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from diary 2010/07/20 23:25

복날의 복 자는 개 복자가 아니라 엎드릴 복자이다.

가을이 슬그머니 찾아왔다가 너무 더워서 어이쿠나 하고 엎드려 숨는다는 날이 복날이다.

복날 즈음에는 적어도 세 번을 김을 매 줘야 하는데,

더운 날씨에 김 매는 게 너무 고되서 개를 잡아 먹었단다.

 

이번 농부학교 들으면서 절기력 배우는 시간에 배운 이야기다.

농사가 잘 되려면 추운 날엔 추워야, 더운 날엔 더워야 한다.

 

올해 날씨가 농사에 별로 안 좋은 날씨라 하던데,

이번 더위에 해 쨍쨍 내리 쬐어 벼들이 여물어지겠지..

 

그나저나 더위에 들에 나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저녁에 집에 오는 길에도 덥다 덥다 하다가

밥 해먹기 싫어 약간 꾀 부릴까 어쩔까

그러다가 대충 멸치랑 김치만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좁은 부엌에서 잠시만 가스불을 올려둬도 어찌나 열이 나는지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고 밥을 짓는다.

 

방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우나가 따로 없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간혹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반갑더니

이젠 그마저도 무심타.

 

이번 주 내내 덥다고 하니 좀 지나면 낫겠지.

나가서 냉수 목욕 하고나면 잠은 잘만 할 것이다.

 

선풍기가 있어도 좋을 것이고, 에어컨이 있어도 고맙기도 하다.

아무리 싫어 라고 해도 더운 열기에 기운 없다가

사무실에서 에어컨에 열기 내리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며칠 전에 친하게 지내는 필리핀 언니가 집이 너무 더워서 힘들다며

울상이었다.

대충 지어진 집이라 온통 열기를 받아들이기만 하고 내 보낼 줄은 모르는 집에

아이들 셋이랑 부부가 단칸방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얼마나 더울까.

나는 그저... 어떡해요... 이사를 해야겠네요 ... 하고

언니는 그래서 보증금을 모으는 중이라고 하였다.

적어도 3백에서 5백은 모아야 이사를 가는데, 아직은 턱도 없는 모양이다.

 

복날은 복날이다.

가을이 왔다가 정말 놀라서 도망갈 날씨다.

그래도 첫번째 복날이 지났고, 두번째 복날이 곧 올 것이고, 세번째가 지나가면

가을이 온다.

어느덧 그렇게 더위가 언제 왔나 싶게 가을이 올 것이다.

 

사우나는 그만하고, 냉수 목욕이나 하고

특히나 열을 뿜어내는 노트북이랑 얼릉 꺼버리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더위가 불러온 잡생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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