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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와 비만이 공존하는 세계


 

 

Oil on canvas; 134 x 100 cm (53 x 39 1/4 in); Musee du Louvre, Paris

 

 

Bartolome Esteban Murillo(1617-1682)의 [The Young Beggar]입니다.

 

무리요는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거장입니다.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연 무리요이지만, 그의 유년시절은 고아로 불우하게 보냈습니다. 무리요가 활동한 스페인의 세비아는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향해 떠난 이래로 식민지 무역의 중심지로서 번영을 구가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활동한 17세기의 세비아는 무역의 중심지가 카디스로 옮겨짐에 따라서 급속하게 몰락하게 되고, 여기에 중세를 휩쓴 페스트가 창궐해서 6만에 가까운 인구가 죽었습니다.

 

이 그림 역시, 폭동과 도둑이 일상이 되고, 거리에는 창녀와 부랑자로 가득찬 세비아에서, 특히 비참한 상태에 있었던 페스트 등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를 그린 그림입니다.

 

일반 서민-혹은, 민중을 그린 유럽의 풍속화들을 보면 북유럽과 스페인의 미술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등으로 대표되는 북유럽의 그림들은 풍자와 번영으로 가득차 있지만, 스페인의 그림에서는 이 그림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무리요의 그림은 일반 민중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것입니다.

 

그가 주로 성모마리아에 관한 그림들을 그렸던 것도 어쩌면 현실의 궁핍함과 비참함을 그림을 통해 희망과 이상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의 모순 속에서 언제나 약자로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이와 여성인 것을 얼마전의 미국의 침략전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굶주린 아이가 17세기 세비아의 거리를 뛰어넘어서, 지금의 현실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에서 이 그림이 주는 감상일 것입니다.

 

 

 



 

한때, 다이어트는 여성의 전유물로서 여겨졌지만, 지금은 다이어트-비만은 여성만이 아닌 남녀노소를 불문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약 60억의 인구 중에 11억정도가 비만에 해당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무의식중에 비만을 하나의 사회의 풍족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비만은 그 사회의 발전과 경제적 여유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습다고 할지 어이없다고 해야할지 지구상의 약 8억정도의 인구가 기아상태에 있다고도 합니다. 단순히 기아가 아프리카만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중남미, 게다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것같은 북미와 유럽에도 기아가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세계 3대 곡물수출국의 하나인 아르헨티나의 일반 민중들이 기아에 허득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단순히 기아가 생산의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곡물의 품종개량과 비료 등의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산량은 과거에 비해서 증가했고, 세계 전체 인구가 먹고 남을 만큼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 지금의 기아 문제는 세계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7초(혹은, 3초라고도 한다)마다 1명의 어린이가 기아로 인해 죽는다는 통계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비만과 기아가 공존하는 이 모순들...

 

게다가 이 기아가 자연현상 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욕심에 의해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라크침략전에 의해 최소한 740만명의 이라크인들이 기아에 빠질 것으로 예측한 유엔보고서 앞에서 우리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충분한 부를 이성적이고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21세기 비만 해결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된 지금, 자연재해와 전쟁, 질병 등에 의해 굶어 죽어가고 있는 현실 앞에서 인간은 평등한 존재가 아닌 것을 깨닫습니다. 의식주,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건조차 주지 못하는 이 세계가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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