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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39호 96.10.25

 

금속산업 세 조직의 통합실무소위 구성에 대하여

  9월 14∼15일 전국민주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연맹) 임시대의원대회는 금속산업 세 조직의 통합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10월 9일 전국자동차산업노동조합연맹(자동차연맹)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조직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고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과 금속연맹에 통합실무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10월 17일 현총련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자동차연맹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금속연맹이 자동차연맹의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곧바로 세 조직의 임원급 1명씩과 실무선 두세명씩으로 통합실무소위가 꾸려질 것 같다.

  자동차연맹이 현총련에 보낸 제안대로라면 통합실무소위는 "결정 단위가 아니"라 "3개 각 조직의 현실적 조건과 처지를 상호 감안하여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하기 위해 각 조직의 의견을 제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가지며 "소위 내에서의 논의만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조직 재편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조직 재편이 상층만의 논의 결과가 아니라 대중적 논의 결과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단위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무엇보다 그동안 몇몇 상층만의 논의에 그쳤던 조직 재편 논쟁 과정을 반성하고 조직 재편 논의를 대중 토론으로까지 넓혀내고자 하는 문제의식은 올바르고 바람직하다. 통합실무소위가 이런 문제의식에 충실할 수만 있다면 더 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연맹이 10월 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발표한 '자동차연맹 조직 발전 방향 및 금속 3주체의 단결을 위하여'라는 제안서를 살펴보면 통합실무소위가 금속산업 민주노조의 조직 재편에 얼마나 제대로 힘을 실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대목이 몇가지 눈에 띈다.

  제안서는 "현재 기업별 노동조합의 연합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연맹은 점차 연맹의 규정력을 강화하고 공동교섭과 공동투쟁을 통해 노조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의 완성된 형태를 자동차산업 단일노조로 상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자동차연맹의 금속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방침은 한편으로 자동차연맹의 단일노조로의 발전·전화를 위한 끊임없는 모색과 실천, 또 한편으로는 금속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3조직의 상설적 연대기구 건설을 통한 공동사업과 연대의식의 강화가 되어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이런 내용대로라면 자동차연맹은 자동차연맹대로, 금속연맹은 금속연맹대로, 현총련은 현총련대로 단일노조를 만들고 이 세 단일노조의 공동사업으로 금속산별노조를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왜냐 하면 자동차연맹이 단일노조로 가겠다 했을 때 금속연맹은 금속연맹대로 금속연맹이 단일노조로 가는 게 곧 금속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과정이니 자동차연맹더러 따로 단일노조 만들어 합치는 것보다 한꺼번에 합쳐서 단일노조 만들자고 할 수밖에 없을 거고, 현총련은 또 현총련대로 나머지 두 군데가 따로 단일노조 만든다는데 그룹이라고 그렇게 못할 까닭이 뭐냐며 그룹별 단결·투쟁의 역사성과 독자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단일노조, 비자동차 금속산업 단일노조, 현대그룹 단일노조까지 뜬다면 어떻게 될까? 이래 가건 저래 가건 기업별 노조체계를 뛰어넘어 세 조직 따로라도 단일노조까지 갈 수 있다면야 좋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게 그렇게 안되니까 문제다. 현대자동차, 현대정공과 그 협력업체들을 뺀 자동차산업 단일노조를 상상할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뺀 현대그룹 단일노조는 또 어떤가? 마찬가지로 자동차업종 노조들을 뺀 금속산별 단일노조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결국 세 조직이 따로 단일노조를 건설한다는 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이것만이 아니라 조직대상이 쓸 데 없이 겹치거나 이 때문에 서로 어쩔 수 없이 경쟁해야 되는 것도 큰 문제다.

  통합실무소위가 제대로 된 금속산업 민주노조 총단결과 조직 통합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면 통합 금속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읽는 데서부터 논의를 출발시켜야 할 것이다. 단위노조와 현장 조합원들이 상급단체의 분열 때문에 겪어야 했던 혼란과 고통을 되돌아보고 이로부터 금속산업 세 조직 모두가 동의하는 금속산별노조 건설의 대의와 당위를 현실 속에서 하나씩 구체화시켜가는 공동실천이 요구된다. 통합실무소위가 이번만큼은 '큰 일'을 내야 한다. 금속산별노조의 조합원이 되는 것을 한삶의 영광으로 여기는 예비 평조합원의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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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8:14 2005/02/1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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