수송관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이 계획을 철회하라고 인도를 압박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그 계획이 이란을 고립시키고 이란의 핵 개발 계획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16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인도 외무장관 나트와르 싱을 만난 후 "우리는 이란과 인도 사이의 가스 수송관 협력 사업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를 인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도는 파키스탄 및 이란과 함께 가스수송관 건설 계획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천연가스 의존비율 증가한다
  
  미국의 천연가스 의존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전체 에너지 공급의 대략 4분의 1을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최대 에너지원인) 석유 다음이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천연가스 공급량 및 가격의 변동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기록적으로 상승한 올 겨울 이같은 취약성이 분명히 드러났으며, 특히 빈민계층의 고통이 컸다. 천연가스는 대략 미국의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4%, 가정 난방용 연료의 45%, 농업과 산업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및 석유화학제품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또한 대체연료 개발의 새로운 유망주자로 떠오른 수소연료의 원료로 이용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대부분은 북미 대륙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러나 (북미대륙의 천연가스는) 빠른 속도로 매장량이 고갈되고 있으며 개발 가능성이 있는 가스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가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공장들은 카타르,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해외 공급자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가스를 사들이고 있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근본적인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국 공급처에 더욱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는 국가안보에 대단히 중대한 위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일본과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간 세계적인 석유 생산은 계속 줄어들 것인데, 이에 따라 산업화된 국가들은 더욱 더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천연가스의 세계 매장량은 2004년에 6,076조 입방 피트이다. 에너지 산출량으로 환산하면, 이는 대략 1조 940억 배럴의 석유와 동일하며, 현재 석유 매장량의 92%에 해당된다. 그러나 매년 사용되는 석유의 매장량 대비 비율은 2.5%로 천연가스의 매장량 대비 사용량 비율 1.5%보다 많다. 따라서 석유 공급이 부족해진 후에도 천연가스는 상대적으로 풍족한 상태일 것이다. 게다가 오지지역의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가스 자원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를 기존 매장량에 합치면 세계 에너지 수급의 방정식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천연가스가 석유나 석탄보다 더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에(같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천연가스를 땔 경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석탄의 절반, 석유의 3분의 1이다) 교토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야 하는 국가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다. 유럽의 경우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중 천연가스의 비율이 2002년 18%에서 2030년에는 29%가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의회 또는 부시 이후의 행정부가 (교토협약에 가입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줄이고자 한다면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 인도와 같이 석유나 석탄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개발도상국들 또한 천연가스로 전환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천연가스 소비는 200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약 7%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의 소비율 증가보다 5배나 많은 것이며, 세계의 그 어떤 주요 산업국보다 가장 큰 것이다. 한국과 인도 또한 가스 소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들이다. 이런 통계는 한국이나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들이 왜 그토록 적극적으로 가스의 추가적 공급 확보에 나서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가스 소비국과 공급국 사이의 관계
  
  또한 가스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 증가는 주된 가스 소비국들과 그들의 주요한 공급국들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연가스의 지정학에서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가스 공급의 대부분을 소수의 국가들이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가스 매장량의 76%를 10대 가스 생산국들이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상위 5대 생산국(러시아, 이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이 거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는 이들 국가들이 국제적인 가스 공급에서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스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가스 공급의 26.7%를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는(미국은 2.9%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에너지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지난 2004-2005년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비슷한 양의 가스를 생산해냈지만(미국은 5,430억㎥, 러시아는 5,890억㎥) 미국의 생산량은 전체 매장량의 10%나 되는 반면, 러시아는 매장량의 1%에 불과했다.
  
