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적 글쓰기?

from diary 2010/08/10 14:54

현재 진행되는 논쟁에 약간 개입하였었는데,

이후에 약간의 자기 반성과 함께 그냥 한발 물러나 있기를 택하였다.

 

이 복잡한 논쟁 속에서 난 계속 왠지 모를 답답함이 있으며, 그것을 찾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그냥 이후의 지속적 고민을 위해 몇가지만 정리해두련다.

 

 

여성의 성적대상화: 여성은 누구인가.

여성의 성적대상화는 왜 문제가 되는가.

 

일단 여기서의 여성이 자칫 생물학적 여성 그 자체로 말하여지는 것에 대해 조금 우려스럽다.

대상화되고 있는 것은 실제 여성일까, 아니면 성적인 것으로 재현된 여성인가.

이 논쟁에서도 김모씨 개인에 대한 성적 묘사와 여성에 대한 대상화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또한 지배계급에 대한 희화화냐, 여성에 대한 대상화냐 하는 논란도 있는 것 같다.

 

문득, 아주아주 오래전에 한 십여년 전에 모대학에서 있었던 논란이 떠올랐는데,

어느 노조가 농성을 하다가 공권력에 의해 내쫓기게 된 사건 이후

공권력에 의한 '강간'이라는 묘사를 어느 단위에선가 했었고,

이 묘사는 학내를 뜨겁게 달구었다.

물론 이 묘사에서 '강간'당한 것은 여성이 아니라

여성으로 재현된 노동조합이었다.

 

문제는 실제 어떤 여성을 대상화한 것이냐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여성'의 위치에서 대상화될 수 있다는,

다시말해 지배계급이 '여성'의 위치에 놓이면서

혹은 남성이 '여성'의 위치에 놓이면서 극적인 희화화가 가능해지는 구성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다시, 지배계급과 관련된 부분으로 돌아와서

설령 김모씨의 자리에 이모씨가 있다고 치자.

그 묘사는 지배계층을 '여성'으로 재현하면서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즉, 우리가 글 속에서 재현시키는 여성은 그래서 희화화되고 조롱할 수 있는 여성은

이미 어떤 방식으로 재현된 여성이다.

 

성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표현할 수 있고, 무엇을 표현할 수 없는가.

실제 표현가능한 것은 재현가능성을 말하는가.

재현가능하다는 것은 곧 이미 규정된 어떤 것을 상정하고 있는 것인가.

상상에는 규제가 없다. 상상 속에서 나는 어떤 남성, 혹은 어떤 여성 (여기서는 생물학적, 구체적 누군가)를

대상화하기도 한다. 이런 내 상상은 완전 자유로운 내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 것인가.

상상의 영역 속에서는 매우 과도하게 재현된 남성성과 여성성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를 다 발화하는 것이 나의 자유를 보장하는가.

아니면 나는 이런 나를 끊임없이 수정해야 하는가.

 

그래서 난 여성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어떤 규정성에 저항하고 싶은 것일까.

 

우리에게 있어 여성(women)은 버틀러가 얘기하듯 재현불가능한 어떤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대상화될 수도 없고, 호명될 수도 없고,

 

당신이 재현하고 있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없을까.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실재는 모두 사라진 채 관념만 남아 있는 것이 되어버리는 걸까.

 

여성연대를 이야기한다면, 그 여성은 누구를 지칭하는가.

나는 그 안에 포함되는가.

혹은 그 말에 화답한 자들이 포함되는가.

 

 

여성주의 논란은 늘 어려운데,

사실 조금 알면 더 어렵다.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무언가에 걸려있는 느낌이 든다.

여성주의/반여성성이라는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들이대게 되고,

 

뭔가 어떤 식으로 말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여성주의야 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 같아서

(물론 아니다!)

마치 맑스주의 교리에서 벗어나면 맑스님은 그렇게 얘기 안 했거등?

이런 것과 비슷한 갑갑함이 있다.

 

물론 아닐 것이다.

 

이건 내가 느끼는, 대학 때부터 학내 여성운동을 그냥 바라보는 사람으로 있었던 위치에서 느끼는

일종의 경외감일지도 모르겠다.

오답 말하기의 공포.

 

이건 내가 넘어서야 하는 부분이다.

오답도 없고, 정답도 없고,

사람이 있을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재현된 여성에도 나 자신을 동일시할 수 없다.

주류가 재생산하고 구성하고 있는 젠더,

소위 여성주의가 구성하는 젠더

 

그래서 난 여전히 여성주의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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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14:54 2010/08/10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