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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결혼을 하지 않은 후배가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글을 쓰고 읽고, 가르치는 그가 갑자기 글을 읽을 수 없다며 전화를 해서 어찌나 놀랬던지..
볼 수는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아무런 생각이 들진 않는다는 것이다. 서둘러 병원에 가도록 전화로 이야기를 해주면서 난감했던 것은 누가 가장 먼저 그를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연로하신 어머님은 물론 안될 것이고, 형제들이 있지만 다들 결혼한 상태에서 갑자기 도움을 주러 나설 수 있을까 싶고, 결국 직장 동료나 직원이 우선 나서 주길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 친구들이 생각났다. 친구들 중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가 그래도 가장 가능한 지지체계일 듯 싶었다.
다행이 응급조치와 검사를 마치고 원인을 찾기 위해 입원을 하기로 했는데, 병원에 가보니 오빠가 와 계셨다.
후배의 어머니는 유독 귀하고 잘난 아들들을 위해 헌신하신 경상도 분이시라고 했다. 함께 모시고 사는 딸의 열마디보다 오빠들의 한마디를 더 잘 들으시는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빠들에 못지않게 당당하게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안간 힘을 썼을까, 게다가 자궁근종으로 출혈이 엄청날 정도로 심했다는데, 수술을 미루고 또 미루었으니 그 심정 누가 헤아릴 수 있었을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마음이 허허로왔다. 부모로부터 특별한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자라나 자기 힘으로 공부하고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다가 이제 몸으로 힘들다고 말하게 된 친구, 후배, 동료들. 중년을 맞이하는 여성들 중 특히 비혼 여성들, 여러 명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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