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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신문 칼럼]

 

지난 5월 1일 인터넷신문 울산노동뉴스가 창간됐다. 이헌구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장, 이상욱 현대차노조 위원장, 임명호 SK노조 위원장, 이상범 북구청장, 이갑용 동구청장을 비롯 울산지역 노동사회단체 인사 59명이 창간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울산노동뉴스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노동자의 입이 되는 진보매체 △자본에 둘러싸인 주류 언론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며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영향력 있는 대안언론 △보수언론이 쏟아붓는 다양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정면돌파하는 강력한 여론형성기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정파의 관점이 아니라 대중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대중미디어 △현장 구석구석을 발로 뛰어 살아있는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현장미디어 △열린 가슴으로 왁자지껄 소통하고 따뜻하게 연대하는 열린 미디어를 지향하고 있다.


보수언론의 ‘횡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연봉 6,000만원 배부른 대공장 노동자”, “건설플랜트 노동자 호화 고공농성”,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로 뻥튀겨 보도하는 노조 00비리... 유독 노동 쪽에 대해서만큼은 ‘허위, 과장, 편파보도’가 극심한 게 보수언론이다. 더구나 울산지역 언론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한 편이다. 왜 그럴까?


잘 알려져 있듯이 신문의 수입원은 광고이다. 광고는 주로 대기업에서 나온다. 대기업 하나의 1년짜리 장기 광고계약은 대략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사문제를 다루면서 광고주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거기서 바로 ‘허위, 과장, 편파보도’가 나오는 것이다. 사건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있어야만 한다. 특히 노사문제인 경우 언론은 철저히 객관적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언론지형에서는 그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언론을 유지시킨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생존’이 문제가 된다. 이제 갓 창간한 울산노동뉴스도 당분간은 창간발기인들이 낸 30만원씩의 기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지만 조만간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만일 울산노동뉴스가 이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면 자본과 권력, 보수언론은 한목소리로 “그럴 줄 알았다”며 좋아 할 것이고 독립언론의 꿈은 그만큼 더 멀어질 것이다.


언제까지 보수언론의 횡포에 당하고만 있을 건가? 저쪽은 대포로 입체포화를 날리는데 이쪽은 고작 소총으로 응사하는 게 고작이다. 87년 이후 18년, ‘위기’도 얘기되지만 한국, 특히나 울산의 민주노조운동이 키워온 힘은 그렇게 녹녹하거나 만만하지 않다. 이 힘으로 보수언론을 능가하는 우리 자신의 노동자언론을 왜 만들지 못하나? 철저한 반성과 혁신, 정파간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다시금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단결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우리 자신의 노동자신문을 만들고 지키고 키워나갈 수 있다.


울산노동뉴스는 노동자 일간지, 노동자 방송국을 향해 내딛는 첫걸음이다. 정파와 계파를 넘어 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대중의 손으로 이 신문을 풍성하게 키워가자.
(
http://nodong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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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11:23 2005/05/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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