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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 자유로운 세계



켄 로치 감독에 대해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실 테고,

내용도 이주노동자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인 요즘 볼 만할 것같고,

다음주 연휴로 익어가는 가을 날 이런 영화 한 편도 좋을 거라는 생각에 소개합니다.

있는그대로,

작은 것들이 아름답다!

 

저는 마포 홍대앞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보려구 합니다,

 

(연휴기간 10월 3일 ~ 10월 5일 상영 시간 : 낮 12시 30분,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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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필름2.0 [펌] 프리뷰 기사입니다.
http://www.film2.co.kr/moviedb/movie_review.asp?mkey=126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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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로운 세계 (2007)
Its a Free World

 장르 드라마
 감독 켄 로치
 주연 키어스턴 워레잉, 줄리엣 엘리스, 레슬로 주렉
 상영시간 96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008.09.25
 제작국가 영국
  리뷰, 관련기사

보편성으로 무장한 노장 좌파감독의 강력한 메시지

감독은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사용자로 변모하고 사업을 불리는 주인공을 단죄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앤 지(키얼스턴 워레잉)는 이주노동자 직업소개소 직원이다. 계약직이던 그는 짓궂은 상사들의 성희롱에 항의하다 부당해고를 당한다. 화통한 성격의 앤지는 아예 직업소개소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고 친구 로즈(줄리엣 엘리스)를 설득한다. 동네 술집 공터에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바로 영업에 들어가는 앤지. 하지만 불법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수익이 크다는 걸 알고 위법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앤지는 부모님에게 맡겨 놓은 아들 제이미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불법을 자행한다. 하지만 체불 임금을 둘러싼 불법 이주노동자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곤란에 처하게 된다.


“<자유로운 세계>의 시대는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이다. 나는 그 세상의 일부이고 영화 속 주인공들은 내 세상의 일부다. 나는 가장 평범한 설정을 통해 현대 영국 사회를 비롯한 세계 노동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명실상부 좌파 리얼리즘의 대표 작가인 켄 로치가 홈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칸이 황금종려상을 바쳤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아일랜드 IRA 무장 투쟁의 역사를 조망했던 카메라를, 지금 여기 영국의 현실로 되돌렸다. 우선 ‘자유로운 세계’란 제목은 지독한 역설이다. 켄 로치 감독은 자본 앞에서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고발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영국인의 일상에서 소재를 구하는 대신 선전과 선동은 거부한다. 주인공 앤지는 특별한 악인도, 선인도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영화는 17년 전 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던 <하층민들>을 연상시킨다. <하층민들>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던 주인공은 <자유로운 세계>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취업을 알선하는 회사의 사용자로 신분이 상승했다. 입장과 계급만 바뀌었을 뿐 켄 로치가 노동자의 시선을 통해 현실을 총체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여전하다. 그는 이미 인종과 이주에 관한 문제를 다룬 바 있다. 2004년 작 <다정한 입맞춤>은 영국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영국인 여성과 파키스탄 2세 남자와의 사랑이 편견과 관습 때문에 파경을 맞는 과정을 그린 멜로드라마였다.

하지만 켄 로치는 단순하게 이주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고발할 생각이 없다. 이주노동자들로 인해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영국인 노동자들, 점점 더 불법을 통한 돈벌이에 맛을 들여가는 사용자 앤지, 그리고 하루의 임금에 매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물론 중심은 앤지다. 그가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사용자로 변모하고 사업을 불리는 과정을 켄 로치는 단죄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그 과정 자체가 경쟁을 일상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진실을 보여줄 뿐이다. 미학적 야심보다 보편성으로 무장한 72살 노장 감독의 메시지는 꽤 강력하다.

또 <자유로운 세계>는 <랜드 앤 프리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등 켄 로치의 대표작을 함께 해온 각본가 폴 래버티, 프로듀서 레베카 오브라이언 등 그의 드림팀이 다시 한 번 뭉친 작품이기도 하다. 64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이 노장 감독의 역작에 각본상과 세계카톨릭협회상, 명예 감독상을 헌정했다.

켄 로치 인터뷰

일용직 노동자를 소재로 다뤘다는 점에서 당신이 17년 전에 만든 <하층민들>이 떠오른다.
켄 로치 <하층민들>(1991) 이후 시대가 많이 변했다. 당시는 실직률이 매우 높아서 국민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전국을 이동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전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 남미, 극동 지역, 그리고 아프리카처럼 정치적인 문제가 있는 나라들의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졌다. 이 현상이 영국에 사회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저임금으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밀려 영국인들이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국민으로서 이주노동자 반대 운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또 실제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를 만든 후에도 변화가 있었다.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까 이주노동자들조차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자유로운 세계>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착취당하고 얼마나 취약한 입장에 놓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자유로운 세계>는 신자유주의 하의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다. 마치 19세기, 20세기 초반 자행된 제국주의의 약탈에서 진화된 형태로 보인다.
켄 로치 맞다. 영국은 굉장히 나쁜 제국주의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와 인도 등에서 영어가 사용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러니 이들 국가의 사람들이 영국으로 여행을 많이 온다. 언어 때문만은 아니다. 동유럽의 스탈린주의의 붕괴로 부도가 난 국가의 국민들도 영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영국은 저렴한 임금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앤지의 아버지가 인상적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앤지를 비판하는 아버지는 당신 자신의 목소리로 생각해도 무방한가?
켄 로치 물론 내 의견과 일치하지만 단순히 내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캐릭터여야 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영국에 많다. 그들은 예전에 자신이 힘들게 노력해서 얻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들을 중요시한다. 단결심, 자긍심, 상호 지원, 직업 보장, 적절한 임금과 같은 가치와 권리 말이다.

앤지의 아들이 외국인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아버지의 충고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걱정으로 읽어도 될까? 또 이주노동자 문제는 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켄 로치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키우는 것은 강경 우파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들이 야기하는 인종 문제는 좌파들의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좌파들은 자국 국민과 이주자들 사이에 화합을 이루어야 하니까.

결말에서 앤지가 더 큰 회사를 차린 건 어떻게 해석해야 되나.
켄 로치 앤지는 생존자다. 사회의 규칙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그녀는 그 규칙대로 살아간다. 세상은 나쁜 짓을 해서 더 나은 보상을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기업은 그렇게 여러 사람들을 짓밟거나 희생시키면서 성장한 것이다. 그런 자본주의 게임(Capitalism Game)을 잘 이해하고 있는 앤지는 강해지고 있고, 강해질수록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 성공은 동시에 그녀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앤지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칸 수상 이후 다시 현재의 영국 사회로 눈을 돌렸다. 지금 당신의 관심사는 또 어떤 사회문제인가?
켄 로치 세상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여주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실제 세상을 반영할 뿐이다. 세상은 더 각박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무슨 문제를 다룰까”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만약에 그런 식으로 계속 영화를 만든다면 선전(Propaganda)일 뿐이다. 꼬여 있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문제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여전히 좌파 리얼리즘에 입각한 영화인가?
켄 로치 전혀 아니다. 차기작은 한 평범한 팬과 에릭이라는 축구 선수와의 관계를 다룬다. 서포터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다. 사회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을 생각이다.


2008.09.19 /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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