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from diary 2010/08/17 10:08

니나님의 [더럽다고 지적받는 기분] 에 관련된 글.

한 분이 덧글에서 억지로 씻겨졌다는 얘기를 쓰셨는데,

오늘은 이 분들 또 쑥덕거리기 시작하더니

비누가 없냐며 비누를 갖다주시고

그 순간 눈 앞에 놓인 비누가 산처럼 거대해 보이기도 하다가

저 멀리 아득해 보이기도 하다가

결국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따를 수밖에 없는 수영장 권력자들의 룰....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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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와 청결에 대한 좀 다른 이야기

 

#1. 네팔분과 결혼한 한 언니가 네팔에서 몇 개월간 머물 때였다.

이 분은 아무런 생각 없이 늘 그래왔듯 그곳에서도 비누를 사용하였고,

네팔에서도 어느 시골마을에서 머무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동네 꼬마아이들은 손으로 뽀드득 문지르면 하얀 거품이 나오는 비누가 신기했는지

아니면 먼 나라에서 온 새색시가 얼굴도 뽀얀 것이

비누를 써서 그런가 하여 부러웠는지

비누를 쓰는 언니를 무척이나 동경하는 듯 하였다 한다.

 

#2. 우리 조카는 이제 막 첫돌을 지났다.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 언니와 형부는 처음엔 아이가 똥만 싸도

거의 반 목욕을 시키곤 하였다.

덩달아 나도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와라 대야를 헹궈와라

수건을 갖고 와라 온갖 잔심부름에 동원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냥 물휴지로 쓰윽 닦아주고 마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왠 변화인가 하였더니

늘 물로 닦아주는 것에 길들여진 아이는 나중에 늘 물로만 닦도록 습관이 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헐.....;

 

#3. 필리핀에 머무를 때 현지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를 썼다.

그곳 화장실은 전부 중간커버가 없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그래서 엉덩이 들고 싸기 신공을 연마하는 것이 한국인 학생들의 시련이었다.

한국인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고부터 화장실 내에는 화장지 등이 둥둥 떠 있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

내부의 청결도도 급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필리핀 학생들은 늘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물통에 물을 받아서 들어가기 때문에

화장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놀라운 것은 한국 학생들이 필리핀 학생들이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다고

욕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많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결국 주범이 그들이 아니라 한국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 했지만.

난 사실 필리핀 방식의 화장실 문화를 배우고 싶었는데,

물어보기가 뭣 하여서 배우지 못하였다.

가장 궁금한 것은 물로 닦고 그 물은 어떻게 닦고 나올까 하는 점이었는데,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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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0:08 2010/08/17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