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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37호 96.10.11

 

노개투 지역 총력투쟁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10월 5일 민주노총울산시협의회(시협)는 시협, 현총련, 금속연맹울산지부 소속 노조간부 전체회의를 열어 '울산지역노동법개정투쟁본부'(투본) 구성에 합의하고 10월 7일 대표자회의에서 투본 본부장에 곽대천 시협 의장을 선출했다. 투본 집행체계와 사업계획은 다음 10월 14일 대표자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대표자회의가 끝나고 곧바로 투본은 10월 7일부터 10월 9일까지 시협 교육관에서 노조 간부 농성투쟁을 벌였다. 공식 발족이 10월 14일 회의로 또 한 주가 미뤄졌지만 현총련과 금속연맹울산지부, 시협으로 나뉘어졌던 지역 노동조합운동의 분립과 갈등이 이번 노개투를 계기로 단위노조 대표자들의 결의 속에 극복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무엇보다 소중한 성과다.

  10월 9일 울해협과 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노동법개악안 설명회 및 울산지역 노동법개정투쟁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노동법개악저지 및 개정투쟁 울산지역선봉대'(선봉대) 발대식을 가졌다. 10월 10일 선봉대는 회의를 갖고 공동대표와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상황실장, 선전담당, 대외협력담당 등 집행체계를 꾸렸다. 선봉대는 다음 주부터 단위사업장 순회 정문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10월 9일 지역의 노동, 시민, 사회단체들은 두번째 모임을 갖고 '노동법개정과 사회개혁을 위한 울산지역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조직체계와 앞으로의 사업계획 등을 확정지었다. 공대위는 10월 11일 노진추 침탈에 대한 경남도경 공안분실 항의방문과 규탄집회를 조직했고 10월 15일 투본과의 간담회, 10월 19일 발족 기자회견과 시민선전전, 10월 24일 공안정국 반대와 노동법개정을 위한 시국강연회 등의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투본, 선봉대, 공대위라는 '삼두마차'가 늦은 출발선에서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지역 총력투쟁의 닻은 이미 올랐다. 남은 것은 이제 11월 2일로 잡혀 있는 지역 노개투 집회와 11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모아 대중투쟁 동력을 끌어올리는 것이고 이후 총파업투쟁을 불사하는 노동법개악저지투쟁을 힘있게 벌여내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현장은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온공장을 대자보로 도배해도 모자랄 판에 현장은 웬지 썰렁하다. 조합원들은 이번 노개투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많은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을 전국동시 중식집회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 10만명을 동원해야 하고 울산이 그 가운데 만명을 채워야 한다는 민주노총의 지침은 천명 조직하기도 어려운 지역의 현실 앞에서 무리한 요구와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현장 실천단을 꾸려야 하는데 막상 실천단이 뭘 해야 하는지 현장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힘있게 대소위원들을 조직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장은 이렇듯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더라도 우리는 조합원을 믿어야 한다. 이른바 노개위 공익안대로 자본과 정부가 밀어붙이고 우리가 이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 사태는 그야말로 심각해진다. 제한을 두긴 하지만 기업단위에도 노동조합이 여러개 생길 수 있다.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은 조합비에서 충당되어야 한다. 위원장이 직권조인을 해도 조합원총회에서 투표를 할 수 없게 된다. 1개월 단위로 변형근로가 허용되면 주56시간, 연장 12시간동안은 잔업수당 없이 낮밤을 안가리고 시키는대로 일해야 한다. 명예퇴직제는 60개월치 월급이라도 주고 내쫓지만 정리해고제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면 한푼도 못받고 짤릴 수 있다. 변형근로제와 정리해고제가 제도화되면 파견근로제도 곧바로 도입될 길이 열린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도 대법원까지가 아니라 중노위 재심 판정 때까지만 인정된다. 파업을 하게 되면 대체근로가 허용되고 청구하지 않은 연월차수당 지급이 제한된다. 한마디로 회사 좋은 일만 시키는 법개악이 되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안움직일 거라는 생각은 섣부른 판단이다. 아직 이러한 법개악이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에 조용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우리가 오랜 노동과 투쟁 속에서 담금질된 대중의 고통과 갈망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면, 언제나 지도부를 뛰어넘어 전면투쟁으로 치달았던 대중투쟁의 역동성을 잊지 않고 있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이번 노동법개악을 통해 자본과 정부가 노리는 것들이 무엇이고 이른바 노개위 개악안이 우리 노동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알려내는 것, 적어도 조합원 100명당 한 장씩의 현장 대자보를 매일같이 생산하고 배포하는 것, 이런 노력들이 선봉대의 앞선 투쟁과 공대위의 지원투쟁과 합쳐져 11월 2일의 지역 집회로 모아지고 전국노동자대회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 현자와 현중의 조합원들이 투쟁 속에서 만나고 현총련 노동자와 남구, 효문지역 노동자들이 이번 노개투에서 하나로 만나 현총련과 금속으로 분리된 지역 현실을 극복하고 한시간의 총파업이라도 현실화시켜내는 것, 나아가 이번 노개투에서 자동차연맹과도 큰 틀에서 하나로 뭉쳐 금속산업 대통합으로 전진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역의 총력을 모아 벌여내야 할 당장의 사업들이다. 다시 한 번 결의를 모아 힘차게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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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8:12 2005/02/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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