  러시아는 이미 유럽에 대한 주요 가스 공급국가이며, 새로운 수송관이 건설된다면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한국과 중국, 일본, 심지어는 미국에게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유럽에서의 지배적 입지를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는 과거에 그러한 시도를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2000년 12월 러시아는 그루지야공화국에 대한 가스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는데, 당시 그루지야 사람들이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 등 그루지야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중요한 지역 문제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을 존중해 주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도 이 같은 전술의 다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관리들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에서 가즈프롬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가즈프롬은 유럽에 대한 공급의 대략 40%를 담당하고 있는데, 북해 가스전이 고갈돼감에 따라 가즈프롬의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언젠가는 모스크바가 유럽의 천연가스 소비국가들로부터 정치적 양보를 쥐어짜내기 위해 유럽 최대의 천연가스 공급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할 것을 우려하는 유럽연합 관리들은 에너지 조달의 다양성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란 또한 천연가스의 주된 생산국가 중 하나다. 핵무기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는 부시행정부의 외교적 압박에 직면한 이란은 유럽 및 아시아의 친이란 국가들과 함께 천연가스의 공동 생산 및 수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에만 이란은 프랑스ㆍ이탈리아ㆍ노르웨이ㆍ터키ㆍ일본ㆍ인도의 회사들과 함께 페르시아만 해저가스전의 공동 개발 및 유럽과 아시아로 통하는 수송관의 설치를 위한, 여러 개의 수십억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러한 공동사업 추진은 2004년 10월, 중국국영석유화학총공사(Sinopec)와 1000억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킴으로서 절정에 달했다. 향후 25년간 이란과 중국이 액화천연가스(LNG)을 공동 생산, 수출한다는 내용인데,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이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외국 파트너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 모든 계약들이 상업적으로 일리 있는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이란은 미국과 대결하게 될 경우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동맹국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같은 계약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카타르는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워싱턴과의 관계 강화, 나아가 미국의 방위우산 속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2003년 계약된 100억 달러 규모의 25년 계약에 따라 엑슨모빌은 카타르에 세계에서 가장 큰 LNG 선적 시설을 세울 예정이다. 여기서 선적된 액화천연가스(LNG)는 대부분 미국으로 운반돼 다시 천연가스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미국 걸프만 해안의 항구 도시들에 새로운 LNG 터미널들을 만드는 거창한 사업이 벌어져야 한다.
  
  카타르와 같이, 세계의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지역은 대부분 최대 수요지와 매우 멀리 떨어져있다. 가스를 먼 수요지까지 공급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역시 수송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와 유럽, 그리고 구 소련에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천연가스 수송관들이 건설되었고, 또 많은 수송관들이 건설 중이다. 이 가스 수송관은 땅에 건설하는 것이 가장 쉽고, 지중해나 흑해와 같은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에도 건설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이 때문에 지중해와 흑해 등의 해저에는 수많은 가스 수송관이 바다를 가로 지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태평양이나 대서양과 같은 깊고 큰 바다를 지나가는 가스 수송관을 짓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미국이나 일본까지 가스를 운반할 때는 배를 이용해야만 한다. 땅에서 채굴돼 바로 대기 중인 배에 싣는 원유와는 달리, 가스는 반드시 매우 낮은 온도(섭씨 영하 160〫〫도)로 급속 냉각시켜 액체로 만든 후에 거대한 냉동선에 실려 운반되며, 이를 받은 국가에서는 거대한 기화공장에서 다시 온도를 높여 가스로 변환하게 된다. 이 과정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들어 에너지 낭비이며, 수송관을 통한 배달보다 덜 매력적인 운송 방법이다. 하지만 점점 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 때문에, 더 많은 국가들이 자신들의 항구에 LNG 터미널을 건설하려 하고 있으며, 이란ㆍ카타르ㆍ나이지리아 등 주요 가스 공급국들과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
  
  천연가스로 소원했던 국가 사이의 협력 증대하기도
  
  수송관을 통해 운반되든 선박으로 운반되든 간에 천연가스의 교역 증대는 오랜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협력사례에서 보듯 국제 협력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 모두 높은 경제 성장률을 지속시키기 위한 에너지 확보에 필사적인 것이다. 지난해 6월 양국 에너지 장관은 이란-파키스탄-인도에 이르는 40억 달러 규모, 1,700마일의 수송관 건설을 위한 공동실무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물론 부시행정부가 인도나 파키스탄에 압력을 가해 이 계획을 취소시키지 못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인도는 또한 천연가스를 찾기 위해 동쪽으로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월 인도 관리들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관리들을 만나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를 거쳐 인도로 오는 가스 수송관의 건설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이러한 행동은 악명 높은 인권 문제로 미얀마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계획을 좌절시킬지도 모른다.
  
