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처음 대출이란 걸 받아봤다. 대출계에 앉아있는 은행원은 미간에 내천자가 깊이 새겨진 나-스트레스-엄청-많아 스타일의 남자였다. 대기인은 내 앞에 1명 밖에 없었지만 30분이 넘게 기다려야했고, 그는 끊임없이 고객과 상담하는 동시에 전화를 받아내고 있었다. 번호표에 익숙하지 않은 할아버지들은 자꾸만 그에게 통장을 들이밀었고, 그는 계속 기다려달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기다림의 짜증은 그에게로 향하지 못하고, 월복리니 채권이니 주식이니 하는 신규상담 창구직원의 목소리는 자꾸만 귀에 날아들었다. 일요일에 월세 보증금을 내고나면 내 통장에는 얼마나 남아있을까. 이리저리 계산을 해보다가 그냥 관두기로 했다. 어떻게 되겠지. 대출을 받아 통장에는 그득한 돈이 들었지만, 며칠 후면 제로가 될 것이다. 월세를 좀 줄여보겠다고 이런 짓을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합리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또 이사를 할 것이고, 이 이사가 스무살 이후 열번째인지 열 한번째인지도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이사를 도와줄 건장한 남성 한 명이 필요하다는 용달서비스 아저씨의 말에 이리저리 주변의 남성들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보았지만, 연락할 사람이 없다. 냉장고 따위 내가 들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그건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일 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것일까.
참 웃기는 시스템이다. 은행에 돈을 넣어놓고 그 돈으로 다시 대출을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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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노동도 해봤다.
너머 멀어서
일단 가까운곳 남성들 중에서 자원봉사를 꼭 바람
시간을 단축하는 이삿짐
책박스만 남성동지가 자원봉사로 옮겨줘도 수월할 것이다.
독해가 잘 안되네요. 책은 박스에 안 넣고, 끈으로 묶으면 이사할 때 훨 수월치요.. 물론 끈으로 묶는 과정이 약간 귀찮지만...
이사를 수월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짐은 늘리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