  러시아와 중국, 일본 그리고 남북한 사이에서도 천연가스 수송과 관련된 협력이 증대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의 중심에는 러시아 극동 사할린섬 근해에 매장돼 있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있다. 이 지역에 묻혀 있는 가스를 국제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엑슨모빌, 로얄 더치/셀과 같은 거대 에너지회사들은 사할린섬 남단에 거대한 LNG 시설과 함께 최소한 하나 이상의 수송관을 건설할 예정이다. 수송관은 사할린에서부터 중국 북부 지역으로, 또 다른 하나는 일본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비전 있는 인사들은 주수송관에 지선을 만들어 북한을 경유해 남한에 이르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만일 이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이미 개선되고 있는 남북한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한편, 만약 미국의 태평양 연안 혹은 캘리포니아 반도에 LNG 가스화 설비가 건설된다면 이 지역의 천연가스는 LNG로 전환돼 미국이나 일본에 선박으로 운반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천연가스의 수입을 두드러지게 늘리고자 한다면, 더 많은 LNG 터미널을 미국 항구에 건설해야 한다(현재 미국에는 4개만이 가동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망은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들과 환경운동가들부터 상당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들은 LNG시설의 폭발, 또는 다른 환경재앙 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언론이나 대중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이, 지난해 7월 미 의회는 새로운 에너지 계획의 하나로 미래의 LNG 터미널 건설부지 선정에서 연방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연방정부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서양과 태평양 연안에 더 많은 천연가스 관련 시설이 세워질 것이며 미국의 해외 천연가스 의존도도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영유권 분쟁으로 군사적 충돌까지 발생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한때 소원했던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증진시키고 있는 반면, 유전 및 가스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종종 마찰 뿐 아니라 심지어 군사적 충돌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런 마찰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그리고 대한해협 등 해저영토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탄화수소 연료가 상당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유와 가스가 함께 묻혀 있거나 혹은 가스만 단독으로, 또는 대한해협처럼 가스수산화물(메탄과 얼음으로 구성된 결정체의 물질로 천연가스로 전환이 가능함)이 매장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지역들에서는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경쟁국가들이 폭력적, 위협적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각각의 경우에서 미국은 분쟁 당사자의 어느 한편(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이러한 갈등 중에서 가장 격렬하고 장기적인 충돌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중국해는 가스와 석유가 상당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이다. 남중국해와 맞닿아 있는 브루나이,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은 모두 200마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들의 배타적 경제수역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어 이 해역을 점점이 수놓고 있는 작은 섬과 산호초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각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최대 강국인 중국은 이 지역의 모든 섬들에 대해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물론 그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있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공격적이다. 중국은 몇 차례에 걸쳐 이 지역에 나타난 베트남과 필리핀 선박들을 쫓아내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몇 차례 시도했었지만, 중국은 그 섬들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몇몇 작은 섬들을 지키기 위한 파견군의 규모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일본은 2건의 해상 영유권 분쟁의 당사자이다. 하나는 앞에 말한 동중국해 가스전과 관련한 중국과의 분쟁이며, 또 다른 하나는 대한해협에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대략 비슷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작은 섬들(독도: 역자)을 둘러싼 한국과의 분쟁이다. 여기서도 양국은 배타적 경제수역이 서로 겹치는 문제로 인해 분쟁 중이며, 분쟁지역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너지 자원의 소유권 문제가 걸려 있다. 천연가스로 변환이 가능한 가스수산화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아직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양측의 군함과 비행기들이 분쟁 지역을 순찰하며 때때로 군사적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협적인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협력을 하는 편이 일방적 행동을 통해 얻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천연가스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의 증가는 주요 공급국들과 수요국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더욱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에너지 수요는 열강들의 의제 설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오랫동안 석유의 그늘에 가려져왔던 천연가스는 세계무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번역: 여정민〉

마이클 클레어/미 뉴햄프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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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북중간 경협 확대

"北, 올해 여러 경제개선 조치 취할 듯"
류길재 교수 "당분간 후계자 논의는 어렵다"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3 일 (금) 14 : 42   
 

  북한이 올해 경제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 관련 긍정적 평가…새로운 경제조치 나올 수도"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2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에서 주최한 정책포럼에서 '2006년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본 북한'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올해 공동사설에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서의 결정적 전환'이라는 이례적 표현이 나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1994년에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로는 김 주석이 매년 1월 1일 발표하던 신년사를 대신해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신문에 공동사설을 게재해 오고 있다.
  
  류길재 교수는 올해 공동사설 중 "지난해에 우리는 사회주의 경제건설 분야에서 최근 몇 해 동안 해놓은 일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룩하였다"는 부분에 대해 "북한이 올해 지난 10년의 공동사설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경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12일 "북한이 올해 물가 인상등에 관한 획기적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류길재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2004년의 2.2%보다 높게 추정하고 있다"며 북한이 지난해 경제실적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경제개선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교수는 또 지난해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최근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등을 볼 때 "북중 간 경제협력이 계속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며 북중 간 경협의 확대도 북한의 경제개선 노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금년의 관전 포인트는 상반기에 북한이 (7.1 경제개선조치에 이어) 또 다른 개선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설이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공동사설은 올해의 목표와 희망을 담은 것일 뿐"이라며 "핵문제 등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부딪힌 여러 난관으로 북한이 의지가 있어도 그것이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인민경제를 개건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사업'에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획기적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후계자 내세울까?"
  
  그는 "혁명의 3, 4세들을 정치사상적으로 튼튼히 준비시켜"와 같은 표현이 공동사설에 등장하지만 "이를 후계구도와 연결시켜 보는 것은 무리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권력 세습을 가시화하는 것은 체제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핵문제 타결이 중요하다며 "그 전까지는 후계자 구도가 가시화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사설에 언급된 '거족적 미군철수 투쟁'에 대해서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북미 간 긴장을 남한의 진보단체와 연대해 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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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중국만 이란핵 유엔안보리 회부에 유보적 입장 표명

中, 이란核 유엔 안보리 회부에 '유보적 입장'
부시 "외교적 해결 추구"…라이스 "유엔 조치 촉구"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4 일 (토) 11 : 09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3국과 러시아가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이 유엔 안보리 회부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다.
  
  왕광야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13일(현지시간) 이란 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 대해 "그렇게 되면 일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우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왕 대사는 이날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순간 이란은 (핵협상 상대국인) 유럽연합 3국과 협력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대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이란 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와 관련해 투표를 실시할 경우 중국이 취할 입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이 같은 유보 입장은 중국이 이란 석유의 3대 수입국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유보 입장을 밝힌 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진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와 이란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 노력 이후 '차후 수순의 논리적인 단계'는 유엔 안보리 회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12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유엔의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제 이란에 보낼 강력한 메시지가 뭔지 강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란의 비밀 핵활동 그 자체뿐 아니라 이란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적을 무시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국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잇는 제재가 무엇인지, 그 제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지지를 얼마나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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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김정일 중국 왜 갔나

"김정일 訪中은 '경제개혁조치 구상' 목적"
일본 언론들 "김 위원장, 광저우-선전 등 경제특구 시찰"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4 일 (토) 14 : 20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3일 오전 광저우 바이톈어(白天鵝) 호텔에서 일본 〈N-TV〉 카메라에 포착되고 일부 선전 주민들이 김 위원장을 선전에서 봤다고 증언하는 등 김 위원장이 광둥성을 시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언론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경제 재정비를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식 개혁' 학습 목적으로 광동성 시찰?
  
  〈요미우리 신문〉은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중국식 개혁'을 학습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며 김 위원장이 이번 시찰 이후 새로운 경제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N-TV〉 카메라에 잡힌 광저우는 광둥성의 성도로, 북한 경제개혁 모델로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는 판단이 이 같은 분석의 근거다. 광둥성은 중국의 5개 경제특구 중 3개가 자리 잡고 있어 중국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지역이다.
  
  김 위원장의 광저우 방문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 행보의 목적을 분석하는 이들의 근거에는 작년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방북 당시 후 주석이 '중국식 경제개혁'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던 점도 포함돼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방북 당시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개혁ㆍ개방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설득한 바 있다. 후 주석의 얘기에 대해 김 위원장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많은 성과가 있었으며 중국의 국력을 비상히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을 뿐 북한이 중국의 개혁ㆍ개방 노선을 뒤따라갈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을 찾은 것이라는 초기 예측과 달리, 중국 남부 도시들을 둘러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쨌든 이번 방중이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와 연관된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방중이 덩샤오핑의 '남순(南巡) 코스'에 비유되면서, 북한이 지난 2001년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 이후 다음해 7월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방중 이후 '제2의 7.1 경제관리개선조치'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과거 7.1 조치가 물가와 임금과 같은 국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제2의 개혁조치는 재정, 금융, 유통 등 산업에 집중된 개혁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광저우, 선전 등 경제시찰 이후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
  
  일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14일에는 경제특구인 선전을 방문할 것으로 추측했다. 선전의 한 고급호텔이 13일부터 16일까지 일반손님의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추측의 근거다.
  
  김 위원장이 선전을 끝으로 경제 순방을 마치면 대략 17~18일 사이 베이징으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언론들은 추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경제 순방 후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은 열흘 안팎으로 이전에 비해 긴 기간의 방문이 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 29일부터 사흘 동안, 2001년은 엿새 동안 중국을 방문했으며, 2004년의 경우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중국을 방문했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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